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미래사회와기독교연구소 춘계학술대회
‘공공신학과 사회적 갈등’ 주제로
현대사회 복합 갈등에 대한 신학적 해법 모색

각 분야의 석학과 전문가들이 모여 우리 사회의 신뢰 회복을 위한 기독교적 가치와 공공신학의 역할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삼육대 미래사회와기독교연구소(소장 제해종)는 지난 15일 교내 장근청홀에서 ‘공공신학과 사회적 갈등’이라는 주제로 춘계학술대회를 열었다.
이번 행사는 우리 사회의 갈등을 진단하고 신학적·사회학적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취지로 준비했다. 특히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와 의료 체계의 위기 등 현대 사회가 직면한 복합적인 갈등 현상을 진단하고, 이에 대한 신학적 성찰과 사회과학적 해법을 모색했다.
첫 번째 주제발표는 서상목 교수(강남대 석좌교수, 전 보건복지부 장관)가 ‘갈등 시대의 해법: 애기애타(愛己愛他)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문을 열었다.
서 교수는 AI 시대의 리더십 위기를 극복할 대안으로 도산 안창호 선생의 ‘애기애타’ 정신을 제시했다. 무실(務實), 역행(力行), 주인의식, 그리고 사랑을 바탕으로 한 정의돈수(情誼敦修)의 가치가 어떻게 분열된 공동체를 치유하고 새로운 시대의 인본주의적 리더십으로 기능할 수 있는지 조명했다.
그는 “도산의 애기애타는 ‘자기를 사랑하되 이기심이 아니라 자신을 교양하고 성숙시켜 남을 사랑할 수 있는 존재로 성장하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이는 리더가 내면의 수양과 사회적 실천을 통해 조화를 이루는 리더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리더십 위기의 시대, 애기애타 리더십이 해법인 이유에 대해 △신뢰회복(리더가 먼저 신뢰를 회복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조직과 사회를 이끄는 리더) △공동체 의식 회복(개인주의가 확산된 시대에,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고 서로 배려하며 사랑하는 리더) △사랑과 배려의 실천(사랑과 배려를 실천함으로써 조직과 사회의 화합과 발전을 이끌어 내는 리더) 등의 요소를 꼽았다.

두 번째 발표는 김진현 명예교수(서울대, 한국미래융합연구원 보건경제정책연구소장)가 맡아 ‘의료대란의 사회경제적 원인과 해결방안’을 논했다. 최근 심화된 필수의료 위기와 의료 인력 수급 불균형 문제를 사회경제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지난 27년간 동결된 의대 정원 등 구조적 문제점을 짚었다.
김 교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가 보여주는 근래 한국의 의료 현실을 지적하며, 필수의료·지역의료의 위기 현상과 원인을 짚었다. 그러면서 국민 건강권 보호를 위한 공공의료 인력 양성과 의료 체계의 지속 가능한 개혁 방안을 제언했다.
그는 사회적 갈등의 해소와 향후 대응방안에 대해 “사회적 논의기구를 통한 대화와 갈등 완화, 정책 결정, 서로의 요구사항을 이해하고, 국민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타협이 중요하다. 의료혁신위원회 등 사회적 편익 관점에서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봉원영 교수(삼육대 신학과)는 ‘기준과 책임: 기술 시대 속 공공신학의 두 축’이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를 통해 속도의 사회에서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이를 통해 기독교가 현대 사회의 복잡한 담론 속에서 어떻게 세상과 소통하고 공헌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신학적 방향성을 제시했다.
봉 교수는 “갈등은 인격적 문제에서 ‘기능적 장애물’로 전락했으며, 사회는 자가 복제적 구조적 교착 상태에 빠졌다”면서 급변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교회가 견지해야 할 공공적 책임을 성찰하고, ‘공개 모델’ ‘보편적 모델’ ‘사실적 모델’ 등 세 가지 공공신학적 접근법을 소개했다.
그는 “공공신학은 공공을 신학의 대상으로 여긴다는 말이 아니라, 신학이 실천되고 이뤄져야 할 장소가 바로 공공의 영역이라고 이해하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전제하고, 연구발표 주제를 ‘기준과 책임’으로 정한 이유에 대해 “이 문제가 모든 갈등의 뿌리이자 오늘날 기술 시대의 보이지 않는 위협이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발표를 마치며 공공신학의 과제로 ‘해석적 주체로서의 교회’를 들고 “교회는 사적 안식처를 넘어, 세속 담론 한복판에서 대안적 세계관을 제시하는 ‘해석 공동체’로 재정립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정성진 교수(삼육대 상담심리학과)는 심리학적 관점과 사회적 통찰을 결합해 각 발표 내용이 지닌 함의를 분석하고, 학제 간 대화를 통해 갈등 해소를 위한 실천적 논의를 이끌었다.
정 교수는 “오늘의 발표는 단순한 갈등 형상 분석에 그치지 않고, 한국 사회와 세계가 경험하고 있는 문명사적 전환의 위기를 함께 진단했다”라고 평가하고 “서로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함께 살아갈 것인가’ ‘공동체의 붕괴 속에서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공공의 영역에서 인간다움은 어떻게 회복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앞서 개회식에서 제해종 총장(미래사회와기독교연구소장)은 환영사를 통해 “현재 우리는 AI 기술의 급진적 발전과 사회적 양극화 그리고 의료 체계의 위기라는 유례없는 갈등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 오늘의 학술대회는 이런 현상들을 공공신학의 관점에서 성찰하고, 기독교적 가치가 어떻게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논의하는 시간”이라며 “사랑과 실천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공공의 길을 제시하는 희망의 자리가 되길 소망한다”라고 인사했다.
한편, 삼육대 미래사회와기독교연구소는 기독교 신앙에 기초한 학문융합 및 학제 간 연구를 위해 설립됐으며, 미래 사회를 위한 기독교적 가치 구현에 앞장서고 있다. 연구소는 한·영 혼용 학술지인 <융합학문과 기독교>를 정기적으로 발간하며 활발한 학술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