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인공지능과 바이오 융합해 ‘의생명 첨단대학’으로 발돋움할 것”

김일목 총장 <한겨레> 인터뷰
모든 전공에 4차산업 교육 오픈
120억원 발전기금 마련 순항중
우수 연구자 교원 초빙 적극 추진

지난해 학령인구 감소에 코로나19까지 겹친 위기 국면에 삼육대 ‘구원투수’로 등판한 김일목(사진) 총장의 취임 일성은 ‘일모도원’(日暮途遠)이었다. 김 총장은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며 취임 첫 행보로 대학 발전기금에 사재 1억2500만원을 기부하는 등 발전기금 확충을 통한 재정적 돌파구 마련에 가장 큰 역점을 두었다. 임기 4년간 연간 30억원씩 총 120억원 모금을 목표로 했는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목표금액을 무난히 달성해 주목을 받고 있다. 교육적으로는 기존의 삼육대 강점인 보건의료 분야를 강화하면서 인공지능융합학부 등 첨단학과 신설을 접목해 4차 산업혁명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삼육대 총장실에서 김일목 총장을 만나 그간의 성과와 미래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 2020년 3월 총장으로 취임한 뒤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의 대학 경영의 성과를 꼽는다면?

“취임 초부터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단연 재정위기를 꼽았다. 정부 정책에 따라 등록금이 무려 13년째 동결되면서 각 대학들의 재정난이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어, 재정위기 상황을 타개하는 것을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했다. 그간 ‘발전기금 확충’을 통해 재정적 돌파구를 마련해왔다. 4년 임기 동안 총 120억원을 모금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는데, 코로나19로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많은 기부자분이 후원해주신 덕분에 지난해 연간 30억원 모금이라는 목표치를 무난히 달성했고, 올해는 초과 달성이 예상된다. 최근에는 ‘삼육 1004+ 서포터즈’라는 소액 기부운동을 시작해 내부 구성원들과 많은 동문, 후원자들이 동참해주고 있다.”

– 학령인구 감소에 코로나19 등의 위기를 삼육대는 어떻게 이겨내고 있나?

“삼육대는 올해 개교 115주년을 맞아 중장기 발전계획 ‘SU-글로리 2030’을 발표했다. 학령인구 감소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코로나19로 인한 대내외 환경 변수, 정부 정책 방향까지 고려한 새로운 마스터플랜이다. ‘사람 중심의 창의융합으로 따뜻한 미래를 열어가는 대학’이라는 비전 아래 △대학의 지능화 혁신을 위한 교육·연구 역량 혁신 △공유 생태계 조성 및 가치를 창출하는 산학협력 △성과관리·시스템 기반 행정·재정 관리 혁신 △대학 브랜드 인지도 제고 등 6개 발전목표를 설정했다.

학과 신설, 통폐합 등 구조개혁도 단행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AI) 시대를 이끌어갈 창의적 융합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인공지능융합학부와 바이오융합공학과 등 첨단분야 학과를 신설해 이번 2022학년도 입시부터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어학과와 일본어학과를 통합해 서울 4년제 대학 최초로 항공관광외국어학부를 신설했다. 이외에도 모든 학과를 대상으로 한 자체 종합평가와 외부 컨설팅을 통해 우리 대학 현실에 맞는 학과 구조개선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미래교육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교육부 정책 기조에 맞춰 얼마 전 디지털러닝센터를 원격교육지원센터로 개편하고 역할과 기능을 확대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미래교육으로의 전환을 위해 디지털기반 통합운영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창의융합교육 지원을 위한 교육 콘텐츠 개발 및 확충,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교육체계를 강화해나가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한국형 미네르바 대학’을 구축해 외국인 학생을 유치하고, 글로컬 인재 양성을 위한 기반을 다져나갈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학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고등교육기관으로서 대학의 역할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이 혁명적 변화가 정보통신기술(ICT) 같은 특정 산업 분야, 특정 직업, 그리고 특정인을 중심으로만 전개되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 대학은 ‘수-이노베이션 아카데미’(SU-Innovation Academy)라는 4차 산업혁명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인공지능융합학부, 컴퓨터공학부, 아트앤디자인학과를 융합한 연계전공으로, △아이시티 융합 비즈니스 △지능형 빅데이터 처리 △아이시티 서비스디자인 △인공지능 등 4개 트랙으로 운영되고 있다.

수-이노베이션 아카데미는 특정 학과, 특정 전공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운영하지 않는다.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관련 전공자뿐만 아니라, 경영, 인문, 사회과학, 보건의료, 문화예술 등 모든 전공자가 참여할 수 있다. 비전공자를 위한 별도의 프리스쿨 과정을 마련해 정규과정의 기초 이론을 학습할 수 있도록 해 진입장벽을 낮췄다. 이 과정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정보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을 능동적으로 습득해 자신의 전공 분야에 응용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로 성장하게 된다. 거대한 변화의 흐름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모두가 4차 산업혁명의 주인공이 되는 길을 모색한 결과이다. 이것이 사람과 기술이 공존하는, 삼육대의 ‘사람 중심’ 4차 산업혁명 교육과정의 방향성이다.”

-삼육대가 가장 경쟁력이 있는 전공 분야는 무엇이고, 앞으로 키우려는 중점 분야가 있다면 무엇인가?

“삼육대는 전통적으로 보건의료 분야에 강점이 있는 대학이다. 약학과, 간호학과, 물리치료학과, 보건관리학과, 상담심리학과가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고, 수도권대학 특성화 사업(CK-II)을 통해 이 5개 학과가 참여하는 중독연계전공을 개설해 중독전문가를 양성해왔다. 앞으로는 이 같은 보건의료 특성화 분야에 인공지능, 바이오 분야 전공을 융합해 스마트케어, 바이오헬스, 미래형 시티팜, 정보통신기술 융합교육을 발전시키고, ‘의생명 첨단대학’으로 발돋움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는 △상담심리, 뇌인지, 인공지능 등 교과과정으로 구성된 ‘뇌인지과학 융합전공’ △언어, 뇌, 컴퓨터 분야 전공과목을 배우는 ‘LB&C’(랭귀지, 브레인 & 컴퓨터) 융합전공’ △컴퓨터, 경영 분야 전공과목을 이수하고 현장실습까지 하는 ‘소프트웨어벤처 융합전공’을 개설해 학생들에게 제공할 것이다.”

-삼육대는 인성교육으로도 유명하다.

“삼육대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삼육마을 프로젝트’가 있다. 학생들이 돌봄 서비스를 직접 개발하고, 이를 온라인 플랫폼(SU-돌봄숍)에 입점해 지역사회 수혜자와 매칭하는 프로그램이다. 기존에는 의료기관이나 요양원, 사회복지센터 등 시설을 중심으로 사회봉사 교육을 운영해왔는데, 최근 ‘탈시설’ ‘지역사회 돌봄’을 기조로 돌봄 서비스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면서 교육모델 역시 이에 맞춰 탈바꿈한 것이다. 현재 노원구청과 프로그램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 2019년 2학기부터 지난 4학기 동안 329명의 학생이 노원구 취약계층 95명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했다.

장기적으로는 학생들이 직접 개발한 돌봄 서비스를 비즈니스 모델화해 사회적 기업까지 창업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교내 스타트업지원센터와 연계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실제 삼육마을 프로젝트에 여러 번 참여한 한 학생은 독거노인생활지원사 및 장애인활동지원사와 돌봄 대상자를 매칭해주는 플랫폼으로 사회적 기업을 창업하기도 했다.”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해 하고 있는 노력이 있다면?

“교수 연구를 활성화하고 있다. 우수 연구자를 교원으로 초빙하고, 교수와 연구 협력을 위한 대학원생 유치를 적극 지원하려고 한다. 여기에는 비단 한국인 대학원생뿐만 아니라 외국인 학생 유치를 위한 노력도 포함하고 있다. 향후 우리 대학은 젊은 연구자를 우수 연구자로 육성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123개 자매대학과의 학술교류도 강화하고 있다.

삼육대는 올해 개교 115주년을 맞아 국제학술대회 ‘ICSU 2021’(International Virtual Conference of Sahmyook University)을 오는 17~18일 개최한다. ‘미션, 비전, 열정을 세계와 함께’를 총주제로 종교·신학, 인문사회과학, 헬스케어, 과학기술, 문화예술 등 5개 분과 12개 세션에서 15개국 60여명의 각 분야 전문가들이 연자로 초청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국제학술대회를 통해 대학의 국제적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고, 국제화 이미지와 위상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

보건의료 전공 강점…첨단학과도 신설

약학과와 간호학과 등 보건의료 전공에 강점이 있는 삼육대가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AI) 시대를 이끌어갈 첨단학과들을 신설해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다. 인공지능융합학부와 바이오융합공학과는 올해 치러지는 2022학년도 수시 및 정시모집부터 신입생을 모집하며, 정원은 각각 100명과 30명이다.

인공지능융합학부는 기존의 지능정보융합학부를 개편한 학과로, 인공지능 중심의 공학적 전문 역량을 바탕으로 인문사회학적 소양과 경영적 통찰력을 갖춘 전문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세부전공으로 기술경영전공(경영공학사)과 인공지능공학전공(공학사)을 운영한다. 인공지능융합학부는 창의적 사고를 키우기 위한 폭넓은 전공 기초교육은 물론, 데이터 기반의 지능형 전문 지식 함양을 위한 인공지능 교육, 빅데이터 중심의 전공 심화교육, 다양한 학문의 폭넓은 이해와 응용을 위한 융합형 프로젝트 중심 교육,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연수 프로그램 등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 창의적 융합 인재를 양성한다.

바이오융합공학과(공학사)는 미래 신산업 트렌드인 바이오의약품, 기능성 식품, 화장품, 바이오 진단, 헬스케어 등에 관한 연구 및 교육을 통해 바이오융합산업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생명공학기술을 근간으로 산업적 바이오제품 기획, 개발 및 효능평가, 바이오 프로세싱, 안전성 및 품질관리에 필수적인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생물정보기술과 융합한 차별화된 실무형 인재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지난해에는 항공관광외국어학부(정원 40명)를 신설하기도 했다. 항공관광외국어학부는 중국어학과와 일본어학과를 통합한 학부로, 외국어 능력과 동아시아 문화지식을 바탕으로 항공관광 서비스 분야 전문성을 지닌 융합형 인재를 양성한다. 중국어와 일본어를 동시에 마스터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이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복수전공제를 통해 학부 내 세부트랙(전공)인 동양어문화전공(문학사)과 항공관광전공(관광경영학사) 학위를 모두 취득할 수 있다.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1018536.html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1018538.html

[동아리 할래?] 빛으로 그려낸 그림, ‘빛감’으로 오세요!

[동아리 할래?] (1) 사진동아리 ‘빛감’ 인터뷰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후 약 1년 9개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인해 활발하던 대학가는 잠잠해지고 청춘의 열기는 사그라든 지 오랩니다. ‘대학생활의 꽃’인 동아리 활동도 점차 위축됐죠. 그럼에도 제한적인 상황에서 꾸준히 활동하며 캠퍼스에 활기를 더해주는 동아리들이 있었습니다. 최근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시작되면서 각 동아리의 움직임이 다시 꿈틀거립니다.

삼육대 SNS 기자단 SU-LOVE가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아 인터뷰 기획 ‘동아리 할래?’를 연재합니다. 거리두기 장기화로 인해 침체했던 동아리들의 ‘부흥’을 응원하고 지원하기 위한 취지입니다.

첫 번째로 만난 동아리는 독보적인 개성으로 꾸준한 작업물을 선보이고 있는 사진동아리 ‘빛감’입니다. 빛감은 사진만 찍는 동아리가 아닙니다. 주제가 확실한 인물촬영 작업을 주로 하는데, 촬영은 물론, 편집, 기획, 스타일링, 메이크업까지 다양한 분야를 소화하는 그야말로 ‘멀티미디어 동아리’인 셈이죠. 평범한 일상과 대조되는, 콘셉추얼하고 특별한 순간을 담아내고,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을 꾸준히 인스타그램 계정(@vitgam_official)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빛감 회장 용선윤(환경디자인원예학과 18학번) 학우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빛으로 그려낸 그림

Q. 빛감은 어떤 동아리인가요?

A. 우리 캐치프레이즈가 있어요. ‘빛으로 그려낸 그림, 빛감으로 오세요!’ 빛감은 빛과 물감의 합성어인데요.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듯 빛으로 사진을 그려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동아리는 2017년 취미가 같은 학우들끼리 활발한 교류를 위해 설립했어요. 현재는 재학생 22명, 휴학생 12명으로 총 34명의 인원이 활동하고 있어요. 조직체계는 회장, 부회장, 총무, 임원 등 임원진이 7명이고 그 외 인원은 일반부원이에요.

Q. 동아리 활동 특성상 주로 아트앤디자인학과 학생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A. 13개 학과 학생이 있는데 아트앤디자인학과가 그중 가장 인원이 많긴 해요. 하지만 전체 인원의 20~30% 정도로 대단히 큰 인원을 차지하고 있진 않아요. 빛감 부원들은 모두 사진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모인 사람들이에요. 사진동아리를 찾다가 빛감에 지원한 부원들이 대부분이고, 우리가 올린 작업물에 흥미가 생겨 지원한 이들도 꽤 됩니다. 기본적으로 사진, 편집, 기획, 스타일링, 메이크업 등 분야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지원하고 있어요.

Q. 작업방식이 궁금해요.

A. 촬영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인원은 포토 1명, 모델 1명이에요. 최소인원만 충족되면 어떤 인원구성도 괜찮아요. ‘포토2, 모델1 메이크업1’도 좋고, ‘포토1, 영상1, 모델2’이어도 무방해요. 방역수칙 준수를 위해 4인 촬영 예시만 들었지만, 그 이상 인원도 물론 가능하죠. 정기촬영은 참여인원에게 희망파트를 지원받아 임원들이 적절한 조합으로 랜덤구성하고, 비정기 번개촬영은 부원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하기에 자유롭게 팀을 구성하고 있어요.

편의상 파트를 나눠 말하긴 했지만, 소규모 촬영 특성상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든 분야를 종합적으로 다룬다고 보면 돼요. 한 촬영에서 포토, 모델, 메이크업을 동시에 하기도 하죠.

Q. 촬영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지나요?

A. 진행 과정은 보통 팀 구성 – 콘셉트 결정 – 촬영 – 후작업 순서인데요. 하고 싶은 콘셉트가 있어서 그에 맞는 팀원을 구할 경우 콘셉트 결정과 팀 구성의 순서가 바뀌기도 해요. 콘셉트를 정한 뒤에는 촬영 전까지 구체적인 시안을 찾아보고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링 등을 정해 준비해요. 후작업은 포토나 영상이 촬영본을 셀렉하고 보정하면, 모델이 그 보정본을 받아 리터치하는 작업을 말합니다. 이 과정이 모두 끝나면 멋진 결과물이 나와요.

콘셉추얼하고 특별한 순간

Q. 우리 학교에 여러 사진동아리가 있는데, 다른 동아리와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A. 인물촬영을 주로 다루고 촬영에 주제가 확실하다는 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생각해요. 빛감의 촬영은 단순히 출사에 그치지 않고 장소, 스타일링, 메이크업까지 한 가지 콘셉트를 표현하기 위해 신경 쓰고 준비하는 부분이 많아요. 평범한 일상이 아닌, 콘셉추얼하고 특별한 순간을 담아내고,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를 모두가 볼 수 있도록 꾸준히 공개하고 있다는 점 또한 우리의 차별점이에요. 꽤 근사한 사진들을 보여주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그렇다고 특정 콘셉트를 추구하며 활동하지는 않아요. 한 가지 색으로 한정 지어지는 걸 가장 경계하고 있어요. ‘인물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라는 틀 안에서 다양한 작업방식을 지향하고, 늘 창의적이고 새로운 결과물을 내고자 합니다.

Q 동아리 모집 공지를 보니, “함께 결과를 만들어가는 곳으로, 가르쳐 드리기 위한 곳은 아니다”라고 적혀 있어요. 동아리에 지원하려면 어느 정도 수준은 갖춰야 하는 건가요?

A. 수준을 갖춰야 한다기보단 마냥 수업을 듣는 것처럼 배우기를 기대하면 안 된다는 뜻이에요. 처음에는 기본적인 방법이나 과정에 대한 설명은 충분히 하지만 그 이후 촬영 스타일을 만들어나가는 것은 본인 몫이에요. 우리는 함께 시행착오를 겪어나가는 사람들이에요. 같은 관심 분야에서 새로운 도전을 할 때 알게 된 것을 공유하고 격려하며 나아가는 것이 우리 지향점이죠.

기존 부원들이라고 해서 이 분야에 대단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잖아요. 만약 다른 이들에게 뭔가를 알려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기면 활동을 편하게 즐기기 어려울 것 같아요. 코드가 맞는 사람들이 모여 부담 없이 취미를 즐길 수 있는 곳이면 좋겠어요.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들어와도 스스로 관심을 두고 연구하다 보면 누구나 처음보다 발전된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거예요.

Q. 실제 빛감 활동 경력을 살려 졸업 후 사진을 업(業)으로 삼은 선배들도 있나요?

A. 몇몇 있어요. 대부분 동아리 초기 설립멤버인데, 사진작가, 영상감독, 프리랜서 모델 등으로 활동 중이에요. 설립멤버 중에 원래부터 진로계획이 그쪽이었던 사람들이 많았고, 일종의 포트폴리오 같은 맥락으로 결과물을 냈기 때문에 전문성을 띄어 보인 것 같아요.

현재 빛감 활동은 보다 쉬운 접근성과 취미의 영역으로 넘어왔다고 생각해요. ‘전문적인‘ 활동의 기준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는 생각하는 것만큼 전문성을 추구하지 않으니 빛감을 너무 어렵게 보지 않았으면 해요.

오래 추억할 경험

Q. 빛감 활동을 통해 회원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A. 다양한 콘셉트를 경험하면서 시각이 넓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어요. 실제로 활동하다 보면 촬영, 의상, 메이크업, 소품 등을 준비하기 위해 여러 시안과 자료를 찾아보는데, 그 과정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접해요. 그것들을 응용하고 시도하면서 자연스레 감각이 길러지죠.

또 빛감 활동은 단순히 인생샷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정말 오래 추억할 경험이 돼요. 잘 차려입고 찍은 가족사진이 평생의 추억이 되듯, 빛감에서의 사진은 모든 과정, 기억이 담긴 기록이에요. 그 순간을 함께하는 좋은 부원들을 친구로 얻어가는 것은 덤이고요.

Q. 마지막으로 학우들에게.

A. 빛감 부원들은 촬영을 과제 하듯 해결하는 게 아니라 늘 진심에서 나오는 열정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촬영 주제와 의상, 헤어를 정하고, 촬영장에서 다양한 구도를 시도하는 등 모든 과정에 이런 건 어떨까, 저런 건 어떨까 고민하며 완성해나가요. 부원들이 그 작업을 정말 즐거워하는 게 느껴지기 때문에 빛감에 들어온 누구든 함께 즐기게 될 거예요. 빛으로 그려낸 그림, 빛감으로 오세요!”

바로가기▷빛감 인스타그램 계정 (@vitgam_official)

[시리즈 연재]
[동아리 할래?] (1) 빛으로 그려낸 그림, ‘빛감’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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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육人] 이탈리아의 이방인 유학생…그가 음악을 공부하는 이유

산타 체첼리아 국립음악원에서 유학 중인 김형구(음악학과 05) 동문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 1565년에 설립돼 45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이 음악학교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역사가 깊은 명문 중의 명문으로 꼽힌다. 소프라노 조수미, 테너 베냐미노 질리, 지휘자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 영화음악가 엔니오 모리꼬네 등 음악계의 숱한 거장들을 배출했다.

특히 이 음악원은 입학시험 난이도가 매우 높기로 유명하다. 3~4수는 기본이고 다른 음악원에 들어갔다가 편입하는 ‘우회로’를 선택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실기와 언어의 장벽이 높아 1350여명의 전교생 중 아시아계 학생은 6%에 불과하다.

음악, 특히 성악을 전공하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이 음악학교에 올해 초 우리 대학 김형구(음악학과 05학번 성악전공) 동문이 합격했다. 김 동문은 음악인으로서는 경력단절자다. 2010년 음악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 음악학과에 진학해 석사 과정을 공부하던 중 우리 대학 교직원으로 입사해 8년 동안 근무했다. 그러다 지난해 초 돌연 사직서를 낸 그는 1년여간의 유학준비 끝에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 합격 소식을 알려왔다.

물론 세계적인 음악원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음악가로서의 성공을 보장해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여전히 그는 30대 후반의 가난한 이방인 유학생. 안정적인 삶의 기반을 버리고 불확실성으로 뛰어든 그의 용기는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김 동문을 이메일과 카카오톡 메신저로 만났다.

즐기는 방법을 배운다

Q. 이탈리아는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피해가 컸다고 들었어요. 지금 현지 분위기는 어떤가요?

“작년 12월 처음 이탈리아에 도착했을 때 하루 확진자가 3만명 가까이 나왔어요. 로마 전 지역이 레드존으로 지정되면서 자가격리 기간을 제외하고도 집에만 약 10일 가까이 갇혀 지냈죠. 그러다 백신이 보급되고 일일 확진자가 1만명 아래로 떨어지면서 봉쇄도 많이 풀리기 시작했어요. 여름 바캉스 시즌부터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한해 유럽 간 여행이 허용됐어요. 지금은 유럽 전역에서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주요 관광지마다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어요.”

Q. 코로나인데 수업은 어떻게 진행하나요?

“이론수업은 줌이나 스카이프 등 온라인으로 하고, 실기수업과 레슨은 오프라인으로 하고 있어요. 성악전공자는 무조건 피아노를 배워야 하는데 피아노 레슨이나, 무대연기 수업도 대면으로 하고요. 봉쇄가 조금씩 완화되면서 교양수업도 음악원 강의실에서 오프라인으로 하기 시작했어요. 아마 다음 학기부터는 대부분 수업이 오프라인으로 진행될 것 같아요.”

▲ 산타 체칠리아 성악과 학과장이자, 지도교수인 엠마누엘라 살루치(M.Salucci) 교수와 함께

Q.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성악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 이탈리아인 교수님들께 실기 레슨을 받는 것은 분명 한국에서는 쉽게 경험하지 못하는 것이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어요. 발성, 발음, 표현, 느낌, 제스처, 표정, 걸음걸이 등 아주 세심한 부분까지 훈련을 받아요. 선생님들은 이탈리아어가 모국어이기 때문에 학생이 뜻과 내용을 정확히 알고 노래를 부르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 가사의 의미대로 표현하는지 더 잘 지도할 수 있죠. 한국에서 교수님들께 잘 배웠던 것들이 여기에서 조금씩 완성되어 가는 느낌이에요.

또 다른 점이라면 한국에서는 노래할 때 실수하지 않는 부분을 강조해서 배웠다면 이탈리아에서는 노래하다가 혹시 실수하거나 틀려도 즐기는 방법을 배우는 것 같아요.“

Q. 즐기는 방법이요?

“대학시절 실기시험 때 교수님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면 너무 긴장되고 떨렸어요. 항상 어떻게 노래를 끝냈는지 모를 정도였고 늘 아쉽고 후회됐던 기억이 많았죠. 산타 체칠리아 첫 실기시험 때였어요. 엄청 긴장한 마음으로 노래를 시작했어요. 얼마나 떨렸겠어요. 그런데 제가 노래할 때 선생님들이 앞에서 같이 노래를 불러주시고, 노래의 내용대로 표정도 지어주셨어요. 떨면서 시작했는데 끝날 때는 저도 모르게 즐기면서 끝이 났어요.

시험 끝나고 코멘트를 여쭸는데 돌아온 대답도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너의 노래를 들으면서 너무 행복했고 멋진 음악을 선물해줘서 고맙다. 본인도 많이 배웠다. 그리고 혹시 스스로 생각하는 부족하거나 아쉬운 부분은 잊어버리라면서 너희는 학생이라고 말씀해 주셨죠. 시험이 끝나고도 행복했어요. 무대를 즐길 수 있는 준비를 이제 막 시작한 기분이 들었어요.“

쌍둥이 성악도

2005년 김형구 동문은 쌍둥이 형인 김원구 동문과 음악학과 성악전공으로 함께 입학했다. 쌍둥이의 동시 입학은 당시 학과에서도 꽤 화젯거리였다. 동생은 테너, 형은 바리톤으로 파트는 달랐지만, 어렸을 때부터 뭐든지 같이 했던 쌍둥이는 학부시절부터 듀오를 이뤄 크고 작은 무대에 서기 시작했다.

Q. 대학생활은 어땠나요?

“저와 형 둘 다 졸업할 때까지 김철호 교수님께 배웠어요. 항상 연습실에서 지냈던 기억이 나요. 시골(경북 봉화)에서 올라와 놀거리를 접해보지 못해서 그런지, 수업 이외 시간은 대부분 연습실에서 보냈죠. 형과 음악 이야기하고 서로 소리 들어주고 연습하면서요. 형이랑 여러 교회에 초청돼 찬양할 기회도 많았어요.“

▲ 김형구(왼쪽), 김원구 동문 형제의 대학시절

Q. 졸업하면서 취업과 진학 중 고민이 있었을 텐데요.

“졸업연주회 때였어요. 세 곡을 불렀는데 두 번째 노래를 부를 때 갑자기 눈물이 나기 시작했어요. 이 무대가 내가 노래하는 마지막 무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간신히 무대를 마쳤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많은 고민이 있었어요. 일단 삼육대 대학원 음악학과에 진학했어요. 스승이신 김철호 교수님은 늘 유학을 권하셨고요. 과연 내가 유학을 갈 수 있을까, 갈 기회가 있다면 꼭 가고 싶은데, 하는 막연한 마음은 늘 있었어요.“

Q. 그러다가 삼육대 교직원으로 입사했죠.

“대학원 공부를 하면서 학과 조교로 일하고 있었는데 학교에서 보훈대상자 채용 공고가 났어요. 아버지가 국가유공자시거든요. 형이 먼저 입사를 했고, 저는 1년 반 후에 입사했어요. 그런데 입사하고 2달 뒤쯤 미국 미시간대에서 우리 형제를 전액 장학생으로 초청하겠다는 연락이 왔어요. 우리 노래를 사랑해주셨던 분이 노래를 녹화, 녹음한 파일을 대학 측에 제공했던 거였어요. 가장 많이 고민하고 또 고민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때는 그 기회를 포기했어요.”

Q. 왜요?

“학자금대출을 받아 학업을 이어왔어요. 등록금과 기숙사비, 생활비를 저희 두 형제가 알아서 마련해왔어요. 졸업 후에는 돈을 벌어서 대출을 갚아야 했고요. 공부를 더 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지만, 그때는 현실과 타협할 수밖에 없었어요. 어렵게 공부를 해서 그런지 당장 안정적인 직장에 대한 욕심이 컸고요.”

김 동문은 교직원으로 일하면서 레슨을 받기도 했다. 대학생 때처럼 형과 함께 여러 교회 음악예배 등에 초청돼 찬양하고, 대학에서 정기적으로 올리는 오페라에 동문 팀으로도 여러 번 참여했다.

Q. 취미 수준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유학은 포기했지만, 꿈은 버리지 않았던 건가요?

“노래하는 것이 가장 행복해서 그만둘 수가 없었어요. 하면 할수록 부족함을 느꼈기에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연습하고 계속 공부했어요.”

Q. 직장에 소홀하진 않았나요? 직장생활이 적성에 맞지 않아 딴마음을 품은 건 아닌지.

“절대 그렇지 않아요.(웃음) 소홀한 적 없고 적성에 안 맞지도 않았어요. 일하면서 좋은 처장님, 선생님들께 정말 많이 배웠고, 또 즐거웠어요. 학교 여러 행사에서도 노래를 부르다 보니 직장에서 노래할 기회들도 많았죠.”

Q. 그러다 유학을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나요?

“어떤 결정적인 계기가 있던 것은 아니었어요. 미국 유학을 포기하고 나에게 더 이상의 기회는 없을 거로 생각하면서 살았지만, 그래도 마음 한편에는 짧은 기간이라도 외국에서 레슨을 받으면서 공부해보고 싶은 생각은 늘 가지고 있었어요. 언제부턴가 그런 생각들이 점점 구체화 됐고, 정말 더 늦기 전에 내가 해보고 싶은 거 한번 해봐야겠다는 결심이 생겼어요. 김철호 교수님을 계속 찾아가서 상담하고 조언을 구했어요. 교수님도 이탈리아에서 공부하셨기에 여러 현실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죠.”

▲ 김형구 동문과 아내 양숙영 씨, 그리고 김철호 교수. 양 씨 역시 김 동문과 같은 시기에 산타 체칠리아 오페라 반주 전공에 합격해 부부가 함께 유학 중이다.

성대결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2019년 12월 31일부로 삼육대를 퇴사한 그는 2020년 1월 2일 이탈리아어 학원에 등록하면서 본격적인 유학 준비를 시작했다.

Q. 유학준비 과정은 어땠나요?

“1월부터 7월까지 이탈리아 어학원에 다녔고, 이후에는 개인과외를 받았어요. 정식으로 원서접수를 시작할 때는 준비해야 하는 서류들이 정말 많았어요. 하나라도 빠지면 접수 자체가 안 되기 때문에 긴장의 연속이었어요.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했어요. 노래연습은 기본적으로 많이 했고요.”

Q. 코로나가 변수가 됐나요?

“원래 계획은 6월까지 어학원에 다니고 이탈리아에 갈 계획이었어요. 현지에서 레슨을 받고 언어공부를 하면서 입학준비를 하는 게 좋다는 조언을 많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2월 말부터 이탈리아에 코로나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또 4월부터 대사관을 통해 원서접수가 이뤄져야 하는데 시작이 되지 않았어요. 대사관에 여러 번 물어봐도 이탈리아 교육부에서 아직 전달받은 사항이 없다는 대답뿐이었어요. 코로나 때문에 외국인 신입생을 안 뽑는 음악원이 많을 거라는 얘기도 들려왔어요. 그게 사실이라면 1년을 버려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참 힘들었어요.”

Q. 성대결절도 왔었다고요.

“7월쯤 노래할 때 조금 불편한 느낌이 있어서 병원을 찾았는데 성대결절 초기 진단을 받았어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죠. 계획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었어요. 아내가 옆에서 마음을 다잡는 데 많은 도움을 줬어요. 우리를 인도하시는 분께서 가장 좋은 때 가장 좋은 방법으로 인도해주실 거라는 말을 해줬어요. 그게 참 힘이 됐어요.”

Q. 입학시험은 어땠나요?

“코로나 사태로 이탈리아의 모든 음악원이 동영상으로 시험을 진행했어요. 제가 입학한 산타 체칠리아는 오페라 아리아로만 구성된 20~25분 분량의 동영상을 요구했어요. 대부분 학생은 좋은 연주홀과 멋진 교회, 성당을 대관해서 좋은 음향 시설에 화려한 연주복을 입고 찍은 영상을 보냈더라고요. 저는 레슨실에서 제 스마트폰으로 찍었는데 그 친구들과 비교했을 때 정말 초라하고 볼품없었죠.”

Q. 8년이나 직장을 다녔으니 음악인으로서는 경력단절자인데. 게다가 늦은 나이에 쟁쟁한 학생들을 제치고 합격한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시험곡을 다양한 레퍼토리로 선택했어요. 모차르트, 푸치니, 베르디 곡을 다 넣었어요. 주변에서는 제정신이냐고 했어요. 시험곡이나 오디션 곡은 절대 이렇게 구성하지 않거든요. 같은 테너라도 본인의 소리에 따라 공부하고 불러야 하는 작곡가가 어느 정도는 정해져 있어요. 엄청난 모험이었고 승부수였죠. 하지만 늦은 나이에 도전하는 것인 만큼 뭔가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그리고 정말 많이 기도했어요. 제 노래와 소리를 심사위원들이 좋게 들어주셨던 것 같아요.”

Q. 미국 유학을 포기한 게 결과적으론 전화위복이 됐습니다.

“유학을 간다면 당연히 성악의 본고장인 이탈리아로 가고 싶었어요. 산타 체칠리아는 늘 꿈꾸던 학교였어요. 어쩌면 그때 미국에 가지 않은 게 저한테는 훨씬 더 잘된 일인지도 모르겠네요. 이탈리아에서 공부를 마친 뒤 미국에 갈 수도 있겠지만, 유학의 시작은 반드시 이탈리아에서 하고 싶었어요. 1년을 공부해보니 왜 이탈리아에서 유학을 시작해야 하는지 알 것 같아요.”

▲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 정문에서

가슴 뛰는 일

Q. 합격 통보를 받고 퇴사를 한 게 아니라, 직장을 먼저 관두고 유학준비를 시작했어요. 어린 나이도 아니고 결혼까지 했는데 무모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나요?

“유학준비를 하기 위해 퇴사를 하겠다고 했을 때 응원하는 분보다 만류하는 분들이 더 많았어요. 저에게도 굉장한 도전이었어요. 직장을 그만두는 순간부터 많이 불안했죠. 물론 결과적으로 꿈꾸던 학교에 들어왔지만, 이곳을 졸업한다고 해서 앞날이 보장되거나 탄탄대로가 펼쳐지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어쩌면 졸업 후 더 고민하고 더 힘든 날들을 보낼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는 한번 선택한 일은 결과가 어떻든 절대 뒤돌아보거나 후회하지 않아요.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아요. 저는 제가 어떤 일을 했을 때 심장이 뛰는지 알았어요. 많은 고민과 갈등이 있었지만, 꿈이 있었기에 새롭게 도전할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Q. 진로 문제로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아직 공부하는 학생이기에 누군가에게 조언해줄 입장은 아니에요. 그래도 굳이 말하자면, 무슨 일이든지 내가 행복한 일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이 일을 하고 싶은데 현실을 생각하면 아닌 것 같고, 꿈과 현실 사이에서 많이 고민할 거라고 생각해요. 정답은 없어요. 선택과 그 결과는 본인이 책임져야 하지만, 어떤 일을 하든지 행복한 일, 그리고 가슴이 뛰는 일을 하면 좋겠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저는 그걸 선택했습니다.”

Q. 18번(애창곡)은 무엇인가요?

“성악가들에게는 나름대로 자신 있게 부를 수 있는 오페라 아리아나 가곡이 있어요. 저도 그렇고요. 하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찬양입니다. 그중에서도 ‘참 좋으신 주님’이라는 찬양을 정말 좋아해요. 어려움을 겪는 그 당시에는 왜 내가 이런 일을 겪는지, 왜 이런 일을 경험하게 하시는지 절대 알 수 없었지만, 지나고 돌이켜보면 그때 그 일을 겪게 하신 이유와 그 일에 분명 개입하셨음을 알게 될 때가 참 많아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인도하셨던 거구나 하는 생각을 늘 지나고 하게 됩니다.”

“참 좋으신 주님 귀하신 나의 주 늘 가까이 계시니 나 두려움 없네 내 영이 곤할 때 내 맘 낙심될 때 내 품에 안기라 주님 말씀하셨네 광야 같은 세상 주만 의지하며 주의 인도하심 날 강건케 하시며 주의 사랑 안에서 살게 하소서 주만 의지하리 영원토록”

“그냥 모든 것 다 맡기면 책임져 주시겠다는 약속이기도 해서 정말 힘이 되고 힘들 때 부르면 위로가 되는 찬양이에요. 제 삶을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어떤 길로 인도하실진 모르지만, 그냥 맡기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면 책임져 주실 거라는 사실을 믿고 고백하게 되는 찬양입니다.”

Q. 어떤 음악가가 되고 싶나요?

“어떤 음악가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생각하고 유학을 나오지는 않았어요. 늘 마음에 간직한 말이 있어요. ‘음악을 잘 사용하면 가장 큰 축복이 되지만 잘못 사용하면 가장 큰 저주가 된다.’ 세계적인 가수가 돼서 세계적인 무대에서 오페라 주역으로 활동하면 정말 행복하겠죠. 하지만 순간일 거예요. 그보다 더 값진 것은 제가 배워서 부르는 이 노래를 통해 많은 사람이 하나님을 발견하고,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할 수 있다면 가장 행복할 것 같아요. 제가 음악을 공부하는 이유에요. 그 사실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겁니다.”

[삼육人] 화랑대에서 택시 같이 타실 분?

[삼육人] ‘통학러’ 위한 택시 동승 플랫폼 출시한 학생창업팀
같은 학교 학생끼리 매칭…지하철·버스보다 ‘저렴하고 편안하고 빨라’
중증 청각장애인 CTO “사람을 위한 개발자 될 것”

▲ (왼쪽부터) 택공 팀의 이종률 대표와 함승우 CTO.

삼육대 학생 창업팀이 ‘통학러(통학생)’를 위한 택시 동승 플랫폼을 개발했다.

주인공은 삼육대 학생창업보육센터 입주기업 ‘택공’의 이종률(CEO, 경영학과 졸), 함승우(CTO, 컴퓨터메카트로닉스공학부 소프트웨어전공 3학년) 씨. 이들은 최근 택시 동승 플랫폼 ‘캠퍼스택시’를 개발해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 출시했다.

자신을 ‘18년차 프로 통학러’라고 소개한 이종률 대표는 어떻게 하면 ‘더 저렴하고, 더 편안하고, 더 빠르게’ 통학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이 아이템을 개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 서울 등 수도권 대학에 통학하는 많은 학생들은 대학 인근 지하철역에서 내린 후 버스로 환승해 몇 정거장을 더 이동해야 한다. ‘OO대 없는 OO대역’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지하철역이 정문 앞에 있어도 캠퍼스 부지가 넓기에 강의동까지 걸어가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음악학과, 디자인학과, 건축학과 등 악기와 작업물을 들고 통학해야 하는 학생이나, 아침잠이 많은 학생은 지하철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하다. 하지만 지갑이 얇은 대학생에게는 택시비가 부담이기에, 학기 중 아침이면 각 대학 에브리타임에는 택시 동승자를 구하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캠퍼스택시는 이러한 통학러들을 매칭해주는 플랫폼이다. 회원가입 단계에서 학생증 인증을 통해 같은 학교 학생끼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동승자가 매칭이 되면 함께 택시를 잡거나, 어플리케이션(앱) 링크를 통해 택시를 호출 수 있다. 방만들기, 채팅창 기능도 있어 동승자끼리 고정멤버를 이룰 수 있다.

택공 팀은 “기존에 택시 동승 플랫폼을 종종 이용했는데,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기에 목적지와 출발지를 맞추기 힘들었다”며 “캠퍼스택시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승하차지를 완벽히 일치시킬 수 있고, 매칭률이 높아 1인당 가격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택시업계와의 상생도 가능하다. 개별 택시 이용자들이 동승을 하면 그만큼 전체 택시이용 건수가 줄어든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캠퍼스택시를 이용하면 택시가 지하철이나 버스보다 더 저렴하고 더 편안하고 더 빠르기에, 기존 통학러를 택시 이용자로 유입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택공 팀은 지난 8월 삼육대 재학생을 대상으로 베타 버전을 APK파일 형태로 배포해 시범 운영했다. 최근에는 정식 버전을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등 양대 앱마켓에 출시했으며, 베타서비스 과정에서 취합된 고객 요구사항을 순차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홍보, 마케팅에도 주력하며, △선결제를 통한 노쇼 방지 △자동분할 결제 등을 적용한 프리미엄(유료) 서비스 런칭도 앞두고 있다.

택공 팀은 사업 초기에는 서울과 수도권 통학러를 중심으로 이용자를 확보한 뒤 점차 전국 대학으로 확대하고, 향후 동남아 베트남, 캄보디아 등 해외시장까지 진출할 계획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캠퍼스택시는 최근 신한금융그룹과 한국장애인재활협회가 개최한 ‘2021 장애청년드림팀 창업교육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1등, 보건복지부장관상)과 창업지원금 1천만원을 받으며 사업성도 인정받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팀을 이뤄 출전하는 창업 경진대회로, CTO(최고기술책임자)인 함승우 학생은 중증 청각장애인이다.

함 CTO는 “개발에만 전념하다가 최근 창업에 관심이 생겼는데, 청각장애인이라 교육을 받기가 어려웠다”며 “이번 대회는 10주간 창업 기초교육과 실습을 제공하면서 속기사와 수화통역사도 배정해줬다. 덕분에 창업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비록 장애가 있지만, 사람을 위한 개발자가 되고 싶다”며 “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삼육대 스타트업지원센터 관계자는 “함승우 CTO는 코딩, 프로그래밍, 알고리즘 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교내 코딩 경진대회 우승을 휩쓴 실력자이고, 이종률 대표는 중소벤처기업부, 지자체 주최 각종 경진대회에서 다수 수상실적을 거두며 실력을 쌓아왔다”며 “컴퓨터공학 전공자와 경영학 전공자가 결합한 팀이라는 점에서 밸런스와 시너지가 좋다.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팀”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07498
조선일보 https://lifenlearning.chosun.com/pan/site/data/html_dir/2021/09/15/2021091501328.html
문화일보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10917MW135847714612
에듀동아 http://edu.donga.com/?p=article&ps=view&at_no=20210916114311666991
한국대학신문 https://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515924
베리타스알파 http://www.veritas-a.com/news/articleView.html?idxno=387513
교수신문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76708
스마트경제 http://www.dailysmart.co.kr/news/articleView.html?idxno=49946
아시아타임즈 https://www.asiatime.co.kr/article/20210915500361?1=1
위드인뉴스 http://www.withinnews.co.kr/news/view.html?section=1&category=155&item=&no=25738
아시아통신 http://www.newsasia.kr/news/article.html?no=35750
경기헤드라인 http://www.gheadline.co.kr/news/article.html?no=134300
뉴스타운 http://www.newstow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07126

[방학 뭐하니?] “돌봄 업계 ‘배달의민족’이 되겠습니다”

‘돌봄 플랫폼’으로 창업 뛰어든 곽다빈 학생
5천만원 규모 정부지원 사업비 유치

“배달 주문을 할 때 별점을 보며 선택하는 게 일상인 시대에요. 아이스크림을 먹어도 골라먹습니다. 하지만 노인과 장애인에게는 활동보조인이 일방적으로 배정되고 있어요. 돌봄대상자도 자신의 상황에 맞는 활동보조인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싶었습니다.”

최근 산업화와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돌봄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2019년 지역사회 돌봄을 기조로 한 ‘커뮤니티 케어’를 선언하고, 돌봄경제를 활성화하여 사회서비스 분야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통계청은 2017년 국내 가사·서비스 시장규모를 7조 5천억원으로 추산했다. 업계는 이보다 큰 12조원으로 보고 있다.

곽다빈(컴퓨터학부 11학번) 학생은 이 같은 돌봄시장에 새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창업에 뛰어들었다. 아이템은 노인, 장애인 등 돌봄대상자와 활동지원사를 연결해주는 ‘노인·장애인 돌봄 플랫폼’이다.

“현재 정부에서 ‘독거노인생활지원사’나 ‘장애인활동지원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노인과 장애인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해 자립생활을 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어요. 하지만 이 제도는 중간지원기관에서 돌봄 제공자를 일방적으로 배정하는 방식입니다. 도입 취지와는 달리, 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죠.”

올해 초 ‘심금’이라는 이름의 창업 팀을 꾸린 그는 지난 6월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이 주관하는 ‘2021년 예비창업패키지 사업 소셜벤처 분야’에 선정돼 사업비 약 5천만원을 유치하면서 사업을 본격화하게 됐다. (관련기사▷소셜벤처 창업팀, 5천만원 규모 정부지원 사업비 유치)

곽 대표는 “돌봄 대상자마다 각자의 불편함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 있는 반면 팔이 불편한 사람이 있고, 치매를 앓거나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있다. 대상자에 따른 맞춤 활동보조인이 필요한 이유다.

“이 플랫폼을 활용하면, 활동보조인의 경력을 확인해 원하는 보조인의 배정을 요청할 수 있어요.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한 보조인에게는 평점도 남길 수 있고요. 이를 통해 수요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것은 물론, 보조인 간의 건전한 경쟁을 유도해 서비스의 전문성 또한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곽 대표는 한 마디로 “돌봄시장의 배달의민족”이라고 설명했다. “이전에는 배달음식을 시켜먹을 때 일일이 전화번호부를 찾아보거나 포털에 검색해야 했어요. 별점도 없었고요. 하지만 지금은 여러 배달 플랫폼이 생기면서 소비자들이 훨씬 더 편리해졌죠. 돌봄 영역에서는 아직도 기존의 전통적인 방식의 서비스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배달의민족이 배달·외식 업계에 혁신을 가져왔듯, 제가 만든 플랫폼을 통해 돌봄시장을 혁신하고, 건강한 자극을 줌으로써 수요자에게 좀 더 편리한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으리란 기대입니다.”

플랫폼에는 단순 매칭 기능뿐만 아니라, 소양·전문교육 콘텐츠도 탑재된다. 곽 대표는 이를 통해 플랫폼을 통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곽 대표가 본격적으로 창업을 구상한 것은 지난해 초. ‘글로컬 리더십’이라는 사회공헌 교과목을 수강한 것이 계기였다. 수업을 들으며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해 생각했고,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는 “취업을 통해 변화를 만들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면서 “사회적 기업을 창업해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을 직접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창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교내 스타트업지원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창업 입문자를 대상으로 한 ‘창업캠프’를 시작으로 정부지원과제 및 외부경진대회 대비 과정인 ‘야 너두! 창업정부지원금 받을 수 있어!’ 등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교내 학생창업보육센터 입주기업으로도 선정돼 창업공간도 무상으로 제공받았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기업 창업의 뜻을 품고 있는 김서희(상담심리학과 17), 이소현(경영학과 18) 등 재능 있는 학우들을 만나 팀원으로 영입했다.

곽 대표는 “스타트업지원센터로부터 창업 역량강화 교육과 밀착형 멘토링을 지원받으며 아이디어 수준의 발상을 구체적인 창업 아이템으로 고도화시킬 수 있었다”며 “해당 분야 전문가 선생님들께서 열과 성을 다해 도와주신 덕분에 5천만원의 정부지원금도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심금 팀에게 이번 여름방학은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 이들은 ‘린 스타트업(Lean Startup)’ 기법을 사업 모델로 하고 있다. 아이디어를 빠르게 최소요건 제품으로 제조한 뒤 시장의 반응을 통해 다음 제품 개선에 반영하는 전략으로, 당장 이번 방학 안에 프로토타입을 론칭할 계획이다.

곽 대표는 “MVP(최소기능제품, Minimum Viable Product) 모델을 만들기 위해 제안요청서(RFP) 요구사항을 정리하고 있다”면서 “돌봄기관, 돌봄제공자, 돌봄당사자 등 여러 이해관계자가 있기에, 그들을 만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지원금으로 단순히 생존하는 것이 아닌, 반드시 성장해야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도 말했다.

곽 대표는 창업에 관심이 있는 학우들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시작하는 게 굉장히 어려웠어요. 아이디어가 있고 하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잘 될까 걱정이 되고, 취업을 해야 하나 창업을 해야 하나 같은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기도 했고요. 그런데 저는 그냥 시작했어요. 아무것도 아닌데 일단 시작했어요. 시작하는 것 자체에 너무 고민하면서 시간 보내지 말고 조금이라도 더 어리고 가능성이 있을 때 시작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학교 스타트업지원센터를 찾아가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저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도와드릴게요. 우리 함께 꼭 성공해요!”

[시리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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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생명자원학과 동물행동과학연구실 학생들
‘시민과학 풀씨’ 연구지원 사업 선정…‘조류충돌 모니터링’ 연구 수행

교내 다니엘관 강의실. 10cm 크기의 작은 새가 유리창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더니 그대로 창에 부딪혀 바닥으로 뚝 떨어졌다. 1층으로 내려가 봤다. 바닥에 떨어진 새는 숨을 몇 번 헐떡이더니 영영 눈을 뜨지 못했다. 일명 ‘조류충돌’(버드 스트라이크). 최근 고층 건물이나, 외벽이 유리로 된 건물이 늘어나면서 야생조류가 건물에 부딪혀 죽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이렇게 죽어나가는 새가 연간 800만 마리에 달한다. 4초에 한 마리 꼴이다.

삼육대 동물생명자원학과 동물행동과학연구실(지도교수 정훈) 고나영(19학번), 유현주(19학번), 김지수(20학번) 학생이 조류충돌로부터 새들을 구하기 위한 연구 프로젝트에 나섰다. 팀명은 ‘버드히어로’. 이름 그대로 새를 구하는 히어로가 되겠다는 뜻이다.

버드히어로 팀은 지난 4월 재단법인 숲과 나눔, 과학전문 매체 동아사이언스가 공동 주관하는 ‘시민과학풀씨 2기 연구 지원사업’에 최종 선정되면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관련기사▷동물생명자원학과 학생들, 시민과학 성장 이끌 연구자로) 시민과학풀씨는 환경·안전·보건 분야 연구자의 연구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아카데미 사업으로, 연구비 총 지원 규모는 300만원이다.

▲ 버드히어로 팀. 왼쪽부터 고나영 김지수 유현주 학생. 교내 제2과학관 동물행동과학연구실에서 박제된 조류를 들고 있다.

교내 동물행동과학연구실 멤버로 평소 조류에 관심이 많았던 팀원들은 자연스럽게 조류충돌 문제로까지 관심사가 이어지게 됐다. “인공둥지 모니터링을 하고, 생태조사에도 참여하면서 야생동물을 가까이에서 접할 기회가 많았어요. 그 과정에서 야생동물과 인간이 엮여있는 다양한 문제 상황을 인식하게 됐죠. 그중 야생조류 투명구조물 충돌 문제를 알게 됐어요. 매년 조류충돌로 800만 마리나 죽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어요. 이를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연구주제로 다루게 됐습니다.”

버드히어로 팀에 따르면, 야생조류의 충돌은 유리의 투명성과 반사성에 의해 발생한다. 보통 방음벽에선 투명성이, 건물에선 반사성이 문제가 된다. 교내 다니엘관 유리창에 부딪혀 죽은 새는 반사성으로 인한 조류충돌 사례다.

버드히어로 팀은 여름방학을 활용해 구리 갈매, 하남 미사, 고양 원흥, 충북 예산 등 전국 5개 지역 아파트 단지의 방음벽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모니터링 활동을 펼치고 있다. 기본적인 생태정보와 이동시기, 충돌흔, 사체 상태, 종별 충돌 양상 등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특정 종(種)이 어떤 사유로 얼마나 충돌하는지 유추할 수 있다. 고나영 팀장은 “야생조류 충돌 방지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정확하고 많은 양의 모니터링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모니터링에 중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 조사지역 중 한 곳인 구리시 갈매동 지도. 조사 범위를 설정해 기록했다.

시민과학 풀씨 사업은 ‘시민참여를 통한 과학의 대중화’도 중요한 목적이다. 선정 팀은 연구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 교육과 과학탐구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버드히어로 팀은 어린이 과학동아가 선발한 지구사랑탐사대 9기 가족 대원들과 매칭이 됐다. 이들을 대상으로 유튜브와 줌을 통한 강의, 미팅을 진행하고, 현장교육을 통해 함께 모니터링 활동을 하고 있다.

“조류충돌 문제는 특히 일반 시민들의 관심이 중요해요. 저희가 하고 있는 모니터링 활동이 대중화된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일상 속에서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거예요. 나아가 사회적으로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죠.” 팀원들은 “연구결과를 함께 시민들과 도출함으로써 과학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덮친 무더운 여름, 새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히어로들에게 장기적인 플랜을 물었다. “저는 생태가 적성에 잘 맞는 것 같아요. 특히 펭귄을 좋아해서 졸업 후 극지연구소에서 일하고 싶습니다.”(김지수) “야생동물을 위해 직접 현장에서 뛰어다닐 수 있는 국립생태원,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들어가고 싶어요.”(고나영) “오래전부터 환경영향평가원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대학원에도 진학할 생각이에요. 물론 저도 생태가 좋습니다!”(유현주)

[시리즈 연재]
[방학 뭐하니?] 유리창에 800만 마리 ‘쿵’…야생조류 구하는 ‘버드히어로’ 나선다
[방학 뭐하니?] “돌봄 업계 ‘배달의민족’이 되겠습니다”

[취뽀인터뷰] 문송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직무역량’

[취뽀인터뷰] (1) 롯데홈쇼핑 PD 홍선아(영어영문학부 14) 동문

미디어 커머스 시대. 홈쇼핑 업계는 그야말로 전쟁터입니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MZ세대가 소비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하면서 이들을 사로잡으려는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죠. 전통적인 TV홈쇼핑은 인터넷과 모바일로 옮겨가고, 예능·드라마에 홈쇼핑 포맷을 더한 ‘콘텐츠 커머스’, 고객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라이브 커머스’가 대세로 자리 잡았습니다. SNS상 움직임도 각양각색입니다.

홍선아 동문(영어영문학부 14학번, 2020년 졸)은 이처럼 급변하는 업계 환경 속에서 미디어 커머스 역량을 보유한 인재로 발굴돼, 2020년 하반기 롯데홈쇼핑 신입사원 공채 PD로 채용되었습니다.

대학교 2학년 때 호기심에 들어간 삼육대 SNS기자단 SU-LOVE 활동을 시작으로, CJ오쇼핑, 대학내일, KBS, 한국야쿠르트 등에서 인턴과 대외활동을 하며 포트폴리오를 쌓아온 그는 자신의 강점인 마케팅 역량과 디지털 콘텐츠 제작 능력을 결합해, 미디어 커머스 업계로 몸을 던졌습니다. 준비된 인재인 그에게 코로나로 인한 ‘역대급 취업난’과 ‘문송’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삼육대학교 홍보팀이 홍선아 동문과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인터뷰 기획 <취뽀인터뷰>를 연재합니다. 인터뷰는 2시간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취뽀자의 취업 노하우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이 기획의도이기에, 내용은 길지만 가급적 원문 그대로를 살리는 것을 편집 방침으로 삼았습니다. 홍선아 동문의 취업기를 소개합니다.

시청률보다 매출

Q. 먼저 ‘취뽀’ 소감은.

“코로나라 요즘 취업이 너무 어렵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더더욱 어려운 세상이다. 정말 운 좋게도 내가 하고 싶었던 PD 일을 하게 돼서 감사하고 기쁘다. 친구들이 많이 축하해줬다. 특히 부모님께서 너무 좋아하셨다.”

Q. 방송 PD는 익숙한데 홈쇼핑 PD는 조금 생소하다.

“기본적으로는 PD다. 방송국 PD와 하는 일은 비슷하다. 가장 큰 차이는 방송국 PD는 시청률이 중요한데, 홈쇼핑 PD는 매출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주인공도 콘텐츠보다는 상품에 맞춰져 있다. 어떤 것에 주력하느냐가 다르다.”

Q.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

“홈쇼핑 PD로서 할 수 있는 것이 크게 4가지다. TV, 모바일, 플랫폼, SNS(유튜브). 이전에는 TV에서 라이브방송을 보는 것만 있었는데, 최근에 회사에서 모바일 플랫폼도 새로 런칭하고, 모바일로 실시간 쇼핑할 수 있는 라이브 방송도 한다. 물론 유튜브도 한다. PD로서 다양한 업무 경험을 할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 직무와 팀 이동이 자유롭고 회사에서도 하고 싶은 것을 최대한 지원을 해주는 편이어서 매우 만족하고 있다.”

Q. 본격적으로 취업 과정에 대해 질문하겠다. 거두절미하고 스펙이 궁금하다. 구체적으로 공개가 가능할까. 모두 공개가 어렵다면 가능한 부분만 말해줘도 괜찮다.

“다 공개할 수 있다. 취준생 시절 정보가 너무 없어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합격하고 누가 물어보면 다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웃음). 일단 학점은 3.74다. PD는 어학이 필요하지 않아서 기재하지 않았다. 실제로 게을러서 높은 점수는 아니었다(웃음). 대외활동은 엄청 많이 했다. 마케팅동아리와 여러 대기업에서 대외활동을 했고, 이걸 바탕으로 인턴 4개, 프리랜서 1개 해서 총 5개의 실무경력이 있었다.”

Q. 인턴은 어디에서 했나.

“첫 인턴은 미국 뉴욕에서 했다. 학교에서 지원해준 프로그램이었다. 다음으로 KBS에서 디지털 뉴스를 만들었다. 3번째는 대학내일에서 디지털 마케팅 인턴을 했다.

이쯤 되니 내가 디지털 콘텐츠 역량이 있고, 마케팅도 잘하는 것 같은데 뭘 하면 좋을지 고민했다. 이것들을 결합한 콘텐츠 커머스를 하면 좋겠더라. 마침 CJ ENM에서 주최한 ‘미디어 커머스 영상 공모전’에 나가서 대상을 받았다. (관련기사▷삼육대 재학생, ‘미디어 커머스 영상 공모전’ 대상) 상금 300만원과 CJ온스타일 인턴 기회를 얻었다. CJ온스타일에서 인턴을 하면서 홈쇼핑 PD로서의 꿈을 구체화했다.”

Q. 대학 시절 굉장히 다양한 활동을 했는데,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묘하게 ‘점들이 선으로 연결(connecting the dots)’된다.

“대학생활 자체가 큰 범위에서부터 계속 차근차근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추려왔던 과정이었다.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돌이켜보니 그랬던 것 같다. 처음에는 마케팅에 관심이 생겨서 마케팅 활동을 했다. 그다음 관심 분야는 콘텐츠여서 콘텐츠를 했다. 이걸 합치면 콘텐츠 커머스다. 그럼 홈쇼핑 PD라는 직업이 나랑 잘 맞겠다고 생각해서 홈쇼핑 PD가 된 것이다.”

▲ CJ ENM ‘대학생 미디어 커머스 영상 공모전’ 대상작 영상 캡처. 홍선아 동문이 직접 출연했다. 스마트폰 거치대가 문어발 모양을 닮은 것에 착안, 실제 문어를 출연시키는 등 재치 있게 제품의 특장점을 설명한 점이 높게 평가됐다. 대상 수상으로 공채 서류전형 면제와 인턴십 혜택을 받았다.

스펙태클 전형

Q. 왜 롯데홈쇼핑이었나. 다른 곳에는 지원하지 않았나.

“물론 홈쇼핑 7개사에 다 지원했다. 2020년부터 본격적인 취업준비를 시작했다. ‘홈쇼핑 PD’를 정해놓고, 1년 안에 끝내자는 생각이었다. 만약 올해(2020년) 안에 안 되면 내년에는 PD가 아니더라도 내가 갈 수 있는 모든 곳에 (지원서를) 난사할 생각이었다(웃음). 그런데 상반기에는 코로나 때문에 공고가 전혀 안 났다. 하반기부터 뜨기 시작했다. 정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7개사 중에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이 롯데와 CJ였다. 특히 롯데는 디지털에 많은 대비를 하는 회사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모바일 플랫폼이나 콘텐츠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었다. 개인적인 인연도 있다. 2016년 롯데 아이디어 공모전에 참가해 홈쇼핑 부문에서 입선한 적이 있다. 당시 냈던 아이디어가 모바일 라이브에 관한 것이었는데, 신기하게도 최근 롯데홈쇼핑에서 굉장히 푸시를 하는 분야더라. 인연이라고 생각했다.”

Q. 채용 절차는.

“롯데그룹에는 ‘스펙태클 전형’이라고 해서 스펙을 전혀 보지 않고 기획안으로 평가하는 제도가 있다. 기획안으로 통과되면 면접을 보고, 인턴 3개월 후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과정이다. 기획안을 통해 이 분야에 재능이 있고, 트렌드나 시장을 볼 줄 아는 사람인가를 판단하겠다는 거다. 작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인턴 진행이 어렵게 되면서 인턴 과정 없이 기획안과 면접으로만 입사하게 됐다. 코로나 때문에 아주 힘들었는데 막판에 도움을 좀 봤다.”

Q. 어떤 기획안을 제출했나.

“문제가 2개였다. 첫 번째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홈쇼핑 방송의 차별화 전략’이었다. 코로나 시대에 가장 달라진 게 뭘까 생각했는데, QR코드였다. QR코드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어르신이나 아이들도 다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홈쇼핑 방송에 QR코드를 활용한다면 좀 더 많은 사람을 유입시키고 체류시간을 늘릴 수 있다는 전략을 제안했다.

두 번째는 롯데에 굉장히 많은 계열사가 있는데, ‘어떤 계열사와 우리 회사를 접목해서 재미있는 방송 기획안을 만들 수 있느냐’였다. 롯데마트에 있는 완구 전문 매장 ‘토이저러스’와 접목한 방송 기획안을 제출했다. 코로나로 인해 유아 박람회가 안 열린다고 하더라. 엄마들도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몰리는 시대다.”

Q. 면접은 어땠나.

“면접은 PT면접, 역량면접, 임원면접 등 3개로 나뉘었다. 임원면접 비중이 가장 작고, PT, 역량면접이 중요하다고 하더라. PT면접은 사전에 제출한 기획안을 7분씩 총 14분 동안 발표하는 과정이었다.

역량면접은 자기소개서를 기반으로 한 면접이었다. 정말 이걸 얘가 한 게 맞는지, 거짓말하는 건 아닌지, 이걸 통해서 뭘 배웠고,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가능성까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임원면접은 홈쇼핑이나 직무에 대한 일반적인 관심을 물어보셨다.

다른 홈쇼핑 회사에서도 면접을 봤는데, 롯데는 좀 더 세부적으로 물어보는 편이었다. 가령 우리 회사에 어떤 쇼호스트가 있는데, 다른 회사의 누구 쇼호스트와 방송 스타일을 비교하라는 식이었다. 다른 회사는 존경하는 인물이나 문구, 좋아하는 책 같은 일반적인 내용이나, 시장 트렌드, 앞으로 홈쇼핑의 방향 정도였다.”

Q. 후배들에게 면접 팁을 전해준다면.

“원래는 면접을 미리 준비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런지 자꾸 면접에서 떨어지더라. 왜 그럴까 생각했다. 내가 한 건 엄청 많은데, 그게 정리가 하나도 안 됐던 거다. 롯데 면접 볼 때는 학교 도서관에서 2주 동안 준비했다. 내가 뭘 했고, 뭘 배웠고, 이걸 앞으로 회사에서 어떻게 써먹을지, 이런 것들을 다 정리하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PT면접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외워가서 막힘없이 발표했다. 엄청 열심히 준비했던 기억이 난다. 면접관들이 나 같은 사람 처음 봤다고 했다(웃음).

두 가지 팁을 드리고 싶다. 면접에서 중요한 건 듣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거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나를 뽑는 사람 입장에서 구미가 당길만한 이야기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해봐야 한다. 내가 가장 오랫동안 했던 실수이기도 하다.

두 번째, 면접은 말을 잘해서 뽑히는 게 절대 아니다. 스피치 콘테스트가 아니다. 내가 어떤 활동을 해왔다면, 그걸 어떻게 전달할지 하나하나 세세하게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기업에 대해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나에 대해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내가 나를 모르면 남에게 설명해도 이해가 잘 안 되고 납득이 안 된다. 또 막상 긴장되면 알던 것도 생각이 안 날 수 있다. 그래서 내 경험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리를 해야 한다.

여러 회사에서 면접을 봤고, 여러 번 떨어졌다. 복기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많은 성장을 했다.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최종적으로 한 방에 터뜨릴 수 있었지 않았나 생각한다.”

경쟁사 출신 지원자

Q. 전체 채용 과정에서 본인의 어떤 경험과 역량이 가장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나. 타 지원자에 비해 어떤 차별성이 있었는지.

“아무래도 CJ온스타일 인턴 경험이지 않을까. 경쟁사였기에 면접장 들어갔을 때 굉장히 많은 관심을 받았다. ‘얘는 CJ에서 왔는데, CJ는 뭘 하고 있지’가 첫 번째고, ‘CJ에서 이런 것들을 했는데, 우리 회사에 지원해서 뭘 하려고 하는 거지’가 두 번째였다.

CJ온스타일에서는 모바일 라이브 팀에서 모바일 라이브 보조와 VOD 콘텐츠를 직접 제작했다. 제작한 콘텐츠를 CJ몰과 네이버 패션뷰티판에 올렸는데, 고객사가 영상을 사가서 광고까지 돌리더라. 큰 매출은 아니었지만, 가장 실무에 가까운 일이다. 실무자들이 했던 일이랑 똑같이 한 거다.

그런 경험을 어필했다. 나는 어떤 제품이 있을 때 마케팅적으로 소구를 잘할 수 있고, 이걸 콘텐츠로도 제작할 수 있는 제작자 역량도 있고, 홈쇼핑에도 관심이 있다는 것들을 잘 버무려서 전달했다. 채용자들 입장에서는 홈쇼핑에 관심이 있고, PD로서 역량도 충분하면서, 실제로 매출을 낸 경험이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 CJ온스타일 모바일라이브팀 인턴 시절. 홍선아(가운데) 동문이 래퍼 타이거JK, 비지와 블루투스 이어폰 모바일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Q. 대외활동 경험이 굉장히 화려하다. 대외활동은 자칫하면 실속 없이 시간만 때우게 될 수도 있는데. 좋은 대외활동을 선별하는 법이나, 다른 스펙과의 균형, 대외활동을 통해 무엇을 얻는 것에 집중하면 좋을지 조언을 한다면.

“대학생들이 스펙이 되게 급하다. 인턴을 하려면 대외활동 경력이 있어야 하고, 취업하려면 대외활동+인턴이 있어야 한다는 걸 다들 알게 된다. 근데 이걸 뒤늦게 깨닫고 무분별하게 뛰어든다.

조심해야 할 건 첫 번째 돈 내고 하는 대외활동은 절대 하면 안 된다. 얻어갈 수 있는 게 별로 없고, 돈까지 내니 두 배로 부담이다. 차라리 작은 회사에서라도 인턴을 하는 게 낫다. 두 번째는 1기 대외활동은 안 하는 게 좋다. 회사에서도 정신이 없다. 같이 휩쓸려서 남는 것 없이 시간만 보내게 될 수 있다.

반면 대기업에서 하는 대외활동은 대부분 체계적으로 잘 되어 있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젊은 세대들에게 기업을 홍보하는 취지도 있고,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기에 굉장히 많은 배려를 해준다.

무엇보다 본인이 대외활동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만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모든 직무가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마케팅이나 콘텐츠 쪽에서는 취업 과정에서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실제 그걸로 채용되기도 한다. 대외활동을 하면서, 내가 이걸 했고, 이걸 배웠고, 이걸 남겼다고 할 수 있을 만한 것들을 하길 바란다.”

Q. 삼육대 SNS 기자단 SU-LOVE 활동도 했는데.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 진짜다. 1학년 때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2학년이 됐다. 콘텐츠나 마케팅 이런 건 하나도 몰랐다. 학교 다니는 게 재미없었고,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도 몰랐다. 그냥저냥 떠밀려서 대학에 온 느낌이었다.

그러다 2학년 때 교내에서 SNS 기자단 모집 현수막을 봤다. 장학금을 100만원이나 준단다. 학교생활 하면서 돈도 벌 수 있겠다는 생각 반, 호기심 반으로 지원했다. 신문사나 VOS를 한 것도 아닌데 아무 경력도 없는 나를 가능성만 보고 뽑아주셨다.

그때부터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내가 이런 쪽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너는 이런 거 하면 잘할 것 같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힘을 얻고 계속해서 열심히 노력할 수 있었다.

대학생들이 처음 대외활동에 지원하려고 하면 자기소개서에 쓸 게 없다. 멘붕이 온다. 이럴 때 학교 공식 SNS 기자단 경력이 있으면 정말 잘 먹힌다. 어느 회사나 대학생들의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그런데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이고, 그런 활동까지 미리 해 본 사람이라면 당연히 뽑고 싶겠지. 강력 추천한다. 다들 꼭 지원하시기를.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다.”

▲ 홍선아 동문이 회사(롯데홈쇼핑) 편집실에서 영상 편집을 하고 있다.

첫째도 둘째도 ‘직무역량’

Q. 인문계열 학생들의 취업난이 상당한데. 어떤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할까.

“가장 중요한 건 ‘직무역량’이다. 이전에는 스펙이나 자격증이 있으면 플러스 된다거나 하는 게 있는데, 요즘은 이 직무에 맞는 인재인지, 직무연관성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내가 하고자 하는 직무가 무엇인지 충분히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방향설정을 명확하게 하고 그 직무와 연관이 될 만한 활동을 차곡차곡 쌓아나가야 한다. 홈쇼핑 7개사에 원서를 넣었는데, 그중에 5개 회사에서 면접까지 갔다. 이 정도면 굉장한 승률이다. 그 비결이 직무연관성이었다.”

Q. 신입생들은 취업을 위해 대학생활 로드맵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

“많은 도전을 해봤으면 좋겠다. 1학년 때부터 취업 준비하는 건 너무 무거운 것 같다. 1, 2학년 때는 방향을 바꿔도 되는 시기다. 이것저것 해보면서 나에게 맞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내가 재밌어하는 게 딱 있다. 그걸 계속 밀고 나가는 거다. 아까 말했듯, 넓은 범위에서 조금씩 좁혀가는 과정이다. 물론 4학년도 늦지 않는다. 내가 첫 인턴 했을 때가 4학년이었다. 23살이었다. 취업한 지금은 27살이다.”

Q. 취업 과정에서 학벌이 얼마나 영향을 미친다고 보나.

“취업에서 학벌이 중요한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는 아니다. 블라인드 전형이 일반화되는 추세이고, 내 경우처럼 기획안이나 포트폴리오로 채용을 하는 회사들도 굉장히 많아졌다. 특히 마케팅이나 콘텐츠, 디자인, 영상 쪽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더더욱 개인의 포트폴리오가 자산이 될 거다.

학교에서는 전공수업뿐만 아니라, 정말 많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그런 것들을 최대한 활용해서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쌓아나갔으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나중에는 어디 출신이 아니라 자신의 역량으로 당당하게 합격할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해 있을 거다.”

Q. 마지막으로 신입사원의 포부 한 말씀. 어떤 PD가 되고 싶나.

“올라운더 PD가 되고 싶다. 미디어 커머스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이 시기에 내가 어디를 가서 무엇을 하든지 다 잘할 수 있는 그런 PD가 되고 싶다. 그러려면 트렌드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하고, 도태되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해야겠지. 콘텐츠도 열심히 볼 거다. 회사에서 하는 것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콘텐츠 제작자로서 역량을 높일 수 있는 활동을 열심히 하고 싶다.”

홍선아 동문의 취업 전 활동경력

[인턴]
CJ온스타일 모바일라이브팀 / 인턴PD
한국야쿠르트 / 프리랜서 콘텐츠 제작자
대학내일 / 디지털 마케팅팀 인턴
KBS 디지털뉴스 / 지역 인턴
Latin Trends / 뉴욕 인턴

[대외활동]
연세대학교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 양성과정 수료
이니스프리 대학생 마케터 그린어스 17기
오로나민 씨볼단
불스원 불스워너 3기
한국대학생마케팅협회 9기, 10기 부협회장
SPELL YOUR STORY 토크 콘서트 기획
고려대학교 축제 코너, “고해” 기획
외국인 교환학생을 위한 풋살 토너먼트 “Sparklings” 기획

[수상]
CJ ENM 미디어 커머스 영상 공모전 / 대상
삼육대학교 / 직무분석 UCC대회 / 우수상
삼육대학교 / 포트폴리오 공모전 / 대상
삼육대학교 / 프레젠테이션 대회 / 최우수상
2016롯데 아이디어 공모전 / 롯데홈쇼핑 부문 입선

[학내]
삼육대학교 SNS기자단 SU-LOVE 2기, 3기 회장

[시리즈 연재]
[취뽀인터뷰] (1) 문송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직무역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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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트마스터의 특별한 제안, 우리 가족의 특별한 식사를 준비하는 안심마켓 밀구루” – 롯데쇼핑 밀구루 광고 내레이션

반역 음모를 꾸미는 제국의 장군부터 잔잔한 클래식 음악을 배경으로 깔리는 꿀 떨어지는 내레이션까지, 매일 다른 인생을 사는 남자가 있다. 그의 직업은 성우다.

우리 대학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박민기(10학번) 동문은 2018년 6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대교어린이TV 8기 공채 성우로 데뷔했다. 이후 2년간의 전속기간을 마치고 지난해부터 프리랜서 성우로 활동하고 있다. 그간 연기한 캐릭터만 어림잡아 수십 개. 기업광고까지 따지면 셀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코로나를 계기로 미디어·콘텐츠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요즘 그를 찾는 곳은 더 많아졌다. 방송국뿐만 아니라, 유튜브, OTT 플랫폼, 오디오북, 팟캐스트, 광고까지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목소리로 연기하는 배우, 박민기 동문을 만나 성우의 삶을 들여다봤다.

성우의 일상

Q. 성우의 하루는 어떤가요? 직장인처럼 루틴이 있나요?

“그날, 그 주 일정에 따라 매번 달라요. 한 군데에서만 일하지 않고 여기저기 녹음실에 다녀요. 집에서 작업해서 보낼 때도 있고요. 매일 반복되는 게 있다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목을 푸는 겁니다. 언제든지 최상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준비해놓고 하루를 시작해요. 당장 1~2시간 이내에 와줄 수 있냐고 갑작스럽게 녹음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거든요. 밤 11시에 침대에 누웠는데 전화 와서 급하게 수정녹음 요청이 온 적도 있어요. 그러면 다시 녹음해서 보내드리고. 그렇습니다. 제 일상이. 하하.“

Q. 성우는 목소리가 자산인데, 특별한 관리 방법이 있나요?

“도라지 배즙 많이 챙겨 먹어요. 프로폴리스 스프레이도 쓰고요. 목이 조금 힘들거나 무리를 한 것 같으면 한 번씩 뿌려줘요. 자기 전에 목 마사지를 하거나, 손수건을 목에 둘러서 최대한 따뜻하게 보호해주기도 해요. 상식적인 것들인데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더라고요.”

Q. 그동안 어떤 작품에 참여했나요? 대표작을 꼽아주신다면.

“공채로 데뷔한 지 얼마 안 돼서 ‘짬’으로 보면 아직 막내예요.(웃음) 아실만한 작품은 아직 없지만 그래도 말씀드리면, 재능TV에서 방송된 애니메이션 <바쿠간 배틀 바쿠기어>에서 ‘매그너스’라는 캐릭터랑 ‘라이트닝’이라는 강아지 역할을 했습니다. (▷영상보기)

제 출신인 대교에서 현재 방송 중인 <베이블레이드 슈퍼킹>에서는 아나운서, 척 두 캐릭터를 맡고 있고요. <황자님께 입덕합니다>라는 무빙툰에서는 ‘챈슬러’라는 왕국의 장군, 음모를 가지고 있는 악역을 연기했습니다. (▷영상보기)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되고 있는데 굉장히 즐겁게 참여한 작품입니다.“

▲ (왼쪽) 코로나로 인해 클라이언트와 화상으로 피드백을 주고받기도 한다. (오른쪽) 집에 있는 방음부스에서 녹음 중인 모습.

난 성우가 될 거야

박민기 동문이 성우의 꿈을 처음 갖게 된 건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당시 KBS2에서 방송되던 생활정보 프로그램 <VJ특공대>를 본 그는 성우의 맛깔나는 목소리와 거침없이 ‘콸콸콸~’ 몰아치는 내레이션에 완전히 사로잡혔다. “성우라는 직업을 좀 더 알아보니, 여러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목소리로 다른 사람의 삶을 대신 살아볼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평범한 일상에 큰 매력으로 다가왔죠.” 그때부터 주변에 ‘난 성우가 될 거야’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Q. 부모님께서는 뭐라고 하셨나요?

“아버지가 엄청 반대하셨어요. 거의 1달 동안 대화를 못 했어요. 원래 지방에 살았는데,제 교육 때문에 온 가족이 서울로 이사를 왔어요. 그런데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성우라는 거에 빠진 거죠. 그렇게 크게 화를 내신 건 처음이었어요. 하지만 나중엔 정말 열렬한 지원자가 되어주셨죠.”

Q. 아버지 마음을 어떻게 움직였나요?

“고3 때 성우과에 지원을 했는데 자기소개서를 보여드렸어요. 성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마음으로 지원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할지. 아버지가 보시고 진지하구나, 생각 없이 아무것도 모르고 지원한 게 아니구나 한 걸 알게 되신 거죠.

공채 합격한 날이 아직도 기억나요. 합격했다고 아버지한테 전화로 먼저 말씀드리고 집에 들어갔어요. 서로 얼굴 보자마자 울면서, 아이고 고생했다, 아이고 고생했다. 그리고 그날 축하하고 잠들었어요. 다음날 일어나서 얼굴 보고 또 울고(웃음). 3일간 아버지랑 서로 얼굴만 보면 울었던 기억이 나요.“

Q. 준비기간이 힘들었나 봐요. 성우 공채는 어떤 식으로 준비하나요?

“보통은 성우 학원에 다녀요. 매주 몇 시간씩 학원에 가서 여러 대본으로 계속 연기 연습하고, 감정, 발성을 배우고 훈련합니다. 방송국 시험 시즌이 되면 방송국별로 선호하는 스타일을 집중적으로 연습하면서 시험에 대비해요. 떨어지면 계속 또 학원에 다니고요. 저는 학원만 거의 6년 정도 다녔어요. 계속 알바를 하면서 학원비를 벌었고요.”

Q. 공채 문이 많이 좁은 편인가요?

“제가 합격한 대교어린이TV 외에 KBS, 투니버스, 대원방송, EBS 이렇게 다섯 개 방송국에서 공채 시험을 진행하고 있어요. 매년 뽑는 곳도 있고, 2~3년에 한 번씩 진행하는 곳도 있는데, 평균적으로 1년에 20명 정도의 신인 성우들이 공채를 통해 데뷔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전체 응시인원은 3천명 정도고요. 그만큼 참 문을 뚫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가 입사한 대교는 남녀 한 명씩 뽑거든요. 그때 경쟁률이 650대 1이었어요.”

Q. 경쟁률이 어마어마하네요. 잘 돼서 다행이지만, 기약 없이 마냥 준비하는 게 위험한 일일 수도 있는데.

“아마추어 성우로는 계속 활동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어느 정도 ‘리미트’를 걸어놨어요. 특정 시점까지 1차 통과 못 하면 접자. 그런데 그때 1차를 처음 붙었어요. 그리고 몇 년 내로 최종까지 못가면 끝내자 했는데, 제가 정한 마지막 공채에서 최종시험까지 올라갔어요. 그 뒤에 아버지한테 조금만 더 해보겠다고 사정해서 진짜 마지막 시험으로 대교에 도전했고 결국 합격하게 됐죠.”

Q. 아마추어로도 활동하셨는데, ‘공채 성우’가 된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 건가요? 공채와 비공채의 신분상 차이는요?

“성우 공채시험에 합격하면 2년 동안 해당 방송국과 전속계약을 맺어요. 전속기간이 끝나면 한국성우협회에 가입할 수 있는 자격이 생겨요. 협회 정회원이 되면 소속 방송사에 관계없이 프리랜서로 활동할 수 있어요.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성우라 불리는 건, 공채를 통과해서 협회 회원이 된 성우를 말해요. 조금 예민한 문제이긴 한데, 요즘은 협회와 비협회 성우들이 혼재돼서 활동하고 있긴 합니다. 그래도 확실한 경계를 두면, TV에 온에어 되는 작품에 캐스팅될 수 있는가 없는가의 차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야, 너두 성우 할 수 있어

Q. 성우는 타고나는 건가요? 만들어지는 건가요? 좋은 목소리를 타고나지 않으면 성우가 될 수 없나요?

“좋은 목소리란 뭘까요? 흔히 말하는 동굴 목소리나, 간드러진 목소리가 전부는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내가 가진 안정적인 목소리,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편안한 목소리는 누구에게나 좋은 목소리가 될 수 있죠. 그렇기에 타고나지 않아도 후천적인 노력과 훈련을 통해 얼마든지 성우가 될 수 있습니다.

저도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야 네가 무슨 성우야’ ‘그 목소리로 무슨 성우를 한다고 그래’라는 말을 되게 많이 들었어요. 그래도 별로 상처가 되진 않았어요. 저는 성우가 될 수 있다고 믿었고, 훈련을 통해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거든요. ‘성우는 이래야 해’ 하는 것도 고정관념이라고 생각했어요. 내 목소리를 사랑해주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아요. 최소한 가족부터 시작해서, 친구들도 그렇고. 내 목소리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누구든 성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성우들의 직업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고 들었어요. 한국고용정보원 조사에서 거의 매년 ‘톱5’에 들더군요.

“변화무쌍한 직업이잖아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항상 출근해서 시재 점검하고 물건 점검하고 손님 오시면 상대하고 청소하고 퇴근하고 똑같았어요. 그런데 성우는 하루에도 몇 번씩 다른 삶을 사는 거예요. 어제는 A였는데 오늘은 B가 될 수 있어요. 다음 주에는 어떤 캐릭터로 청취자를 만날지 전혀 모르는 거예요. 매일 매 순간이 신선하고 새로워요. 그런 기대감 때문에 직업 만족도가 높지 않나 생각해요.”

Q. 요즘 콘텐츠 업계가 급변하고 있는데, ‘목소리 시장’의 영향은 어떤가요? 성우로서 활동 범위가 더 넓어진 것 같나요?

“확실히 넓어진 걸 체감해요. 오디오북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기존 방송국뿐만 아니라, OTT 플랫폼에서 자체 제작하는 콘텐츠도 많아졌어요. 또 지금까지 화면 뒤에만 존재하던 성우들이 유튜브를 통해 ‘성우 누구누구’로 전면에 나올 수 있게 됐죠. 할 수 있는 것들이 굉장히 많아졌어요. 당장 돈이 되느냐 안 되느냐를 떠나서 도전해 볼 수 있는 영역이 많아졌다는 것은 굉장히 반갑고 매력적인 일이죠.”

Q. 인공지능 성우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좌중 웃음, 그리고 탄식) 아. 그렇죠. TTS(문자 음성 자동변환) 같은. 솔직히 처음 AI 음성을 들었을 땐 ‘어떡하지’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내가 필요 없는 순간이 올 수도 있겠구나. 한편으론 신기하더라고요. 내레이션을 들어보면 ‘오, 이게 AI라고?’ 놀랄 때가 있어요.

저는 성우한테 가장 중요한 자질이 ‘공감’이라고 생각해요. 대본을 보고 내가 맡은 캐릭터에 공감해야 이 캐릭터가 말하는 것을 잘 표현할 수 있죠. 또 시청자들과도 공감해야 해요. 나만의 세계에 빠지면 안 돼요. 내가 표현하는 이 대사가 듣는 사람에게 다가가고 공감시킬 수 있는 능력.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만이 줄 수 있는 공감은 AI가 따라오기에는 아직 좀 더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목소리의 힘

Q. 진로를 일찍 정하셨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본인이 하고 싶은 게 명확했잖아요. 그런데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습니다. 전공과 대학 생활은 어떤 의미였나요?

“대학 진학할 때 많은 고민이 있었어요. 실제 성우과에 원서를 넣어 합격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제가 성우가 되고 싶은 이유는 목소리로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보고 싶어서였잖아요. 더 넓은 시야를 갖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배워보고 싶었어요. 또 목소리로 사회에 봉사하고 이바지할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사회복지학을 배우면 그 접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삼육대에 입학하게 됐죠.”

Q. 시간 낭비라는 생각은 안 들었나요?

“조금 혼란스러웠던 시기는 있었어요. 처음엔 괜찮았는데 학년이 올라가면서 점점 심화된 내용을 배우잖아요. 이런 것들을 내가 어디까지, 어느 선까지 배워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성우라는 진로가 너무 명확했으니까, 학업에 충실하지 못했죠.

그러다가 노인복지관에 실습을 나갔어요. 어르신 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는데, ‘청년이 잘 들어주니 고맙네’ ‘목소리가 좋네’ ‘목소리가 차분해서 내가 말할 때 존중받는 느낌이 드네’ 이런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목표를 갖고 처음 입학했을 때가 생각났어요. 내 전공과 목소리로 사회복지 분야에 이바지할 수 있겠구나, 내가 좀 더 잘 배워야겠다. 마음을 고쳐먹었죠.

배리어프리 영화(시청각장애인을 위해 음성·화면 해설을 삽입한 영화)는 사회복지뿐만 아니라, 성우 업계에서도 계속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에요. 저 역시 화면해설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고요. 시각장애인을 위한 책 낭독 작업도 많이 했습니다.“

Q. 어떤 성우가 되고 싶나요?

“희망을 주는 성우가 되고 싶어요. 고등학교 시절 개인적으로 마음이 힘들었던 시기에 <VJ특공대>를 보면서 즐거워했던 기억이 나요. 성우라는 꿈을 갖게 됐고요. 누군가 내 목소리를 듣고 희망을 느낄 수 있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다른 의미의 희망도 있어요. 저는 다리에 장애가 있습니다. 공채 합격 전 면접을 보거나 일을 하러 가면 ‘넌 다리가 불편하니까 좀 어렵겠다’ 이런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럴 때마다 더 잘 해내려고 노력했어요. 다리가 아프니까, 몸이 아파서 할 수 있을까, 그런 시선에도, ‘어. 난 할 수 있어. 난 해냈거든. 그러니까 다 할 수 있어.’ 그런 희망을 주는 성우가 되고 싶습니다. 장애가 있다고 해서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Q. 목소리가 가진 힘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목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울립니다. 내가 진정성 있게 전하고 싶은 감정을 담아서 전하면 듣는 사람이 그걸 느낄 수 있어요. 시각장애인 복지관에서 동화책 읽어주는 낭독 봉사를 한 적이 있어요. 한 친구가 너무 재밌고 좋았다고 하는 얘기를 들었어요.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이 느껴지더라고요. 내 목소리로 이 친구에게 즐거운 감정을 느끼게 했구나. 내가 이 캐릭터와 동화책을 통해 남들이 느꼈으면 하는 것을 이 친구가 정말 느꼈구나. 그런 마음의 울림, 공감 같은 것들이 목소리가 가진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건 AI 성우가 결코 할 수 없는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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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대학 생존위기, 삼육대의 대응 방안은?

김일목 총장 <재림마을 뉴스센터> 인터뷰
“명확한 비전과 전략 수립” 강조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을 닫을 거라던 우려가 그저 먼 미래의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2021학년도 새 학기 들어 정원을 채우지 못한 학교가 줄줄이 발생하면서 대학의 정원 미달은 현실이 됐다. 역대급 추가모집에도 상당 수 대학이 수백 명씩 학생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의 생존위기를 걱정하는 언론보도가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온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앞으로 더욱 심화할 거라는 점. 이를 바라보는 성도들의 시선도 걱정스럽긴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우리 교육기관은 이에 대해 어떤 대응방안 갖고 있고,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재림마을 뉴스센터>는 삼육대학교 김일목 총장에게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중장기 대응책과 경쟁력 강화 방안을 들었다. – 편집자 주 –

Q. 삼육대학교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중장기 대응책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습니까?

– 첫째, 인구감소 시대에 대응할 명확한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대학의 중장기발전계획인 ‘SU-MVP+ 플랜 2025’에 따라 다양한 세부 전략과제들을 추진되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시대에 대응하면서도 앞선 전략과 실행과제를 재정립하고, 발전계획을 고도화하는 작업을 진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학령인구 감소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한 대내외 환경 변수, 정부정책 방향까지 고려해 2030년까지 적용될 새로운 ‘SU-GLORY 플랜 2030 발전계획’(가칭)과 전략과제를 연내에 발표할 것입니다.

둘째, 대형 국고 지원사업을 통해 대학 경쟁력을 강화할 것입니다. 기존 CK-II(수도권대학특성화사업), ACE+(대학자율역량강화지원사업)의 성과와 현재 진행 중인 대학혁신지원사업을 통해 학부교육 전반에서 대대적인 혁신을 이루고 있습니다. 향후 BK21+, SW중심대학, LINC+사업을 수주하여, 지역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고, 보다 고도화된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셋째,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미래교육 역량 강화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첨단 강의실 및 원격강의지원 시스템 구축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데이터에 기반한 교육·행정의 질 관리 시스템 또한 필수가 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른 중점전략을 업데이트하고, 실행과제를 도출해 이를 추진하고자 합니다.

넷째, 대외평가를 통해 삼육대의 브랜드 역량을 강화할 것입니다. 중앙일보 대학평가, QS 세계대학평가, THE 아시아 대학평가 등에 참여하여 삼육대의 역량을 객관적 수치로 입증하고, 각 평가 지표를 고려한 정책을 추진하여, 경쟁력을 높이고자 합니다. 교육과 연구 분야에서 2025년까지 세계평가 200위, 국내평가 20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성과 영성과 신체의 균형진 전인교육을 통한 인류사회 기여’라는 삼육대의 설립이념과 ‘진리와 사랑의 봉사자’라는 인재상에 따라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입니다. 발전계획과 대응방안은 이 같은 대전제하에 이뤄질 것입니다. 지속적인 기도를 요청드립니다.

Q. 특성화 교육 등 삼육대학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총장님께서는 어떠한 전략을 구상하고 계십니까?

– 건강과학특성화, 첨단도시농업특성화, ICT특성화, 문화예술특성화를 중점적으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먼저 의료, 보건, 상담계열 학과를 중심으로 생활건강증진을 위한 예방의학 차원의 건강과학특성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원예, 조경, 디자인 분야 학과를 통해 안전식품, 도시조경 분야 인재를 양성하는 첨단도시농업특성화, 컴퓨터 테크놀로지와 결합된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는 ICT특성화, 문화콘텐츠와 연관 학문이 결합된 문화예술특성화도 강화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인성교육특성화는 우리 대학이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분야입니다. 인성교육원과 사회봉사단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기독교 정신 기반의 각종 인성교육 프로그램은 삼육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강점입니다.

이 같은 특성화 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교과, 비교과 프로그램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교육성과 평가를 통해 프로그램을 개선하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습니다. 특성화 교육을 위한 계획과 예산을 별도로 수립하고, 재원을 확보하여 교육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고, 예산이 적절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관련 위원회도 구성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행정시스템을 간소화하고 고도화하여 특성화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지속적으로 마련해 실행할 계획입니다.

Q. 학령인구 감소에 맞도록 대학의 정원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들려옵니다. 대학을 연구중심, 교육중심, 직업훈련 및 평생교육 등 각각 분리해 역할을 나누자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총장님께서는 삼육대학교의 미래교육 방향성을 어떻게 그리고 계십니까?

– 대학을 연구중심, 교육중심, 직업훈련과 평생교육 등으로 각각 분담해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정부 차원에서 구체화된 것은 없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대학을 기능별 분담체제로 개편하는 것 역시 하나의 현실적인 구조조정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삼육대는 교육중심 대학으로, 앞선 2017년 교육부의 ‘잘 가르치는 대학’(ACE+)에 선정되면서 이미 교육역량을 공인받은 바 있습니다. 앞으로도 학부교육의 지속적인 개선과 혁신을 추진하여 명실상부한 ‘잘 가르치는 대학’으로 도약할 것입니다. 이를 위한 몇 가지 방향성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급변하는 산업 구조와 사회 수요에 맞춰 학과 융·복합 및 신설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학과구조개선위원회를 통해 지난해 지능정보융합학부와 항공관광외국어학부를 신설해 첫 신입생을 선발했습니다. 지능정보융합학부는 인문사회계열인 경영정보학과와 공학계열인 IT융합공학과를 통합한 학부입니다. 항공관광외국어학부는 기존 중국어학과와 일본어학과를 통합했습니다. 올해는 바이오융합학과를 신설하여 바이오산업 인재를 양성하고, 인공지능융합학부로의 학과 개편도 추진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연계전공과 융합전공을 활성화하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여러 학문 분야를 자유로이 넘나들면서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고 융합적인 안목을 배양하도록 교육하기 위함입니다. CK-II, ACE+, 대학혁신지원사업을 통해 다양한 연계전공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독연계전공과 휴먼ICT연계전공은 우리 대학의 대표 연계전공과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신설되는 학과, 학부간 연계, 융합 전공을 통해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 양성을 위한 체계를 마련할 것입니다.

아울러 ‘원격교육지원센터’를 신설해 디지털 교육역량을 강화할 것입니다. 디지털에 기반한 통합운영시스템을 갖추고, 교육 콘텐츠를 확충할 것입니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적극 활용해 교육효과를 높이는 것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과제입니다. 첨단강의실, 원격강의실도 추가 구축해 원격교육의 내실화를 이뤄나가겠습니다.

▲ 김일목 총장이 화상으로 교수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Q. 끝으로 삼육대학교의 발전을 위해 기도하고 계신 국내외 성도들에게 당부나 강조의 말씀이 있으면 해 주십시오.

–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의 위기가 올해 입시를 기점으로 현실화된 듯합니다. 국내외 많은 성도께서도 우려를 갖고 계실 줄로 압니다. 하지만 말씀드린 것처럼 삼육대는 중장기발전계획과 전략과제, 특성화를 바탕으로 대내외 변수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고 있습니다.

삼육교육은 우리 대학의 본분이요, 설립 목적이요, 존재 이유입니다. 올해는 삼육대가 개교 115년이 되는 해입니다. 일제강점기와 6.25 동란, 근대화와 산업화 등 질곡의 수레바퀴 속에서도 우리는 숭고한 교육이념의 토대 위에서 대학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우리의 경쟁력은 하나님이시며 또한 하나님을 붙드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역량에 달려 있음을 믿습니다. 모든 유무형의 자원을 소유하신 하나님을 의지하여 구성원들의 역량을 계발하고 맡겨진 과제들을 최선을 다해 감당해 나가겠습니다. 재림성도들께서 삼육대에 대한 긍지와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삼육교육의 이념과 선교사명을 구현하는 일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한마음으로 기도해 주시고 성원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재림마을 http://www.adventist.or.kr/app/view.php?id=News&category=1&no=10470

[청춘의 독서] (8) 박정양 음악학과 교수

삼육대학교 홍보팀이 인터뷰 기획 ‘청춘의 독서’를 연재합니다. 우리 대학 교수님들이 청춘 시절에 품었던 고민과 의문, 희망 혹은 사랑 같은 것들을 ‘독서’라는 화두로 풀어보는 인터뷰 코너입니다.

코너 이름인 ‘청춘의 독서’는 유시민 작가의 동명 저작에서 따왔습니다. 하지만 기획 의도는 “청춘은 들고양이처럼 재빨리 지나가고 그 그림자는 오래도록 영혼에 그늘을 드리운다”(<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p.141)는 문장에 보다 가까운 것 같습니다.

청춘은 느닷없이 지나가 버렸지만, 교수님 인생에 여전히 깊고 뚜렷한 흔적으로 남아있는 책을 물었습니다. 그리고 그 대답을 삼육대학교 구성원 모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이 사소한 대화가 삶의 갈림길에 선 우리 대학 청춘들에게 작은 길잡이가 되길 소망합니다. ─ 편집자 주


Q. 교수님께 독서란 무엇인가요?

“‘단백질’이라고 생각합니다. 단백질은 생명체가 성장하는 데 꼭 필요한 요소입니다. 성장한 세포를 유지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고, 노년에는 건강을 위해 반드시 섭취해야 합니다. 특히 운동선수처럼 일반인보다 역동적으로 활동하는 사람은 더 많은 단백질이 필요하죠.

독서라는 것은 우리 정신세계에서 마찬가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적인 활동을 더 활발히 하거나, 책임 있는 위치에 있거나, 조직에서 남다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정신적 머슬’을 갖춰야 하는데, 여기에 반드시 독서가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독서란 단백질이라고 생각합니다.“

Q 작곡을 전공하셨습니다. 어떻게 작곡가의 꿈을 갖게 되셨나요?

“아버님이 목사님이셨는데 주로 시골에 발령을 받으셨습니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다양한 소리를 들으면서 자랐습니다. 바람 소리, 풀벌레 소리, 그리고 밤이면 무서운 소리. 캄캄한 밤에 화장실에 가려면 대문까지 한참을 걸어가야 하는데, 그때의 공포감 같은 것들이요. 그런 자연이 주는 다양한 느낌과 감성을 풍부하게 겪었던 것 같습니다.

또 아버님이 클래식 음악 LP판을 많이 소장하셨는데, 그걸 많이 들었습니다. 시골이라 딱히 할 게 없었어요. 더구나 아버지가 목사님이시라 세속적인 문화에 차단되어 있었죠. (웃음) LP판을 듣는 게 유일한 낙이었습니다. 그렇게 반복적으로 수백 번을 듣다 보니 나중에는 음악을 거의 외우다시피 했습니다. 그러면서 ‘음’이라고 하는 세계에 어떠한 규칙, 원칙이 있다는 것을 막연하게 깨닫게 됐어요.

그러다 중학교 때쯤 우연히 화성학 책을 접했는데,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내가 궁금해했던 것들이 거기에 다 들어있었어요. 그렇게 화성학을 독학하고, 교회에 있는 풍금으로 멜로디에 화음도 붙여보고 아버지한테 들려드리니까 잘했다고 안아주시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꼭 작곡가가 돼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음의 세계에 빠져 있었어요. 집에서는 신학을 전공하길 원하셨지만, 결국 작곡과에 갔고 제 커리어가 시작됐습니다.“

Q. 현재 중견 작곡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계십니다. 그간 한국과 서양의 음악기법, 정서를 융합하는 시도를 많이 하셨어요. 대표작으로 우리 민요 아리랑을 바로크부터 낭만파까지 서양음악의 양식을 빌려 재탄생시킨 ‘아리랑 변주곡’이 있습니다. 한국창작무용단과도 무대를 올리셨고요.

“국내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에서 석·박사를 했습니다. 유학을 간 이유는 서양음악사에서 발전된 첨단 음악 기법이나, 미학적인 세계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현지 교수들은 오히려 동양에서 온 한국 작곡가가 왜 서양적인 것을 추구하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서양음악의 시스템이나, 테크닉, 기법을 활용하더라도, 음악적인 재료와 소재는 “너만의 것, 네 나라의 것, 우리(서양)에게 없는 걸” 하라는 거였죠. 김치를 아주 좋아하는 한 교수님은 “김치 맛을 좀 보여 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한국음악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었습니다. 물론 국악개론을 공부하고 경험한 적은 있었지만, 그것으로 세계무대에서 서양음악의 수준에 매칭할 수 있을 정도의 작품을 만든다는 것은 한참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죠. 한국에 있을 때 공부할 기회가 많았는데 부끄럽고 자존심 상하고, 후회가 많이 됐습니다.

그때부터 미국에서 한국음악 관련 책을 닥치는 대로 구해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고대 유교 경전인 <예기(禮記)>부터 <한국음악사>, <국악작곡입문>, <판소리의 이해>, <한국음악의 멋> 등 한국음악의 미학, 철학, 역사뿐만 아니라, 미술, 춤, 건축 등 다양한 장르의 한국예술을 공부했습니다. 한국의 리듬이나 선율, 형식적인 특징을 이해하고, 한국음악은 어디에서 영향을 받았는지, 그 뿌리는 뭔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야 세계화에 보탬이 될지, 내 작품이나 정체성에는 어떻게 적용할지 하는 문제들이 계속해서 숙제로 남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나온 작품이 ‘아리랑 변주곡’(아래 영상)이었습니다. 아리랑을 베토벤, 슈만, 리스트, 바흐 등 여러 서양 작곡가의 양식으로 변주한 작품입니다. 우리 전통놀이 음악인 ‘강강술래’를 관현악판타지로 편곡하기도 했고요. 지금까지도 한국적인 소재와 정서를 서양악기로 표현하는 작업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Q. 작곡가에게 책이란 무엇입니까.

“매우 큰 영향을 받죠.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자산입니다. 지난해 비올리스트 김남중의 위촉을 받아 작곡해 스페인에서 초연한 ‘Transcendental Sonority for Viola Solo(비올라 독주를 위한 초월적 울림)’는 칸트의 ‘선험적 관념론’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작품입니다. (관련기사▷창작곡 ‘초월적 울림’ 스페인서 세계 초연한 박정양 교수) 작곡자, 연주자, 청중 모두 경험적(Empirical) 인식보다는 선험적(Transcendental) 직관과 감성에 의존해서 작곡하고, 연주하고, 감상하는 경우가 많다는 아이디어를 곡에 담았습니다.

보통 아이디어와 악상이 만나는 지점이 계기가 돼 곡을 씁니다. 작품을 쓴다는 것은 단순히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철학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영감을 주는 원천이 있어야 합니다. 그게 바로 책이라는 거죠. 또 작가는 과거의 유물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창조물을 내야 하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렇기에 끊임없이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와 호흡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책을 계속해서 읽어내야 합니다.“

Q. 얼마 전 학술정보원장(도서관장)으로서 기획하고 추진하신 ‘길 위의 인문학’이 코로나 가운데서도 성황리에 마무리되었습니다.  보건, 심리, 미술, 원예, 체육, 컴퓨터공학 등 다양한 전공 분야 교수님들이 본인 전공의 관점으로 클래식 음악 이야기를 하는 통섭적 시도가 눈에 띄었습니다. 어떻게 기획하시게 됐나요?

“대학에서 도서관은 상징적인 공간입니다. 지난해 초 학술정보원장으로 부임하면서,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빌려보거나 공부하는 공간이 아니라, 여러 인문학 강의, 전시회, 음악회가 열리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차에 한국도서관협회가 비슷한 취지로 ‘길 위의 인문학’이라는 도서관 지원사업을 공모했고, 우리 학술정보원이 선정돼 예산 지원을 받게 됐습니다. (관련기사▷학술정보원 ‘길 위의 인문학’ 개강…10주간 인문행사 풍성)

<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 이야기>라는 책을 주제도서로 정하고, 10주간 다양한 전공 분야 교수님을 강단에 모셨습니다. 각기 다른 전공 교수님들이 클래식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서로 다른 시각과 경험, 체험을 이야기해주셔서 매우 입체적인 강연이 됐습니다. 또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시 낭송 음악회 등 코로나 상황에서 공감과 치유에 포커스를 맞춘 여러 부대행사도 마련해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관련기사▷학술정보원 시낭송 음악회 “코로나 블루 위로”) 지난해 프로그램을 운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올해는 더 깊고 넓은 시도를 할 계획입니다.“

Q. 2019년 대학원에 통합예술학과를 신설하고, 초대 학과장을 맡으셨습니다. 작곡가로서 교육자로서 행정가로서 진행하는 여러 프로젝트에서 ‘통합예술’이라는 공통된 키워드가 눈에 들어옵니다.

“바야흐로 융복합의 시대입니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다양한 산업 분야가 합종연횡하면서 막대한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되고 있습니다. 시대정신과 함께 호흡해야 하는 예술인의 역할도 이에 맞게 달라져야 하지요. 예술인들이 자신의 장르와 전문 분야에만 갇혀 있고, 융합하지 않으면 결코 선도적인 역할을 하기 힘들어질 겁니다. 예술도 산업이나 다른 학문 분야와 협력하고 융합해서 시너지를 내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통합예술적 사고를 갖춘 예술교육 지도자를 양성하는 것은 대학의 역할일 것입니다. 우리 대학원 통합예술학과에서는 음악, 미술, 무용, 연극 등 다양한 장르의 전공실기 뿐만 아니라, 예술사, 교육론, 장르별 콘텐츠 연구, 정책 및 경영, 환경디자인 등 여러 학문 분야를 산학연과 연계된 저명한 교수진과 함께 연구해 통합예술교육 지도자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Q. 앞서 ‘길 위의 인문학’을 시작하면서 “코로나19 장기화로 위축된 정서를 치유하는 힐링의 장이 될 것”이라는 초청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손쓸 새 없이 확산하는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무력감을 호소하는 이 시기에 인문학, 넓게 말하면 독서가 어떤 효용이 있을까요?

“대학시절 지하철로 통학하면서 손바닥만 한 문고판 철학 서적을 늘 읽던 기억이 납니다. 저 역시 청춘시절 고민이 많았고,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결코 순탄한 시대가 아니었지요. 그러한 상황을 극복하고, 인생의 중요한 선택과 판단을 할 때 책에서 얻은 깨달음들이 등불이 되어줬습니다.

삶의 문제는 결코 또래 친구들과 만나서 밥 먹고 떠든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수천 년 역사 속에서 치열하게 고민했던 정신의 스승들에게 솔루션을 얻어야 합니다. 물론 그 자체가 어떤 갈등 혹은 고민의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특정 한 권의 책이나 사상에 치우치지 않고 폭넓게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사상을 경험하면 분명 예측할 수 없는 시대에 책임 있는 판단을 내리는 데 가이드가 되어줄 것입니다.

다만 영적인 세계는 철학자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영역입니다. 성경이 어렵다면, 워치만 니의 <영에 속한 사람> 같은 책을 권합니다. 찰나를 살고 끝나는 인간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말고, 무한한 우주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나는 어떤 존재인지, 신이란 무엇인지, 종교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도 청춘시절 매우 중요한 경험일 것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사람도 못 만나고 아무 데도 못 가고 있지만,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작곡하는 학생들에게는 집에서 곡 쓸 시간이 많아진 거죠. 이런 시기에 책을 통해 내면을 성장시키고 살찌우고 위안과 마음의 평화도 얻는 그런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정양 교수의 추천 책


<점·선·면>
바실리 칸딘스키 저, 차봉희 역, 열화당

‘추상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바실리 칸딘스키의 책입니다. 점, 선, 면은 기하학에서 다루는 용어인데, 이것이 회화는 물론 음악, 무용, 미술, 문학 등 모든 예술 장르에 다 적용이 된다는 겁니다. 칸딘스키는 예술작품들이 공통분모 없이 너무나 주관적이고 감성적인 세계에서 만들어지고 혼용되기에 그 가치가 떨어진다고 봤습니다. 점, 선, 면과 같은 조형적이고 기하학적인 요소가 바탕이 되어야 영속적 가치를 지닌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는 거죠.

가령 점이라는 것은 어떤 작은 위치를 나타내지만, 모든 우주를 포괄하는 엄청나게 큰 무엇을 상징하는 의미가 될 수 있습니다. 장르를 떠나 예술을 하는 사람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입니다.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예술성이나 개성을 표현하고 싶은 학생들에게도 유용한 책이 될 것입니다.


<Trivium>
John Michell 외, Bloomsbury USA


<Quadrivium>
Miranda Lundy 외 저, Bloomsbury USA

고대 그리스부터 중세에 이르는 시기에는 자유민의 교양을 위한 7개의 필수과목을 가르쳤습니다. 문법·논리학·수사학은 3학(學) 즉 트리비움(Trivium)으로, 산술·기하·음악·천문학은 4과(科) 콰드리비움(Quadrivium)으로 불렀습니다. 이를 통해 7자유학예(ars liberalis)라는 학문체계를 세웠죠.

트리비움은 언어에 관한 것으로, 사람들이 소통하고 설득하고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익혀야 하는 내용입니다. 콰드리비움은 산술, 기하, 음악, 천문학을 다룹니다. 전부 수에 관한 내용인데, 음악도 포함되어 있어요. 음악 역시 수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또 음악이라는 것은 인간의 삶과 성격을 비롯한 근본적인 질을 바꾸는 역할을 하기에, 당시 리버럴 아츠의 필수 과목으로 가르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 오래전에 어떻게 이렇게 완성도 높고 지속력 있는 책이 나올 수 있었을까 놀랍습니다. 리버럴 아츠라는 것은 인간을 무지의 속박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자신의 틀에서 해방시켜주는 학문입니다. 최근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다시 읽고 있는데 정말 보물 같은 책입니다.

[시리즈 연재]
[청춘의 독서] (1) 김용선 아트앤디자인학과 교수
[청춘의 독서] (2) 이태은 건축학과 교수
[청춘의 독서] (3) 봉원영 신학과 교수
[청춘의 독서] (4) 한금윤 스미스학부대학 교수
[청춘의 독서] (5) 윤재영 사회복지학과 교수
[청춘의 독서] (6) 서경현 상담심리학과 교수
[청춘의 독서] (7) 김정미 유아교육과 교수
[청춘의 독서] (8) 박정양 음악학과 교수
[청춘의 독서] (9) 김성운 아트앤디자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