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윤선미 원우, 두 번째 박사·여섯 번째 학위 취득

‘우수학위논문’ 선정도… 시각장애인 라이프스타일과 만성질환 연관성 규명

▲ 14일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윤선미 박사(오른쪽)가 이금선 지도교수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천 개의 계단을 한 번에 뛰어오를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계단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며 어렵다고만 하죠. 한 계단씩 차근차근 올라가다 보면 끝은 반드시 옵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올해 환갑을 맞은 중증 시각장애인 윤선미 박사가 삼육대 대학원 중독과학과에서 두 번째 박사학위이자, 여섯 번째 학위를 취득했다. 학위수여식은 14일 교내 요한관 홍명기홀에서 열렸다. 그의 논문은 ‘우수학위논문’으로 선정돼 학문적 완성도와 사회적 기여를 동시에 인정받았다.

윤 박사의 박사학위 논문 제목은 ‘시각장애인의 인구사회학적 요인, 중독행위, 정신건강 및 라이프스타일과 만성질환 간의 연관성’(지도교수 이금선)이다.

국내에서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보건·중독·라이프스타일 융합 연구는 전례가 드물다. 그는 전국의 50세 이상 중증 시각장애인 450명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로 인터뷰·설문을 진행했다. 성별·연령·경제활동·교육수준, 음주·흡연 행태, 스트레스·우울 정도, 식습관 등을 조사하고, 고혈압·간질환·뇌혈관질환·당뇨병·신장질환 등 만성질환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 14일 학위수여식에서 윤선미 박사(오른쪽)가 제해종 총장과 함께 학위기와 우수학위논문상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시각장애인 중 고혈압이나 당뇨 없으신 분을 거의 못 봤어요. 뇌졸중과 암으로 세상을 떠나는 사례를 숱하게 보면서,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생활습관과 정신건강을 반드시 함께 들여다봐야 합니다. 이번 연구가 향후 보건교육과 제도 설계의 기반이 되길 바랍니다.”

연구 과정은 험난했다. 한 사람당 15분이면 끝날 설문이 대부분 1시간을 넘겼다. 장애 원인을 묻는 순간, 응답자들은 자신의 삶의 역사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한 80세 고령 응답자와는 1시간 45분간 대화를 이어가기도 했다. 하루 11명을 인터뷰해 11시간을 채운 날은 멀미가 날 정도였다고.

선천성 백내장으로 태어난 그는 망막박리와 녹내장 등으로 시력이 점차 악화돼 현재는 색과 형태를 구분하기 어려운 상태다. 시각장애인 보조기기를 사용하지 못해 논문 작업의 90% 이상을 학습도우미와 활동지원사의 도움에 의존했다. 도우미가 바뀔 때마다 문서양식과 내용을 다시 설명해야 했고, 사비로 인력을 충원하는 부담도 컸다.

“스스로 발등을 찍었죠. ‘뭐 하러 이걸 시작했나’ 싶은 순간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시작한 것은 반드시 끝낸다’는 마음과 ‘사람으로는 할 수 없으나 하나님으로서는 다 하실 수 있다’(마태복음 19장 26절)는 말씀을 붙잡고 버텼습니다.”

▲ 윤선미 박사가 삼육대 커뮤니케이션팀과 인터뷰하고 있다.

윤 박사의 학위 여정은 폭넓다. 1987년 삼육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2004년 보건학석사(M.P.H.), 2010년 신학석사(M.Div.), 2015년 목회학박사(D.Min.)를 취득했다. 2020년에는 삼육보건대 사이버지식교육원에서 사회복지학사를, 이번에 보건학박사(Ph.D.)를 더해 총 6개의 학위를 갖게 됐다. 5개 학위가 삼육대에서 나왔다.

“삼육대는 저를 만든 곳입니다. 신앙을 키워주고 ‘진리·사랑·봉사’의 정신을 심어준 곳이죠. 여러 장학 제도와 장애학생 지원 정책이 있었기에 공부를 이어갈 수 있었어요.”

윤 박사는 학위를 “인생이라는 집을 짓는 도구”에 비유한다. “도구가 많으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져요. 한쪽이 힘들면 다른 분야로 숨을 고르며, 배움을 즐겼어요. 기회가 올 때마다 잡았고, 덕분에 새로운 길이 열렸습니다.”

환갑 선물로 6번째 학위이자 두 번째 박사학위를 스스로에게 안긴 그는 ‘120세 시대’, 봉사할 분야와 할 일이 많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지난 4월 말에는 서울 휘경동 ‘화이트케인 장애인 자립생활센터’ 2대 센터장으로 취임했다. 전공 분야의 강점을 살려, 건강·보건 분야에 특화된 동료상담, 권익옹호, 자립생활지원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건강이 있어야 자립도, 권익 찾기도 가능하니까요. 논문 작업을 하며 인터뷰했던 450명 중 벌써 몇 분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분들의 시력을 회복시켜 드릴 수는 없지만, 마음의 빛이라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제가 평생 해야 할 일이자, 가장 큰 보람입니다.”

천연치료·통증관리·수치료 전문가이기도 한 그는 1994년부터 미국, 유럽, 아시아 등 40여 개국과 국내 대학에서 강의를 이어왔다. 앞으로도 이러한 활동을 지속하며, 새로운 봉사의 길을 넓힐 계획이다.

‘혹시 7번째 학위에 도전할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질린 듯 손사래를 쳤다. “학위는 이제 족합니다. 대신 피아노를 배우고 싶어요. 초등학교 때 눈이 나빠져 포기했거든요. 학위가 아니라 제 취미를 위해서요. 물론, 그게 학위가 된다면… 거절하진 않겠어요.”

글/사진 하홍준 hahj@syu.ac.kr

ⓒ 삼육대학교 브랜드전략본부 커뮤니케이션팀 supr@syu.ac.kr

홍선미 교수, 시비우 연극제 공식 초청… ‘방랑자’ 전석 매진 호평

‘유럽 3대 연극제’… 한국 현대무용 미학 선보여
우리 대학 국제교류 확대 계기 마련

▲ 홍선미 교수

우리 대학 통합예술학과 홍선미 교수가 세계적인 공연예술 축제 ‘제32회 시비우 국제연극제(FITS, Festivalul Internațional de Teatru de Sibiu)’에 연출자로 공식 초청받아 현대무용극 ’방랑자(Wanderers)’를 무대에 올렸다.

루마니아 시비우에서 매년 개최되는 시비우 국제연극제는 프랑스 아비뇽, 영국 에든버러와 함께 유럽 3대 연극제로 손꼽히며 전 세계 공연예술계의 주목을 받는 대규모 축제다. 올해는 지난 6월 20일부터 29일까지 열흘간 개최됐으며, 82개국 5천여 명의 예술가가 참가해 총 830편 이상의 공연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홍 교수가 연출한 ‘방랑자’는 삶의 불확실성과 방향 상실의 감정을 주제로, 인간 존재가 근본적으로 안고 있는 혼란과 기도라는 행위를 예술적으로 풀어낸 현대무용극이다.

▲ 방랑자(Wanderers)

“어느 인간에게도 완벽한 지도는 주어지지 않았다. 혼란스레 발을 딛는 모든 땅이 당신의 옳은 길이다”라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인간이 고대로부터 미래에 대한 불안과 삶의 방향성에 맞서 기도를 통해 해답을 구해온 여정을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했다. 이러한 보편적 정서는 ‘방랑자’라는 상징으로 응축되며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안무는 신예 안무가 김재원이 맡았다. 2024 MODAFE(국제현대무용제) 금상, 2022 육완순 무용콩쿠르 금상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을 가진 유망주로, 이번 작품을 통해 첫 해외 무대에 데뷔했다.

‘방랑자’는 홍 교수가 총괄기획 및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서울댄스플레이페스티벌(SDP, Seoul Dance Play Festival)에서 11분 분량의 단편으로 지난해 초연된 바 있다. 이후 스페인 디렉터의 추천과 시비우 조직위원회의 공식 초청을 계기로, 50분 분량의 중편 작품으로 새롭게 확장돼 유럽 무대에 선보이게 됐다.

공연은 시비우 루치안 블라가 대학교 CAVAS홀에서 열렸으며, 300석 규모의 좌석이 사전 예매로 전석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현지의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관객들은 작품에 녹아든 한국적 정서와 현대무용의 섬세한 표현력, 그리고 한국의 옛 대중가요와 동서양 감성이 공존하는 연출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반응을 전했다.

▲ 방랑자(Wanderers)

이번 공식 초청은 단순한 무대 참여를 넘어, 우리 대학의 예술적 저력과 국제적 역량을 세계에 소개하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됐다.

홍 교수는 연극제 부대행사로 진행된 국제 세미나 ‘U.Talk’에 연사로 참여해 유럽 각국의 교수 및 박사과정생을 대상으로 우리 대학 글로벌문화예술융합학부와 대학원 통합예술학과를 소개했다.

우리 대학이 추구하는 예술통합형 커리큘럼, 교육철학, 국제 학생 구성과 교수진의 전문성 등을 소개하며, 다양한 국가의 교육자들과 깊이 있는 교류를 이어갔다.

그 결과, 루마니아, 네덜란드, 스페인 등 유럽 주요 대학으로부터 유럽연합(EU)이 주관하는 교환학생 프로그램 ‘에라스무스 플러스(Erasmus+)’를 포함한 다양한 협력 제안을 받았다. 현재 우리 대학 대외국제처를 중심으로 MOU 체결을 위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 홍선미(오른쪽) 교수가 루마니아 루치안 블라가 대학교(LBUS) 국제교류 관계자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또한 시비우 국제연극제의 공동 주최기관인 루치안 블라가 대학교(LBUS)와의 협력 가능성도 타진되고 있다. 홍 교수는 해당 대학에 자발적으로 미팅을 요청해 학과를 직접 소개하고 향후 교류 방안을 논의했다.

홍 교수는 “세계적인 무대에 공식 초청돼 우리 대학의 역량을 알릴 수 있었던 점이 가장 큰 보람”이라며 “향후 유럽권 유학생 유치에도 긍정적인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 기대한다. 우리 대학이 지닌 교육철학과 국제 감각은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앞으로도 유럽의 정서와 호흡을 함께 나누는 진정성 있는 예술교류를 이어가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글 하홍준 hahj@syu.ac.kr

ⓒ 삼육대학교 브랜드전략본부 커뮤니케이션팀 supr@syu.ac.kr

조선일보 https://news.chosun.com/pan/site/data/html_dir/2025/07/29/2025072901585.html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economy/biznews/1210472.html
뉴시스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0729_0003270686
머니투데이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5072914354485291
아시아경제 https://view.asiae.co.kr/article/2025072913332139354
헤럴드경제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543185?ref=naver
한국대학신문 https://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581902
베리타스알파 https://www.veritas-a.com/news/articleView.html?idxno=565383
대학저널 https://dhnews.co.kr/news/view/1065579375135225
교수신문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140516
위드인뉴스 http://www.withinnews.co.kr/news/view.html?section=1&category=155&item=&no=36827
뉴데일리 https://biz.newdaily.co.kr/site/data/html/2025/07/30/2025073000022.html
브릿지경제 https://www.viva100.com/article/20250729501317
스포탈코리아 https://www.sportalkorea.com/news/articleView.html?idxno=2025052909552457941
중앙이코노미뉴스 https://www.joongang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38727
팝콘뉴스 https://www.popcorn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88415
아시아타임즈 https://www.asiatime.co.kr/article/20250729500358
메트로신문 https://www.metroseoul.co.kr/article/20250729500450

[언론 인터뷰]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의 ‘미래를 위한 1년’

[아시아타임즈] 자유전공학부 학생·교수 인터뷰
하고 싶은 일이 많고, 좋아하는 일을 찾고

▲ 자유전공학부 이수민(왼쪽), 윤성빈 학생이 아시아타임즈와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하홍준

대학마다 자유전공학부가 있다. 신입생 때는 자유롭게 공부하다 학년이 오르면서 자신의 전공을 고를 수 있는 시스템으로, 사실 고등학교의 이과, 문과 선택과 비슷하다. 어떻게 보면 학생들에게 ‘미래의 선택권’을 준다는 점에서 자유롭게 학문을 공부하는 캠퍼스의 낭만과도 맞닿는다.

삼육대 자유전공학부는 이러한 ‘미래 선택’에 좀 더 포지티브하게 접근한다. 한 해에 4학기를 운영하는 Q학기제와 프로젝트 기반 활동을 통해 학생의 선택을 돕는다.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는 교수들은 수업 구조를 직접 설계하고 관련된 타 학과 교수와 외부 전문가를 연결해 ‘자유로운 공부’를 실현한다.

이런 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생각은 어떨까.

윤리 교사를 꿈꿨던 윤성빈 학생은 다양한 분야에 대한 흥미를 좇아 자유전공학부에 진학했다. 여러 학과의 수업과 강연을 들으며 자신의 가치관과 맞는 보건관리학과를 전공으로 선택하려고 마음먹었다.

이수민 학생은 사실 단순히 성적에 맞춰 대학을 골랐다. 아마 수험생 대부분 그와 비슷한 결심으로 대학에 왔을 터. 그러나 자유전공학부는 그런 그에게 ‘미래 선택’이 어떤 의미인지를 깨닫게 했다. 사람들과 소통하며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표현하는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며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확실히 알게 됐다.

이런 학생들의 성장에는 교수들의 노력도 한몫하고 있다.

김향일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현재 ‘그린빈 카페’와 ‘인사이드 스토리’라는 두 개의 프로젝트 수업을 맡고 있다. 김 교수의 전공은 영어교육학이지만, 프로젝트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기획부터 실행까지 해보는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전공보다는 ‘교육 설계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타임머신이 있다면 미래로 가고 싶어요”

대학은 결국 미래를 위한 설계다.

그래서 단순한 상상 너머, 현재의 학습 경험이 미래에 어떤 의미로 이어질 수 있는지 궁금해 “타임머신이 있다면 언제로 가고 싶을까?”라는 엉뚱한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우문현답이었다. 학생들은 당연하게도 “미래”를 택했다. 그들은 자유전공학부에서 사람과의 소통, 다양한 분야의 탐색, 실제 프로젝트 경험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점차 구체화 해가고 있었다.

윤성빈 학생은 “자유전공학부의 장점이자 단점은 하고 싶은 게 많아진다는 것”이라며, 다양한 선택지 속에서 자신의 가치관과 맞는 보건관리학과를 전공으로 선택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 학생은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 입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로 간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철학 콘텐츠를 제작해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그 속에서 행복을 주고받는 일을 하고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철학과 보건이라는 분야는 달라도, 사람과의 연결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서 그는 일관된 가치를 추구하고 있었다.

이수민 학생은 “미래에 갑자기 뚝 떨어진다면 자유전공학부에서 배운 것처럼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그것을 표현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이 학생은 관광경영 수업에서 여행 기획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아이디어가 현실로 구체화 되는 과정에 큰 재미를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친구들과 아이디어를 던지고 박수를 치며 함께 브레인스토밍하는 과정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확신했다”고 말했다.

경험으로 전공을 발견하다

이수민 학생은 관광경영 프로젝트 중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경주 여행 상품을 기획하는 팀에 참여했다.

시니어층은 은퇴 후에도 체력과 자산, 시간을 갖고 있는 집단으로, 이를 고려해 크루즈 중심의 편안한 여행 루트를 설계했다. 그는 수업 중 실제 어르신들과 인터뷰할 기회를 가졌고, “식당은 1층이 편하다”, “편안한 여행이 좋다”는 의견을 들으며 자신들의 기획 방향이 올바르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윤성빈 학생은 과학 프로젝트 ‘사이언스크루’에 참여했다. 과학에 익숙하지 않았던 그는 실험복을 입고 실험 수업에 참여하면서 처음에는 긴장했지만, 마지막에는 초등학교에서 실험 수업을 직접 진행하는 기회를 가졌다. 그는 “누군가를 가르쳐 본 적이 없어 선생님이 될 수 있을지 걱정됐는데, 아이들이 집중하고 ‘선생님이 너무 좋다’고 해줘서 감동이었다”고 전했다. 과학을 배우는 것도 좋았지만, 그보다 더 보람 있는 일은 자신이 배운 지식을 아이들과 나누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 자유전공학부 김향일 교수가 아시아타임즈와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하홍준

김향일 교수는 현재 ‘그린빈 카페’와 ‘인사이드 스토리’라는 두 개의 프로젝트 수업을 맡고 있다. 김 교수의 전공은 영어교육학이지만, 프로젝트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기획부터 실행까지 해보는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전공보다는 ‘교육 설계자’의 역할을 한다.

자유전공학부의 수업은 이론 중심이 아니다. 실제 시장을 모델로 한 프로젝트가 중심이다. 김 교수는 대표 사례로 ‘그린빈 카페 프로젝트’를 꼽는다. 이 프로젝트의 브랜드 기획은 경영학과, 메뉴 개발은 식품영양학과, 로고 디자인은 환경디자인원예학과, 마케팅은 인공지능응용학부와 연계됐다.

학생들은 10명씩 팀을 이루어 실제 카페를 하루 동안 운영한다. 브랜드명 기획부터 로고, 메뉴판, 가격 설정, 마진율, 사업계획서 작성까지 모두 학생이 이론을 배우고 직접 진행한다. 김 교수는 “수익율도 역시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학생들이 기획에서 실행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지며 현실을 배우는데 중요점이 있기 때문이다.

‘인사이드 스토리’ 프로젝트는 수강신청 마감이 제일 늦게 됐고, 40명 정원 중 23명밖에 신청하지 않아 선호도가 낮은 프로젝트였다. 김 교수는 “오히려 그런 학생들, 학교에 애착이 없거나 정보가 부족해서 뒤늦게 수강신청한 친구들이 연극이라는 매개를 통해 달라지는 모습을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자기 성찰 노트를 쓰고, 감정과 불안을 대사로 표현했다. ‘내가 잘해낼 수 있을까’, ‘나는 왜 이렇게 불안할까’ 이런 질문을 스스로 다뤄보는 시간이었다. 결과적으로는 학생들 스스로가 기획하고, 각자 역할을 맡아 한 편의 극을 완성했다.

연극 프로젝트는 실제 무대에서 공연을 올려 200명 넘는 학생들 앞에서 발표하고, 연극 경험이 전무한 친구들이 떨면서도 결국 해냈다. 김 교수는 “이 모든 경험이 말 그대로 ‘배운 것을 세상에 드러내는 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 창작극 프로젝트 ‘인사이드 스토리’에 참여한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이 연극 연습을 하고 있다.

진로 탐색과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교수들

자유전공학부의 또 다른 강점은 교수진의 촘촘한 코칭 시스템이다. 윤성빈 학생은 교내 대학일자리본부와의 상담을 통해 원하는 직종의 역량을 분석하고, 실제 채용 공고를 함께 살펴보며 구체적인 진로 계획을 세웠다. 이수민 학생은 자신이 직접 작성한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교수와 상담했고, “이대로 사세요”라는 농담섞인 교수의 긍정적인 피드백이 큰 동기부여가 됐다고 전한다.

윤성빈 학생은 자유전공학부 과대표로도 활동 중이다. 다양한 전과 가능성과 정보 전달을 위해 수프림센터와 활발히 소통하며, 자유전공학부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

삼육대 자유전공학부의 1학기에는 ‘인생설계와 진로’라는 수업에서 8~12명 단위로 밀도 있게 수업하고, 그 뒤로는 개별 상담을 진행한다. 또 ‘전공탐색과 미래설계’라는 15주차 수업에서는 15개 학과 교수들이 매주 돌아가며 학과에 관련된 강의를 진행한다.

김 교수는 “학생들이 경영, 인공지능처럼 익숙한 전공만 보다가 보건관리학과처럼 생소한 전공에도 눈을 돌리게 되는 계기가 된다”며, “실제로 수업 듣고 나서 전공 바꾼 친구들이 꽤 많다”고 말했다.

▲ 삼육대 자유전공학부

교육의 본질은 결국 ‘사람’

대학이 점점 실용성과 경쟁력 중심으로 흐르고 있지만, 교육의 본질은 사람이 성장하는 것에 있다.

김 교수는 자유전공학부의 교육이 단순한 진로 탐색을 넘어서 있다고 강조한다. 목표 없는 방황처럼 보일 수 있는 탐색 과정을 통해 학생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를 발견하게 된다. 김 교수는 이 과정을 돕는 역할을 스스로 ‘교육 설계자이자 투자자’라고 정의한다.

또한 그는 자유전공학부를 ‘배움의 백지 상태에서 출발하는 곳’이라고 표현한다. 진로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 시간 동안 자기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는 경험이, 향후 전공을 선택하고 인생을 설계하는 데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된다고 믿는다.

김 교수는 “자유는 방임이 아닌 방향을 모를 때 허락된 진짜 실험의 시간”이라며, “그 시간을 진지하게 보낸 학생은 전공 선택에서 후회하지 않고 교수는 그 과정을 함께 설계하고, 옆에서 지켜보며 응원하는 존재”라고 말했다.

그래서 자유전공학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학부에 열의가 없던 학생들이 무대에 서서 “나는 불안을 딛고 나아가겠다”고 말하는 장면으로 꼽는다.

그는 “그 대사는 단순히 외운 대사가 아닌 학생 스스로의 삶을 통과하며 만들어 낸 언어였다”며, “그 순간 ‘이 학생은 분명히 성장했구나’라는 확신이 들었고, 이 교육이 의미가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글 아시아타임즈 양혜랑 기자

아시아타임즈 https://www.asiatime.co.kr/article/2025061850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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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육人] 나 ‘삼육의 왕’인데 팔씨름 한번 붙어볼래?

팔씨름 공인 아마추어급
화학생명과학과 김남일 학우
닉네임 ‘삼육의왕’으로 활약

▲ ‘삼육의왕’ 김남일(화학생명과학과 23학번) 학우가 팔씨름 대회에서 수상한 메달을 목에 걸고 힘차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레디, 고!”

심판의 외침과 함께 두 팔이 맞붙는다. 손목이 꺾이고, 어깨와 허리에 긴장이 번진다. 짧다면 짧은 이 몇 초 안에 모든 것이 결정된다. 상대 손등이 테이블 패드에 닿는 순간, 승패가 갈린다. 단순해 보여도 결코 단순하지 않은 싸움이다. 팔의 힘은 물론이고, 손목 각도와 악력, 순간적인 기술 전환이 교묘히 얽힌다.

누구나 한 번쯤은 장난처럼 해봤을 팔씨름. 그러나 이 단순한 놀이에 인생을 건 청년이 있다. 우리 대학 화학생명과학과 김남일(23학번) 학우. 팔씨름계에서는 ‘삼육의 왕’이라는 닉네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중학생 시절 교실 책상 위에서 연거푸 지며 키운 승부욕이 어느새 전국대회 금메달로 이어졌다. 대회 활동을 시작한 지 1년 6개월 만에 이룬 성과다.

팔씨름은 그에게 단순한 취미가 아니다. 손목을 꺾고 상대를 끌어오는 ‘훅(hook)’을 연마하며 체육관과 대회장을 오가는 날들이 이어진다.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손사래를 치면서도 눈빛은 단단하다. ‘삼육의 왕’ 김남일 학우를 만나 팔씨름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첫 대회, 첫 패배

─ 팔씨름은 언제 처음 시작했나요?

“중학생 때 쉬는 시간마다 친구들이랑 팔씨름을 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계속 지더라고요. 오기가 생겼습니다. 힘부터 세져야겠다 싶어서 아령 들고 손목 까딱까딱하는 운동을 했어요. 그게 제 첫 훈련이었죠.”

─ 본격적으로 대회에 나간 건 언제부터였나요?

“2023년 초 대학에 들어와서요. 영등포에 있는 팔씨름 체육관에서 열린 작은 대회였어요. 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거든요.”

─ 결과는?

“다시 떠올리고 싶진 않은데… 한 번 이기고 두 번 져서 탈락했어요. 첫 대회였고, 기술과 힘이 많이 부족했죠. 아쉽고 속상했는데 그게 오히려 자극이 됐어요. ‘다음엔 더 잘하자’는 마음으로 계속 연습했습니다.”

— 주로 어떤 훈련을 합니까?

“손목 힘이 중요해서 덤벨로 손목 운동을 제일 많이 해요. 상체 전반의 넘기는 힘도 필요해서 케이블 머신으로도 훈련하고요. 한 부위만 키운다고 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부위의 운동을 반복하는 게 중요해요. 철저히 루틴 정해놓고 하는 분들도 많은데, 저는 컨디션에 따라 유연하게 하는 편이에요.”

▲ 전완근이 유독 크고 단단했다. 반복된 훈련의 결과다.

‘삼육의 왕’ 탄생

우리나라 팔씨름계에서 공인받는 협회는 ‘대한팔씨름연맹(KAF)’이 꼽힌다. 연맹은 국가대표 선발전을 비롯해 1년에 6회 정도 대회를 연다. 전국의 동호인과 선수 200~300명이 출전한다.

대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체급은 보통 왼팔과 오른팔 각각 여섯 가지로 나뉜다. △-63kg △-70kg △-78kg △-86kg △-95kg △무제한급(+95kg) 등이다. 또 각 체급은 비기너→하비(hobby·취미)→노비스(novice·초심자)→아마추어→세미프로→프로 단계로 구분된다. 보통 하비 또는 노비스부터 시작해 승리를 통해 포인트를 쌓고, 100포인트를 쌓으면 다음 단계로 승급하는 방식이다.

김남일 학우는 꾸준히 대회에 출전하며 폼을 끌어올리고 있다. 오른팔은 하비와 노비스를 거쳐 이미 아마추어 선수로 활동 중이다. 왼팔은 얼마 전 출전한 하비 승급전 무제한 체급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 ‘삼육의 왕’이라는 닉네임은 어떻게 붙었나요?

“대회 활동하는 분 중에 ‘백석의 왕’이라는 닉네임 쓰는 분이 있었어요. 일산 백석고에서 1등이라는 뜻인데, 멋있어 보여서 저도 ‘학교 안에서라도 1등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따라 지었습니다.”

— 팔씨름은 힘 싸움입니까, 기술 싸움입니까?

“물론 기술도 중요하지만, 힘이 센 사람이 무조건 유리한 건 확실합니다. 비율로 따지면 힘이 8, 기술이 2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일단 힘이 세야 기술도 먹혀요. 처음부터 힘이 강했던 사람이 기술을 약간만 알면 더 강해지고요.”

▲ ‘삼육의왕’ 김남일 학우(오른쪽)가 상대와 치열한 팔씨름 승부를 펼치고 있다. 사진=옥상파워 제공

— 어떤 힘이 가장 중요한가요?

“사람마다 다르지만 저는 손목을 꺾는 힘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보통 손목에서 결판이 나요.”

— 경기 시작하면 손목부터 꺾고 힘을 주는 건가요?

“그렇진 않아요. 손목을 먼저 꺾고 그다음에 힘을 주면 상대가 대응할 시간이 생겨요. 거의 동시에 이뤄져야 합니다. 손목을 꺾으면서 동시에 넘기는 거죠.”

— 주로 어떤 기술을 쓰나요?

“훅(hook)을 가장 많이 써요. 상대 손목을 안으로 꺾고 내 몸쪽으로 끌어당기면서 넘기는 기술이죠. 손목이 핵심이라 제 스타일에 잘 맞아요. 탑롤(toproll)은 엄지를 중심으로 상대 손목을 바깥으로 비트는 기술이에요. 프레스(press)는 어깨를 집어넣고 삼두와 팔꿈치 힘으로 팔을 눌러버리는 기술인데, 팔꿈치 부상 위험이 커서 잘 쓰진 않습니다.”

— 단순히 힘으로만 되는 건 아니군요.

“손을 잡는 순간, 상대의 자세만 봐도 힘이 어디로 들어오는지 대략 느낌이 와요. 잘하는 사람은 그 짧은 순간 머릿속에서 계산이 돌아갑니다. 상대 약점을 찾아서 기술과 힘쓰는 방향을 전환하는 게 중요합니다.”

— 일반인이 단기간에 실력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팔씨름 테이블에서 손을 많이 잡아보는 게 가장 좋아요. 감을 잡아야 해요.”

— 조금 더 빠른 길은요?

“손목 꺾는 연습이요. 검지가 내 몸을 바라보게 하면서 힘을 쓰는 겁니다.”

팔씨름의 세계

— 팔씨름은 부상이 잦은 스포츠인가요?

“지키라는 것만 잘 지키면 크게 다칠 일은 없습니다. 무리해서 힘만 쓰다가 다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입문 초기에는 자세가 잘 안 잡히니까 특히 그렇고요. 쉬는 시간 충분히 갖고 정확한 자세로 하면 부상을 피하면서 강해질 수 있어요.”

— 경기 방식은.

“간단해요. 상대 손등이 터치패드에 먼저 닿으면 이기는 겁니다.”

─ 반칙도 있나요?

“팔꿈치를 놓는 정사각형 패드가 있는데, 그 밖으로 팔꿈치가 나가면 파울입니다. 두 번 파울이면 이기고 있어도 패배 처리되고요. 또 비어 있는 손으로 잡고 있는 막대에서 손이 떨어져도 반칙입니다. 닿기만 하면 되는데, 떨어지면 안 돼요.”

─ 국내 팔씨름 동호인은 얼마나 됩니까?

“대한팔씨름연맹이 운영하는 ‘그립보드’라는 커뮤니티(다음 카페)가 있어요. 회원이 1만 6천명 정도 됩니다. 정기적으로 대회에 출전하는 활동 인구는 500명 안팎이고요.”

─ 선수 수명은 긴 편인가요?

“되게 길어요. 20대 후반부터 전성기로 보고 70대에 현역으로 뛰는 선수들도 있고요. 지금도 아버지를 한 번도 못 이겼습니다.”

─ ‘근수저’군요. 아버지도 선수셨나요?

“아뇨. 농사를 지으셔서 그런지, 그냥 원래 세신 것 같습니다.”

▲ ‘삼육의왕’ 김남일 학우(가운데 팔씨름 테이블 왼쪽)가 팔씨름 동호인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다양한 연령대와 체급의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사진=옥상파워 제공

내 인생의 가장 큰 지분

—팔씨름의 가장 큰 매력은 뭔가요?

“매번 지던 상대에게 처음 이겼을 때 느끼는 성취감. 그게 제일 큽니다.”

—팔씨름이 가르쳐준 게 있다면.

“겸손이요. 조금 이겼다고 자만하면 안 돼요. 세상에 센 사람은 정말 많거든요.”

—화학생명과학과인데, 진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가장 큰 고민입니다. 과학에 흥미가 있는데, 구체적인 직무는 아직 못 정했어요. 좀 더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아요.”

— 팔씨름으로 어디까지 해보고 싶나요?

“아마추어 부문 우승까지는 꼭 해보고 싶어요. 그 이후는 그때 가서 생각하려고요.”

▲ ‘삼육의왕’ 김남일 학우가 수상한 상장과 메달들. 오른쪽에는 다양한 대회에서 획득한 메달이 그간의 도전과 성취를 증명하고 있다. 왼쪽 위에 보이는 빨간색 운동기구는 손과 손목 강화를 위해 평소 가장 자주 사용하는 ‘탑롤 디펜스 그립’이다. 케이블에 연결해 쓴다.

—팔씨름은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제 끈기와 의지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인 것 같아요. 오래 살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가장 열심히 한 분야입니다. 제일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어요.”

— ‘삼육의 왕’ 타이틀은 계속 지키고 있나요?

“네. 학교에서는 아직 한 번도 진 적 없습니다.”

— 인터뷰 나가면 도전자가 몰릴 텐데.

“닉네임이 ‘삼육의 왕’인데. 다 받아줘야죠.” (웃음)

 

글 하홍준 hahj@syu.ac.kr
촬영 유다혜 youda602@syu.ac.kr
편집 김신영 newyoungk@syu.ac.kr

ⓒ 삼육대학교 브랜드전략본부 커뮤니케이션팀 supr@syu.ac.kr

[삼육人] LG이노텍 숏폼 공모전 ‘대상’… 박윤정 학우

기술기업 브랜드 철학, 숏폼으로 풀어내
“디자인 잘하는 콘텐츠 기획자 될 것”

▲ 지난 5월 9일 서울 강서구 LG이노텍 마곡 본사에서 열린 ‘2025 대학생 유튜브 숏폼 공모전’ 시상식에 참가한 박윤정 학우(오른쪽)와 팀원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김하은 학생(가운데), LG이노텍 경영지원담당 조백수 상무(왼쪽)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LG이노텍

삼육대 박윤정(식품영양학과·아트앤디자인학과 복수전공, 21학번) 학우가 LG이노텍이 주최한 ‘2025 대학생 유튜브 숏폼 공모전’에서 대상(상금 300만원)을 수상했다.

LG이노텍은 광학솔루션, 전장부품, 반도체 기판소재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LG그룹의 전자부문 계열사다. B2B(기업간거래) 중심의 기술 기반 기업이지만 최근 브랜드 인지도 제고 및 MZ세대와의 소통 강화를 위해 온라인 콘텐츠 제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번 공모전도 그 전략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공모전은 LG이노텍의 신규 브랜드 아이덴티티 ‘ENABLE THE NEXT(고객이 그리는 새로운 미래 실현)’와 브랜드 슬로건 ‘YOUR ASPIRATION, OUR INNOVATION(고객의 미래, 우리의 혁신이 답하다)’을 주제로 15~59초 분량의 숏폼 광고 영상을 제작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 2월부터 진행된 공모에는 총 84팀, 213명이 참가했으며, 최종 수상작은 LG이노텍 임직원들의 온라인 투표로 선정됐다. 득표 순으로 대상 1팀을 포함해, 최우수상 1팀, 우수상 2팀, 장려상 2팀이 선정됐다.

박윤정 학우는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김하은 학생과 팀을 이뤄 ‘호택이의 미래’라는 제목의 작품을 출품했다. LG이노텍과 고객의 미래를 각각 ‘인호택’과 ‘내미래’라는 캐릭터로 의인화한 이 영상은, 기업의 기술과 브랜드 철학을 유쾌하면서도 직관적으로 풀어낸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LG이노텍의 광학 및 전장 기술 등 핵심 사업을 아역 배우의 스토리와 결합해 감각적으로 표현한 연출이 돋보였다.

박윤정 학생은 “첫 영상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게 돼 감격스럽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면서 많이 배우고 성장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 공모전은 처음이라고요. 그런데 대상을 받았습니다. 어떤 계기로 참여했나요?

“올해 4학년이 되면서 취업 준비를 시작했는데, 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며 공모전 수상 경험의 부재가 눈에 띄었습니다. 저는 콘텐츠 기획자라는 꿈이 있어서, 기획과 제작 역량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기회를 찾다가 LG이노텍 공모전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 LG이노텍 홈페이지 캡처

─ 기술 중심 기업을 아이들의 이야기로 풀어냈습니다.

“사실 공모전 참가 전에는 LG이노텍에 대해 잘 몰랐어요. 기업 분석 과정에서 고성능 인캐빈 카메라 모듈, ADAS 안전장치 등 다소 낯선 기술들이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그 기술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LG이노텍의 ‘수평적 조직문화’에 주목해 기업과 고객을 동등한 관계로 풀어내는 스토리텔링을 구상했습니다. LG이노텍을 ‘인호택’, 고객의 미래를 ‘내미래’로 의인화한 이유도 여기서 비롯됐습니다. 영상 후반에 멋진 모습을 한 호택이가 미래에게 마음을 전하듯,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힘쓰는 LG이노텍의 진심이 고객들에게 닿길 바랐습니다.”

─ 숏폼 영상으로서 어떤 전략을 세웠나요?

“‘후킹-스토리텔링-캐릭터’ 세 가지에 집중했습니다. 3초 이내에 매력적인 신이 나오지 않으면 스크롤을 내려버리는 숏폼 특성을 고려해 후킹한 인트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감히 지나칠 수 없는 귀여운 어린아이의 얼굴 정면과 함께 “미래야, 나랑 결혼해줘”라는 깜찍한 대사를 넣었습니다.

또한 수상작은 LG이노텍 유튜브에 업로드돼 실제 홍보 영상으로 사용되는 만큼, 흥미를 잃지 않고 끝까지 시청할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짧은 영상 안에 고백-시련-극복-성취의 과정을 담아,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며 몰입할 수 있도록 했고요.

마지막으로 캐릭터는 LG이노텍을 ‘인호택’이라는 인물로, 고객의 미래를 ‘내미래’라는 인물로 의인화해 ‘고객이 꿈꾸는 미래, 우리의 혁신이 답하다’라는 슬로건을 직관적으로 표현하려 했습니다.“

▲ 수상작 영상 화면 캡처

─ 아역 배우와의 촬영은 어땠나요?

”전문 배우가 아니다 보니 시선 처리나 대사 전달이 어려웠어요. 특히 ‘고성능 인캐빈 카메라 모듈’, ‘ADAS 안전장치’ 같은 용어가 쉽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머릿속에 있는 대사를 외우기에 급급해서 시선 처리까지는 신경 쓰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 괜히 미안해지기도 했습니다. 쓸 수 있는 컷을 최대한 활용하고, 부족한 부분은 후시녹음으로 보완해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 아트앤디자인학과 전공 수업이 이번 공모전에서 도움이 됐나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사실 학과 수업만으로는 영상의 스토리텔링 구성이나 촬영 방식 설정 같은 심층적인 영상 제작 지식을 배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어요. 아무래도 ‘아트’와 ‘디자인’이 중심인 학과이다 보니, 영상보다는 2D 그래픽, 캐릭터 디자인, UI·UX, 타이포그래피와 같은 디지털 아트워크 관련 수업이 대부분이었거든요.

그렇지만 이런 수업에서 쌓은 디자인 기초 지식이 있었기에, 대중이 봤을 때 깔끔하고 보기 좋은 영상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타이포그래피 수업에서 배운 ‘레이아웃’과 ‘가독성’ 개념은 이번 공모전 작품에서도 효과적으로 반영됐어요.“

─ 임직원 투표로 수상작을 선정했다고요. 호응을 얻은 이유는 뭘까요?

”아역 배우를 활용한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었어요. 보통 대학생 영상 공모전에서는 대학생들이 직접 출연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그런 틀을 깨보고 싶었어요. ‘인호택’이라는 친근한 이름을 통해 기업의 다소 딱딱한 이미지를 부드럽게 풀어낸 점도 호평을 받았습니다. LG이노텍과 고객의 미래를 의인화해 표현한 저희만의 스토리텔링 방식 또한 차별화된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 서울 강서구 LG이노텍 마곡 본사에서 열린 ‘2025 대학생 유튜브 숏폼 공모전’ 시상식에 참가한 수상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박윤정 학우는 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 사진=LG이노텍

─ 아트앤디자인학과를 복수전공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친구들이랑 노는 걸 영상으로 찍곤 했어요. ‘비바비디오’ 같은 영상 편집 어플로 영상을 만들어서 친구들한테 보여줬을 때 반응이 좋으면 뿌듯해하곤 했죠. 그때부터 영상과 콘텐츠에 흥미를 갖게 됐어요. 식품영양학과로 진학한 후에도 그 흥미는 계속됐습니다. 고민 끝에 진로를 영상, 콘텐츠 제작 분야로 확실히 정했고, 관련 전공 지식을 쌓기 위해서 비슷한 분야의 아트앤디자인학과를 선택했습니다.“

─ 입시 미술을 거치지 않았는데, 디자인 수업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은 없나요?

”복수전공 신청하고 첫 수업 날, 디자인관에 가는 것조차 떨렸어요. 마치 세렝게티 초원에 떨어진 병아리 한 마리가 된 기분이랄까… 정말 압도감이 컸죠. 그래도 오히려 그 낯선 환경 덕분에 기존 아디과 학생들보다 열정적으로 수업에 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모르는 게 생길 때마다 교수님께 바로 질문드리며 적극적으로 배우려 했습니다. ‘내가 진정 듣고 싶던 수업을 드디어 듣는구나!’하는 설렘으로 가득 찼던 기억이 납니다.“

─ 다음 목표는.

”이제 한 학기만 다니면 졸업인데, 졸업 전시 마무리로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 당장 눈앞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졸업 후엔 복수전공을 통해 쌓은 디자인과 영상 편집 능력을 바탕으로, ‘디자인이 강점인 콘텐츠 기획자’가 되고 싶습니다. 영상 제작뿐만 아니라 기획, 마케팅, 디자인을 모두 아우르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성장해,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습니다.“

글 하홍준 hahj@syu.ac.kr

ⓒ 삼육대학교 브랜드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 supr@syu.ac.kr

[삼육人] 치어리딩으로 세계 정상에… 유아교육과 유채은 학우

세계 최고 권위 ‘치어리딩 대회’ 우승
2025 UCA & UDA All Star National Championship
치어리딩 최고 난이도 부문 정상

유아교육과 유채은(22학번) 학우가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고 권위의 치어리딩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유채은 학우는 지난 3월 8일부터 9일까지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월트 디즈니 월드 리조트 내 ESPN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5 UCA & UDA All Star National Championship’에 출전해 소속팀인 레인보우 치어 임팩트와 함께 ‘IASF Level 7 International Open Coed 16(레벨 7 국제 오픈 혼성 16세 이상)’ 부문 정상에 올랐다.

이 대회는 전 세계 올스타(클럽) 치어리딩 팀들이 기량을 겨루는 세계 최고 수준의 대회로, 매년 수천 명의 선수와 관계자가 참가한다. 대회 기간 내내 전 세계 선수들이 서로를 응원하는 축제 분위기 속에서 치열한 경연이 펼쳐지며, 스포츠채널 ESPN을 통해 미국 전역에 중계된다. 이 때문에 치어리딩 선수들 사이에서는 ‘꿈의 무대’로 불린다.

특히 유 학우가 출전한 ‘레벨 7’ 부문은 고난도의 스턴트, 피라미드, 텀블링 기술이 모두 허용되는 치어리딩 최고 난이도의 경기로, 참가 자체만으로도 세계적 기량을 인정받는 무대다. 높은 기술 난이도와 체력, 완벽한 팀워크가 요구되며, 작은 실수 하나로도 순위가 크게 좌우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대회에서 유 학우는 플라이어(공중 동작 수행자), 미들(중간 지지자), 베이스(하단 지지자)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며, 루틴 내 텀블링, 스턴트, 바스켓, 피라미드 기술에 모두 참여했다. 팀 내 최고 경력자로서 후배 팀원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멘탈 리더’ 역할까지 해내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유 학우는 “이번 대회를 위해 팀원 모두 열심히 준비한 만큼 좋은 결과를 얻어 매우 뿌듯하다”며 “우승팀에게 수여되는 챔피언 점퍼(NATIONAL CHAMPIONS)를 받을 수 있어 정말 행복한 추억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치어리딩을 통해 한국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어 더욱 기쁘다”고 덧붙였다.

특히 경기 마지막 30초에는 마이클 잭슨의 ‘Beat It’에 맞춰 댄스를 선보였는데, 모든 팀이 함께 환호하고, “한국 팀을 알고 있다”며 먼저 다가와 응원해 주는 등 국제적인 교류와 응원의 분위기를 경험하는 특별한 순간도 있었다.

유 학우가 치어리딩을 처음 시작한 것은 8살 때였다. 어렸을 때부터 춤추기를 좋아하고 재능을 보였던 그는 어머니의 권유로 레인보우 치어 오디션에 합격해 유스팀인 어린이 응원단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14년간 같은 팀에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레인보우 치어는 스포츠 매니지먼트사 에이트에이블이 운영하는 국내 최고의 치어리딩 클럽팀이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는 체육 관련 학과를 고려했으나, 어깨 부상을 계기로 새로운 진로를 고민해야 했다. 치어리딩을 통해 가르치는 즐거움을 알게 됐고, 아이들을 좋아하는 성향을 살려 우리 대학 유아교육과에 진학했다.

유 학우는 평일에는 학업에, 주말에는 치어리딩 연습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두 분야를 병행하고 있다. 공연이 많은 시즌이나 대회 준비 기간에는 연습 시간이 늘어나지만, 이동 시간에도 과제를 하는 등 효율적인 시간 관리로 학업과 치어리딩을 균형 있게 유지한다.

치어리딩 경험은 전공 학습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전공 특성상 모의수업이나 조별 발표를 자주 해야 하는데, 치어리딩 무대 경험 덕분에 긴장하거나 떨리는 일이 없어요”. 팀 활동을 통해 협력하는 방법, 성공을 함께 응원하는 마음가짐, 사회성과 예의도 자연스럽게 체득했다.

그는 향후 진로에 대해 “아직 고민 중”이라면서도 “선수로 활동하는 것도 좋지만, 교육하는 것에도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 학우는 지난해 8월 개봉한 혜리 주연의 치어리딩 영화 ‘빅토리’의 코치로 참여해, 주연 배우들에게 6개월간 기본기부터 고난도 안무까지 전담 지도하며 교육자로서의 전문성과 자질을 입증했다.

“피곤하고 힘들어도 치어리딩을 하면 에너지가 생겨요. 마치 피로회복제처럼요. 성장하는 친구들이 더 행복하고 즐겁게 치어리딩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치어리딩을 통해 받은 에너지를 다시 세상에 나누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글 하홍준 hahj@syu.ac.kr

ⓒ 삼육대학교 브랜드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 supr@syu.ac.kr

[언론 인터뷰] 지역사회까지 물들인 ‘도르가회’ 선한 영향력

아시아타임즈 ‘더 착한 뉴스’

삼육대에는 학교의 역사와 함께하는 봉사단체가 있다. 삼육대는 1906년 평안남도를 의명학교를 시작으로 1961년에 서울 노원구 삼육신학대학으로 이전했다. 이 64년 역사에서 한 치도 빠지지 않는 봉사단체가 바로 ‘도르가회’다.

삼육신학대학의 설립과 함께 만들어진 도르가회는 삼육대의 역대 총장과 처장 사모들이 운영해 왔다. 평생 이웃을 위해 구제와 봉사를 했던 성경 속 여인 ‘도르가’처럼 도르가회는 아무리 덥고 많은 눈이 와도 매주 수요일마다 바자회를 연다. 그렇게 긴 세월동안 학생들을 위한 장학기금을 쌓아왔다.

이렇게 모은 기금은 매년 50명의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는데 사용된다.

2011년 2월부터 지금까지 7억7814만원의 장학기금을 모았으니, 기록되지 않은 2011년 이전까지 도르가회가 바자회를 통해 모은 돈으로 얼마나 많은 학생들을 도왔는지는 짐작키도 어려울 정도다.

‘발로 뛰는’ 봉사⋯ 오직 학생들을 위해

도르가회가 장학기금을 모으기 위해 처음으로 생각한 방법은 ‘건강식품을 파는 바자회’ 였다. 지금이야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집 앞까지 빠르게 배송되지만, 바자회를 시작한 당시에는 직접 발로 뛰는 수 밖에 없었다.

도르가회는 바자회에 팔 물건을 구하기 위해 차를 빌려 경동시장에서 물건을 가져와야 했다. 그렇게 과일 채소부터 참기름과 즉석에서 만든 녹즙까지 다양한 건강식품을 팔았다.

어렵게 모은 금액과 삼육대학교회에서 도르가회를 위해 헌금한 금액과 합쳐 젖소를 구매했다. 도르가회는 이 젖소에게 ‘장학금을 만들어주는 소’라는 의미로 장학소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이 장학소를 삼육대의 농장에서 키우며 젖을 짜서 팔고 새끼를 낳아 늘려갔다.

이렇게 키운 장학소를 팔아 1000만원을 마련했다. 삼육대 재무실은 당시 이자가 높은 적금 상품을 판매하는 은행에 맡겨 이 돈을 더욱 불려나갔고, 그렇게 한 학생의 장학금을 더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지역 명물이 된 바자회⋯ 지역 주민도 자연스럽게 ‘선행’
▲ 삼육대 도르가회의 회장이 길을 잃은 아이의 부모에게 연락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줄 장학금을 모으기 위해 열리던 도르가회의 바자회는 이제 주민들에게 ‘도르가 장터’라고 불리는 지역 명물이 됐다. 주민들도 매주 수요일 열리는 이 바자회에 찾아와 이런 저런 물건을 사고, 그렇게 번 돈은 학생들을 위한 기금으로 쌓여간다.

대학교회의 교인들도 도르가회의 바자회에 손을 보탠다. 교인들은 직접 키운 농작물을 복숭아, 포도, 멜론 등의 과일을 50통씩 보낸다. 바자회를 아는 모두가 학생들을 돕겠다며 한 손 한 손 돕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을 위한 이 바자회의 ‘선한 영향력’은 교인들은 물론 지역 주민들까지 학생들을 돕는 선행에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유영환 도르가회 전 회장은 “가난한 학생들이 학업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돕는 것이 도르가회의 사명으로 모두가 즐겁게 바자회를 연다”면서 “시간이 흘러 사회에 진출한 학생들을 마주치면 도르가회 사모들을 알아보고 인사하는 모습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글/사진 아시아타임즈 양혜랑 기자

아시아타임즈 https://www.asiatime.co.kr/article/20250306500331

김동건 교수, tvN ‘벌거벗은 세계사’ 출연

‘인류의 삶을 뒤흔든 곤충의 습격’ 편
곤충의 세계사 흥미롭게 풀어내

▲ 김동건 교수. 이미지=tvN 제공

삼육대 김동건 교양교육원 교수는 지난 18일 방송된 tvN 교양 프로그램 ‘벌거벗은 세계사’ 195회 ‘대멸종의 서막! 인류의 삶을 뒤흔든 곤충의 습격’ 편에 강연자로 출연했다.

이날 방송에서 김 교수는 곤충 연구의 역사부터 시대에 따른 곤충에 대한 인식 변화, 그리고 곤충이 지난 놀라운 능력까지 흥미롭고 상세하게 풀어내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 교수는 “지구는 곤충의 행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세계 생물 종의 절반 가까이가 곤충이다”며 “곤충은 생태계 유지는 물론 농업, 식품, 의류, 미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류와 공존해 왔다. 최근에는 인류의 생로병사 비밀을 푸는 열쇠로도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류와 공생해 온 곤충이 이제는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로 변모하고 있다. 김 교수는 방송에서 농작물을 초토화시키는 메뚜기 떼, 건축물을 붕괴시키는 흰개미, 각종 질병을 퍼뜨리는 모기 등 ‘공포의 곤충’을 소개하며, 이 같은 이상 현상의 이면에는 인간의 무분별한 ‘환경파괴’가 있다고 지적했다.

▲ tvN ‘벌거벗은 세계사’ 방송화면 캡처

특히 전 세계에서 급속도로 소멸하고 있는 꿀벌 문제를 언급하며 “꿀벌은 전 세계 식량 작물의 70% 이상을 수분하는 핵심 매개체이다. 꿀벌이 사라지면, 결국 인류도 함께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곤충은 생태계 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존재이고, 인간의 삶과도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며 “곤충과 더불어 사는 방법을 모색하지 않으면 생태계가 붕괴하고, 이는 곧 지구상에서 인간을 사라지게 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곤충의 터전을 먼저 습격한 건 우리 인간이 아닐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방송 비하인드… “규현 안 졸았어요”

김 교수는 질병관리청이 주관하는 서울·경기권 기후변화 매개체 감시거점센터장으로서 동양하루살이 등 대발생 곤충과 모기 등 위생해충 방제 연구에 집중해 왔다. 각종 방송 출연과 언론 인터뷰, 자문 등 언론 활동도 활발히 하며 곤충과 기후변화 이슈를 꾸준히 대중에게 알려왔다.

‘벌거벗은 세계사’ 제작진 역시 김 교수의 이러한 방송 및 언론 활동을 모니터하다가 곤충 관련 아이템의 강연자로 그를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에는 자문 형태로 시작된 논의가 미팅을 거치며 직접 출연으로까지 이어졌다.

김 교수는 방송 후 삼육대 커뮤니케이션팀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곤충과 세계사를 어떻게 연결할지 자문 요청이 왔었는데, 미팅 중 몇 가지 아이템을 제안하면서 출연까지 하게 됐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 tvN ‘벌거벗은 세계사’ 방송화면 캡처

‘벌거벗은 세계사’는 1시간 30분 분량의 방송이지만, 실제 녹화는 5시간을 훌쩍 넘는다. 김 교수는 “아침 9시에 촬영장에 도착해 오후 5시에 끝났다”면서 “하지만 주제가 워낙 흥미로워서인지 MC 규현 씨와 은지원 씨 모두 단 한 번도 졸지 않았다”고 말하며 웃었다.

최근 규현은 유튜브 채널 ‘집대성’에서 ‘벌거벗은 세계사’의 고강도 녹화 일정을 언급하며 “세계사 수업을 맨 앞자리에서 졸지 않고 다섯 시간 듣는다고 생각해 봐라, 정말 힘들다”고 밝힌 바 있다.

방송 후 반응은 무척 뜨겁다. 방송을 본 여러 국가기관과 공공기관으로부터 임직원 대상 강연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동양하루살이 극한직업 기자’ 짤로 화제를 모은 JTBC 함민정 기자와는 지난해에 이어 후속 특집 보도를 준비 중이다. (관련보도▷’팅커벨’의 사랑이 쏟아지던 동양하루살이 취재)

김 교수는 “여러 방송과 언론 활동을 통해 삼육대에서 환경과 생태 분야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알릴 수 있어 기쁘다”며 “앞으로도 학계와 대중 사이를 잇는 역할을 계속하겠다”고 전했다.

글 하홍준 hahj@syu.ac.kr

ⓒ 삼육대학교 브랜드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 supr@syu.ac.kr

방송 다시보기 https://www.tving.com/contents/P001392765?utm_source=Naver&utm_medium=Organic&utm_campaign=SERP
방송 프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0maFGF6M-iM

“가슴 뛰는 열정과 도전이 있으니 나는 아직 청춘이다”

삼육대 ‘시니어모델 최고위 과정’ 1기 수료생
월간 ‘시조’ 인터뷰

▲ 지난 11월 13일 DDP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에서 열린 삼육대 시니어모델 최고위과정 1기 패션쇼

달력이 한 해의 끝을 향하던 지난해 12월 17일, 삼육대 국제교육관 장근청홀. 파란색 가운을 입은 졸업생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이들은 이 학교가 마련한 ‘시니어모델 최고위 과정’ 1기 수료생들이다.

‘웰에이징(Well-aging·건강한 나이 듦)’ ‘뉴 시니어(新노년)’ 시대를 맞아 중장년층과 노년층의 새로운 도전을 지원하기 위해 개설한 비학위 과정이다. 15주 동안 △최신 패션쇼 트렌드 분석 △워킹법 △퍼포먼스 △영양 및 건강 관리 △패션 스타일링 △이미지 메이킹 △스피치 등 시니어모델에게 요구되는 핵심 역량을 이수한다. 수료식을 앞두고는 패션쇼 발표회를 열어 실전 경험을 쌓기도 했다. 20명 내외의 소규모 운영을 통해 전문 강사의 세심하고 꼼꼼한 코칭을 받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이날 학사모를 눌러쓴 21명의 수료생은 40대부터 7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머리에는 어느덧 희끗희끗 서리가 내렸지만 마음만은 이팔청춘처럼 생기가 넘쳤다. 눈가에 깊은 주름이 자리했지만 가슴에 담긴 열정은 그 누구보다 뜨겁게 빛났다. 교육과정이 실제 모델로 활동할 수 있는 전문성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춰서일까.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도 남달랐다. 포즈에서 그야말로 포스가 흘러넘쳤다.

자리를 같이한 제해종 총장은 “‘도전에는 나이가 없다’는 말처럼 여러분은 자신의 한계를 넘어 아름다운 도전을 완성했다. 그런 모습은 누군가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 주는 롤 모델이 될 것”이라며 “시니어모델로서 인생의 무대에서도 역동적으로 활약하길 기대한다”고 축하했다.

▲ 지난 12월 17일 교내 국제교육관 장근청홀에서 열린 삼육대 시니어모델 최고위과정 1기 수료식

정말 그랬다. 흥겨운 음악에 맞춰 이들이 장내에 들어서자 행사장은 이내 런웨이로 변했다. 기품 있는 걸음걸이와 당당한 몸짓 그리고 맵시 있는 패션과 스타일링은 단박에 눈길을 사로잡았다. 전면 스크린에는 그간의 학습 과정을 그린 영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여기저기서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그러고 보니 이 자리는 단순한 수료식이 아닌 새로운 인생의 시작을 알리는 출발선처럼 여겨졌다.

수료생들은 시니어모델 과정에 참여한 뒤로 일상에 변화가 찾아왔다고 입을 모았다. 신체는 물론 삶을 바라보고 대하는 시선도 달라졌다. 인생의 목표가 실현되고, 생활에 활력이 더해졌다. 신명 나는 매일의 혁신이 찾아왔다. 그래서인지 한눈에 봐도 생기가 넘쳐 보였다. 어떤 이는 우울감이나 어지럼증을 말끔히 고쳤다고 했고, 어떤 이는 “이제 내 인생은 시니어모델 수강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라며 높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대학 교수인 윤미은 씨는 “겉으로 드러나는 표현이나 배움 자체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마음이 달라졌다. 동료 수강생들이 굉장히 좋은 분들이어서 더 행복했다. 각계각층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지도자들을 만나 새로운 에너지를 얻었다. 다음에는 언니와 함께 참여할 생각”이라며 미소 지었다.

김기선 씨는 자신의 반듯한 워킹 영상을 보여 주며 “소위 팔자걸음이 심했다. 걸음걸이와 체형을 바꾸고 싶어 지원했는데 수강하면서 자세가 교정되고 고질적이던 허리 통증이 씻은 듯 사라졌다. 내 몸이 확실히 달라졌다는 걸 느낀다. 지금은 날아갈 것 같다. 인생은 60부터라는 말도 있지만 이번 과정 덕분에 진짜 ‘제2의 인생’을 살게 된 것 같다”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 삼육대 시니어모델 최고위과정 수업 모습

초대 원우회장을 맡은 최청수 씨는 “한마디로 건강은 물론 젊음까지 되찾을 수 있는 종합예술”이라며 “교육 시스템이 체계화되어 있는 게 최대 장점”이라고 꼽았다. 최 회장은 “모델(model)이란 단어가 모본(example), 모범(standard)이라는 뜻을 함께 담고 있듯 우리도 사회적으로 봉사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해 후세대의 롤모델이 되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최고령 수료생인 신순자 씨는 “만약 어렸을 때 키가 좀 더 컸더라면 모델이 됐을 것이다. 그런데 뒤늦게나마 이렇게 시니어모델이 됐다. 삼육대는 내 어린 시절의 꿈을 이뤄 준 소중한 곳”이라며 고마워했다. 그는 “이전에는 막연히 ‘이제 내 시대는 끝났다’라는 침울한 생각이 들었었는데 함께 배우고 활동하면서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나이는 시니어지만 열정만큼은 주니어”라며 활짝 웃었다.

손녀 황현도 씨는 “평소와 표정이 사뭇 달라지셨다. 행복해하시는 게 절로 느껴진다. 전화 통화를 할 때도 목소리 톤이 예전과 다르다. 주변에도 이 과정을 ‘강력 추천’하신다. 그런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가족으로서 기쁘다”라며 꿈을 향해 힘차게 발길을 내디딘 할머니를 응원했다.

녹록지 않은 교육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이들은 이제 어엿한 모델이 됐다. 앞으로 각종 화보나 매체 등에서 활동할 예정이다. 하지만 모델로서 이들의 존재는 비단 ‘새로운 양식의 옷이나 최신 유행의 옷을 발표할 때 그것을 입고 관객들에게 그 옷의 맵시를 보이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라는 사전적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그 자체로 세상의 본보기가 되기 때문이다.

▲ 지난 11월 13일 DDP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에서 열린 삼육대 시니어모델 최고위과정 1기 패션쇼

어쩌면 이들에게 프로가 됐다는 성취감이나 포부보다 더 값진 것은 새로운 삶의 활력을 얻었다는 점일 것이다. 인생 제2막을 누구보다 활기차게 열어 가는 즐거움과 기대감이 훨씬 컸을 것이다. 앞으로의 삶의 태도와 철학이 열정으로 반짝반짝 빛날 것이다. 이들의 도전은 선배 세대의 인생의 자취와 발걸음을 배우고 답습하게 될 후세대에게 진정한 ‘모델’로 자리매김하기에 충분하다.

누군가는 시니어를 ‘실버’라거나 ‘황혼기’라고 일컫기도 한다. 하지만 적어도 이날 만난 21명의 타이틀롤(주인공)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그간 수고했다며 서로를 격려하고 옷매무새를 고쳐 주는 모습을 보며 문득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유행가 가사가 스쳤다.

꿈을 이뤄 가는 데 나이가 무슨 대수일까. 가슴 뛰는 열정을 품고 있으니 여전히 청춘이다. 인생의 푸르른 시절이 여기 싱그럽게 맺혀 있다.

삼육대 시니어모델 최고위 과정은 1년에 두 차례,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진행한다. 수업은 매주 화요일 저녁 교내 체육문화센터 시니어모델 강의실에서 열린다. 수료자에게는 삼육대 총장 명의의 수료증이 수여된다. 총동문회 회원 자격이 부여되며 학기 중 교내 헬스장·수영장·체육관·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 재단 산하 80여 개 병원과 요양원 할인 혜택도 덤으로 주어진다. 2기는 오는 3월 초 개강 예정이다. 관심 있는 예비 수강생은 사무국(☏010-2008-3625) 또는 이메일(AMP@syu.ac.kr)로 문의하면 안내받을 수 있다.

글 월간 시조 김범태 객원기자

건축학과 학생팀, ‘정림학생건축상’ 대상·특별상 2관왕

80년대 주택을 공동체 마을로
‘수유리 8-1=1’ 프로젝트

▲ 왼쪽부터 건축학과 정현선, 김세연, 이건희 학생

삼육대 건축학과 정현선(21학번), 김세연(21학번), 이건희(20학번) 학생팀(지도교수 사광균)이 국내 메이저 건축 공모전인 ‘2025 정림학생건축상’에서 대상과 특별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우수한 창의성과 설계 역량을 인정받았다.

‘정림학생건축상’은 정림건축문화재단이 주관하는 권위 있는 공모전으로, 2005년부터 매년 우리 사회와 밀접한 주제를 선정해 근미래 한국의 도시와 건축을 상상하고 설계하는 기회를 제공해 왔다.

올해 공모전에는 전국 417개 팀이 지원했다. 이 중 15개 팀이 본선에 진출했으며, 5개 팀은 대상을, 10개 팀은 입선을 수상했다. 이와 별도로 2개 팀은 특별상을 받았다.

이번 공모전 주제는 ‘고고학자와 발명가’였다. 최근 공사비 폭등과 환경 문제로 인해 기존 건축물을 재활용하는 ‘건물 다시 쓰기’ 개념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1980년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계기로 대거 건설된 건물들이 40년이 지나면서, 새로운 용도로의 활용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참가자들은 1980년대 사용승인을 받은 건축물을 대상으로, 고고학자처럼 기존 건물의 사회적·역사적·문화적 맥락을 분석하고, 발명가의 시선으로 새로운 건축적 해법을 제시하는 창의적인 설계를 요구받았다.

삼육대 팀은 ‘수유리 8-1=1’ 프로젝트를 출품했다. 이 작품은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1980년대 주택 8채를 하나의 공동체 마을로 재구성하는 설계안이다. 8채 중 가운데 한 채를 제거해 공동 마당을 조성하고, 나머지 주택을 서로 연결해 주민들이 함께 마을을 가꾸며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주거유형을 제안했다.

심사위원단은 기존 주택을 보존하면서도 공동체 개념을 유지하는 방식이 설득력 있게 제시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발굴 과정에서의 철저한 조사와 분석이 돋보였으며, 공간의 가치를 깊이 있게 탐구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아 대상과 특별상인 발굴상을 함께 수여했다.

삼육대 학생팀은 “이번 공모전을 통해 도시 변화 속에서 80년대 주택이 지닌 가치와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사람들의 행위를 깊이 탐구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도시의 흐름 속에서 공간의 의미를 고민하고, 사람들의 삶과 연결된 건축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 수상소감은.

“팀원들과 밤을 새우며 스터디하고,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짧은 겨울방학 동안 정말 치열하게 준비했다. 그 노력 이상의 보상을 받게 돼 감사할 따름이다. 공모전 진행 과정에서 아낌없는 조언과 열정적인 지도를 해주신 사광균 교수님께도 깊이 감사드린다.

현장 발표에서 같은 주제를 두고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한 여러 팀을 보며 많은 것을 배웠고, 스스로 부족한 점을 깨닫는 값진 경험이었다. 심사위원인 양수인, 이상윤 건축가님께도 존경을 표한다. 언젠가 그 위치에 서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

─ 공모전 주제글과 주제설명회에서 받은 인상은.

“예년보다 현실성 있는 제안을 해야 한다고 느꼈다. 핵심은 1980년대 건물 유형을 선정해 심도 있게 관찰하고, 특수해가 아닌 일반해 즉, ‘여느 건물’에 사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발명품을 제안하는 것이었다. 기존 건물을 직접 사진으로 기록하고, 스케치하며 탐구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됐는데,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건물을 연구하면서 과거 건축의 특징과 현재의 활용 가능성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 주제글에서 제시한 ‘다시 쓰기’는 리모델링인가.

“겉으로 보면 ‘리모델링’과 유사해 보일 수 있지만, 공모전에서 강조한 핵심 개념은 ‘업사이클링’이었다. 단순히 기존 건물을 보수하고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 보존’이라는 개념을 적용해 과거를 바탕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방식을 제안해야 했다. 공간이 가진 잠재력을 끌어내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 기존 공모전과 접근 방식이 어떻게 달랐나.

“대부분의 건축 공모전은 대상지와 설계요강(규모, 프로그램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된다. 하지만 정림학생건축상은 주제만 주어지고, 설계 대상지나 목표를 백지에서부터 직접 설정해야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논리적으로 설계를 구성하고, 설득력 있게 제안해야 했기에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 ‘발굴조사서’와 ‘발명품 제안서’를 제출물로 요청한 점이 독특하다.

“정림학생건축상은 매년 독창적인 콘셉트를 제시한다. 올해 주제는 ‘고고학자와 발명가’였는데, 참가자들이 실제 고고학자처럼 들여다보고, 발명가처럼 제안해야 했다. 건축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두 직업의 능력을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느꼈다.”

─ 고고학자로서 어떤 작업을 했나.

“먼저 우리는 80년대 주택을 단순한 건물이 아닌, 하나의 공간적 현상으로 조명하고자 했다. 당시 주택에는 대문, 담장, 마당, 발코니 등 공간이 많이 생겼는데, 이 공간들은 서로를 ‘연결’하고 ‘매개’하는 역할을 했다. 우리의 첫 번째 발굴 대상은 바로 이 ‘연결과 매개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수유동을 직접 탐험하며 발견한 것은, 이러한 공간들이 이미 주민들의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확장되고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에 우리는 이 ‘활용공간’을 두 번째 발굴 대상으로 삼았다.

결과적으로, 연결과 매개의 공간은 단순한 구조적 요소가 아니라, 언제든지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는 잠재성을 지닌 공간이라는 점을 발견했고, 이를 ‘여지 공간’이라 명명해 연구를 확장해 나갔다.”

─ 발명 단계에서는

“발명의 단계로 넘어가면서, 우리는 ‘여지 공간’을 공공의 영역으로 확장하면 사람들이 함께 활용하고 만들어 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에 8채의 주택을 하나의 공동체 마을로 변화시키는 ‘수유리 8-1=1’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개별적으로 존재하던 8채의 주택 사이에 공공의 여지 공간을 조성함으로써, 사람들이 함께 가꾸고 활용하는 ‘공동체 마을’을 구상했다.”

─ 팀원 간 역할 분담은 어떻게 했나.

“작업량과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예를 들어 ‘발굴조사서’는 입면의 양이 많았기에, 건물마다 번호를 정해 각자 기록하고 관찰하며 쓰임의 형태를 추리했다. 새로운 공동체 주거를 구상하는 과정에서는 공공성을 중심으로 건물을 제거할 것인지, 보존할 것인지, 강화할 것인지에 대해 팀원들과 함께 토론하며 결정을 내렸다.”

─ 작업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80년대 주택에 대한 도면이나 연구자료가 거의 없어서 초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옛 주거 유형에 관한 도서를 여러 권 참고하며 80년대 주택의 평면과 입면 유형, 주요 특징을 분석했다. 또 현장조사를 통해 창문의 위치와 크기를 관찰하며, 이를 바탕으로 안방과 화장실 등의 위치를 추정해 도면을 직접 작성했다.

심사위원이 제안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작업도 어려웠다. 비교적 쉬운 어휘를 사용하고, 슬라이드를 두괄식으로 구성해 핵심 내용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했다.”

─ 대상과 함께 특별상인 ‘발굴상’도 받았는데.

“두 심사위원 모두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상윤 심사위원님은 ‘8-1=1’이라는 개념이 설득력 있었으며, 기존 주택을 보존하면서도 공동체 개념을 유지하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발굴조사서의 시각적 표현이 돋보였고, 단순한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보존하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게 그려졌다고 말씀해 주셨다.

양수인 심사위원님은 탐구 과정과 활용에 대한 고민이 잘 드러난 점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발굴조사서에서 구체적인 묘사와 조사 과정이 프로젝트의 가치를 더욱 높였다고 했다.”

─ 이번 공모전에서 무엇을 배웠나.

”(정현선) 공모전 준비 당시 사광균 교수님께서 덴마크에서 활동하는 박희찬 건축가의 ‘관계도시’라는 책을 추천해 주셨다. 이 책을 통해 덴마크에서는 ‘휘게(hygge)’, 즉 ‘함께 사는 정신’을 기반으로 하는 ‘중정형 집합 주거’ 유형이 매우 보편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러한 해외 사례를 접하지 못했다면, 이번 프로젝트의 출발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책 속에는 인터넷에서 찾을 수 없는 깊이 있는 정보들이 많았다. 같은 주제를 더 깊이 탐구하려면 도서를 통한 학습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건축은 단순한 감각적 접근이 아니라, 깊이 있는 연구와 탐구를 통해 ‘논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

”(김세연) 도시 변화 속에서 80년대 주택이 지닌 가치와 그 안에서 이뤄지는 사람들의 행위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도시의 흐름 속에서 공간이 가지는 의미를 고민하고, 사람들의 삶과 연결된 건축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구체적으로 한국 주택의 가치와 덧대어지고 증축된 변화의 흔적을 해석하는 방법을 더욱 깊이 연구하고 싶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설계 과정에서도 이러한 고민을 반영해, 도시와 사람을 연결하는 건축을 하고 싶다.“

”(이건희) 그간 일상에서 접하는 건물들에 대해 왜 깊이 고민하지 않았는지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또 심사위원분들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앞으로는 신축보다 리모델링이 더욱 중요한 방향이 될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신축 위주의 사고에만 머물러 있었던 것 같다.

이번 공모전을 통해 기존 공간 속에서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 안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건물에 담긴 가치를 깊이 이해하는 건축가로 성장하고 싶다. 어떤 것을 보존하고,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야 할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고민하겠다.“

글 하홍준 hahj@syu.ac.kr

ⓒ 삼육대학교 브랜드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 supr@syu.ac.kr

조선일보 https://news.chosun.com/pan/site/data/html_dir/2025/03/14/2025031402471.html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0697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economy/biznews/1186966.html
뉴시스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0314_0003098880
뉴스1 https://www.news1.kr/society/education/5720524
노컷뉴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79/0004004978?sid=103
한국대학신문 https://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576332
에듀동아 https://edu.donga.com/news/articleView.html?idxno=83055
대학저널 https://dhnews.co.kr/news/view/1065574440703042
교수신문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132079
베리타스알파 https://www.veritas-a.com/news/articleView.html?idxno=545865
매일일보 https://www.m-i.kr/news/articleView.html?idxno=1217423
위드인뉴스 http://www.withinnews.co.kr/news/view.html?section=1&category=155&item=&no=35847
아시아타임즈 https://www.asiatime.co.kr/article/20250314500324
중앙이코노미뉴스 https://www.joongang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13008
팝콘뉴스 https://www.popcorn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74766
비욘드포스트 https://www.beyondpost.co.kr/view.php?ud=20250314115450644d2326fc69c_30
스마트경제 https://www.dailysmar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4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