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뷰

[삼육人] 정상급 경제외교 무대 이끈 ‘국제 MC’ 윤수린 교수

2026.05.20 조회수 82 커뮤니케이션팀

이재명 대통령 국빈 방문 ‘한-인도 비즈니스 포럼’ 단독 진행
삼성 이재용 회장 등 그룹 총수 대거 참석
“기획자의 마음으로 무대에 선다”

▲ ‘한-인도 비즈니스 포럼’이 열린 인도 뉴델리 바랏 만다팜 컨벤션센터 현장에서 윤수린 교수. 사진=본인 제공

지난 4월 20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바랏 만다팜 컨벤션센터. 8년 만에 이뤄진 한국 정상의 인도 국빈 방문을 계기로 열린 ‘한-인도 비즈니스 포럼’은 양국 경제 협력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자리였다.

현장에는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와 인도 주요 기업 대표 등 양국 정재계 수뇌부 600여명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이 막중한 무대를 책임진 단독 공식 사회자는 우리 대학 영어영문학과 윤수린 교수였다. 윤 교수는 국제회의 동시통역사이자 국제전문 MC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산업통상부와 인도 상공산업부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경제인협회가 주관한 이번 포럼은 양국 교역액 500억 달러(약 75조 4천억원) 달성을 위한 핵심 행사였다. 2000년 전 가야국 김수로왕과 아유타국 허왕후의 인연을 언급한 이 대통령의 연설처럼, 양국의 협력은 자동차, 철강, 조선을 넘어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헬스케어 등 첨단 산업으로 폭넓게 확장하고 있다.

이처럼 중대한 비전을 선포하고 총 20건의 민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복잡한 현장을 윤수린 교수는 한 치의 오차 없이 조율해 냈다. 국가적 위상이 걸린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친 윤 교수를 만나 긴박했던 현장의 뒷이야기와 글로벌 커뮤니케이터로서의 철학을 들었다.

▲ ‘한-인도 비즈니스 포럼’ 전경. 단상에서 연설 중인 이재명 대통령과 우측 사회자석에서 진행을 맡고 있는 윤수린 교수. (사진=청와대)

─ 대규모 국가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는데 소감은.

“안도감과 보람이 교차한다. 그 순간만큼은 한국을 대표하는 얼굴이라는 생각으로 책임감이 막중했다. 서양 문화 기반의 국제회의와는 또 다른 인도의 관습과 정서 속에서 낯선 순간들도 있었으나, 행사가 끝난 뒤 현지 관계자들의 찬사를 들으며 큰 뿌듯함을 느꼈다.”

─ 행사 규모를 고려할 때 사회자 선정 기준이 매우 까다로웠을 텐데.

“주최 측에서 요구한 핵심 역량은 두 가지였다. 한국어와 영어를 상황에 따라 완벽하게 구사하는 능력, 그리고 무엇보다 VIP가 총출동하는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에 침착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위기관리 능력이었다.”

─ 실제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었나. VIP 참석 행사는 변수가 많다고 들었다.

“VIP 입장 전부터 장내는 팽팽한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이재명 대통령의 연설 직후였다. 연설을 마친 대통령께서 계획된 동선으로 바로 퇴장하지 않으시고, 단상을 내려와 인도 경제 리더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셀카’까지 찍으셨다. 이 새로운 동선에 대한 정보는 연설 마무리 직전에야 전달받았다.

그 순간부터 장내에 소위 ‘마가 뜨지 않도록’(어색한 침묵이나 대화의 공백을 뜻하는 방송계 은어) 상황을 자연스럽게 끌어가기 위해 머릿속이 바쁘게 돌아갔다. 대통령 이석 후에도 고조된 현장 분위기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아 수차례 영어로 자리 정돈 안내를 해야 했다. 높아진 대한민국의 위상 덕에 치른 유쾌한 곤욕이었다.”

▲ 연설 직후 이재명 대통령이 계획된 동선 대신 인도 경제인들과 악수를 나누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윤 교수는 연설 직전 전달된 이 돌발 상황을 자연스러운 진행으로 조율해 냈다. (사진=청와대)

─ 이번 포럼에서만 20건의 MOU가 체결됐다. 산업군도 다양한데, 진행자로서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한국의 전통적인 주력 분야인 자동차, 철강, 조선 및 중공업부터 AI, 신재생 에너지, 디지털 플랫폼, K-뷰티까지 스펙트럼이 방대했다. 국제회의 통역사이자 MC로서 사전 준비는 기본이다. 특히 20건의 MOU가 연속으로 이어지는 체결식은 극도의 긴장이 요구됐다.

MOU 진행 순서, 정확한 타이틀, 체결 기관명과 대표자 성명, 핵심 내용을 양국 언어로 완벽히 숙지해야 했다. 현장에서는 대표자가 갑자기 바뀌거나 순서가 변동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대처할 수 없고, 돌발 상황이었다 할지라도 그 책임은 고스란히 MC에게 돌아간다.“

─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노하우가 있다면.

“초년 시절부터 지켜온 철칙이 있다. 바로 ‘기획자의 마음으로 진행하라’는 것이다. 그 누구보다도 행사가 탈 없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를 바라는 기획자라면, 행사 진행 순서의 A부터 Z까지 완벽히 숙지하는 것은 기본일 것이다.

여기에 단 몇 초의 동선 이동, 발표자 지각 시의 플랜 B, 실시간 화상 연결 오류 시의 대처, 심지어 동시통역 기기 오작동 시 직접 순차통역을 제공할 가능성까지 대비한다. 무대 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돌발 변수를 먼저 생각하고 행동하고자 하는 기획자의 마음으로 접근할 때 비로소 매끄러운 진행이 완성된다.”

▲ 국제 행사 무대에서 사회자로 활약 중인 윤수린 교수

─ 최근 몇 년간 맡았던 행사 중 기억에 남는 무대가 있나.

“지난 3월 이재명 대통령과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나란히 참석했던 ‘한-필리핀 비즈니스 포럼’이 생생하다. 양국 정상이 경제 협력을 논하는 현장에 함께하며 큰 보람을 느꼈다. 2024 해양포럼, 2025 세계오션포럼 등 블루 이코노미 관련 국제회의도 기억에 남는다. 수많은 회의에서 AI 분야는 빠지지 않는 키워드다. 다양한 학계와 업계에서 AI가 어떻게 접목되고 발전하는지 최전선에서 목격할 수 있는 귀중한 경험들이었다.”

─ 글로벌 최전선에서의 경험을 학생들에게 어떻게 전달하고 있나.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가들의 견해를 현장에서 직접 듣고, 이를 강의실에서 학생들과 나눈다. 학생들이 진로를 결정할 때 근시안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더 큰 판을 읽고 다양한 가능성에 도전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각 분야 정상에 오른 리더들을 만나며 발견한 공통점은 ‘여유와 겸손, 그리고 배려’였다. 우리 삼육대 학생들이 지식 함양을 넘어 넓은 시야로 주변을 살피고 연대하는 성숙한 인격체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그것이 삼육대의 교육 지향점이며, 세상을 변화시키는 리더의 필수 덕목이라 확신한다.“

▲ 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열린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 당시 연합뉴스TV 생중계 동시통역을 맡은 윤수린 교수. (사진=연합뉴스TV 방송 캡처)

─ 국제 무대 진출, 통번역 전문가를 꿈꾸는 제자들에게 조언한다면.

”최대한 다양한 사람을 만나 네트워크를 넓히고, 국내외 시사 동향을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 영어와 한국어의 4개 영역(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을 치열하게 갈고닦는 것은 기본이다.

방학을 이용해 국제회의에 참석해 보는 것도 강력히 권한다. 일일 아르바이트나 자원봉사자로 현장 실무를 경험하면 최신 동향을 파악하고 식견을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사람을 아끼고 소통의 가치를 아는 학생이라면, 통번역 대학원 진학을 거쳐 글로벌 MC나 통역사로 활동하는 것이 탁월한 선택이 될 것이다.“

글 하홍준 hahj@sy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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