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뷰

[청춘의 독서] (9) 김성운 아트앤디자인학과 교수

2022.03.16 조회수 2,804 커뮤니케이션팀
share

“저에게 독서란 ‘보물의 지층’입니다”

삼육대학교 홍보팀이 인터뷰 기획 ‘청춘의 독서’를 연재합니다. 우리 대학 교수님들이 청춘 시절에 품었던 고민과 의문, 희망 혹은 사랑 같은 것들을 ‘독서’라는 화두로 풀어보는 인터뷰 코너입니다.

코너 이름인 ‘청춘의 독서’는 유시민 작가의 동명 저작에서 따왔습니다. 하지만 기획 의도는 “청춘은 들고양이처럼 재빨리 지나가고 그 그림자는 오래도록 영혼에 그늘을 드리운다”(<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p.141)는 문장에 보다 가까운 것 같습니다.

청춘은 느닷없이 지나가 버렸지만, 교수님 인생에 여전히 깊고 뚜렷한 흔적으로 남아있는 책을 물었습니다. 그리고 그 대답을 삼육대학교 구성원 모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이 사소한 대화가 삶의 갈림길에 선 우리 대학 청춘들에게 작은 길잡이가 되길 소망합니다. ─ 편집자 주

– 교수님께 독서란 무엇인가요?

“저에게 독서란 ‘보물의 지층(Layer)’입니다. 타자가 기술한 책을 읽는다는 것은 겹겹이 쌓인 지층에 숨어 있는 보물을 채굴하는 것과 같습니다. 글의 자간이나 행간의 공간 지층은 저자가 숨겨 놓은 수많은 지식의 창고이며, 삶에 지혜, 행복, 풍요를 주는 보물입니다.

독서를 많이 하면 풍부한 어휘력, 문장력, 기획력, 설득력, 발표력, 논리력, 구성능력 등이 높아져 무슨 일을 하든지 자신감을 주니 귀한 보물이지요. 누가 저에게 책을 선물하면 마치 보석을 받은 것처럼 행복합니다. 지층처럼 두툼한 페이지에 과연 어떤 스토리가 담겨 있을까 하고 강한 호기심이 동반됩니다.“

– 청춘 시절에는 어떤 책을 읽으셨나요?

“대학시절 철학을 가르치는 교수님께서 현대 예술가의 필독서라고 하시면서 <그라마톨로지>를 추천하셨습니다. 프랑스의 해체 철학자인 자크 데리다가 쓴 책인데 내용이 너무 어려워서 앞부분만 대충 읽다가 포기했지요. ‘음성학적 형이상학’, ‘대리 보충론’, ‘에크리튀르(écriture)’, ‘차연’, ‘산종’ 같은 단어들은 사전에도 안 나오더군요.(웃음)

나중에 나이 들어 다시 읽기에 도전했고, 대담하게 ‘글쓰기’ 개념을 ‘그림 그리기’로 가정해 풀어내는 아이디어도 냈습니다. 그 책은 제 박사학위논문 「현대 디지털 아트의 비표상에 대한 해체 미학적 연구」의 주요 참고서가 됐고, 우수논문상까지 받게 한 인연이 깊은 책입니다.

또 하나 청춘시절 제 이성과 감성에 영향을 준 것은 월간 교양지 <샘터>입니다. 이웃의 아는 형 집에 놀러 가면 항상 <샘터>가 책꽂이에 꽂혀 있어 매달 빌려 봤죠. 인문, 사회, 과학, 역사, 문학, 예술 등 다방면을 다룬 저명인사의 칼럼이 많았습니다. 시골뜨기인 저는 항상 지식과 문화에 굶주렸는데 <샘터>는 많은 것을 체득하게 한 고마운 책이었습니다.“

– 화가의 꿈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초등학교 시절 만화 주인공을 곧잘 그려 학급에서 꽤 인기가 있었습니다. 친구 녀석들이 만화 주인공을 그려달라고 책상 앞에 줄을 설 정도였으니까요. 5학년 때 거창아림예술제에 ‘향교’라는 작품을 출품해 입선했습니다. 아주 질이 낮은 크레용으로 그렸습니다. 그런데 값비싼 왕자표 크레파스로 그린 친구는 저보다 훨씬 못 그렸는데도 색이 선명했는지 특선을 받더군요.(웃음)

아무튼 최초로 미술상을 받아 집에서 할머니께 보여드렸더니 너무 기뻐서 덩실덩실 춤을 추셨습니다. ‘아! 상은 가족을 기쁘고 행복하게 하는 거구나’하고 그때부터 계속 미술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는 교내 실기대회에 수채화 ‘숲’을 출품해 우수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심사에 참여하신 수학 선생님이 (시골에서는 수학 선생님도 미술을 가르칩니다) “성운이 너는 그림으로 성공할 거다. 숲의 나무와 잎을 하나하나 모두 다르게 그린 감각은 창의성이 뛰어나다는 것이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칭찬의 말씀이 마침내 저에게 화가의 꿈을 갖게 했습니다.

이 경험은 제자들에게도 사용합니다. 언젠가 수업시간에 “자네는 그림보다 글을 참 잘 쓰네” 하니 그 학생은 나중에 글 잘 쓰는 기자가 되어 제 앞에 나타났습니다. 사실 저는 그렇게 말한 기억은 없는데 그 학생은 교수가 무심코 한 말을 새겨듣고 결국 유능한 기자 겸 평론가가 된 것입니다. 제 경험을 교수님들이 교육현장에서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세월이 흘러, 저에게 최초로 입선의 영광을 안겨 준 거창아림예술제는 60주년(2020년)이 되었습니다. <거창아림예술제 60년사>에는 고향을 대표하는 예술인이 축시, 축화로 앞부분을 장식했는데 시 부문에는 신달자 시인 등이 참여했고, 저는 미술인 3인에 선정되어 신작 소 그림 ‘염원’을 축화(祝畵)로 게재했습니다.“

▲ 김성운 교수가 <거창아림예술제 60년사>에 축화로 게재한 ‘염원’. 162×130.3㎝, Acrylic on Canvas, 2021.

– 30년째 화업(畫業)을 이어오고 계십니다. 특히 ‘소(牛) 그림’으로 유명하신데, 왜 소를 그리시나요?

“무엇보다도 소의 심성과 생김새가 좋은 화재(畵材)입니다. 모든 화가는 소를 한 번쯤은 다 그려 봅니다. 소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 정신의 맥이요, 뿌리의 상징으로 여깁니다. 농경민족 속에 자리한 ‘가족과 같은’ 소는 기계문명이 휩쓸기 전에는 고향을 지키는 파수꾼이었지요. 농작, 승용(乘用), 만용(輓用, 수레 끌기), 태용(駄用, 짐 싣기) 등 기능과 때로는 자녀들의 대학 교육을 위해 팔려나간 우골탑(牛骨塔)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저의 소 그림은 대학교 3학년 때 전공과제로 제출한 ‘향수’라는 작품이 최초입니다. 지도교수님과 학과 친구들의 반응이 좋았습니다. 이중섭의 소는 깡마르고 사나운 투우 모양을 하고 있지만, 제 소 그림은 순하고 후덕하며 동심이 부가되어 한국미가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처럼 팍팍한 도시인들에게 위로와 힐링을 주고, 자신의 어릴 적 기억을 소환하기 때문에 제 그림이 주목받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소와 동심, 모정, 사랑, 놀이, 산책 등 꾸준히 하나의 테마로 실험하면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도종환 시인은 “우리가 잃어버린 인간과 자연의 빛깔, 우리가 되찾아야 할 순하고 착한 표정을 김성운의 소 그림에서 보았다. 그것은 인간이 돌아가야 할 평화롭고 따뜻한 고향, 목가적이면서도 생명의 기운이 넘치는 우리 삶의 아키타이프(Archetype)였다”고 했습니다.“

▲ 대학교 3학년 때 전공과제로 제출한 ‘향수’. 김성운 교수의 첫 소 그림이었다.

– 월간 <가정과 건강>에 9년 동안 연재하신 프랑스 명화 탄생 현장 답사기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를 엮어 얼마 전 동명의 제목으로 출간하셨습니다. (관련기사▷김성운 교수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책으로 출간) 2015년 연구년을 맞아 프랑스로 미술 유학을 간 것을 계기로 연재를 시작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왜 프랑스였나요?

“2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가정과 건강>에는 2013년부터 연재를 시작했는데 처음엔 주로 국내 작가의 작품을 테마로 했습니다. 그러다 외국 작가의 작품에 관해 썼는데 문득 직접 현장에 가서 보고 쓰는 것이 독자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습니다.

미술과 명품의 나라 프랑스는 스페인의 피카소, 네덜란드의 고흐, 이태리의 모딜리아니, 러시아의 샤갈, 한국의 이응로 등이 활동하다 묻힌 곳입니다. 질문처럼 그들은 왜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또 묻히기까지 했을까요?

프랑스의 밀레, 르누아르, 마네, 모네, 세잔, 시슬레 등 셀 수 없는 대가들, 아름다운 풍광, 현대 미술의 근원지, 예술 지원이 세계 최고, 카페를 통한 자유로운 토론 문화, 국민들의 극진한 미술 애호, 파리만 해도 미술관이 1천여 곳이 넘습니다. 이런 인프라가 세계 화가들을 불러 모으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화가가 살기에 최고인 나라이지요.

유명, 무명 그림 따지지 않고 그림을 구입하고, 그림이 거래되면 저작료가 지급되는 추급권 제도가 있는 나라, 가난한 화가에게 화실, 전시 기회를 주며, 자동차보다 그림이 잘 팔리는 나라에서 1년간 살아보고 싶었습니다.“

– 당시 주불한국문화원 미술 도서를 거의 다 섭렵하셨다고요.

“소설가 김진명은 어릴 때 부친이 서점을 운영했는데 거기 있는 책을 모조리 읽었답니다. 다 읽고 나니 갑자기 세상이 다 보였다고 합니다. 주불한국문화원 도서관에 있는 책이 많지 않아 다 읽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미술, 관광 도서에 한정해서 많이 읽었는데, 다 읽고 나니 저도 갑자기 프랑스 전역이 보이더군요.

주불한국문화원은 관광지가 많은 센강 옆에 있습니다. 주변에 미술관도 많은데 미술관에 갈 때마다 주불한국문화원에 꼭 들러 미술 도서를 빌려서 읽고, 책에 나오는 명작 탄생지를 추적하고 탐사하곤 했습니다. 주로 친구의 승용차로 이동하거나, 가까운 곳은 도보, 자전거로 다녔습니다. 그림 현장뿐만 아니라 드뷔시 생가, 투르게네프가 살았던 집, 스테판 말라르메 묘지 등도 답사했습니다.

▲ 시슬레가 ‘포르 마를리의 홍수’를 그린 곳에서

당시 주로 읽은 책은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인상파, 파리를 그리다> <마네와 모네 그들이 만난 순간> <인상주의 빛나는 색채의 나날들> <르누아르> <그 영혼의 푸른 불꽃> <표현주의> <비제 르 브룅> <인상주의자 연인들> <고흐의 눈, 고갱의 눈> <니체와 고흐> <피카소의 연인들> <마티스와 함께 춤을> <모딜리아니 열정의 보엠> <미술관에서 릴케를 만나다> <샤갈의 아라비안 나이트> <예술가의 생각> 등 셀 수 없습니다. 어떤 책은 반복해서 읽은 기억이 납니다.“

–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에서 소개한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마네의 ‘아스파라거스’입니다. 어느 날 오르세미술관에 갔는데 ‘올랭피아’, ‘풀밭 위의 점심’으로 유명한 위대한 거장 마네답지 않은 초라한 작품이 있었습니다. 한 송이의 아스파라거스를 그린 A4 크기보다 작은 소품이었습니다. 관심이 생겨 작품을 연구해 보니 재미있는 스토리가 있더군요.

▲ 마네의 ‘아스파라거스’, 오르세 미술관, 16X21cm, Oil on canvas, 1880.

“마네는 1880년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컬렉터인 친구 샤를 에프루시에게 아스파라거스 20여 개를 묶은 것을 그린 정물화 ‘아스파라거스 다발’(독일 쾰른의 발라프미술관 소장)을 팔았다. 전시가 끝난 후, 에프루시가 그림을 받아보니, 그림이 생각보다 너무 마음에 들어 애초에 계약한 그림 값은 800프랑이었는데 200프랑을 더 보태 1,000프랑을 마네에게 보냈다.

마네는 흔히 그림값은 할인을 요구하는데, 덤으로 돈을 더 보낸 친구의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마네는 즉시 작은 유화 캔버스에 아스파라거스 한 개를 부담 없는 수필처럼 쓱쓱 그렸다. 그리고 편지를 동봉하여 그림을 보냈다. “글쎄, 자네에게 보낸 ‘아스파라거스 다발’에서 한 개가 탁자에 떨어져 있지 뭐야.”

이 우정과, 위트와 여유가 넘치는 ‘아스파라거스’ 이야기는 평소 자유로운 영혼의 유머와 매너 넘치는 마네가 남긴 힐링 스토리다.“

─ 김성운 교수,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p.117~118

그림과 글로써 사랑하는 친구와 소통하는 이야기입니다. 프랑스인들은 지금도 그림을 사면 화가에게 별도로 선물을 합니다. 나에게 좋은 그림을 사게 해 줘서 고맙다고. 우리나라 정서하고는 좀 다르죠.“

– 각 에세이의 제목을 모두 ‘~으로 힐링하다’로 지으신 것이 인상적입니다. 제목에도 ‘힐링’이 들어가고요. 미술의 치유적 기능에 주목하신 건가요?

“좋은 그림을 보면 탄성을 자아냅니다. 뇌파가 작용해 스탕달 효과(Stendhal syndrome)가 나타나고, 인체에서는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 엔도르핀, 다이놀핀(Dynorphin) 등이 분비돼 정서적 만족감을 느낍니다. 결국 면역성이 높아져 치유 효과가 난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사연과 이야기가 있는 그림은 감정이 오버랩 돼 (치유 효과가) 더 배가되겠지요. 그림은 스트레스 해소, 피로회복, 신경치료, 치매 예방, 지능 발달, 항염증, 항노화 등 많은 치유 효과가 있다고 믿습니다. 실제로 좋은 그림을 환자에게 노출해 유방암 치료 효과를 낸 임상실험 결과도 있습니다.

이 효과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시청각 콘텐츠와 생체 신호 분석을 활용한 정신 건강 평가 시스템’을 발명해 특허와 기술이전을 하기도 했습니다.“

– 독서의 효용도 있을까요?

“사마천은 ‘만권의 책을 읽고 만리를 여행한다(讀萬卷書 行萬里路)’고 했습니다. 그런 다음 세기의 명저 <사기(史記)>를 저술합니다. 자기 생각과 경험, 작품을 글로 설명하는 일은 학생으로서 매우 중요하기에 비키 크론 애머로즈의 <예술가의 글쓰기> 같은 책을 참고삼아 가르칩니다.

청춘시절 독서를 통해 발견한 명언을 적어 놓고 삶의 지표로 삼곤 했습니다. 그 중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오는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트려야 한다”는 말을 학생들에게 전하곤 합니다. 항상 새로운 그 무엇을 위해, 고정 관념을 버리고 지금의 상황을 극복하고 도전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존 키팅 선생이 말한 “Carpe Diem, 현재 순간에 충실하라”는 말에도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 말의 해석과 번역에 여러 이견이 있지만, 나는 “그 시간에 충실하라”라고 해석하고 학생들에게 가르칩니다.

이 말을 뜻하는 사자성어도 있습니다. 바로 ‘사시천향(四時天香)’입니다. 직역하면 “매일 매 순간 하늘에 향기가 가득하다.” 저는 ‘사시천향’으로 가훈과 좌우명으로 삼았습니다. 현재 주어진 ‘그 시간, 그 전공, 그 직업에 충실’하고 나머지는 하나님께 맡기면 원하는 뜻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것은 루터가 말한 “직업은 인간이 하나님의 섭리로 받은 것이며 그 섭리에 ‘순응해야’ 한다”라는 소명의식과 맥락이 같다고 생각합니다.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발췌)

이처럼 학생들이 독서에서 수확한 명언을 가지고 자신의 정신을 일깨워 더 나은 삶을 개척하길 바랍니다.“

김성운 교수의 추천 책


<들뢰즈 철학과 예술을 말하다>
정정호, 추재욱 편저, 동인

다양한 분야의 국내 연구자들이 문학·문화·철학·예술에 이르는 전반적인 분야를 들뢰즈의 이론을 기반으로 분석하고 재해석하여 자신들의 이야기로 풀어낸 책입니다. 프랑스 해체주의 철학자 질 들뢰즈는 세상을 생경하게 사유하고 횡단적 언어와 의미의 탈주를 감행하는 스토리텔링 기술을 보여줌으로써 초융복합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과 창발적 비전을 제시합니다. 「옵아트에 나타난 반복 미학에 대한 연구 – 질 들뢰즈 반복이론을 중심으로」라는 테마로 집필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명화독서>
문소영 저, 은행나무

이 책을 읽으며 “아! 문학과 그림이 이렇게 연결되는구나”하며 무릎을 ‘탁’ 쳤습니다. 동서양의 고전과 30여 점의 작품이 서로 연관되어 입체적으로 스토리를 여행하게 하는 책입니다. 노르웨이의 화가 뭉크의 ‘유령’과 입센의 ‘유령’의 맥락을 찾아가 보기도 합니다. 그들은 같은 나라의 친구라는 것도 밝혀냅니다.

총 6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궁금할 때 △사랑에 잠 못 이룰 때 △인간과 세상의 어둠을 바라 볼 때 △잃어버린 상상력을 찾아서 △꿈과 현실의 괴리로 고통스러울 때 △일상의 아름다움과 휴머니즘을 찾아서 등 위로와 힐링을 주는 내용이 수북합니다.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알랭 드 보통, 존 암스트롱 저, 문학동네

스위스 소설가 알랭 드 보통이 영국 미술사가 존 암스트롱과 ‘예술은 우리를 어떻게 치유하는가’라는 주제로 대담한 것을 알랭 드 보통이 집필한 책입니다. 예술의 기억, 희망, 슬픔, 회복, 이해, 감상, 해석, 종류 등을 주제로 세계적인 예술작품 140여점을 특유의 수려한 필치와 재치, 논리로 풀어냅니다. 예술에 대한 작가의 깊은 이해와 통찰력, 애정, 사명감을 엿볼 수 있습니다.

알랭 드 보통은 제가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에서도 소개한 마네의 ‘아스파라거스’에 대해 “영혼을 치유하는 그림”이라고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그가 말한 “위대한 예술에는 우리를 일깨우는 힘이 있다”는 말에 공감했습니다.

[시리즈 연재]
[청춘의 독서] (1) 김용선 아트앤디자인학과 교수
[청춘의 독서] (2) 이태은 건축학과 교수
[청춘의 독서] (3) 봉원영 신학과 교수
[청춘의 독서] (4) 한금윤 스미스학부대학 교수
[청춘의 독서] (5) 윤재영 사회복지학과 교수
[청춘의 독서] (6) 서경현 상담심리학과 교수
[청춘의 독서] (7) 김정미 유아교육과 교수
[청춘의 독서] (8) 박정양 음악학과 교수
[청춘의 독서] (9) 김성운 아트앤디자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