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120주년, ‘AI·글로벌·캠퍼스’ 3대 혁신으로 다음 100년 연다”
한국대학신문 파워인터뷰
1906년 ‘의명학교’ 설립… 근대 고등교육과 함께 발전
‘SU-RISE 미래캠퍼스 프로젝트’로 학생이 머무는 캠퍼스 조성
영어트랙 확대해 글로벌화… 내년 유학생 2000명 유치 목표
美 로마린다대와 ‘약적원 특례입학’ 운영… 의·치대 확대 협의

1906년 평양 순안에서 ‘의명학교’로 출발한 삼육대가 올해 개교 120주년을 맞았다. 설립 초기부터 실용교육을 중시하고 새로운 교육 방식을 적극 도입했으며 지(智)·영(靈)·체(體)의 전인교육을 바탕으로 영성과 인성을 갖춘 ‘삼육 인재’를 배출해 왔다.
제해종 삼육대 총장은 18일 서울 노원구 삼육대에서 진행된 본지와 인터뷰에서 지난 120년의 역사를 토대로 ‘다음 100년’을 준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학의 강점인 보건·복지와 생명 존중의 가치를 인공지능(AI)과 결합하고 그간 축적해 온 글로벌 교육 역량도 한층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2025년 대학정보공시 기준 해외취업률 5년 연속 수도권 대학 1위를 기록한 경험을 바탕으로 외국인 유학생 유치와 국내 학생의 해외 진출을 강화하는 구상도 내놨다.
제해종 총장은 “개교 120주년은 새로운 변화의 출발점”이라며 “120년간 이어온 영성과 인성교육을 바탕으로 이타적인 인간성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말했다.
제 총장을 만나 삼육대가 걸어온 120년의 의미와 AI·글로벌 시대 대학의 역할, 미래 캠퍼스 구상 등 앞으로의 비전을 들어봤다.
―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등 민족의 역사와 함께해 온 삼육대가 올해 개교 120주년을 맞았다. 삼육대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 주신다면.
“삼육대는 1906년 ‘의명학교’로 출발해 한국 근대 고등교육의 발전과 궤를 같이해 왔다. 1906년 10월 10일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 미국인 선교사들이 지금의 평양 순안국제공항 부지에 학교를 설립한 것이 삼육대의 첫걸음이다. 낯선 조선 땅을 찾은 초기 선교사들의 헌신과 희생 위에 오늘날까지 이어진 120년의 역사가 세워졌다.
윌리엄 스미스(William R. Smith) 목사는 조선의 청년들에게서 시대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의명학교를 설립했다. 공동 설립자인 미미 샤펜버그(Mimi Scharffenberg)는 한국 재림교회 최초의 여성 선교사로, 배움에서 소외된 여성들에게 글과 위생을 가르쳤다. 스미스 목사가 자녀를 잃는 비극을 지켜본 뒤 선교에 합류한 릴리 러셀(Riley Russell) 의사는 의명학교 교실 한 칸을 개조한 작은 진료소에서 4년간 2만여 명의 환자를 돌봤다. 3·1운동 당시 부상자를 치료한 일로 일본 헌병대에 검거돼 재판을 받기도 했다. 오늘날 삼육대가 지향하는 교육 철학 역시 이들이 보여준 삶과 사랑의 정신을 토대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120년 역사에 수난도 있었다. 일제강점기에는 신사참배를 거부해 강제 폐교되는 아픔을 겪었고, 학장과 이사장을 역임한 최태현 목사는 일제의 고문으로 순교했다. 그러나 해방 이후 1949년 현재의 서울 노원구 부지로 터전을 옮겨 재건의 기틀을 다졌고, 1961년 정규 4년제 대학 승격에 이어 1992년 종합대학으로 개편되며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삼육대는 개교 120주년을 단순히 지난 역사를 기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학이 지켜온 교육적 가치와 정신을 되새기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동시에 이러한 가치를 오늘의 시대에 맞게 새롭게 계승하며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는 재도약의 원년으로 만들어 갈 계획이다.”
― 삼육대는 한국 고등교육사에 여러 ‘최초’의 기록을 남긴 대학이다.
“삼육대는 설립 초기부터 서구의 교육제도를 도입하며 당시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교육 방식을 시도했다. 1970년대 한국인 총장이 취임하기 전까지 미국인 선교사들이 대학 운영을 맡으며 선진적인 해외 교육제도를 일찍 접목할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학생의 자립을 위한 일인일기(一人一技) 기술 교육을 비롯해 남녀공학, 전원 생활관 제도, 농촌 계몽·봉사활동, 전일(全日)제 영어교육 프로그램 등을 도입했다. 이와 함께 설립 초기부터 금연·금주 교육을 실시하고 채식 중심의 식단을 운영하는 등 생활교육에도 비중을 뒀다.
개교 120주년을 맞은 삼육대는 이러한 교육의 가치를 이어가는 동시에 변화한 교육 환경에 맞춰 캠퍼스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구상이 ‘SU-RISE 미래캠퍼스 프로젝트’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캠퍼스에 머물며 공부하고 교류·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확충하는 것이 목표다. 주요 교육·문화 복합시설을 지하에 배치해 ‘지하 혁신클러스터’를 구축하고, 학생들의 캠퍼스 정주 여건도 개선할 계획이다.”
― ‘SU-RISE 미래캠퍼스 프로젝트’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 주신다면.
“먼저 삼육대가 가진 장점과 한계를 살펴보는 것에서 출발했다. 삼육대는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약 5만 4000평의 부지를 갖추고 있지만, 그린벨트와 군사시설보호구역, 문화재보존지역이라는 3중 규제로 새로운 건물을 짓는 데 한계가 존재한다. 학생들이 수업 이후에도 캠퍼스에 머물며 공부하고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 점도 과제였다.
이를 토대로 구상한 것이 바로 ‘지하 캠퍼스’다. 지하에 교육·문화·학생 교류 기능을 갖춘 ‘혁신클러스터’와 주차 공간을 조성하고, 지상은 차량을 최소화해 보행자 중심의 캠퍼스를 조성하고자 했다.
캠퍼스는 대학의 정체성을 담은 ‘생츄어리(Sanctuary)’, AI 융합교육과 창업을 지원하는 ‘챌린지(Challenge)’, 유학생과 지역사회가 교류하는 ‘커먼스(Commons)’ 등 세 가지 기능을 중심으로 재편할 계획이다. 특히 커먼스 권역은 대학의 지역주민과 상생하는 소통의 장으로 구성해 대학과 지역이 동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 재원 마련을 위해 BTO·BTL 등 민간 자본 유치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대학이 운영의 주도권을 갖고 과도한 상업화를 막는다는 원칙은 유지한다. 향후 120주년 기념 비전 선포식에서 청사진을 공개하고, 중앙광장 조성과 보행 중심 캠퍼스 구축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 삼육대는 그간 지식뿐 아니라 인성과 봉사정신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전인교육을 강조해 왔다. 총장께서 생각하는 ‘교육이 길러야 할 사람’은 어떤 모습인가.
“삼육대 교육의 뼈대는 지(智)·영(靈)·체(體)의 전인적 발달이다. 그 중심에는 영성 교육이 자리해 있다. ‘인간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 같은 본질적인 질문을 스스로 고민하고 답을 찾아가는 교육을 추구하고 있다.
생성형 AI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이러한 교육의 중요성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AI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계산하지만, 질문하고 결과의 의미와 책임을 고민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몫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사고(思考)’를 넘어 존재의 의미와 가치까지 성찰하는 ‘사유(思惟)’의 역량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다.
삼육대가 말하는 영성도 이러한 맥락에 닿아 있다. 단순한 지식이나 기술을 넘어 윤리 의식과 양심을 갖추고 타인을 배려하며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건강한 지성인을 길러내는 것이 목표다. AI 시대에는 지식과 기술을 활용하는 능력만큼이나 이를 어떠한 가치와 목적으로 사용할 것인지 판단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120년간 이어온 영성과 인성교육을 바탕으로 이타적인 인간성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삼육대가 지향하는 방향이다.”
― AI 시대에 요구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궁금하다.
“AI 시대에는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뿐 아니라, 이를 전공과 결합해 실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융합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AI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할수록 기술을 어떤 가치와 목적을 위해 활용할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윤리 의식과 인간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이러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삼육대는 AI 교육을 전공자만의 영역이 아닌 전교생이 갖춰야 할 기본 소양으로 확대하고 있다. 인공지능융합학부와 데이터클라우드공학과를 신설했으며, 각 전공에 AI를 접목하는 ‘AI 브릿지 교과’를 개발하고 소단위 전공인 ‘AI 마이크로디그리’를 확대할 방침이다. 자체 구축한 AI 기반 학습지원 플랫폼 ‘SU-LEAP’과 전공설계 시스템 ‘SUHO’를 활용해 학생의 학습 이력과 적성 등을 분석하고 맞춤형 학습·진로 설계도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는 모든 대학이 범용적인 AI 교육을 제공하는 만큼 삼육대가 강점을 지닌 보건·복지와 생명 존중의 가치를 AI와 결합하는 데 중점을 두고자 한다. 디지털 헬스케어와 보건·복지 분야에 특화된 ‘사람 중심의 AI 융합인재’를 양성해 삼육대만의 특화된 AI 교육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6년간 SW중심대학 사업을 수행하며 구축한 교육 기반을 토대로 ‘AI중심대학’ 사업 선정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으며 AI 기초교육부터 전공·융합교육까지 총괄하는 ‘AI융합대학’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사회와의 연계도 강화한다. 남양주시 등 지자체와 협력해 학생들이 AI 기술을 활용해 지역의 현안을 직접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학생들이 AI를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문제에 적용하며 경험을 쌓는 실무 중심의 교육 환경을 구축하고자 한다.”
― 삼육대는 외국인 유학생 등 글로벌 인재 양성과 해외 취업 분야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삼육대에는 42개국 700여 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재학하고 있다. 올해 1000명대, 내년에는 2000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100여 명 수준이던 외국인 학부생도 현재 500명을 넘어섰다. 이러한 변화의 계기가 된 것이 ‘영어트랙’이다.
한국어가 유학의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지난해 경영학과에서 영어트랙을 처음 운영했고, 올해는 인공지능융합학부와 글로벌한국학과, 바이오융합공학과, 항공관광외국어학부, 유아교육과 등 6개 학부·학과로 확대했다. 올해 2학기부터 유학생 전담 ‘글로벌자유전공학부’를 운영하고 있다. 유학생이 1학년 동안 영어·한국어 트랙에 맞춰 교양 교육을 받으며 전공을 탐색한 뒤 2학년부터 적성과 언어 능력에 따라 전공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유학생 증가에 맞춰 지원 체계도 개편했다. 기존의 국제처는 유학생 모집과 비자·체류 관리 등을 담당하고, 신설된 국제대학은 교육에 집중한다. 전담 코디네이터 교수진을 두고 유학생들의 학업과 국내 생활 적응도 지원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뿐 아니라 국내 학생들의 해외 진출도 확대하고 있다. 현재 54개국 173개교와 구축한 해외 교류대학 네트워크를 내년까지 250개교 수준으로 늘리고, 교환학생과 공동 연구 등을 확대할 계획이다.
해외 취업 지원도 이어간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해외취업연수사업을 통해 어학·직무 교육부터 취업 알선과 현지 정착을 지원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수료생 166명이 미국과 캐나다 기업에 취업하는 성과를 거뒀다. 앞으로도 삼육대는 유학생 유치와 국내 학생의 해외 진출을 함께 확대하는 방향으로 글로벌 교육 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 수험생들에게 소개할 만한 삼육대만의 특별한 교육제도가 있다면.
“삼육대는 미국 로마린다대(Loma Linda University)와 함께 ‘약학전문대학원 특례입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삼육대에서 로마린다대가 인정한 지정 선수과목을 이수하는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미국에서 별도의 프리팜 과정을 밟지 않고 로마린다대 PharmD 과정에 지원할 수 있는 특례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약대 진입로를 기반으로 의대와 치대까지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협의를 현재 진행 중이다. 또한 미국 라시에라대(La Sierra University)와는 듀얼디그리(복수학위) 프로그램 협약을 추진하는 등 글로벌 교육 협력의 지평을 전방위적으로 넓혀가고 있다.”
― 대학 구성원들에게 하시고픈 말이 있다면.
“어떤 공동체든 자신이 가진 강점과 가능성을 극대화한다면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변화 앞에서는 누구나 두려움을 느끼지만, 익숙함에 머무르지 않고 구성원들이 마음을 모아 한 걸음 내딛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SU-RISE’가 지향하는 변화의 핵심이기도 하다. 개교 120주년을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아 구성원 모두가 함께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내디뎠으면 한다. 삼육대가 120년간 지켜온 차별화된 가치가 다가올 미래에 삼육 인재를 더욱 눈부시게 만들 것으로 확신한다.”
■ 제해종 총장은…
삼육대 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앤드류스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2년 삼육대 교양성경과 교수로 임용돼 교목부처장, 신학과장, 교목처장 등을 역임했다. 2024년 3월 삼육대 제16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한국신학대학총장 협의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대담 최용섭 한국대학신문 주필 겸 편집인
정리 김소연 한국대학신문 기자

한국대학신문 https://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59766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