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뷰

‘AI 애니메이션’으로 국제 영화제 진출… 아디과 이건희 학우

2025.12.16 조회수 745 커뮤니케이션팀

‘기억 속에 간직된’… 해외 영화제 연이어 공식 초청
미국 배급사와 계약 체결도

아트앤디자인학과 이건희 학우(21학번, 지도교수 서정미)가 제작한 AI 애니메이션 ‘기억 속에 간직된(Held in Memory, 2025)’이 미국·유럽·중남미 등 해외 5개 국제 영화제·아트페스티벌에서 연이어 공식 상영작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선정된 영화제는 △미국 2025 마이애미 아트 테크 서밋(Miami Art Tech Summit) △영국 리프트오프 글로벌 네트워크 온라인 필름메이커 11·12(Lift-Off Sessions Global Network Filmmaker) △네덜란드 AI 비디오 어워드 2025(AI Video Awards) △튀르키예 제12회 에게아트 단편영화제(Egeart Kisa Film Yarismasi) △자메이카 움직이는 영화제(Films That Move) 등이다. 전통 단편영화제부터 AI·뉴미디어 기반의 테크 페스티벌까지 폭넓은 무대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이 작품은 미국 배급사 스팽글리시 무비스(Spanglish Movies)와 배급 계약을 체결했다. 국제 단편 및 독립영화 배급에 특화된 기업으로,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 등 글로벌 OTT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작품을 소개해온 바 있다.

▲ ‘기억 속에 간직된(Held in Memory, 2025)’ 포스터

‘기억 속에 간직된’은 한 소년이 곰인형을 매개로 사랑과 상실, 그리고 세대를 잇는 기억을 다시 발견하는 과정을 그린 감성 단편 애니메이션이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어머니와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소년에게, 어머니가 선물한 곰인형은 기억과 감정을 담는 친구이자 위로의 존재가 된다.

소년은 곰인형과 함께 성장하며 일상의 소소한 순간 속에서 사랑과 추억을 쌓아간다. 성인이 된 뒤에는 잊고 지냈던 기억을 어머니의 부고와 함께 다시 마주하게 된다. 작품은 마지막 장면에서 그의 딸이 같은 곰인형을 들고 유치원으로 향하는 모습을 통해, 사랑과 기억이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흐름을 서정적으로 담아내며 짧지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 작품은 AI 기술을 활용했음에도 감성적 연출과 따뜻한 무드를 유지하며, 기술과 예술적 표현이 자연스럽게 결합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각 영화제 심사위원들은 소년과 곰인형의 관계를 통해 사랑과 상실, 성장의 감정을 절제된 방식으로 전달한 점을 공통적으로 높이 평가했다. 관객들 역시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과 감정을 환기시킨다는 점에서 공감을 보였다.

이건희 학우는 “작품을 시작할 때는 단순히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었지만, 여러 국가의 관객과 전문가들로부터 호응을 얻으며 개인적인 이야기와 감정이 세계와 공감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체감했다. 앞으로도 AI 기술과 인간의 감정을 연결하는 작업을 통해 작품 세계를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아래는 이건희 학우와의 일문일답.

▲ 이건희 학우

─ 작품의 출발은.

“어린 시절의 경험과 가족에 대한 기억에서 출발했다. 나 역시 어린 시절부터 16년째 함께해 온 애착 곰인형이 있다. 위로와 안정감을 주는 존재이자, 기억과 감정을 담는 매개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그 감정을 작품 속 소년과 곰인형의 관계로 풀어내고 싶었다. 초기 기획 단계부터 사건 중심의 서사보다는 감정을 따라 흐르는 서정적 구조에 초점을 맞췄다.”

─ 제작 과정이 궁금하다.

“기획과 스토리 구성은 AI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진행했다. 이후, 이미지 생성에는 AI툴 소라(SORA)를 활용했고, 생성된 이미지를 기반으로 런어웨이(Runway)를 사용해 영상화했다. 더빙과 내레이션은 타입캐스트(Typecast)를 통해 캐릭터 톤을 조율했으며, 최종 편집과 후반 작업은 동영상 편집툴 프리미어 프로(Adobe Premiere Pro)로 완성했다.”

─ 가장 어려웠던 점은.

“런어웨이를 활용한 영상 출력 과정이었다. 한 장면을 생성하는 데 평균 3~5분이 소요되는데, 원하는 결과가 한 번에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한 장면당 적게는 5번, 많게는 15번 이상 반복 시도해야 했다. 시간 관리와 인내가 가장 큰 도전이었다.”

─ AI 기술을 활용하면서 감성적 연출을 위해 특히 신경 쓴 부분은.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에 인간적인 디테일을 더하는 데 집중했다. 색감과 빛의 방향, 카메라 앵글, 장면 전환, 내레이션의 리듬 등을 세심하게 조정해 관객이 자연스럽게 기억과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도록 설계했다. 시간이 흘러도 기억은 사라지지 않고 다시 우리를 찾아온다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전달하고자 했다.”

▲ 애니메이션 스틸

─ 학과에서의 배움이 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회화, 디자인, 영상 등 다양한 시각예술을 폭넓게 배우며 창작의 기본기와 표현력을 동시에 다질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 덕분에 촬영 구도, 화면 구성, 색감 연출 등 영화적 요소를 보다 깊이 이해하게 됐고, 작품의 완성도와 연출력을 높이는 데 직접적인 도움이 됐다.

지도교수인 서정미 교수님의 지도 역시 큰 영향을 미쳤다. 교수님께서는 늘 긍정적이고 따뜻한 스토리를 중심에 두는 작품을 강조하셨고, 관객의 심리와 감정 흐름을 고려한 연출 방식을 세밀하게 지도해 주셨다.”

─ AI 기술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역시 서정미 교수님의 영향이 컸다. 교수님이 직접 제작하신 AI 영상을 보며 새로운 표현 방식의 가능성과 감동을 느꼈고, 그 경험이 계기가 돼 AI 애니메이션 제작에 도전하게 됐다.”

─ 영화제 출품까지 한 이유는.

“단순히 완성에 그치지 않고 국제 무대에서 평가받고 싶었다. 기억과 감성을 주제로 한 보편적 이야기는 문화권을 넘어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여러 해외 영화제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며 작품의 글로벌 확장성을 확인했다.”

─ 창작자로서 느낀 AI 기술의 가능성과 한계는 무엇이었나.

“AI는 창작 과정에서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감정의 미묘한 결이나 섬세한 뉘앙스를 완전히 이해하거나 표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반복적이고 방대한 시각 자료 제작, 아이디어 시각화, 시간 단축 등의 측면에서는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AI는 결코 창작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창작자의 표현을 확장해 주는 협업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 최근 삼육식품 마케팅부에 AI 디자이너로 입사했다고.

“AI 기술을 활용해 브랜드 콘텐츠, 광고, 캐릭터, 영상 등 시각적 자료를 제작·기획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AI 애니메이션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스토리텔링과 시각 표현, 감성적 연출을 기업 마케팅 실무와 연결하고 싶다.”

▲ 삼육식품 본사에서 이건희 학우

─ 차기작 계획은.

“‘붉은 꽃’이라는 제목의 공포 장르 단편 애니메이션을 준비 중이다. 마약과 환각이 초래하는 위험을 다루며, 단순한 공포를 넘어 삶과 죽음,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을 담고자 한다. 장기적으로는 철학적 주제를 다룬 장편 작품에도 도전하고 싶다. AI 기반 콘텐츠 제작을 지속할 계획이다.”

─ AI 기반 창작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가’다. AI는 도구일 뿐, 창작의 중심은 여전히 창작자의 상상력과 이야기다. 작은 시도와 반복,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도 중요하다. 기술과 감성을 연결해 나가면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꾸준히 탐구하길 바란다.”

글 하홍준 hahj@sy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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