이탈리아 올리베티 극장 재설계한 ‘FANNING COMUNITÀ’
홍원기·권가은 학우… “하루 2시간 자며 한계까지 몰아붙여”

건축학과 홍원기(20학번), 권가은(21학번) 학생팀 H.K STUDIO(지도교수 사광균)가 이탈리아 기반의 국제 건축 아이디어 공모전 ‘YAC(Young Architects Competitions) – 올리베티 극장(Olivetti Theatre)’에서 우수상(Mention)을 수상했다.
YAC는 30세 이하 젊은 건축가와 학생들의 창의적 설계 제안을 발굴해 국제 무대에 소개하는 대규모 공모 플랫폼이다. 매회 140개국 이상의 건축가가 참여하며, 역대 심사위원단에 ‘건축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가 9명이나 포함될 정도로 높은 권위와 인지도를 지닌다. 이 때문에 신진 건축가들에게는 국제 진출 등용문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 공모전의 과제는 이탈리아 이브레아(Ivrea)에 위치한 올리베티 복합단지 내, 1958년 지어진 도서관의 미완성 계획을 완성하고 대형 강당을 포함한 세 번째 건물을 설계하는 것이었다.
두 학생은 단절된 기존 건물의 구조를 해체하고 부채꼴 형태로 매스를 펼쳐 자연스러운 공공 공간을 조성한 ‘FANNING COMUNITÀ(패닝 코무니타, 공동체를 향해 펼쳐지다)’를 제안해 국제 심사위원단의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번 성과는 두 학생이 방학 중 건축사무소 인턴 실무와 공모전 준비를 병행하며, 하루 2시간 수면이라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빚어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학생 신분으로서 마지막 방학, 오로지 설계에 대한 집념으로 치열하게 몰두했던 이들의 작업 과정을 들여다봤다.

─ 수많은 공모전 중 YAC에 도전한 계기가 궁금하다.
“건축학과는 매 학기 새로운 프로젝트를 통해 성장해 나간다. 졸업설계만을 앞둔 마지막 방학이었다. 학생으로서 온전히 하나의 프로젝트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가장 큰 동기였다.
프로젝트를 완성해 나가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지만, 그 안에서 얻는 깊이 있는 고민과 성취감은 무엇과도 바꾸기 어렵다. 학생이기에 가질 수 있는 자유로운 사고와 열린 시각으로 설계에 몰두할 기회가 점점 줄어든다는 아쉬움이 있었고, 그 마지막 순간을 의미 있게 불태워 보고 싶었다.
해외 공모전이라는 점도 결정적이었다. 국내를 넘어 국제무대에서 우리의 건축적 언어를 검증받고, 전 세계 젊은 건축가들과 같은 주제로 경쟁해 보는 것은 놓치기 어려운 기회였다. 졸업 전 마지막으로 ‘가장 학생다운 방식’으로 도전하고 싶었다.”
─ 수상작 ‘FANNING COMUNITÀ’의 문제의식은 무엇이었나.
“작품명은 ‘공동체를 향해 펼쳐지다’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다. 기존 사이트의 건물들은 주도로를 따라 선형으로 나열돼 각자 내부 동선만을 위해 독립적으로 기능하는 단절된 구조였다. 우리는 이 구조를 해체하고, 주도로에서 진입하는 시선의 흐름을 활용해 매스를 부채꼴 형태로 펼쳐냈다. 그 중심에 광장이 형성되고, 건물들은 광장을 감싸는 형태를 띠며 자연스러운 상호작용 공간을 만들었다.
광장을 중심으로 한 상호작용은 세 단계로 확산된다. 광장을 직접 점유하는 ‘직접적 상호작용’, 골목길처럼 이어지는 경로를 따라 건물 내부로 유입되는 ‘간접적 상호작용’, 그리고 유리 매스를 통해 외부에서도 내부 프로그램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시각적 상호작용’이다. 이를 통해 별도 안내 없이도 누구나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공 공간을 목표로 했다.”

─ 대상지가 이탈리아인 만큼 공간의 맥락을 파악하는 데 물리적 한계가 컸을 것 같다. ‘이브레아’라는 도시에 어떻게 접근했나.
“올리베티는 이탈리아 산업 역사의 아이콘이며, 이브레아는 거장 르 코르뷔지에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라고 칭할 만큼 건축적 가치가 높은 도시이다. 현장을 직접 방문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기존 건물의 사진을 며칠 동안 반복해서 살펴보고 위성지도를 통해 이브레아가 가진 도시적 맥락과 장소적 가치를 분석했다. 직접 모형을 제작해 산업단지의 공간 구성을 파악하기도 했다. 아이디어에 대해 스스로 확신을 얻는 과정이 필요했다.”
─ 기존 공모전들과 접근 방식에서는 어떤 차이가 있었나.
“기존 공모전들은 보통 하나의 담론 아래 주제를 먼저 세우고, 그 주제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대지를 선택해서 진행하는 방식이다. 말하자면 백지 위에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는 식이다.
반면 YAC는 이미 그려진 그림 위에 새로운 그림을 얹어야 하는 작업이었다. 올리베티 산업단지의 역사와 정신에 대해 먼저 공부해야 했고, 이를 재해석해 팀만의 새로운 주제를 만들어야 했다. 리모델링과 신축이 동시에 진행되는 프로젝트였기에, 두 건물의 맥락이 산업단지라는 전체적인 틀 안에서 조화롭게 배치되는 것이 중요했다는 점이 기존 공모전들과 가장 다른 접근 방식이었다.”
─ 콘셉트를 도면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집중한 디테일은.
“아이디어를 건축적 형태로 만드는 과정은 많이 험난했다. 공모전 자체에서 각 공간의 면적을 제한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기준에 맞춰 형태를 조율할 필요가 있어 특히 까다로웠다. 제약이 많은 만큼 팀 내에서도 의견이 가장 활발하게 오갔고, 어려웠기에 동시에 가장 재미있던 단계이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도면화하는 단계는 이미 논리가 잘 짜여 있었기 때문에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도면 자체로 공간을 설명해야 했기에, 공간의 성격과 짜임새, 디테일에 더 집중하여 작업했다. 도면이 만족스럽게 잘 나와 마지막에 둘이 안심했던 기억이 난다.”

─ 수상작이 지닌 차별화된 경쟁력은 무엇이었나.
“아이디어의 ‘연계성’이라고 생각한다. 올리베티 산업단지가 유네스코 유산으로 등재되면서 기존 공간들이 박물관이나 관광 위주로 변화했고, 이 과정에서 파편화된 건물들을 하나로 연결해줄 기능이 필요했다. 우리는 이를 리모델링 건물과 신축 건물 간의 단편적인 연계로만 보지 않고, 산업단지 전체로 확장해 바라봤는데 이 지점이 차별화된 경쟁력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거시적인 아이디어를 단면 이미지를 통해 시각적으로 명쾌하게 전달한 점도 주효했다. 복잡한 공간 구성과 핵심 콘셉트를 심사위원단에게 한눈에 설명할 수 있었던 것이 좋은 인상을 남긴 것 같다.”
─ 공모전 당시 건축사무소에서 인턴 중이었다고.
“퇴근 후에야 시간을 낼 수 있어서 일정이 많이 빡빡했다. 야근이 겹치는 날에는 새벽에 만나 작업을 이어가기도 했다. 거의 매일 두 시간 남짓 잠깐 눈을 붙인 뒤 다시 출근하는 생활을 한 달 가까이 반복했다.
한 번은 한 명이 회사 현상설계 마감 때문에 야근을 하는 동안, 다른 한 명이 학교에서 기다리다 그대로 잠든 적이 있다. 눈을 떠보니 새벽 두 시였는데, 상대방은 여전히 야근 중이었다. 돌이켜보면 웃기지만, 그만큼 서로 한계까지 밀어붙이며 치열하게 작업했던 시간이었다. 둘이 함께였고, 설계가 재미있어서 끝까지 버틸 수 있었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경험일 것 같다.”

─ 졸업을 앞두고 있는데 지난 5년 동안 가장 결정적이었던 가르침은 무엇이었나.
“지도교수님인 사광균 교수님께 건축적 사고의 뼈대를 이루는 가장 본질적인 가르침을 받았다. 단순히 설계 기술을 익히는 차원을 넘어, 건축가로서 무엇을 바라보고 어떤 질문을 던지며 세상을 마주해야 하는지에 대한 태도를 배우는 시간이었다.
교수님께서는 늘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건물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다’라고 강조하셨다. 길과 마당, 그리고 그 안에서 형성되는 커뮤니티가 도시의 본질임을 일깨워 주셨고, 건축이란 사람들의 일상과 관계를 공간적으로 조직하는 행위임을 끊임없이 상기시켜 주셨다.
이러한 시각은 이번 공모전 작업 전 과정에서 설계의 근본적인 방향을 잡아주는 나침반이 되었다. 사람들이 공공 공간 속으로 어떻게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을지, 이브레아라는 도시적 맥락 안에서 진정으로 요구되는 공간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되묻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질문이었고, 그 고민의 깊이가 결국 수상으로 이어졌다고 믿는다.”
─ 앞으로 어떤 건축가가 되고 싶나.
“(홍원기) 그동안 공모전에 다섯 번 도전했다. 계속된 실패로 좌절할 때도 많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매달린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게 되어 무척 기쁘다. 이번 공모전으로 문화·공공시설 설계에 큰 흥미를 느끼게 됐는데, 졸업 후에도 공공건축 분야를 더 깊이 탐구하며 설계를 계속해 나갈 생각이다. 건축은 배움에 끝이 없는 분야인 만큼, 앞으로도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배우며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자세를 잃지 않겠다.
(권가은) 사람과 공간, 도시의 관계에 대해 우리가 던진 질문들이 국제 심사위원단에게도 의미 있게 닿았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내가 가진 건축적 시각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 새벽까지 작업하며 한계를 밀어붙였던 시간이 결과로 이어지는 것을 보며 ‘진심으로 쏟아부은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도 생겼다. 거창한 미래를 계획하기보다 우선 눈앞의 졸업설계를 이 공모전만큼 열심히 해내는 것이 첫 목표다. 실무에 나가서도 화려한 결과물보다 본질적인 질문을 끝까지 붙들고, 매 순간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건축가가 되겠다.”
글 하홍준 hahj@sy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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