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283008
영문학과
이환웅
작년 여름 저는 편입을 준비했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꿈꿔왔던 심리학과를 늦게나마 가고 싶어서 군대 다녀온 이후로
휴학을 처음해보았고 부모님께 여러차례 설득시키고 확신을 받아내기까지 거의 1년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보통 편입도 재수처럼 1년잡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영문학과이고 영어에 대해서 자신감이 있던 터라 6개월 정도면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은 시간이라 생각하고 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공부를 하다보니 정말 생소한 단어들과 심오한 문법들, 읽히지 않는 독해 문장들이 저를 시간이 갈수록 괴롭혔습니다. 재수 때 이후로 평일 6시간씩 주말엔 10시간씩 공부하면서 봤던 것들 또 보고 정말 지루하고 견디기 힘든 나날이었습니다. 그리고 다가온 겨울, 총 6군데 정도 시험을 보고 마지막 시험을 보니, 정말 뿌듯하면서도 허무하더군요. 그리고 한달이 지나 결과를 기다리는데 정말 어이없게도 단 한 군데도 붙질 못했던 것입니다. 부모님과 주위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었던 걸 하면서 사는게 꿈이었는데,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꿈인데 실패하다니 너무 허무했습니다. 심지어 3학년 1학기 성적이 그냥 F만 면하자고 해서 알바하고 남은 시간에 영어 공부를 해왔었는데 이렇게 실패하다니 다시 학교로 돌아가 이 성적을 졸업 전까지 메꿔야 하고,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니 겨울 내내 정말 힘들더군요. 어쩔 수 없이 복학하게 된 저는 영문학과 필수 전공인 영어연극을 하게 되었습니다. 작년에 했어야했는데 편입 성공하면 안해도 될 거라고 생각하고 미뤄두었던 것인데… 연극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친구들도 다들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라서 저도 모르게 모든 일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학교 수업 끝나면 도서관가서 복습하고 학교에서 저녁먹고 카페가서 과제하고. 하루하루를 이렇게 보내고 나니 따로 시험준비도 필요가 없었고 삶에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지난 1학기 마치고 성적향상 장학금을 받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그 돈으로 ‘겨울 패딩이나 사야 겠다’ 라는 생각을 했지만 왠지 2학기 지나고 나면 여행 갈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친구들과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해외 가는 것이 부모님과 같이 가는 것도 아니고 여행사 통해서 가는 것도 아니기에, 준비도 저희끼리 해야했고 낯선 나라에 가서 영어도 아닌 일본어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준비하는 내내 무서웠지만 막상 일본가보니 한국 사람들도 많았고 일본인들이 많이 도와줘서 정말 재밌는 여행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그 경험으로 지금의 학기를 보내고 있고, 제 컴퓨터 배경화면은 그 때 찍은 사진으로 저장되어있습니다. 열심히 살면 도움을 받는다는 것에 깨달음을 준 학교에게 감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