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지수·서강준이 왜 거기서 나와… 넷플릭스가 사랑한 ‘삼육동’의 비밀
드라마·영화 촬영지로 떠오른 우리 대학 캠퍼스
넷플릭스 ‘월간남친’부터 잔나비까지

“웹툰 주인공보다 더 자극적이고 매력적인 남자가 또 있을까? 하지만 ‘월간남친’은 또 한 번 나의 예상을 아득하게 뛰어넘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월간남친’이 지난 3월 6일 공개 직후 전 세계 시청자들의 심박수를 높이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현실에 지친 웹툰 PD 미래(지수 분)가 가상 연애 서비스를 통해 꿈꾸던 로맨스를 실현하는 이 드라마는, 공개와 동시에 글로벌 TV쇼 부문 5위에 단숨에 이름을 올렸다.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 미주, 유럽, 중동,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69개국 톱10을 휩쓸며 ‘K-로맨스’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작품의 화제성만큼이나 뜨거운 관심을 받는 것은 극 중 2~3회의 배경이 된 대학 캠퍼스다. 완벽한 첫사랑 선배 ‘서은호(서강준 분)’가 흐드러진 벚꽃 사이로 등장하는 장면은 ‘대한민국 역대 남주 등장씬’을 경신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비현실적인 만큼 아름다운 이 캠퍼스의 실체, 바로 우리 대학 삼육대학교다.
기술과 땀으로 만든 ‘벚꽃 오프닝’
‘월간남친’ 김정식 감독은 선교70주년기념관(대강당) 앞부터 솔로몬광장까지 이어지는 중앙로를 보고 단박에 촬영지로 낙점했다. 우리 대학의 촬영 대관 업무를 담당하는 브랜드전략본부 커뮤니케이션팀 하홍준 계장은 “당시 고려대, 경희대 등 캠퍼스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서울 시내 유수의 대학들이 후보군에 올랐으나, 제작진은 우리 대학 중앙로 특유의 탁 트인 전경과 클래식한 건축물이 주는 ‘캠퍼스 로망’의 밀도에 매료돼 이곳을 최종 선택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화면 속 완벽한 미장센 뒤에는 제작진과 학교 측의 ‘피 땀 눈물’이 숨어 있다.

촬영이 진행된 지난해 4월 초, 유독 늦은 벚꽃 개화 시기와 촬영 전날 쏟아진 우박 탓에 관계자들은 당일 아침까지 가슴을 졸여야 했다.
결국 부족한 벚꽃의 밀도는 최첨단 기술력으로 채워졌다.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마지막회에서 환상적인 벚꽃 계단을 구현했던 베테랑 CG팀이 투입됐다. 실제로는 나무가 없는 시계탑과 가로등 구역까지 풍성한 벚꽃 터널로 재탄생시켰고, 현장에서는 물에 녹는 특수 벚꽃잎을 대량 살포해 몽환적인 분위기를 극대화했다. 김정식 감독이 극찬한 “등장만으로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드는 힘”은 공간의 미학에 기술적 디테일이 더해진 결과였다.
촬영 규모 또한 압도적이었다. 지난해 4월 6일과 12일, 두 차례 진행된 촬영을 위해 중앙로를 양방향 전면 통제하고 도보 이동 동선까지 우회시키는 등 대규모 행정력이 투입됐다. 특히 야간 촬영을 위해 백주년기념관부터 도서관, 바울관, 선교70주년기념관, 에스라관, 아트앤디자인관까지 일대 건물의 불을 일제히 밝히는 진풍경이 연출됐고, 10층 건물 높이의 대형 조명차까지 동원됐다.
법정물부터 뮤비까지… 촬영팀이 꽂힌 ‘삼육동’
최근 우리 대학 캠퍼스는 영화, 드라마, 광고 등 각종 미디어 콘텐츠의 ‘단골 촬영지’로 급부상했다.
지난 3년간 영화 △청설 △퍼스트 라이드 △휴민트를 비롯해 드라마 △미지의 서울 △아너 △보물섬 △프로보노 △마이 유스 △컨피던스맨 KR △화려한 날들 △아빠의 관을 들어줄 남자가 없다 △라이딩 인생 등 수많은 화제작이 우리 대학을 거쳐 갔다. 잔나비의 ‘모든 소년 소녀들1: 버드맨’ 비주얼라이저와 아모레퍼시픽 에스트라 CF 역시 캠퍼스 곳곳을 담았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소위 ‘창고’에 있는 작품들까지 합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난다.
가장 ‘핫’한 촬영 명소는 백주년기념관이다. 웅장한 석조 외관과 기둥이 주는 권위적인 분위기 덕분에 법원, 검찰청 등을 배경으로 하는 법정 드라마의 섭외 1순위다. 드라마를 보다가 취재진이 인산인해를 이루며 질문을 쏟아내는 장면이 나온다면 눈여겨보자. 우리 대학 백주년기념관일 확률이 높다.

제3과학관은 전혀 다른 매력으로 어필했다. 가수 잔나비의 ‘버드맨’ 비주얼라이저 영상이 이곳 외부 계단에서 촬영됐는데, 삼육동 캠퍼스 특유의 서정적인 공간감과 계절의 온기가 잔나비의 음악 세계와 어우러져 시각적 깊이를 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상보기▷잔나비 JANNABI – ‘모든 소년 소녀들 1 : 버드맨’ Visualizer | 잔나비 정규 4집 ‘사운드 오브 뮤직 pt.1’
관련기사▷잔나비 신곡 ‘버드맨’ 비주얼라이저, 제3과학관서 촬영
재미있는 점은 촬영팀이 선호하는 공간이 꼭 최신식 건물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작품에 따라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공간을 찾는 경우가 많다. 오래된 건물 외관을 보고 기대감에 찼던 스태프들이, 막상 현대적으로 말끔하게 리모델링된 내부를 보고 실망해서 돌아가는 웃지 못할 일도 종종 벌어진다.
촬영이 몰리는 4월에는 업계 불문율로 통하는 같은 날 ‘겹치기 촬영’이 일어나기도 한다. 넷플릭스 ‘월간남친’과 영화 ‘퍼스트 라이드’가 대표적이다. 당시 후발 주자였던 ‘월간남친’ 팀이 먼저 대관을 확정한 ‘퍼스트 라이드’ 팀의 촬영에 소음 등 지장을 주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제출하고 나서야 현장 진행이 가능했다.
왜 삼육동인가? ① 찍으면 그림이 되는 ‘하드웨어’
수많은 대학 중 왜 하필 우리 대학일까. 현장을 누비는 베테랑 로케이션 매니저들은 수려한 캠퍼스 풍광과 유연하고 적극적인 행정 지원이 맞물린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우선 불암산 자락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어우러진 캠퍼스 구조 자체가 훌륭한 미장센이 된다는 평가다.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8년 차 로케이션 매니저 이동균 부장은 “복잡한 세팅 없이도 앵글만 잡으면 그림 자체가 예쁘게 나온다”며 “캠퍼스 전경이 워낙 수려해 로맨스물부터 장르물까지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고 호평했다.
지리적 이점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방송 제작 인프라가 집중된 상암동이나 강남권에서 1시간 이내에 닿을 수 있는 서울 소재 캠퍼스라는 점은, 스태프와 장비 이동에 민감한 제작진에게 최적의 조건이다.
특화된 시설도 강점이다. 선교70주년기념관, 홍명기홀, 장근청홀 등은 공간감과 깊이감을 살릴 수 있는 원형 구조인 데다, 고성능 LED 장비, 조명까지 갖추고 있어 제작진 사이에서 ‘알짜배기 촬영지’로 통한다.

왜 삼육동인가? ② 섭외 0순위의 비밀 ‘소프트웨어’
하지만 화려한 미장센보다 로케이션 매니저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학교 측의 ‘촬영 친화적인 태도’와 ‘신속한 응대’다. 현장 전문가들은 “결국 섭외가 가능하냐 여부가 최우선”이라고 했다.
촬영 현장은 그야말로 ‘변수의 연속’이다. 주말이나 평일 심야, 새벽에 급하게 촬영 협조를 구해야 할 때, 대부분의 기관은 담당자와 연락조차 닿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4년 차 로케이션 매니저 김지우 부장은 “촬영팀 특성상 밤늦게 급한 변동사항이 생길 때가 많은데, 삼육대 담당자는 언제 연락해도 즉각적인 응대가 가능하다”며 “단순히 장소를 대관하는 것을 넘어, 급박한 일정에도 긍정적인 분위기로 해법을 찾아주려는 적극적인 태도 덕분에 다음 작품을 할 때도 자연스럽게 이곳을 1순위로 떠올리게 된다”고 덧붙였다.
캠퍼스를 핵심 ‘브랜드 자산’으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대학의 촬영 대관은 알음알음 찾아오는 제작진을 응대하는 업무였다. 하지만 2024년 제해종 총장 취임과 함께 홍보팀이 총장 직속 ‘브랜드전략본부 커뮤니케이션팀’으로 개편되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대학은 캠퍼스를 단순한 시설이 아닌,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핵심 브랜드 자산’으로 재정의했다. 미디어 노출을 통해 대학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대관 수익을 창출해 이를 학생 복지로 환원하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태세를 전환한 것이다. 이를 위해 매 학기 유휴 시설을 전수 조사하여 새로운 촬영 스팟을 발굴하고 제작진에게 역제안하는 등 능동적인 세일즈를 펼치고 있다.

제명호에서 ‘킹덤’ 찍을 뻔한 썰
하지만 무조건 많이 찍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연간 촬영 문의는 100여 건에 달하지만, 실제 촬영이 성사되는 건 15건 안팎이다. 이는 ‘브랜드 홍보’, ‘수익 사업’, ‘리스크 관리’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고차방정식을 풀기 위해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교육 환경’과 ‘대학의 교육이념’이다. 아무리 대작이라도 이 원칙에 어긋나면 과감히 거절한다.
일례로 넷플릭스 대작 ‘킹덤’ 제작진이 촬영 당시 교내 제명호의 물을 전부 퍼낸 뒤, 호수 바닥에 블루 스크린을 설치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해온 적이 있다. 하홍준 계장은 “글로벌 OTT 플랫폼의 거대 자본력을 실감케 하는 제안이었다”며 “제명호의 생태계 파괴를 우려해 정중히 거절했다”고 밝혔다.
대본 검수 또한 필수다. 음주, 흡연, 무속 신앙(굿) 등 교육 이념과 배치되는 장면은 엄격히 제한된다. KBS 드라마 ‘화려한 날들’ 팀은 막걸리 음용 장면을 기획했다가 협의 끝에 대본을 전격 수정했고, 단막극 ‘아빠의 관을 들어줄 남자가 없다’ 팀 역시 흡연 장면을 삭제하고 촬영을 허가했다. 최근 유행하는 오컬트 장르나 무속 의식 장면 또한 타협할 수 없는 금기 사항이다.

촬영이 확정된 이후의 관리는 ‘나노 단위’로 이루어진다. 브랜드전략본부 커뮤니케이션팀은 촬영팀에게 단순히 장소만 내주는 것이 아니라, ‘문의-답사-조율-확정-현장관리-정산’에 이르는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운영한다.
시험 기간 등 학사 일정과의 충돌 여부를 최우선으로 체크하고, 소음 발생 가능성이 있는 경우 인근 건물까지 선제적으로 대관해 민원을 차단한다. 촬영 종료 후에는 원상복구 상태를 점검하고, 10분 단위로 초과 시간을 체크해 비용을 정산하는 등 빈틈없는 행정력을 보여준다. 특히 학우들의 학업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전체 촬영의 90% 이상은 강의가 없는 새벽이나 심야 시간, 주말에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특히 ‘교내 금연’은 타협 없는 철칙이다. 모든 촬영팀은 캠퍼스 진입 전 ‘금연 서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캠퍼스 내 흡연 적발 시 ‘1회 경고 후 즉각 현장 철수’라는 서슬 퍼런 조항이 명시돼 있다. 수백 명의 인력이 움직이는 현장에서 ‘철수’는 엄청난 손실이지만, 학교 측은 학습권 보호와 개교 이래 120년간 이어온 ‘금연 캠퍼스’ 전통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레디, 액션!’… 그 뒤의 숨은 주인공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는 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땀 흘리는 이들이 있다. 새벽부터 현장 통제를 지원하는 경비팀, 전력과 시설을 담당하는 사무처, 그리고 무엇보다 촬영으로 인한 소음과 불편을 너그럽게 이해해 주는 학우들과 교수, 직원 등 우리 대학 구성원이 그 주인공이다.
정성진 브랜드전략본부장은 “촬영 유치는 우리 대학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리고 그 수익을 다시 학생들에게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전략”이라며 “때로는 통행 제한이나 소음으로 불편할 수 있겠지만, ‘우리 학교가 넷플릭스에 나온다’는 자부심으로 조금만 더 따뜻한 시선과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삼육동은 지금, 배움의 터전을 넘어 K-콘텐츠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거듭나고 있다.
글 하홍준 hahj@syu.ac.kr
ⓒ 삼육대학교 브랜드전략본부 커뮤니케이션팀 supr@sy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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