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리아잘 페니튼 박사. 지난 2월 2021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을 마치고 교내 백주년기념관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삼육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필리핀 유학생이 모국의 대학교수로 임용됐다.
지난 2월 삼육대 대학원 융합과학과 생명과학전공 석박사통합과정을 마친 엘리아잘 페니튼(Eliazar Alumbro Peniton Jr) 박사는 8월 1일 자로 필리핀 마운틴뷰대학(Mountain View College) 생물학과 조교수로 임용됐다.
페니튼 박사는 2015년 마운틴뷰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생명과학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삼육대 김현희 교수 연구팀에서 학업과 연구를 펼치기를 희망해 지난 2018년 한국행을 택했다. 2022년 2월까지 김 교수 연구팀에서 분자세포유전학(molecular cytogenomic)과 식물조직배양(plant tissue culture)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활동을 펼치며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페니튼 박사는 한국유전학회 국제학술대회를 비롯해 17회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해 논문을 발표하며, 최우수논문상, 포스터상, 구두발표상을 다수 수상했다. 한국연구재단과 농촌진흥청 등 김 교수가 수주한 정부 연구과제에 연구원으로도 참여했다.
삼육대 대학원 졸업 후에는 탁월한 연구성과를 인정받아 유수의 대학에서 영입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필리핀으로 귀국한 뒤 모교인 마운틴뷰를 택했다. 모국과 모교의 교육·연구 발전에 헌신하고 싶다는 결심이었다.
페니튼 박사는 “마운틴뷰대는 필리핀에서 식물 세포유전학 연구의 중심지가 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면서 “이 목표를 실현하도록 돕고 싶다. 또 다른 모교인 삼육대와도 적극 협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 엘리아잘 페니튼(오른쪽) 박사와 김현희 지도교수. 지난 2월 삼육대 2021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페니튼 박사는 석박사 학위를 받을 기회를 준 삼육대에 “영원히 감사하다(forever grateful)”고 전했다. 그는 “저를 유능하고 자립적이며 비전 있는 전문가로 키워주시고 훈련해주신 교수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특히 김현희 교수님은 학업에 매진하는 동안 끈기 있게 멘토링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삼육대에서의 경험은 제 인생을 바꾸고(life-changing), 영혼을 고양하는(soul-uplifting), 소중한(cherishing) 경험이었다. 다른 학생들도 반드시 이를 경험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페니튼 박사의 지도교수이자 부총장 겸 대학원장인 김현희 교수는 “삼육대 대학원에는 중국, 인도, 몽골, 필리핀, 베트남, 이라크, 카메룬, 우간다, 가나, 우즈베키스탄, 튀르키예(터키) 등 전 세계에서 온 많은 유학생이 공부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모국의 전문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돕겠다”고 말했다.
코로나 시대에도 캠퍼스의 낭만은 있었습니다. 잔디밭에 둘러앉아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는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줌(Zoom)을 통해 혹은 동아리방에서 소규모로 모여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우리 대학 기타동아리 ‘클래시아’ 이야기입니다.
클래시아는 설립년도를 정확히 알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유서 깊은 동아리인데요. 기존에는 클래식 기타와 통기타에 한정해 활동했지만, 최근에는 합주팀 제도를 도입해 베이스, 일렉, 키보드, 드럼, 보컬까지 포용하며 스펙트럼을 확장해가고 있습니다. 역사가 오래됐음에도 이처럼 시대에 맞춰 매년 변화하는 게 클래시아만의 매력입니다. 중요한 건 장르나 악기가 아니라 ‘낭만’이니까요.
클래시아 회장 임국빈(상담심리학과 18학번) 학우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대학생활 동안 꼭 기타를 배우고 싶다”라는 한 지원자의 지원동기에 낭만을 느끼고, “낭만 하나는 보장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감성의 소유자. 기타동아리 회장다웠습니다.
악기를 못 다뤄도 괜찮아요
– 클래시아는 어떤 동아리인가요?
“삼육대의 대표 기타동아리입니다. 저희 동아리는 설립년도를 정확히 알 수 없을 정도로 유서가 깊은 동아리인데요. 클래식 기타를 연주하면서 클래식 음악의 이해를 넓혀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클래시아(classia)라는 이름은 ‘classic’(고전) ‘music’(음악)에서 따왔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위해 ‘sia(시아)’라는 접미사를 붙였다고 합니다. 현재 회원은 50여명입니다.”
– 악기 연주를 못 하는데 들어갈 수 있나요?
“저희 동아리 선발 기준은 ‘음악과 관련된 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에요. 특별한 자격요건은 없어요. 음악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이면 무조건 환영합니다! 악기를 못 다뤄도 강좌팀에서 다 가르쳐줘요. 동아리방에 공용 기타를 5대나 구비하고 있어서 악기가 없어도 활동할 수 있고요.”
– 정규 활동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강좌팀과 2개의 합주팀으로 나눠서 활동하고 있어요. 먼저 강좌팀은 제가 맡고 있는데요. 기타를 처음 접하는 사람 위주로 강습을 진행하고 있어요. 동아리방에서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에 합니다.
합주팀은 지난 학기에 처음 도입했어요. A, B팀으로 나눠서 2주에 한 번씩 합주를 해요. 합주팀에 들어가려면 일단 다룰 수 있는 악기가 있어야겠죠. 통기타, 베이스, 일렉, 키보드, 드럼, 보컬 등으로 구성돼 있어요. 악보를 보면서 혼자 연습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강좌팀에서 실력이 늘면 합주팀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요. 학기 시작 전과 신입부원 모집 후 합주팀을 재구성하는데 이때 신청하면 돼요. 이 외에도 콘서트, 뮤지컬 관람 등 다양한 음악 관련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아직 모든 부원들이 만날 기회는 없었지만, 팀별로 보면 모두가 적극적이고 음악을 즐기는 분위기예요.”
클래식 기타 넘어 합주까지
– 코로나 시기에 운영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제약이 많았죠. 5인 이상 사적모임이 금지됐을 때는 줌을 활용해 기타 강좌를 하거나, 4명으로 제한해 합주를 했어요. 2020년 2학기부터 2021년 1학기까지 두 학기 동안은 신규 회원을 모집하지 않기도 했어요. 기존에 있던 친구들마저 한두 명씩 떠났어요. 동아리 특성상 대면활동이 많은데 정상적인 운영을 할 수 없는 수준까지 돼버렸죠.
그러다 2021년 2학기 모집을 재개했는데 많은 학우 분들이 지원해주셨어요. 이번 학기에도 지원자가 30명이나 돼서 공백을 채워가고 있죠. 지금은 위드 코로나가 되면서 정기 활동에 제약은 거의 사라졌어요.”
– 합주 제도를 코로나 시기에 도입했다고요.
“기존에는 클래식기타와 통기타를 중심으로 하면서 콘서트나 공연 관람 등 친목활동 비중이 컸어요. 그런데 코로나 시기에 친목활동을 할 수 없으니, 전반적으로 동아리가 많이 위축됐어요. 쉽게 말하면 할 게 없어진 거죠.
고민을 하다가 지난 학기에 처음으로 합주 시스템을 도입했어요. 어쿠스틱 기타뿐만 아니라, 베이스, 일렉, 키보드, 드럼, 보컬까지 포용해서 최대한 많은 회원들이 음악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했어요. 회원들의 만족도가 정말 높아졌어요. 저희 동아리는 신규 회원이 많이 들어오지만, 나가기도 많이 나가는데, 합주팀 도입 이후 지금까지 탈퇴한 회원이 단 2명에 불과해요.”
– 이번 학기 동아리 운영 목표는요?
“대면활동이 가능해진 만큼, 합주와 연습 등 본연의 음악활동을 활성화 하는 게 첫 번째 목표예요. 그리고 연말에는 버스킹이나 외부 공연장에서 공연할 계획을 갖고 있어요. 아 그리고 최근에 저희 클래시아 홍보영상과 뮤비를 찍었는데요. 고퀄리티의 합주 영상이 곧 유튜브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어떤 곡이냐고요? 아직 비밀입니다! ㅎㅎ”
– 마지막으로 동아리 자랑
“클래시아는 음악에 대한 열정 하나는 끝내줍니다! 낭만도 보장할 수 있죠. 그리고 아주 큰 동아리방을 사용하고 있어요. 대학생활을 하면서 오래오래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클래시아로 오세요.”
▲ 김인옥(왼쪽) 교수와 정현철 교수 부부. 지난 2020년 8월 김인옥 교수의 박사학위 수여식 날 정현철 교수가 함께 축하해주며 기념촬영을 했다.
삼육대가 우리나라 최초의 ‘부부 간호학 교수’를 배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주인공은 정현철 삼육대 간호대학 교수와 이번 학기 문경대 간호학과 교수로 임용된 김인옥 교수 부부이다.
남편 정현철(83학번) 교수는 1987년 삼육대를 졸업한 후 건국대병원 수술마취과에서 11년간 근무했다. 한양대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여주대 겸임교수와 강동대 교수를 거쳐 2008년부터 모교인 삼육대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정 교수는 삼육대 입학관리본부장과 간호학과장을 역임했다. 현재 노인간호학, 해부학 과목을 담당하고 있다. 기본간호학회, 한국간호시뮬레이션학회, 대한근관절건강학회 등 다수의 학회지 논문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 서울시노인간호사회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간호대학남자교수회 회장으로도 봉사하고 있다.
아내 김인옥(87학번) 교수는 1991년 삼육대를 졸업하고, 삼육서울병원에서 31년간 근무하며 간호부 주임과 보험심사부 과장을 지냈다. 조산사 면허 보유자이기도 하다. 삼육대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3월 문경대 간호학과 교수로 임용돼 시뮬레이션 실습과목을 맡고 있다.
두 사람은 같은 학과 선후배이지만, 정 교수가 졸업한 해에 김 교수가 입학하면서 학부생활을 같이하진 않았다. 대신 졸업 후 교회에서 만나 1년 6개월여 열애 끝에 1992년 결혼했다.
공부는 남편인 정 교수가 먼저 시작했다. 두 자녀의 양육과 경제활동 때문에 김 교수가 양보했다. 2008년 정 교수가 삼육대 교수로 임용되며 안정을 찾자, 김 교수는 이듬해인 2009년부터 대학원에 진학해 석박사 과정을 시작했다.
김 교수는 “아이들이 어릴 때는 내가 양육과 남편 공부 뒷바라지를 했고, 자녀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로는 내가 공부를 시작하면서 남편이 그 역할을 해줬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남편이 많이 도와준 덕분에 늦은 나이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학업을 마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교수직 제안이 왔을 때도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적극 응원해준 것도 남편이었다.
교수로서 새 출발하는 김 교수는 “아직 한참 부족하다”고 몸을 낮추며 “삼육대 석박사 시절 지도교수님들의 학생 한명 한명을 향한 애정과 열의를 본받고 싶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부부가 함께 간호사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건 참 각별하고도 소중한 인연”이라며 “이제는 교수 동료로서 서로 의지하고 격려하면서 미래 간호를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삼육대학교 홍보팀이 인터뷰 기획 ‘청춘의 독서’를 연재합니다. 우리 대학 교수님들이 청춘 시절에 품었던 고민과 의문, 희망 혹은 사랑 같은 것들을 ‘독서’라는 화두로 풀어보는 인터뷰 코너입니다.
코너 이름인 ‘청춘의 독서’는 유시민 작가의 동명 저작에서 따왔습니다. 하지만 기획 의도는 “청춘은 들고양이처럼 재빨리 지나가고 그 그림자는 오래도록 영혼에 그늘을 드리운다”(<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p.141)는 문장에 보다 가까운 것 같습니다.
청춘은 느닷없이 지나가 버렸지만, 교수님 인생에 여전히 깊고 뚜렷한 흔적으로 남아있는 책을 물었습니다. 그리고 그 대답을 삼육대학교 구성원 모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이 사소한 대화가 삶의 갈림길에 선 우리 대학 청춘들에게 작은 길잡이가 되길 소망합니다. ─ 편집자 주
– 교수님께 독서란 무엇인가요?
“저에게 독서란 ‘보물의 지층(Layer)’입니다. 타자가 기술한 책을 읽는다는 것은 겹겹이 쌓인 지층에 숨어 있는 보물을 채굴하는 것과 같습니다. 글의 자간이나 행간의 공간 지층은 저자가 숨겨 놓은 수많은 지식의 창고이며, 삶에 지혜, 행복, 풍요를 주는 보물입니다.
독서를 많이 하면 풍부한 어휘력, 문장력, 기획력, 설득력, 발표력, 논리력, 구성능력 등이 높아져 무슨 일을 하든지 자신감을 주니 귀한 보물이지요. 누가 저에게 책을 선물하면 마치 보석을 받은 것처럼 행복합니다. 지층처럼 두툼한 페이지에 과연 어떤 스토리가 담겨 있을까 하고 강한 호기심이 동반됩니다.“
– 청춘 시절에는 어떤 책을 읽으셨나요?
“대학시절 철학을 가르치는 교수님께서 현대 예술가의 필독서라고 하시면서 <그라마톨로지>를 추천하셨습니다. 프랑스의 해체 철학자인 자크 데리다가 쓴 책인데 내용이 너무 어려워서 앞부분만 대충 읽다가 포기했지요. ‘음성학적 형이상학’, ‘대리 보충론’, ‘에크리튀르(écriture)’, ‘차연’, ‘산종’ 같은 단어들은 사전에도 안 나오더군요.(웃음)
나중에 나이 들어 다시 읽기에 도전했고, 대담하게 ‘글쓰기’ 개념을 ‘그림 그리기’로 가정해 풀어내는 아이디어도 냈습니다. 그 책은 제 박사학위논문 「현대 디지털 아트의 비표상에 대한 해체 미학적 연구」의 주요 참고서가 됐고, 우수논문상까지 받게 한 인연이 깊은 책입니다.
또 하나 청춘시절 제 이성과 감성에 영향을 준 것은 월간 교양지 <샘터>입니다. 이웃의 아는 형 집에 놀러 가면 항상 <샘터>가 책꽂이에 꽂혀 있어 매달 빌려 봤죠. 인문, 사회, 과학, 역사, 문학, 예술 등 다방면을 다룬 저명인사의 칼럼이 많았습니다. 시골뜨기인 저는 항상 지식과 문화에 굶주렸는데 <샘터>는 많은 것을 체득하게 한 고마운 책이었습니다.“
– 화가의 꿈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초등학교 시절 만화 주인공을 곧잘 그려 학급에서 꽤 인기가 있었습니다. 친구 녀석들이 만화 주인공을 그려달라고 책상 앞에 줄을 설 정도였으니까요. 5학년 때 거창아림예술제에 ‘향교’라는 작품을 출품해 입선했습니다. 아주 질이 낮은 크레용으로 그렸습니다. 그런데 값비싼 왕자표 크레파스로 그린 친구는 저보다 훨씬 못 그렸는데도 색이 선명했는지 특선을 받더군요.(웃음)
아무튼 최초로 미술상을 받아 집에서 할머니께 보여드렸더니 너무 기뻐서 덩실덩실 춤을 추셨습니다. ‘아! 상은 가족을 기쁘고 행복하게 하는 거구나’하고 그때부터 계속 미술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는 교내 실기대회에 수채화 ‘숲’을 출품해 우수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심사에 참여하신 수학 선생님이 (시골에서는 수학 선생님도 미술을 가르칩니다) “성운이 너는 그림으로 성공할 거다. 숲의 나무와 잎을 하나하나 모두 다르게 그린 감각은 창의성이 뛰어나다는 것이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칭찬의 말씀이 마침내 저에게 화가의 꿈을 갖게 했습니다.
이 경험은 제자들에게도 사용합니다. 언젠가 수업시간에 “자네는 그림보다 글을 참 잘 쓰네” 하니 그 학생은 나중에 글 잘 쓰는 기자가 되어 제 앞에 나타났습니다. 사실 저는 그렇게 말한 기억은 없는데 그 학생은 교수가 무심코 한 말을 새겨듣고 결국 유능한 기자 겸 평론가가 된 것입니다. 제 경험을 교수님들이 교육현장에서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세월이 흘러, 저에게 최초로 입선의 영광을 안겨 준 거창아림예술제는 60주년(2020년)이 되었습니다. <거창아림예술제 60년사>에는 고향을 대표하는 예술인이 축시, 축화로 앞부분을 장식했는데 시 부문에는 신달자 시인 등이 참여했고, 저는 미술인 3인에 선정되어 신작 소 그림 ‘염원’을 축화(祝畵)로 게재했습니다.“
▲ 김성운 교수가 <거창아림예술제 60년사>에 축화로 게재한 ‘염원’. 162×130.3㎝, Acrylic on Canvas, 2021.
– 30년째 화업(畫業)을 이어오고 계십니다. 특히 ‘소(牛) 그림’으로 유명하신데, 왜 소를 그리시나요?
“무엇보다도 소의 심성과 생김새가 좋은 화재(畵材)입니다. 모든 화가는 소를 한 번쯤은 다 그려 봅니다. 소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 정신의 맥이요, 뿌리의 상징으로 여깁니다. 농경민족 속에 자리한 ‘가족과 같은’ 소는 기계문명이 휩쓸기 전에는 고향을 지키는 파수꾼이었지요. 농작, 승용(乘用), 만용(輓用, 수레 끌기), 태용(駄用, 짐 싣기) 등 기능과 때로는 자녀들의 대학 교육을 위해 팔려나간 우골탑(牛骨塔)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저의 소 그림은 대학교 3학년 때 전공과제로 제출한 ‘향수’라는 작품이 최초입니다. 지도교수님과 학과 친구들의 반응이 좋았습니다. 이중섭의 소는 깡마르고 사나운 투우 모양을 하고 있지만, 제 소 그림은 순하고 후덕하며 동심이 부가되어 한국미가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처럼 팍팍한 도시인들에게 위로와 힐링을 주고, 자신의 어릴 적 기억을 소환하기 때문에 제 그림이 주목받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소와 동심, 모정, 사랑, 놀이, 산책 등 꾸준히 하나의 테마로 실험하면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도종환 시인은 “우리가 잃어버린 인간과 자연의 빛깔, 우리가 되찾아야 할 순하고 착한 표정을 김성운의 소 그림에서 보았다. 그것은 인간이 돌아가야 할 평화롭고 따뜻한 고향, 목가적이면서도 생명의 기운이 넘치는 우리 삶의 아키타이프(Archetype)였다”고 했습니다.“
“2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가정과 건강>에는 2013년부터 연재를 시작했는데 처음엔 주로 국내 작가의 작품을 테마로 했습니다. 그러다 외국 작가의 작품에 관해 썼는데 문득 직접 현장에 가서 보고 쓰는 것이 독자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습니다.
미술과 명품의 나라 프랑스는 스페인의 피카소, 네덜란드의 고흐, 이태리의 모딜리아니, 러시아의 샤갈, 한국의 이응로 등이 활동하다 묻힌 곳입니다. 질문처럼 그들은 왜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또 묻히기까지 했을까요?
프랑스의 밀레, 르누아르, 마네, 모네, 세잔, 시슬레 등 셀 수 없는 대가들, 아름다운 풍광, 현대 미술의 근원지, 예술 지원이 세계 최고, 카페를 통한 자유로운 토론 문화, 국민들의 극진한 미술 애호, 파리만 해도 미술관이 1천여 곳이 넘습니다. 이런 인프라가 세계 화가들을 불러 모으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화가가 살기에 최고인 나라이지요.
유명, 무명 그림 따지지 않고 그림을 구입하고, 그림이 거래되면 저작료가 지급되는 추급권 제도가 있는 나라, 가난한 화가에게 화실, 전시 기회를 주며, 자동차보다 그림이 잘 팔리는 나라에서 1년간 살아보고 싶었습니다.“
– 당시 주불한국문화원 미술 도서를 거의 다 섭렵하셨다고요.
“소설가 김진명은 어릴 때 부친이 서점을 운영했는데 거기 있는 책을 모조리 읽었답니다. 다 읽고 나니 갑자기 세상이 다 보였다고 합니다. 주불한국문화원 도서관에 있는 책이 많지 않아 다 읽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미술, 관광 도서에 한정해서 많이 읽었는데, 다 읽고 나니 저도 갑자기 프랑스 전역이 보이더군요.
주불한국문화원은 관광지가 많은 센강 옆에 있습니다. 주변에 미술관도 많은데 미술관에 갈 때마다 주불한국문화원에 꼭 들러 미술 도서를 빌려서 읽고, 책에 나오는 명작 탄생지를 추적하고 탐사하곤 했습니다. 주로 친구의 승용차로 이동하거나, 가까운 곳은 도보, 자전거로 다녔습니다. 그림 현장뿐만 아니라 드뷔시 생가, 투르게네프가 살았던 집, 스테판 말라르메 묘지 등도 답사했습니다.
“마네의 ‘아스파라거스’입니다. 어느 날 오르세미술관에 갔는데 ‘올랭피아’, ‘풀밭 위의 점심’으로 유명한 위대한 거장 마네답지 않은 초라한 작품이 있었습니다. 한 송이의 아스파라거스를 그린 A4 크기보다 작은 소품이었습니다. 관심이 생겨 작품을 연구해 보니 재미있는 스토리가 있더군요.
▲ 마네의 ‘아스파라거스’, 오르세 미술관, 16X21cm, Oil on canvas, 1880.
“마네는 1880년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컬렉터인 친구 샤를 에프루시에게 아스파라거스 20여 개를 묶은 것을 그린 정물화 ‘아스파라거스 다발’(독일 쾰른의 발라프미술관 소장)을 팔았다. 전시가 끝난 후, 에프루시가 그림을 받아보니, 그림이 생각보다 너무 마음에 들어 애초에 계약한 그림 값은 800프랑이었는데 200프랑을 더 보태 1,000프랑을 마네에게 보냈다.
마네는 흔히 그림값은 할인을 요구하는데, 덤으로 돈을 더 보낸 친구의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마네는 즉시 작은 유화 캔버스에 아스파라거스 한 개를 부담 없는 수필처럼 쓱쓱 그렸다. 그리고 편지를 동봉하여 그림을 보냈다. “글쎄, 자네에게 보낸 ‘아스파라거스 다발’에서 한 개가 탁자에 떨어져 있지 뭐야.”
이 우정과, 위트와 여유가 넘치는 ‘아스파라거스’ 이야기는 평소 자유로운 영혼의 유머와 매너 넘치는 마네가 남긴 힐링 스토리다.“
─ 김성운 교수,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p.117~118
그림과 글로써 사랑하는 친구와 소통하는 이야기입니다. 프랑스인들은 지금도 그림을 사면 화가에게 별도로 선물을 합니다. 나에게 좋은 그림을 사게 해 줘서 고맙다고. 우리나라 정서하고는 좀 다르죠.“
– 각 에세이의 제목을 모두 ‘~으로 힐링하다’로 지으신 것이 인상적입니다. 제목에도 ‘힐링’이 들어가고요. 미술의 치유적 기능에 주목하신 건가요?
“좋은 그림을 보면 탄성을 자아냅니다. 뇌파가 작용해 스탕달 효과(Stendhal syndrome)가 나타나고, 인체에서는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 엔도르핀, 다이놀핀(Dynorphin) 등이 분비돼 정서적 만족감을 느낍니다. 결국 면역성이 높아져 치유 효과가 난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사연과 이야기가 있는 그림은 감정이 오버랩 돼 (치유 효과가) 더 배가되겠지요. 그림은 스트레스 해소, 피로회복, 신경치료, 치매 예방, 지능 발달, 항염증, 항노화 등 많은 치유 효과가 있다고 믿습니다. 실제로 좋은 그림을 환자에게 노출해 유방암 치료 효과를 낸 임상실험 결과도 있습니다.
이 효과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시청각 콘텐츠와 생체 신호 분석을 활용한 정신 건강 평가 시스템’을 발명해 특허와 기술이전을 하기도 했습니다.“
– 독서의 효용도 있을까요?
“사마천은 ‘만권의 책을 읽고 만리를 여행한다(讀萬卷書 行萬里路)’고 했습니다. 그런 다음 세기의 명저 <사기(史記)>를 저술합니다. 자기 생각과 경험, 작품을 글로 설명하는 일은 학생으로서 매우 중요하기에 비키 크론 애머로즈의 <예술가의 글쓰기> 같은 책을 참고삼아 가르칩니다.
청춘시절 독서를 통해 발견한 명언을 적어 놓고 삶의 지표로 삼곤 했습니다. 그 중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오는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트려야 한다”는 말을 학생들에게 전하곤 합니다. 항상 새로운 그 무엇을 위해, 고정 관념을 버리고 지금의 상황을 극복하고 도전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존 키팅 선생이 말한 “Carpe Diem, 현재 순간에 충실하라”는 말에도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 말의 해석과 번역에 여러 이견이 있지만, 나는 “그 시간에 충실하라”라고 해석하고 학생들에게 가르칩니다.
이 말을 뜻하는 사자성어도 있습니다. 바로 ‘사시천향(四時天香)’입니다. 직역하면 “매일 매 순간 하늘에 향기가 가득하다.” 저는 ‘사시천향’으로 가훈과 좌우명으로 삼았습니다. 현재 주어진 ‘그 시간, 그 전공, 그 직업에 충실’하고 나머지는 하나님께 맡기면 원하는 뜻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것은 루터가 말한 “직업은 인간이 하나님의 섭리로 받은 것이며 그 섭리에 ‘순응해야’ 한다”라는 소명의식과 맥락이 같다고 생각합니다.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발췌)
이처럼 학생들이 독서에서 수확한 명언을 가지고 자신의 정신을 일깨워 더 나은 삶을 개척하길 바랍니다.“
다양한 분야의 국내 연구자들이 문학·문화·철학·예술에 이르는 전반적인 분야를 들뢰즈의 이론을 기반으로 분석하고 재해석하여 자신들의 이야기로 풀어낸 책입니다. 프랑스 해체주의 철학자 질 들뢰즈는 세상을 생경하게 사유하고 횡단적 언어와 의미의 탈주를 감행하는 스토리텔링 기술을 보여줌으로써 초융복합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과 창발적 비전을 제시합니다. 「옵아트에 나타난 반복 미학에 대한 연구 – 질 들뢰즈 반복이론을 중심으로」라는 테마로 집필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아! 문학과 그림이 이렇게 연결되는구나”하며 무릎을 ‘탁’ 쳤습니다. 동서양의 고전과 30여 점의 작품이 서로 연관되어 입체적으로 스토리를 여행하게 하는 책입니다. 노르웨이의 화가 뭉크의 ‘유령’과 입센의 ‘유령’의 맥락을 찾아가 보기도 합니다. 그들은 같은 나라의 친구라는 것도 밝혀냅니다.
총 6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궁금할 때 △사랑에 잠 못 이룰 때 △인간과 세상의 어둠을 바라 볼 때 △잃어버린 상상력을 찾아서 △꿈과 현실의 괴리로 고통스러울 때 △일상의 아름다움과 휴머니즘을 찾아서 등 위로와 힐링을 주는 내용이 수북합니다.
스위스 소설가 알랭 드 보통이 영국 미술사가 존 암스트롱과 ‘예술은 우리를 어떻게 치유하는가’라는 주제로 대담한 것을 알랭 드 보통이 집필한 책입니다. 예술의 기억, 희망, 슬픔, 회복, 이해, 감상, 해석, 종류 등을 주제로 세계적인 예술작품 140여점을 특유의 수려한 필치와 재치, 논리로 풀어냅니다. 예술에 대한 작가의 깊은 이해와 통찰력, 애정, 사명감을 엿볼 수 있습니다.
알랭 드 보통은 제가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에서도 소개한 마네의 ‘아스파라거스’에 대해 “영혼을 치유하는 그림”이라고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그가 말한 “위대한 예술에는 우리를 일깨우는 힘이 있다”는 말에 공감했습니다.
‘에리(ery)’와 ‘에티(eti)’의 캠퍼스 라이프
이모티콘, 굿즈 등 온·오프라인 홍보 활용
아트앤디자인학과 동문이 만든 캐릭터가 에브리타임의 공식 캐릭터가 될 전망이다.
국내 최대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 주최한 ‘에브리타임 대학생 캐릭터 공모전’에서 정예지 동문(17학번, 22년 2월 졸)이 대상(상금 500만원)을 수상했다.
정 동문이 만든 캐릭터는 ‘에리(ery)’와 ‘에티(eti)’. 에브리타임(everytime)의 약자를 따 네이밍 한 것으로, 에브리타임대학의 최고참 선배와 새내기라는 설정이다. 두 대학생 캐릭터가 학교생활 정보를 알려주고 성장하며, 즐거운 캠퍼스 생활을 누린다는 스토리를 담았다.
정 동문이 공모전을 접한 건 졸업전시를 막 마친 지난해 11월. 마침 여유로운 시기여서 만족할 수 있을 만큼 작업물을 내보자는 생각으로 도전했다. 에브리타임은 대학시절 내내 친근한 애플리케이션이었기에 공모 주제가 어렵지 않았다.
먼저 주최사인 에브리타임 홈페이지에 들어가 브랜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스토리와 서비스 정보를 조사했다. 그는 “자주 사용하는 어플이라고 해서 떠오르는 이미지만 생각하고 작업하진 않았다”며 “‘에브리타임’이라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분석하고, 공모한 캐릭터의 사용목적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브랜드에 알맞은 캐릭터를 생각한 후 다양하게 스케치했다. 에브리타임이면 직장인보다 대학생 캐릭터가 어울릴 것이고, 마냥 귀여운 것보다는 학생들을 대변하고 공감하는 캐릭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 동문은 “개인적으로 스케치 과정이 가장 중요하면서 어려운 부분인 것 같다”면서 “브랜드 이미지와 어울리는 캐릭터를 스케치하려고 노력했는데, 얼굴과 몸통 비율에 따라 그 이미지가 많이 달라지기에 세부적인 요소를 여러 번 수정하고 신경 썼다”고 했다.
수상작은 향후 이모티콘과 굿즈 등 에브리타임의 다양한 온·오프라인 홍보에 활용될 예정이다. 정 동문은 3월 중 에브리타임 측과 미팅을 갖고, 구체적인 활용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정 동문은 이번 공모전 대상 소식을 접하고 놀란 마음에 눈물이 날 정도였다고. 큰 대회이기도 했지만, 대학시절 4년간 사용했던 애플리케이션에 자신이 만든 캐릭터가 나온다는 점에서 감회가 남달랐다. 그는 “저는 졸업하지만 에티와 에리가 에브리타임에 등장하기를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졸업 후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그는 “브랜드에 대한 공부를 지속하면서, 캐릭터 디자이너로 성장할 수 있는 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올해 목표”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저만의 캐릭터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꿈이에요. 그 꿈에 다가갈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좋은 캐릭터를 만들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정규직 상담교사 임용되며 급여 일부 쾌척
“가장 예외적이고 반짝이는 순간에 함께하는 교사 될 것”
삼육대를 졸업한 한 동문이 5년 만에 모교를 찾아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써달라며 1천만원을 쾌척했다. 졸업 후 기간제 상담교사로 일해 온 그는 최근 정규직 교사에 임용되면서 그간 모아온 급여의 일부를 기부하게 됐다고 밝혔다.
삼육대 정소영(신학과 13학번, 2017년 졸) 동문은 최근 모교를 찾아 학과 장학기금 1천만원을 전달했다.
정 동문은 대학에 다니면서 많은 기부자와 교수님, 선배들이 마련해준 장학금 덕분에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 없이 공부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제 기부금이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나중에 후배들도 흔쾌히 기부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라며 “그런 면에서 기부는 선순환인 것 같다”고 말했다.
기부금은 기간제 교사로 일하면서 모은 돈으로 마련했다. 넉넉한 급여는 아니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검소하고 절약하는 습관이 몸에 배 저축이 크게 어렵진 않았다. 그는 “물론 사회초년생에게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무엇보다 가치 있는 일에 사용하는 거니까 더 큰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동문은 최근 서울지역 한 사립중학교에 정규직 상담교사로 임용돼 3월 초 첫 출근을 앞두고 있다.
대학교 2학년 때 사랑나눔주간 동안 친구들과 상담부스를 운영한 것이 상담교사를 꿈꾸게 된 계기였다. 전문적으로 상담을 배운 것은 아니었지만, 찾아온 학우들이 상담을 받고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본격적으로 상담을 배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다음 학기부터 상담심리학 복수전공과 교직이수를 했다.
이후 학교현장실습에 나가 학생들을 만나면서 큰 보람을 느낀 그는 전문상담교사의 꿈을 구체화 하게 됐다.
정 동문은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가진 학생이 상담을 통해 참된 자기를 바라보고, 변화되는 모습을 보면서 상담과정은 가장 예외적이고, 반짝이는 순간을 함께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여러 상황이나 사건들로 인해 좌절하고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다”면서 “이러한 학생들과 보폭을 맞추면서, 그들이 아직 만나지 못한 가장 예외적이고 반짝이는 순간에 함께하는 상담교사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4대 공단’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우리나라 4대 사회보험(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을 운영·관리하는 국민연금공단, 건강보험공단, 근로복지공단 등 3개 준정부기관을 묶어 ‘4대 사회보험공단’이라고 부르는데요.
일반 공무원보다 비교적 보수가 많으면서, 워라밸과 정년이 보장되고, 사기업보다는 성과 압박이 적어 이른바 ‘신의 직장’으로 불리며 취준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일례로 국민연금공단의 경우 2020년 하반기 신규직원 채용 평균경쟁률은 103.14대 1, 가장 높았던 6급갑 사무직은 무려 154.95대 1에 달했습니다.
3개 공단 중에서 한 곳도 합격이 힘든데 2개 공단에 동시에 합격한 동문이 있습니다. 우리 대학 정보훈(사회복지학과 13학번, 2019년 졸) 동문은 2020년 상반기 공채에서 국민연금공단과 건강보험공단에 동시에 합격, 그중 국민연금공단을 선택해 현재 용인지사에 6급 주임으로 발령받아 근무 중입니다.
경영정보학과 복수전공을 비롯해, 자격증 공부, 취업스터디, 대외활동 등 학점과 스펙을 철저히 관리해온 그는 자신의 강점인 성실함과 풍부한 인턴경력으로 취뽀에 성공했습니다.
정 동문은 “각 회사의 전형을 꼼꼼히 분석해 내가 가지고 있는 강점으로 어느 곳에 지원하는 게 더 유리한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뻔한 얘기 같지만,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습관도 멘탈관리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정보훈 동문의 취업기를 소개합니다.
민원에서 시작해 민원으로 끝난다
국민연금공단은 노후에 필요한 연금급여와 복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국민 생활의 안정과 행복한 삶에 이바지하는 사회보장기관입니다. 만 18세 이상 60세 미만 국민은 국민연금에 의무 가입해야 하는데요. 각출한 보험료는 노년에 연금급여 형태로 지급되는 ‘노령연금’, 국민연금 가입자가 치료 후 장애가 남았을 때 지급되는 ‘장애연금’, 하위 70% 어르신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 등으로 나눠 사용됩니다.
정 동문은 국민연금공단 용인지사 가입지원부에서 근무하며, 용인지역 근로자들을 국민연금에 가입시키고 보험료를 조정하는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 일과가 어떤가요?
“보통 오전 9시까지 정시출근하면 민원서류가 들어오는 전자팩스함과 공단 전산망에 로그인해 연금 가입자분들의 요구사항, 민원처리 내용을 조회해요. 민원 신청사항은 반드시 최대 3일 이내에 처리해야 하는 기준이 있어서 바로바로 처리하죠.
오전 일과가 끝나고 점심 후에는 타 공공기관에 보낼 공문을 취합해 전송해요. 담당 지역 사업장이나 근로자분들께 우편물과 안내사항을 전달하는 일도 있고요. 마지막으로 그날 처리했던 업무 중 특이사항은 부서회의 때 보고할 수 있도록 따로 정리해서 모아둬요. 중간중간 계속 전화를 받으며 민원응대를 하다 보면 하루가 마무리돼요. 아시겠지만 공공기관 업무는 민원에서 시작해서 민원으로 끝납니다(웃음).“
– 국민연금공단에 들어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는 언제인가요?
“국민연금 덕분에 자식들이 부양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고 하실 때, 노후 생활에 보탬이 된다고 하실 때 가장 보람 있어요. 고용안정성과 복지도 나쁘지 않고, 무엇보다 워라밸이 지켜지는 것 같아 만족하고 있습니다.“
– 공공기관과 맞지 않는 사람도 있을까요?
“각 기관 특성이나 부서, 직무마다 다르겠지만, 대체로 성과압박이 사기업보다는 덜해서 워라밸을 중시하는 분들은 잘 맞으실 거라고 생각해요. 또 국민에게 봉사하는 기관이다 보니, 사람을 돕는 일에 보람을 느끼신다면 추천합니다.
반면 적극적이고 진취적이고 개성 있는 일을 하고 싶은 분들은 공공기관 특유의 보수적인 분위기와 맞지 않을 수 있어요. 급여가 대기업만큼 높지 않기에 이 부분을 가장 중시하는 분들에게도 추천하지 않아요. 마지막으로 공공기관 업무는 민원이 대부분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하고요.“
▲ 정보훈(오른쪽) 동문이 국민연금공단 박정배 당시 이사장 직무대행과 임용장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본인 제공
“전공(사회복지학)과 연관성이 있어요. 아무래도 사회보장기관이다 보니, 전공시간에 배운 내용과 많이 연결됐죠. 처음부터 공단 취업을 준비한 건 아니었지만, 대외활동을 두 번이나 공단에서 하면서 자연스럽게 준비하게 된 것 같아요.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건 4학년 때였어요. 인턴과 계약직으로도 일하면서 이 정도면 나름 잘 맞는다고 생각하고 진로를 구체화했어요.”
– 사회복지사 1급은 취업 과정에서 얼마나 영향을 미쳤나요?
“사회보장 관련 공공기관에 지원하면 가점으로 작용할 수 있어요. 실제 제가 지원했던 국민연금공단, 건강보험공단, 근로복지공단, 공무원연금공단, 보훈복지의료공단에서는 가산점이 인정됐어요. 특히 건강보험공단 요양직은 물리치료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2급 이상 자격이 있는 경우만 지원할 수 있기에 유리한 측면이 있죠. 저는 4학년 2학기 마치고 취득했어요.”
– 경영정보학을 복수전공한 이유는요?
“경영정보학을 복수전공하면, 경영학 학사를 얻을 수 있고 컴퓨터 관련 기술도 습득할 수 있을 것 같아 일거양득이라 생각했어요. 결과적으로 복수전공하면서 배운 경영학 과목 덕분에 서류전형에서 교육사항을 잘 채울 수 있었어요. 컴퓨터활용능력 1급 시험내용인 데이터베이스에 대해 미리 배울 수 있는 점도 도움이 많이 됐어요.
경영학 전공이나 복수전공을 하면 아무래도 사무직렬이나 행정직으로 입사할 때 교육사항에 적을 내용이 많아져서 유리해요. 복수전공을 못 한다면, 일반과목으로라도 수강해 놓는 것을 추천합니다.“
– 근로복지공단에서 계약직, 건강보험공단에서 인턴, 그리고 현재는 국민연금공단에 재직하고 계십니다. 4대 공단에서 모두 근무한 경험이 있으신데요. 취업 과정에서 공단 근무 경력이 얼마나 도움이 됐나요?
“저처럼 타 공단 근무 경력이 있는 분들이 꽤 있었어요. 물론 무경력으로 입사하신 분들의 비율도 낮진 않아요. 그래도 서류전형에서 타 기관 근무 경력이 가점으로 작용하겠죠.”
취업 커뮤니티 후기 정독하며 출제 스타일 파악
– 국민연금공단 채용절차가 ‘서류→필기→면접’ 순으로 알고 있어요. 서류전형은 어떻게 준비했나요?
“국민연금공단 기준으로 서류전형은 △교육사항 △자격증 △어학성적 △자기소개서로 구성돼요. 4대 공단은 서류 배수가 낮아서 정량부터 채우는 게 매우 중요해요(국민연금 10배수, 건강보험 7배수, 근로복지 10배수). 국민연금은 특히 교육사항이 중요했던 거로 기억해요. 저는 지원한 직렬의 교육사항을 총 15개 정도로 채웠고, 어학(토익)은 750점 이상이면 큰 문제 없었어요.
자기소개서도 중요한데요. 저는 공고 첫날 초안을 모두 작성하고, 서류 마감 시까지 계속 첨삭했어요. △두괄식으로 쓰기 △소제목 달기 △자기소개서 문항과 답변내용이 적절한지 확인하기 같은 원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합니다. 다 중요한 것 같네요(웃음).
마지막으로 공고가 뜨면 ‘직무기술서’를 정독하면서 직렬별로 어떤 역량을 요구하고, 이에 따른 자기소개서 방향성을 정해야 한다는 걸 강조하고 싶어요.“
▲ 국민연금공단 본사 사옥. 사진=국민연금공단
– 필기시험은요?
“NCS는 스터디를 구성해서 매주 봉투 모의고사를 2번씩 풀고, 서로 풀이방법을 공유했어요. 부족한 부분은 강의도 들었어요. ‘출석 환급반’ 같은 걸 추천해요. 돈도 아끼고 동기부여가 잘 돼요. 전공필기는 ’노 베이스‘라 정말 힘들었어요. 그나마 경영학, 경제학은 경영정보학 복수전공하면서 배운 과목이라 주력으로 삼았어요. 행정학과 법학은 서브 과목으로 지정했고요.
너무 촉박하게 공부하면 금방 지칠 것 같아 시간 여유를 좀 두며 공부했어요. 2019년에 인턴과 공부를 병행하다 보니 벅찼거든요. 상반기에는 주력과목만 하고, 하반기에는 주력이었던 두 과목은 기출문제만, 나머지 서브과목은 이론을 탄탄하게 만들어놔야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세웠어요. 결과적으로 그게 먹혔죠.
그리고 취업 커뮤니티에 후기가 정말 많은데, 후기를 정독하면서 시험 스타일을 파악했어요. 기관마다 시험 스타일이 많이 다르더라고요.“
– 면접전형은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국민연금은 ‘PT면접→토론면접→인성면접’ 순으로 진행됐어요. 건강보험은 ‘토론면접→인성면접’이었고요. 자료를 사전에 제공하고 그 내용을 토대로 면접이 진행되기에, 자료분석 능력과 분석한 자료를 논리적으로 답변하는 연습을 하면 도움이 돼요.
사실 면접 정보는 찾기가 쉽지 않았어요. 공공기관 인턴과 계약직을 하면서 친해진 직원분들의 면접 후기를 들으면서 정보를 얻었어요. 필기와 마찬가지로 면접스터디도 하면서 모의면접과 각종 자료를 공유한 것도 도움이 되었어요.“
– 정보싸움도 중요해 보입니다. 취업정보는 주로 어디서 얻으셨는지.
“취업 커뮤니티와 입사하고자 하는 기관 홈페이지에서 얻었어요. 다만 커뮤니티는 익명 공간이라 검증되지 않은 정보도 많아요. 반드시 해당 기관 인사팀에 문의하거나 홈페이지 공채자료를 확인해 검증해야 해요.
또 공공기관에서 주관하는 대외활동에 참여하는 걸 추천해요. 현직 분들과 만날 기회가 많아 정보를 많이 얻었어요. 인턴이나 계약직이 아니더라도, 근로장학생 형식으로 업무를 체험할 기회도 있으니 방학 중에 도전하는 걸 추천하고요. 우리 대학에도 공공기관, 공기업에 취업한 선배들이 많아요. 선배들을 통해 정보를 얻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필기서 수차례 낙방…강한 멘탈을 위한 ‘내부귀인’
– 취뽀 전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꼽아주신다면.
“지원하고자 하는 회사의 전형을 분석하고, 내 강점으로 어느 곳에 지원하는 게 더 유리한지 파악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공공기관 채용은 전형이 모두 달라요. 서류합격 배수가 적어서(7배수, 10배수) 서류전형 경쟁률이 높지만, 필기시험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곳이 있고, 반면 서류전형에서 큰 문제가 없으면 모두 필기시험 기회를 부여해서 필기 경쟁률이 높은 기관이 있습니다.
저는 스스로 NCS(필기)를 잘하는 편이 아니라고 판단했어요. 대신 스펙을 잘 준비해서 서류경쟁률이 높은 회사에 지원해 서류전형을 통과하고, 필기전형에서 좀 더 수월하게 경쟁하자는 전략이었습니다. 자격증을 비롯해, 계약직과 인턴 등 타 기관 근무경력이 있어서 서류전형에는 자신 있었거든요.
실제 제가 합격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의 서류배수는 각각 10배수, 7배수에 불과해 경쟁률이 매우 높은 편이었어요. 그만큼 필기시험에 응시하는 인원은 줄어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로 합격할 수 있었죠. 반면, 서류경쟁률이 낮고 필기경쟁률이 높았던 한국철도공사나 한국전력공사에는 합격하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본인이 어떤 부분에 더 강점이 있는지 분석하고, 목표를 구체화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 취준을 차곡차곡 순탄하게 잘해오신 느낌이에요. 굴곡은 없으셨는지.
“인턴 면접에 떨어졌었고, 다른 회사 공채 필기시험에서도 많이 낙방했어요. 합격 컷과 점수 폭이 너무 커서 슬럼프도 여러 번 왔죠. 그럴 때면 취업준비하는 친구들과 맛집을 가거나 함께 운동하면서 리프레시했어요. 체력관리를 위해 운동은 필수에요. 몸이 안 따라주면 머리도 안 따라와 주더라고요. 뻔한 얘기 같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매우 중요해요.”
▲ 정보훈 동문은 취업준비 과정에서 체력관리를 위한 운동은 필수라고 했다. 취준 시절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고, 최근엔 취미로 스쿠버다이빙을 한다. 사진=본인 제공
– 강한 체력만큼이나, 강한 멘탈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경영학과 수업을 들을 때 최승년 교수님이 ‘내부귀인’을 하라는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어요. 취업준비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면서 도움이 되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사람은 이기적인 동물이라 본인 상황이 좋지 않으면 그 이유를 외부에서 찾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저도 취업준비 할 때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강사를 탓하거나, 문제집이 안 좋다는 못난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그런 생각보다 나 자신의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내 생각과 행동 중 문제 원인을 찾고 고치는 습관을 들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후배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은요?
“마음이 너무 급해서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잊은 채, 앞만 보고 취준하시는 분들을 많이 봤는데, 되도록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입사하신 분들은 결국 금방 퇴사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취준도 물론 중요하지만, 대학생활 동안만큼은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내가 어떤 일을 좋아하고, 뭘 잘하는지 고민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진로 방향성을 잘 정하면 목적의식이 강해져서 더 열정적으로 준비하고 수월하게 합격하더라고요. 직장에서도 롱런하고요.
4학년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취업준비 전 내가 이 직업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정말 내가 만족할만한 일인지 충분히 고민한 후 도전하시기 바랍니다.“
– 앞으로 어떻게 직장생활을 해나가고 싶으신가요?
“기회가 된다면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어요. 우리나라 복지제도에서 공적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확대될 거예요. 대학원에서 연구하면서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기르고 싶어요. 훗날 제가 가진 지식과 전문성으로 많은 분께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삼육대학교 홍보팀이 인터뷰 기획 <열정 36℃>를 연재합니다. ’36℃, 뜨거운 열정으로 도전하는 삼육 청년들의 이야기’라는 주제로, 사회 곳곳에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젊은 동문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이젠 ‘한국’을 설명하지 않아도 돼요.”
“어디에 있는지 어떤 나라인지 항상 부연설명을 해야 했죠.”
지난 9월 21일 뉴욕한국문화원. UN 총회 참석차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뉴욕을 방문한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문화예술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뉴욕의 차세대 한인 청년’ 11명과 마주 앉았다.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한국인 최초로 토니 어워즈 무대에서 공연한 뮤지컬배우 황주민, 아메리칸발레시어터 최초 한국 수석 무용수 서희, 미국 육군사관학교 태권도팀 사범 강수지,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부악장 박수현 바이올리니스트, 첼시마켓에서 퓨전 한식당을 운영하는 에스더 최, 유수의 국제 영화제를 휩쓴 김진기 애니메이션 감독, 뉴욕 사립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이용근 교사 등 이날 한인 청년들은 알록달록한 빈백에 앉아 김정숙 여사와 편안한 대화를 나눴다.
이들은 불과 몇 년 전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잘 모르던 사람들이 이제는 K팝을 듣고,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한식을 먹고, 한국어를 공부한다면서 뉴욕 문화예술계에서 영향력을 확장해가고 있는 한류의 오늘을 생생히 증언했다.
이날 뉴욕의 차세대 한인 청년 11인 중 한 명으로 초청된 한국어교사 이용근 씨는 우리 대학 동문(상담심리학과 03학번)이다. 2012년 상담심리학과를 졸업한 그는 그해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한 사립학교에 한국어반을 처음으로 개설하고, 10년째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간담회에서 부모님과 한식 만들기, 한국의 전통문화 알리기, 한국어책 읽기 등 다양한 한국어 활동을 소개하면서, 뉴욕 내 한류와 한국어교육의 현황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한류의 뿌리는 한국어. ‘대중문화 한류’는 ‘한국어 한류’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어 교육현장의 첨단에서 한국과 한국어를 알리고 있는 이용근 동문을 화상으로 만났다. 그는 자신의 일터인 교실에서 줌(Zoom)에 접속했다.
뉴욕의 차세대 한인 청년
– 간담회에는 어떻게 초청되신 건가요?
“대통령님 방미 10일 전쯤 뉴욕총영사관 영사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어요. 이런 행사가 있어서 초청하고 싶은데 시간이 괜찮겠느냐고요. 뉴욕한국어교육원 부원장님이 절 추천했다고 하시더라고요.”
– ‘문화예술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뉴욕의 차세대 한인 청년’ 중에서 한국어교사가 꼽혔다는 점이 인상적이에요.
“영사님이 처음 연락하셨을 때 ‘한국어교육’을 엄밀히 문화로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언어는 민족의 얼이라고 하셨어요. 실제로 제가 한국어를 가르칠 때 모든 문화를 아우르거든요. 한식과 한국음악을 소개하고 여러 공연이나 한글 창제 원리를 가르치다 보면 한국어에 한국 사람들의 생각과 우주를 보는 사상까지 포함돼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초청하신 것 같아요.”
▲ 지난해 9월 뉴욕한국문화원에서 열린 김정숙 여사와 뉴욕 차세대 한인 청년 간담회. 김정숙 여사(가운데) 왼쪽 두번째가 이용근 동문이다. (사진=청와대)
– 간담회에선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요?
“뉴욕에서 한인으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점이나 어려운 점, 그리고 자긍심과 위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이야기를 나눴어요. 저랑 비슷한 또래 청년들이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어떻게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지 공유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김정숙 여사님이 굉장히 친절하신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문화에 정말 관심이 많으시구나 하는 게 느껴졌죠.”
– 초청자들의 면면이 정말 다양하더군요.
“이민 2세인 분도 있었어요. 어렸을 땐 자신이 한국인인지 미국인인지 정체성에 혼란이 있었지만, 나이가 들어서 한국인이라는 자긍심을 찾았다고 했어요. 참가자 모두 한국이라는 나라의 국격이 많이 높아졌고, 덕분에 각자 있는 영역에서 인정받을 기회가 많아졌다는 것에 공감했죠. 서로 카톡 아이디도 주고받으면서 이것도 하나의 인연이니까 앞으로 계속 교류하기로 했어요. 다들 뉴욕에서 정말 최선을 다해 생활하고 있는 걸 보니 저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이 많이 됐어요.”
▲ 이용근 동문(왼쪽)이 김정숙 여사와 셀카를 찍고 있다. 김 여사는 이날 간담회를 마친 후 참석자들에게 나쁜 운을 쫒는다는 수문장 마스크를 선물했다. (사진=이용근 제공)
일단 재미가 있어야 해요
이용근 동문이 재직하고 있는 위스퍼링 파인즈 스쿨(Whispering Pines school)은 뉴욕 교외 롱아일랜드 지역에 위치해 있다. 전교생 70여 명 정도의 소규모 사립학교로, 프리케이(Pre-k·한국의 유아원)부터 8학년(중학교 2학년)까지 학생들이 재학 중이다. 한국어반은 이 동문이 이 학교에 온 2012년 처음 개설됐다. 지금은 스페인어와 함께 정식 제2외국어 과목으로 채택돼 전교생이 1주일에 두 번씩 한국어를 배운다.
– 상담심리학과를 졸업하셨는데. 어떤 과정으로 뉴욕에서 한국어교사가 되신 건가요?
“졸업 앞두고 취업준비를 하다가 학교 도서관 앞에서 우연히 친한 동생을 만났어요. 뉴욕 한 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데 지원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요. 봉사활동이고 정식 교사 자리는 아니어서 고민했지만, 경험 삼아 영어공부도 할 겸 지원했어요. 운이 좋게 잘 받아들여져서 1년을 생활했어요.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려고 하는데, 학교에서 정식 교사직을 제안했어요. 신분이나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고 해서 남아있게 됐습니다.”
– 한국어교사를 계속 해야겠다는 결심을 한 계기가 있었나요?
“너무 현실적인 건데, 미국에 있으려면 신분이 보장돼야 해요. 특히 영주권을 받기 위해서는 스폰서를 구해야 하는데,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고 했어요. 여러 고민을 하다가 뉴욕에 계속 있고 싶어서 이 학교에서 한국어교사를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 이 동문이 재직하고 있는 위스퍼링 파인즈 스쿨에서는 3살짜리 유아원생부터 13살 8학년까지 전교생이 1주일에 두 번씩 한국어 과목을 수강하고 있다. (사진=이용근 제공)
– 적성에 맞았나요?
“저보단 학생들이 좋아했어요. 저는 솔직히 좀 힘들었어요(웃음). 중학교 3학년 때 막연하게 국어 교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어요. 국어를 좋아하고 잘해서 선생님이 국어선생님 하면 참 잘하겠다고 하셨거든요. 그렇다고 직업으로까지 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일을 계속하다 보니 참 재미있고 보람차더라고요. 아이들이 일단 한국을 좋아하게 되고,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에도 이바지하지 않나 하고 작게나마 보람을 느끼며 살고 있어요.”
– 처음 한국어를 가르칠 때 어려움은 없었나요?
“미국 학생들은 한국처럼 열심히 공부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경쟁심이 없어요(웃음). 미국에서 한국어를 배워야 하는 실질적인 동인도 없거든요. 한국에서는 시험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공부하잖아요. 그런데 여기 학생들은 공부를 안 해요(웃음). 처음에는 이런 아이들에게 어떻게 한국어를 가르쳐야 할지, 한국어를 왜 배워야 하는지 납득시키고 설명하는 게 너무 어려웠죠.”
– 그래서 어떻게 했나요?
“시행착오 끝에 느낀 건 일단 재미가 있어야 해요.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지 않으면 동기를 찾기가 어려워요. 아무리 학교에서 한국어를 필수 과목으로 지정해도 재미가 없으면 안 듣거든요. 저는 음식을 많이 먹였어요(웃음). 함께 김치를 담그고, 컵라면을 끓여서 그 김치와 밥을 먹으면서 단어를 외우게 해요. 또 저희 학교는 2년에 한 번씩 한국으로 언어연수를 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그게 아이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돼요. ‘너희 공부 안 하면 한국에 안 데려간다’고 엄포를 놓으면 열심히 하더라고요(웃음). 저만의 노하우죠.“
강남 영어강사 출신 이사장
– 미국에서 한국어교사가 되려면 어떤 자격요건을 갖춰야 하나요?
“고민이 많이 되는 질문인데요. 미국은 주마다 법이 다르고 교사 채용 기준도 천차만별이라 일반화해서 말하긴 힘들어요. 그래도 비교적 수월한 건 사립학교예요. 사립학교는 특별히 교사자격증을 요구하지 않아요. 대신 저희 학교는 앤드류스대학교와 연계해서 온라인 클래스로 필수과목 학점을 이수하면 자격증이 나오고, 5년마다 갱신하는 방식이에요. 물론 공립학교에서 일하려면 각 주에서 요구하는 교사자격증을 별도로 취득해야겠죠. 또 영어를 할 줄 알아야 해요. 한국어를 처음 배우는 학생을 가르친다면, 한국어를 아예 못 하기 때문에 영어로 가르쳐야 하니까요.”
– 미국에서 한국어교사 수요가 많나요?
“미국 전체적으로 한국어 클래스 수요가 굉장히 많아졌어요. 대학에서 한국어를 교양과목으로 채택하는 경우도 많고요. 한류의 영향이 가장 크죠. 또 1세대 한국어교사들이 요즘 많이 은퇴하는 시기예요. 미국 한국어교사 단체 채팅방이 있는데 구인공고가 자주 올라와요.
다만 한국어 하나만 해서는 좀 힘든 것 같아요. 한국어교사를 찾는 수요가 많아졌지만, 한국어교사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거든요. 가까운 뉴욕주립대만 해도 한국어학과가 있어서 매년 졸업생이 배출되고 있어요. 그래서 요즘엔 한국어 플러스 자신만의 스페셜티(Specialty)가 있어야 해요. 가령 한국인들이 잘하는 게 과학이나 수학이에요. 그래서 수학교사를 하면서 한국어도 하면 채용 기회가 굉장히 많아요. 물론 뭐든 개인의 역량에 달렸죠. 그래도 그렇게 높은 진입장벽은 아니에요.“
▲ 이용근 동문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실에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걸려있다. (사진=이용근 제공)
– 급여는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미국에서 일반 중산층 정도로 생활하고 있어요. 사립학교는 다 다르지만, 저희 학교는 공립보다는 조금 적어요. 그래도 여러 복지나 퇴직금, 연금 등이 보장돼서 따지면 대체로 비슷비슷 한 것 같아요.”
– 재직하고 계신 학교에서 한국어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이사장님 의지였어요. 이사장님이 2009년 강남에서 6개월 정도 영어강사로 일하셨대요. 그때 한국 문화와 한국어에 매료됐다고 해요. 미국으로 돌아와 학교 이사장을 맡으면서 언어 특성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셨어요. 처음에는 일본어나 중국어를 생각했는데, 이미 미국에서는 포화상태여서 차별화할 수가 없었죠. 향후 한국의 발전 가능성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한국어를 지정했어요. 또 한국어를 선택하면 한국 정부에서 보조금이 나와요. 사립학교는 재정이 열악하기 때문에 초기에 마중물이 됐죠.“
– 중국어, 일본어와 비교해 한국어 교육은 어느 정도로 보급돼 있나요?
“미국에서 한국어수업을 수강하는 학생 수가 지난 5년 동안 540배 증가했어요. 하지만 전체 학생 수를 보면 중국어 5위, 일본어 8위에 이어 한국어는 11위예요. 최근 한국어 교육 붐이 많이 일어나긴 했지만, 중국어와 일본어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죠.
한국어는 한국 정부에서 많은 지원을 하고 있어요. 중국어나 일본어는 자국 정부에서 지원하진 않아요. 일본어는 도요타 같은 일본 글로벌 기업들이 투자하고 있고, 워낙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많아서 예전부터 수요가 많았어요. 중국은 인구가 많으니까 커뮤니티에서 아예 화교 학교를 세워요. 중국은 문화를 보전하는 교육을 많이 해서 언어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요.“
▲ 한국 정부가 지원하는 해외청년산업실습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한국 교직 이수자가 교생 실습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이 동문은 삼육대에서도 교생 실습생을 받을 계획이라고 했다. (사진=이용근 제공)
– 한국어가 더 보급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한인들이 조금 더 뭉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중국인들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언어와 문화를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데, 한국인은 그런 느낌이 없어요. 한국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영어를 잘해서 주류사회로 나가는 뒷받침이 돼주려고 해요. 그래서 가정에서 한국어를 전혀 쓰지 않죠. 한국인 2세들은 한국어를 못 해요. 하지만 다른 나라 문화권 학생들은 자국 언어는 당연히 할 줄 알면서 영어도 해요. 국가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부모님들이 조금 더 한국어에 자부심을 갖고, 집에서라도 최소한 한국어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아주 작은 장벽을 넘어서면
– 미국에서 처음 한국어교사를 할 당시를 생각하면 최근 한국어 붐이 격세지감일 것 같습니다.
“많이 변했죠. 2012년 처음 이 학교에 왔을 때는 한국이라는 나라를 아는 학생이 아무도 없었어요. 그런 나라의 언어를 배우라고 하니 꺼리는 아이들도 있었죠. 그런데 이제는 학부모님들도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두 말 정도는 최소한 알아요.
먼저 저한테 오셔서 <오징어 게임>이나 <기생충> 같은 “한국영화와 드라마를 봤다” “아이들하고 한국 음식점에 갔다” 이런 얘기를 많이 해주시고, 아이들은 BTS나 블랙핑크를 많이 좋아해요. 저도 K팝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한국 드라마 클립을 따서 수업하면 정말 좋아해요.
이번에 코로나를 겪으면서 한국이 굉장히 깨끗하고, 방역도 잘하고, 체계적인 나라라는 이미지가 생겼어요. ‘Made in Korea’는 그냥 믿고 사용해요. 교사로서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죠(웃음).“
– 어떨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나요?
“아이들이 한국어를 잘할 때보다, 한국이라는 나라를 좋아할 때, 한국에 애정을 가질 때요. 학교 졸업 후에도 계속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고 해서 개인적으로 튜터링을 해주는 학생들이 있어요. 그런 아이들은 한국어를 정말 잘해요. 한국을 꼭 가보고 싶은데 코로나 때문에 못 가서 아쉬워하는 학생들도 많아요. 그렇게 한국을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큰 보람을 느끼죠.”
이용근 동문이 참석한 김정숙 여사와의 간담회 타이틀은 ‘아주 작은 장벽을 넘어서면’이었다. 2년 전 봉준호 감독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기생충>으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뒤 “1인치 정도 되는 장벽(자막)을 뛰어넘으면 여러분들은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고 했다. 간담회에 함께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서로 다른 문화는 다가서지 않으면 높은 장벽이 되고, 서로가 다가서면 작은 장벽이 된다”고도 말했다.
“언어는 문화와 뗄 수 없는 관계잖아요.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은 어떤 나라이며, 한국인은 어떻게 살아왔고, 한국인은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가르치게 돼요. 언어를 배우면서 그 문화나 사상을 이해하고 결국은 존중하게 되죠. 더 배우고자 하는 마음도 생기고요. 그럴 때 문화의 장벽이 무너지는 걸 느껴요.”
– 앞으로의 꿈, 계획은요?
“거창하진 않아요. 지금처럼 하루하루 열심히 아이들을 가르칠 거예요. 한국어를 배우고 사회에 나가서 많이 쓰고, 자신의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된다면 행복할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코로나가 끝나면 저희 학교에서 삼육대 학생들을 교생실습생으로 받을 계획이에요. 이 프로그램에도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임종성 신임 총동문회장 <재림마을> 인터뷰
“나의 ‘마지막 봉사’…기반 잘 닦아 다음 세대에 넘길 것”
지난 5일 열린 삼육대 총동문회 제39회 총회에서 18대 회장에 추대된 임종성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삼육인으로서 동문회원과 재학생 후배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관련기사▷제18대 총동문회장에 임종성 화백 추대)
임종성 신임 회장은 이를 위해 “총동문회와 단과대 및 각 학과별 동문회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회원 사이의 교류를 증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총동문회가 개인의 삶과 사업, 인적 네트워크 형성, 경제활동 등 다방면에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기회를 많이 만들겠다”면서 회원들이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끈끈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아래는 일문일답.
Q. 신임 총동문회장 선출을 축하드립니다. 소감과 함께 회원들에게 인사의 말씀을 전해주십시오.
“감사와 기쁨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입니다. 지속되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총동문회 사업이 근래 들어 크게 위축됐습니다. 항간에는 총동문회의 존폐위기까지 느껴진다는 이야기가 들려올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서도 총동문회의 발전을 위해 기도하며 애써주시는 회원들이 있어 든든합니다.
새로운 회기의 첫발을 떼면서 ‘소통하는 총동문회장’이 되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소통하지 않는 사회와 집단은 발전할 수 없습니다. 누가,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귀를 열고 다가서겠습니다. 총동문회 사업의 발전을 위한 타당하고, 합리적인 의견이라면 기꺼이 수용하겠습니다. 그래야 조직을 활발하게 운영할 수 있다는 게 모든 임원의 공통된 생각입니다.
모쪼록 회원 여러분의 관심을 부탁합니다. ‘악플보다 무서운 게 무플’이라는 말이 있듯, 쓴소리보다 더 무서운 게 무관심입니다. 우리의 작은 관심이 모여 큰 힘을 이룰 것임을 믿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교류하고,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총동문회는 그러한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회원들의 모교에 대한 애정과 사랑을 끌어올리고, 관심을 기울일 수 있도록 소통하며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Q. 수락연설에서 “후배들이 모교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총동문회 차원에서 노력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임기 중 가장 중점적으로 펼쳐갈 사업은 무엇입니까?
“재학생과 동문 회원 모두가 ‘삼육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학교에 다니던 1960년대만 하더라도 모교의 하드웨어(시설)는 솔직히 보잘 것 없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가장 먼저 도입한 스프링클러와 사일로 등 선진 농업기술은 우리의 자랑이었습니다.
이를 보기 위해 정부와 학계 등 관계자들이 연일 견학을 왔고, 삼육우유 등 생산제품과 작물은 뛰어난 품질을 인정받았습니다. 한국 농업의 선구자라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SDA삼육외국어학원이나 삼육두유, 삼육병원 등 자매기관이 삼육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뿐 아니라 우리의 자긍심을 갖게 하지 않습니까.
임기 중 가급적 동문초청 행사를 자주 개최하려 합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고, 일상 활동이 재개되면 그간 중단됐던 ‘홈커밍데이’ ‘걷기대회’ ‘골프대회’ ‘음악회’ 등 동문과 가족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오랜만에 학교를 찾아 모교의 발전과 변화를 직접 확인하며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전국 대학 중 가장 아름다운 캠퍼스로 손꼽히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뛰어난 인성교육 등 우리가 가진 장점은 삼육대 동문으로서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또 다른 콘텐츠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특히 총동문회 차원에서 ‘자랑스러운 삼육인상(三育人賞)’을 제정할 계획입니다. 한 해 동안 사회적으로 크게 조명받거나 가시적 업적을 이룬 동문회원을 선정해 시상하고, 상패와 부상을 수여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려 합니다. 동문들의 사회적 활동을 발굴하고, 삼육교육의 가치를 실현하는 또 다른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를 언론에 소개하면 개인의 긍지뿐 아니라 모교와 총동문회의 홍보 등 부대 효과도 있을 것으로 봅니다.“
Q. 총동문회의 활성화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구상하고 있습니까?
“단순한 친목 도모나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회원 간 교류와 실질적인 도움으로 이어지도록 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만남의 기회를 자주 만들어야 합니다. 그 일환으로 등산, 사진, 운동, 음악, 비즈니스 등 각자의 취미와 관심 분야를 동문회 활동과 연계하려 합니다. 솔직히 서로 만나지 않으면 남남이나 다름없습니다. 총동문회와 모교와의 관계, 동문 회원 사이의 관계, 동문 선배들과 재학생 후배들과의 관계를 활성화하겠습니다.
총동문회가 개인의 삶과 사업, 인적 네트워크 형성, 경제활동 등 다방면에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기회를 많이 만들려 합니다. 회원들이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끈끈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하겠습니다.
개인의 교류뿐 아니라, 은사님과의 교류도 증진하려 합니다. 모교 방문을 통해 학창 시절의 추억을 공유하고, 교수님들과 사제의 정을 나누는 시간을 갖도록 할 생각입니다. 또한 총동문회가 은퇴교수들을 초청해 일생을 후학 양성과 학교 발전을 위해 헌신한 그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시간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해외 동문회의 활성화와 교류 강화도 필요합니다. 특히 그동안 우리 총동문회와 모교의 성장을 위해 도움을 아끼지 않은 미주 동문회에 감사를 표하는 기회를 갖겠습니다. 여행이 자유로워지면 동문 대표들이 미국을 직접 방문해 교류를 확대하려 합니다. 미주 외에도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 등 해외 각 곳에 있는 동문들과의 연계 활동도 강화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활동이 모두 앞서 언급했던 삼육인의 긍지와 자부심 그리고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Q. 총동문회가 발전하려면 무엇보다 각 학과 동문회가 활성화돼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회장님께서는 이 부분에 대해 어떤 견해나 발전방안을 갖고 계십니까?
“이미 몇몇 학과에서는 ‘동문초청 특강’ ‘장학사업’ ‘골프대회’ 등 자체 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총동문회도 학과 동문회 사업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연계 활동을 펼치려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학과 교수님들이 졸업생과의 관계를 잘 맺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졸업생들이 모교와 연결고리가 단절되지 않도록 세심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그 연장선에서 우리가 먼저 ‘찾아가는 총동문회’가 되려 합니다. 학과 동문회 모임이나 행사가 있을 때, 총동문회 임원들이 찾아가 작은 선물이라도 하고, 총동문회가 학과 동문회와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체계화할 것입니다.
총동문회가 결코 학과 동문회에 부담을 드리는 입장에 서지 않겠습니다. 이를 위해 총동문회 명의의 사업자등록을 신고하고, 발급받았습니다. 자체 수익을 창출하고 관리해 회원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입니다. 여전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어서 쉽지는 않지만, 어떻게든 수입원을 만들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사업 아이템을 추천받고, 구상 중이며, 향후 동문회 명의의 기부금 처리 및 수익 관련 사업에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학과 동문회가 살아야 총동문회도 활성화된다는 방향성에서 상호 발전방안을 모색하겠습니다.“
Q. 끝으로, 3만여 동문회원들에게 당부의 말씀이 있으면 해 주십시오.
“개인적으로 총동문회장이 나의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합니다. 사업의 기반을 잘 닦아 다음 세대에게 넘기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역할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기반으로 사회에 진출했습니다. 육신의 부모가 우리를 낳고 길러주셨다면, 모교는 정신적으로 성숙하게 교육해 줬습니다. 우리의 가치관과 사회적 활동의 바탕에는 진리와 봉사, 사랑의 정신을 가르친 모교의 정신이 스며있습니다. 우리에게는 그런 고마움이 있습니다.
이제 그런 모교의 발전을 위해 서로 노력해야 합니다. 총동문회 사업에 관심을 갖고, 힘을 모아주십시오. 도움이 필요할 때,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말아 주십시오. 총동문회도 회원들의 교류 증진을 통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나아가 모교의 발전과 재학생 후배들을 격려하고 용기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연말연시, 건강하시고 동문 회원들의 가정과 사업장에 하나님의 사랑과 축복이 풍성히 깃들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감사합니다.“
※ 임종성 신임 총동문회장은?
1998년 삼육의명대(삼육대로 통합)에 임용된 뒤 2013년 정년퇴임할 때까지 문화예술대학장을 역임하고, 아동미술과, 미술컨텐츠학과(현 아트앤디자인학과)를 개설해 삼육대 미술교육의 기초를 닦았다.
1995년부터 사람 사이 불신의 벽을 없앤다는 의미로 시조사, 의정부교도소 등의 벽화를 제작해 일반 대중이 그림을 좀 더 쉽게 접하고, 삭막했던 도시의 회벽이 미관으로 자리 잡도록 했다.
올해는 장학기금 마련을 위한 초대전을 열어 판매수익금 3200만원을 모교에 기탁했으며, 4억원 상당의 작품을 기증했다.
삼육대 SW융합교육원 산하 SW동아리이자 학생창업보육센터 입주기업인 국제화연구소가 ‘2021 전국 대학생 SW 창업 아이디어톤 대회’에서 최우수상(상금 150만원)을 수상했다.
‘아이디어톤’은 ‘아이디어’와 ‘마라톤’의 합성어로, 제한된 시간 안에 집중적으로 창업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발전시켜 결과물을 발표하는 방식의 프로젝트 대회다.
이번 대회는 전국 15개 대학 35개 팀, 109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으며, 1차 서류심사를 거쳐 20개 팀이 본선에 올랐다. 본선에서는 특강-팀별 아이디에이션-사업계획서 제출-1·2차 멘토링-최종 결과물 제출-IR 등으로 이어지는 2주간의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며 아이템의 우수성을 겨뤘다.
참가자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사회적·보편적 문제를 SW 기술로 해결하는 혁신적인 창업 아이디어’였다. 국제화연구소는 대한민국 입국을 희망하는 유학생을 위한 멘토링 서비스 ‘ITK(International To Korea)’로 최우수상을 거머쥐었다.
▲ 국제화연구소의 IR 발표 영상
ITK는 인도 유학생인 팀원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시작됐다. 팀에서 개발을 맡은 사우랍 탄월(Saurav Tanwar, 컴퓨터메카트로닉스공학부 18학번) 학생은 개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외국인에게 한국 유학정보와 한국어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한국 유학에 관심 있는 외국인들과 소통하던 그는 이들이 한국 유학을 시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우랍 학생은 “인도에서는 한국어가 제2외국어로 채택돼 있을 만큼 유학 수요가 많지만, 한국 사정을 잘 아는 지인이나, 유학원을 활용할만한 금전적 여유가 없는 일반 학생들은 (유학을) 시도하기 힘든 구조”라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ITK라는 아이템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ITK의 서비스는 크게 2가지다. 선배 유학생 멘토링과 장학정보 제공. 멘토와 멘티를 매칭해 유학정보를 제공하고, 장학금 공지 문자알림 서비스, AI를 적용한 대학 합격예측, 적성에 맞는 학과 찾기 등 기능도 탑재한다.
▲ 현재 개발 중인 국제화연구소의 ‘ITK’
특히 ITK는 유학생들이 단순히 한국 대학에 입학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에 적응하고 계속 생활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외국인이 타국에서 겪는 4대 문제인 의료, 근로, 음식, 거주 등과 관련한 각종 정보를 제공한다. 이를 위해 멘토-멘티 간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인 커뮤니티를 구성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사우랍 학생은 “인도에도 비슷한 애플리케이션(앱)이 많지만, 대부분 입국만 시켜주기에 중도이탈 문제가 많이 생긴다”면서 “ITK는 유학생들이 한국에서 편하게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에서 기존 서비스와 분명한 차별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ITK는 현재 개발단계로, 내년 3월 공식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인도의 고등학생을 타깃으로 서비스를 시작해, 이후 한국 유학을 희망하는 인도 대학생,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유학생, 전 세계 유학생 등으로 서비스 범위를 점차 확장할 계획이다 .
국제화연구소 오준재(컴퓨터메카트로닉스공학부 18학번) 대표는 “유학자금과 정보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학생들도 ITK를 통해 한국 유학과 정착을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 와서 가장 먼저 설치하는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 국제화연구소가 개발한 비영어권 외국인을 위한 의료솔루션 애플리케이션(앱) ‘콜라(Korea Life_Medic)’
한편 국제화연구소는 이주민이 한국사회에서 겪는 다양한 문제를 소프트웨어적인 방법론으로 해결하는 소셜벤처 창업팀이다. 오준재 대표와 사우랍 탄월 개발 담당, 김지민(아트앤디자인학과 20학번) 서비스 디자인(UI/UX) 담당을 비롯한 8명의 팀원 모두 유학생이거나, 유학생을 대상으로 봉사경험이 있는 학생들로 꾸려졌다. 타 대학에서 다문화를 전공하는 팀원도 있다.
지난 6월에는 비영어권 외국인을 위한 의료솔루션 애플리케이션(앱) ‘콜라(Korea Life_Medic)’ 아이템으로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이 주관한 ‘2021 예비창업패키지 사업 소셜벤처 분야’에 선정돼 4900만원의 사업비를 지원받기도 했다. (관련기사▷소셜벤처 창업팀, 5천만원 규모 정부지원 사업비 유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