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뷰

[삼육人] 배우 사강, 질문을 시작하다

2026.08.18 조회수 295 커뮤니케이션팀

대학원 사회복지·디지털 통합돌봄학과 석사 취득
‘사람중심계획(PCP)’과 ‘플로리싱’에서 삶의 지지대 찾아
“연기와 사회복지 접목할 것”

▲ 14일 교내 요한관 홍명기홀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을 마친 후, 배우 사강(왼쪽)이 지도교수인 윤재영 교수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살다 보면 내가 계획하지 않은 방향으로 삶이 흘러가는 시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개인적으로 삶을 다시 정리해야 하는 시간을 지나왔고, 그 과정에서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많이 생각했습니다. 그때 공부가 저에게 중요한 지지대가 됐습니다.”

1996년 데뷔 이래 대중의 폭넓은 사랑을 받아온 배우 사강(본명 홍유진)이 지난 14일 교내 요한관 홍명기홀에서 열린 ‘2025학년도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석사모를 썼다. 지난해 우리 대학 대학원 사회복지·디지털 통합돌봄학과(계약학과) 석사과정 1기생으로 입학하며 교내외의 이목을 끈 지 1년 만이다.

고등학생 시절 드라마 ‘머나먼 나라’로 데뷔한 그는 ‘인어 아가씨’, ‘소울메이트’, ‘왕의 여자‘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활발한 연기 활동을 펼쳤다. 가정을 꾸린 뒤 육아에 전념하며 잠시 휴지기를 갖기도 했으나, 2019년 성공적으로 복귀해 최근까지 ‘우주메리미’, ‘사이코메트리 그녀석’ 등에 출연하며 변함없는 연기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삶은 때로 정해진 대본을 벗어나 낯선 무대로 우리를 이끌곤 한다. 불가항력적인 변화 앞에서도 그는 주저앉아 멈추는 대신, 스스로에게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며 당차게 삶의 다음 장을 열어젖혔다. 타인의 시선이 머무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서 한 걸음 물러나, 타인의 삶을 가장 깊숙이 살피고 이해해야 하는 ‘사회복지학’을 새로운 업으로 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학위수여식 직후, 삼육대 커뮤니케이션팀이 그와 서면으로 마주했다. 광복절 연휴가 지나고 그가 보내온 답변은 마치 오랫동안 꾹꾹 눌러쓴 일기장처럼 차분하고 단단했다. 삶이 낸 길을 따라 제2의 인생을 묵묵히 걷기 시작한 ‘석사 홍유진’의 이야기를 전한다.

▲ 대학원 사회복지·디지털 통합돌봄학과 석사과정 수업 중 발표를 진행하고 있는 배우 사강. 사진=사회복지학과 제공

─ 대학 졸업 후 22년 만에 다시 학생이 되었습니다. 수많은 길 중 사회복지, 그리고 계약학과의 문을 두드린 이유가 궁금합니다.

“처음부터 거창한 계획을 세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배우로 오랫동안 일하며 제가 가장 많이 해온 것은 결국 ‘사람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거기서 한 걸음 나아가, 실제 삶에서 사람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인생의 변화를 겪으며 제2의 삶에서는 제가 살아온 경험과 전문성을 연결하고 싶었고, 그 과정에서 사회복지와 디지털 돌봄이라는 분야를 만났습니다. 삼육대 계약학과를 택한 것은 일을 하며 학업을 병행할 수 있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었지만, 사회복지를 이론으로만 겉핥듯 배우지 않고 변화하는 돌봄 환경을 현장감 있게 고민할 수 있다는 점이 끌렸기 때문입니다.”

─ 20년이 넘는 학업 공백이었습니다. 배우 활동과 두 딸의 양육, 학업까지 병행하는 과정이 녹록지 않았을 텐데요.

“처음에는 ‘내가 과연 석사과정을 따라갈 수 있을까’ 두려움도 컸습니다. 하지만 막상 부딪혀보니 지나온 그 긴 시간이 학업의 공백이 아니라, 사람과 삶을 깊이 경험한 시간이었음을 알게 됐습니다. 물리적인 한계는 시간을 아주 잘게 나누어 쓰는 것으로 버텼습니다. 촬영과 육아를 마친 뒤 밤늦게 과제를 시작한 날이 부지기수였습니다. 쉽지 않았지만, 딸들에게 말로만 ‘도전하라’고 하기보다 엄마가 직접 치열하게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 아이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밤늦게까지 책을 보고 과제 하는 엄마를 처음엔 낯설어했습니다. ‘엄마 또 공부해?’라고 묻기도 했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엄마도 시험과 발표 앞에서 긴장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습니다. 저는 그것도 교육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공부에는 정해진 나이가 없고, 어른도 모르는 것이 있으며, 다시 배울 수 있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백주년기념관 앞에서 수야, 수호와 함께 포즈를 취한 배우 사강. 사진=사회복지학과 제공

─ 석사 과정 중 가장 흥미롭게 탐구했던 주제는 무엇인가요?

”PCP(Person-Centered Planning, 사람중심계획)’입니다. 이를 공부하며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돕는다고 할 때 보통 ‘무엇이 필요한가’를 먼저 묻습니다. 하지만 사람중심계획은 그보다 먼저 ‘이 사람은 어떤 삶을 원하는가’를 묻습니다.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의 대상이 아닌,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주체로 바라보는 관점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사회복지가 단순히 돕는 방법을 넘어, ‘누가 누구의 삶을 결정할 수 있는가’를 끊임없이 질문하는 학문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 인스타그램에서는 ‘플로리싱(Flourishing)’ 역시 깊이 공감한 주제로 꼽으셨습니다. 삶의 거센 변화를 마주했던 시기, 이 배움은 개인적으로 어떤 지지대가 되었나요?

”‘아동복지론’ 시간에 배운 ‘플로리싱’은 개인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해 번성하고 활짝 꽃피우는 상태를 뜻합니다. 행복을 순간적인 감정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의미와 관계, 성장까지 포함해 ‘인간이 어떻게 잘 살아갈 수 있는가’를 생각하게 했습니다. 어려움과 고통이 존재하더라도 삶의 의미를 다시 발견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진정으로 잘 살아가는 것임을 배웠습니다.

저에게 대학원 공부는 단순히 학위를 얻기 위한 과정만은 아니었습니다. 다시 책을 읽고, 질문하고, 발표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토론하면서 ‘나는 아직 배울 수 있고, 새로운 삶을 지어갈 수 있다’는 감각을 회복했습니다. 이번 배움은 과거를 덮어두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앞으로의 삶과 단단히 연결하는 매듭이었습니다.“

▲ 14일 교내 요한관 홍명기홀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을 마친 후, 배우 사강(맨 왼쪽)이 동료 원우들과 기념촬영을 하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 연기와 사회복지, 전혀 다른 분야 같지만 ‘사람을 이해한다’는 본질에서 맞닿아 있는 듯합니다.

”예전에는 배역을 맡으면 그 인물이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를 주로 고민했습니다. 사회복지를 공부한 후에는 질문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이 사람에게 어떤 삶의 경험이 있었을까’, ‘어떤 사회적 환경과 관계망이 있었고 무엇이 결핍되었을까’를 먼저 묻게 됩니다. 한 사람의 행동을 개인의 성격 하나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학문적으로 체득한 셈입니다.

배우 역시 인물을 재단하는 사람이 아니라 철저히 이해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앞으로 연기를 한다면, 인물의 표면적인 감정 너머 그가 살아온 환경과 관계, 상실, 욕구까지 훨씬 더 입체적으로 짚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앞으로 ‘배우 사강’이자 ‘석사 홍유진’으로서 어떤 궤적을 그리게 될까요.

”이제는 굳이 하나의 직업이나 타이틀로 저 자신을 한정 짓고 싶지 않습니다. 배우 사강으로 살아온 시간도 저이고, 밤새워 사회복지를 공부한 홍유진도 저입니다. 앞으로는 오랫동안 해온 연기와 새롭게 공부한 사회복지를 연결하는 작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사람중심계획을 기반으로 연극심리치료나 표현예술을 접목해,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던 사람들이 고유한 이야기를 발견하고 주체적으로 표현하도록 돕는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지금 받은 학위는 완성이 아닙니다. 제 경험을 어떻게 사회와 나눌 것인가를 찾기 시작한 두 번째 출발선일 뿐입니다.”

▲ 배우 사강. 사진=본인 인스타그램

─ 현실적인 장벽 앞, 새로운 시작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 역시 ‘과연 끝까지 해낼 수 있을까’ 수만 가지 걱정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막상 부딪혀보니 한 가지는 너무나 분명했습니다. 시작하지 않으면 단 1%의 가능성도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늦게 시작하면, 늦게 시작한 사람만이 축적한 고유한 경험이 무기가 됩니다. 살아내며 얻은 경험이 공부와 만나니, 예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책 속의 문장들이 살갗에 닿듯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모든 상황이 완벽하게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져야만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두려움을 안고서도 떨리는 다리로 한 걸음 내딛는 것, 그것이 진짜 시작입니다. 인생의 다음 장은 나이로 열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다시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비로소 열립니다.”

글/사진 하홍준 hahj@syu.ac.kr

ⓒ 삼육대학교 브랜드전략본부 커뮤니케이션팀 supr@sy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