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通] 디지털 세대의 ‘콜포비아’

[김기석 삼육대 교육혁신단 디지털러닝센터 과장 / 콘텐츠학 박사]

시대가 바뀌면서 문화도 변한다. 그 옛날 길거리에서 흔히 보던 버스 안내원, 음악을 듣던 카세트와 MP3, 삐삐가 사라진 것처럼 세상은 하루아침에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우리의 삶과 사회의 변화는 새로운 문화와 소통 방식을 만들어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콜 포비아(Call phobia)’이다.

2030세대 콜 포비아 확산

콜 포비아는 전화(Call)와 공포증을 뜻하는 ‘Phobia’의 합성어다. 현대인들이 대면 업무보다 문자나 카카오톡, 이메일 등 비대면으로 소통하는 것을 선호하면서 이러한 소통 방식의 변화로 생긴 것이 ‘콜 포비아’이다. 성인남녀 중 절반 이상이 전화 통화에 두려움과 공포를 느낀다고 한다. 특히 직장인과 10·2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이러한 콜 포비아가 만연하다.

콜 포비아는 문자에 익숙한 디지털 세대들의 트렌디한 성향을 반영하고 있다. 전화를 할 때에는 여러 가지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다. 대화가 즉각적으로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고 예기치 못하게 상대방의 반응이 나온다면 당황해 대화를 제대로 이끌어가기가 어렵다. 이러한 심리적인 압박감 때문에 요즘 현대인들은 전화 통화를 기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디지털 세대의 소통 방식은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빠르게 변화해왔다. 전화나 대면 업무보다 쉽고 간단하게 의사를 전달하는 비대면 소통수단이 각광받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등 각종 온라인 매체를 활용한 모바일 통신 수단이 의사를 전달하는 대리인이 된 셈이다. 특히 직장인의 경우 상사와의 통화에 상당한 부담감을 느낄 수 있어 메시지가 확실한 비대면 채팅, 메신저를 선호한다.

세대갈등 유발하기도

이러한 콜 포비아 확산으로 골머리를 앓는 것은 기업이다. 직장에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에티켓이나 전화 예절조차 모르는 신입사원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카카오톡 등 메신저나 문자 소통을 이용하는 젊은이가 많아져 기본적인 비즈니스 전화 에티켓을 모른 채 입사하는 신입사원이 전보다 부쩍 늘었다. 이에 직장 내 4050 세대와 2030 세대 간 충돌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

젊은 직원들은 이러한 충돌을 세대 차이라고 생각하고 심각한 경우 4050 세대 상사를 속칭 ‘꼰대’로 표현하기도 한다. 꼰대란 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어른을 비하하는 속어다. 전화 통화 하나로도 젊은 세대와 중장년 세대의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더 큰 갈등을 마주하고 이러한 사소한 충돌은 직장 내 부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입사 전 전화예절 교육 확대

그렇다면 디지털 세대인 2030 젊은이들의 콜 포비아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직장에서 발생하는 콜 포비아는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한 전화 예절 교육을 통해 해결 가능하다. 신입 직장인들은 비즈니스 전화 상황을 자주 맞닥뜨린다. 따라서 입사 전 OT 기간에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전화 에티켓을 교육해야 한다.

사측에서는 특별 시간을 마련해 사칙에 따른 전화 에티켓을 가르쳐주고 실제 실무 현장에서 일어나는 전화 통화 상황을 가정해 시뮬레이션을 여러 번 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일회성 교육이 아니라 반복 교육을 통해 전화 에티켓을 가르쳐주고 신입사원이 완전히 업무에 적응하고 조직 분위기에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전화 예절조차 모르냐는 타박이나 비난보다 따뜻한 응원과 격려의 한 마디가 콜 포비아를 극복시켜준다.

기업 내 소통 기회 확대해야

문자에 익숙한 젊은 직원들은 콜 포비아뿐만 아니라 대면 업무에 거부감을 느낀다. 기업에서는 다양한 소통 기회를 자주 마련해 화합을 도모해야 한다. 팀별 회식비 지원, 레크레이션 동호회 결성과 활동 지원, 팀 내 소통과 회의 방법 개선 등 다양한 지원으로 대면해도 어렵지 않은 분위기 조성에 기여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젊은 직원들은 콜 포비아를 마냥 수용하기보다 전화 통화와 대면 업무를 적극적으로 앞서 실행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마냥 전화 통화와 대면을 기피하기보다 얼굴을 맞대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부드럽게 이어가는 소통 기술을 배워야 한다.

의사소통 기술에 관한 책을 읽거나 관련 유튜브 영상을 보며 화술을 배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현대 사회에서 스피치 기술은 자기 PR에도 효과적이다. 비대면 업무를 마냥 선호하기보다 대면을 통해 사교성을 기르고 나에게 맞는 의사소통 스킬을 향상하는 것이 직장인의 좋은 자기계발일 수 있다.

사회가 변화하면서 콜 포비아도 일반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변화를 부정적으로 보기보다 변화의 원인과 대안을 동시에 생각해야 한다. 나와 다른 사람의 성향을 이해하고 수용하며 보완점을 찾아가는 것이 콜 포비아를 해결할 수 있는 첫걸음이다.

한국대학신문 https://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513026

[김나미 조명탄] 안반데기의 별 헤는 밤

[김나미 삼육대 스미스학부대학 교수]

별이 가득한 밤하늘은 늘 동경하는 풍경이다. 올여름 휴가 중 별 보기의 성지 강원도 강릉의 작은마을 ‘안반데기’의 심야 방문도 또 하나의 동경을 위한 실천이었다. 불빛 하나 없는 깊은 밤, 별로 가득한 밤하늘과의 조우를 한껏 기대하며 구불구불 산길을 힘겹게 올라갔다. 오르막 숲길이 끝없이 이어졌다. ‘과연 이 길 끝에 별로 가득한 하늘이 있기는 할까?’ 불안이 계속 고개를 들었다. ‘깊은 밤 힘든 길을 올라갔는데 텅 빈 밤하늘만 보고 오면 얼마나 억울할까’ 회의도 앞을 가렸다. 불안과 회의를 오가며 산길을 오르다 보니 어느새 고랭지 배추밭과 풍력발전기 사이로 달과 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불안과 회의는 곧 실망으로 이어졌다.

늘 그렇듯 환희를 가져다주기에는 별들은 너무 적고 희미했다. 익숙한 실망이었지만 이번에는 더 억울해서 그냥 돌아갈 수 없었다. 혹시나 하는 덧없는 희망을 품고 불빛 없는 까만 하늘을 찾아 또 다른 오르막을 올랐다. 시간이 지나며 눈이 어둠에 적응돼서일까, 엄숙해진 밤하늘에 더 밝은 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불안과 회의가 반전을 일으켰다. 희망을 발견한 반가움으로 주시한 밤하늘에는 더 영롱한 별이 무리 지어 반짝이며 탄성과 환희를 가져다주었다. 구름을 밀어낸 기특한 바람 덕분에 더 광활한 밤하늘을 가득 채운 빛나는 별들과 감동적인 조우를 이어갈 수 있었다.

‘안반데기의 별 헤는 밤’은 우리의 ‘인생’과 많이 닮았다. 불안과 회의의 연속이다. 실망이 뒤를 잇는다. 내가 걷고 있는 길이 바른길인지 불안하고, 힘들게 갔는데 결국에는 실망으로 이어질 것 같은 회의의 연속이며, 성공보다 실망이 더 익숙한 길이다. 때로는 인생길의 불안과 회의가 우리를 멈추게 한다. 더 가야 할 길을 포기하게 한다. 눈앞에 있는 성공을 놓치게 한다. 이런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은 불안과 회의에 지지 않고, 실낱같은 희망에 의지해, 꿋꿋이 내 길을 끝까지 걷는 용기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마음의 상태를 ‘낙관성’이라고 한다. 낙관성은 낙천성과 다르다. 건강한 낙관성은 부정적인 면을 부인하거나 불리한 정보를 회피하지 않는다. 통제 불능 상황을 통제하려는 무리한 시도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을 인정하고 긍정적인 관점을 유지한다. 부정적인 측면을 무시하지 않으면서 긍정적인 측면을 더 적극적으로 인식하려는 선택을 한다. 그리고 좋은 일은 그냥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일이 일어나도록 계획하고 부단히 노력하며, 역경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믿는다. 이런 낙관성이 인생 성공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어느덧 익숙해진 안반데기의 길을 내려오며, 암울한 역사의 현실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노래했던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을 나지막이 읊조려 보았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의 동경과…’

어두운 숲길의 불안과 회의에 지지 않고, 목적지에서 만난 초라한 결과에 꺾이지 않고, 더 나아가기로 선택한 용기가 길어 올린 ‘안반데기의 별 헤는 밤’도 마음속 액자에 소중히 담았다. ‘동경이 품고 있는 또 다른 이름은 희망’이라는 글귀와 함께!

※ 김나미 스미스학부대학 교수가 <국방일보> 전문가 칼럼 ‘조명탄’ 새 필진으로 합류했습니다. <국방일보>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면서 전 세계가 어두운 터널에서 조금씩 빠져나오고 있다”며 “독자들도 ‘조명탄’을 통해 새 시대를 향한 희망의 빛을 느끼며 공감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습니다.

국방일보 https://kookbang.dema.mil.kr/newsWeb/20210728/1/BBSMSTR_000000100134/view.do
국방일보 https://kookbang.dema.mil.kr/newsWeb/20210630/5/BBSMSTR_000000010026/view.do

[기고] ‘금연 성공’을 위한 다양한 지원 서비스

[신성례 삼육대 간호학과 교수]

매년 ‘올해에는 꼭 금연할 거야!’ 하고 다짐했다가 숱한 실패를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다.

약 10년 전까지만 해도 금연을 시도하는 사람들에게 금단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는 5일까지는 금연 의지를 굳게 다지며 금단 증상을 참고 견뎌야 한다는 당부를 하곤 했었다. 하지만 담배는 중독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금연에 성공하기가 무척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흡연의 특성 때문에 우리나라는 지난 10년간 전 국민이 금연 의지만 있으면 금연할 수 있도록 접근성이 높은 다양한 금연 지원 서비스를 개발하여 지원하고 있다.

실제로 WHO 세계 흡연 실태 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를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싱가포르, 영국 등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수준 높은 금연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나라로 선정한 바 있다. 이렇게 금연 지원 서비스가 전 세계 최상인 나라에서 맞춤식 금연 서비스을 받는 것은 시민으로서 마땅히 받을 수 있는 권리이자 혜택이기 때문에 흡연으로 인한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즉, ‘금연’ 성공을 위해 다양한 무료 서비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보건소 금연클리닉

정부에서 제공하는 금연 지원 서비스 중 가장 오래되었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는 프로그램은 보건소 내 설치된 금연클리닉이다. 전국 255개 보건소에서는 금연상담사가 흡연자의 특성을 고려하여 금연 실천을 돕기 위해 6개월간 9회에 걸친 무료 금연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필요한 경우 니코틴 패치나 껌과 같은 니코틴 보조제, 행동 요법에 사용할 수 있는 물품도 무료로 제공한다.

그리고 단순한 상담으로 금연이 어려운 장기 흡연자들에게는 약물 처방을 통해 흡연자의 금연을 지원하며 지속적인 금연 성공을 돕기 위하여 6개월 성공 후에도 추가 6개월간 추후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평일은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집과 가장 가까이 있는 보건소를 찾아 편리한 시간에 방문하면 된다. 일부 보건소에서는 15인 이상 사업장이나 대학 등을 방문하여 이동 금연클리닉을 운영하기도 하며 특정 기간 동안 금연에 성공되면 다양한 상품을 주기도 한다.

금연 콜센터

직장 근무 시간 때문에 금연클리닉에 가는 것이 어렵거나 이동이 불편하다면 30일 동안 총 8번의 집중 상담을 금연전문상담사와 일대일로 진행하는 금연 콜센터가 있다. 금연 콜센터는 직접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 상담을 꺼리는 청소년이나 여성 흡연자가 이용하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어 이용률이 높은 편이다.

금연도 습관이기 때문에 몸이 적응하기 위해서는 최소 3주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전제하에 30일간의 상담이 이루어지며 상담 시작 후 30일이 지난 후에는 1년까지 최대 14회에 걸쳐 상담을 지속적으로 제공한다. 금연 콜센터는 금연을 원하는 흡연자가 금연상담전화(1544-9030)로 신청만 하면 무료로 진행된다. 콜센터는 보건소 금연클리닉과의 연계를 통해 개인 사정으로 보건소 금연 클리닉에서 금연 콜센터로 이관하려는 사람들과 약물 요법을 원하는 흡연자들을 위해 유연성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만약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다면 국립암센터에서 운영하는 ‘금연길라잡이’ 홈페이지를 이용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남성, 여성, 청소년, 아동에 맞는 다양한 금연 전략을 소개하고 있으며 일대일 채팅 상담이나 온라인 상담실도 운영하고 있어 자신이 편리한 시간에 핸드폰이나 컴퓨터를 이용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금연 치료에 건강보험료 지급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부터 국민건강보험에서 금연 치료에 건강보험료를 지원하고 있다. 금연 치료 지원을 받고 싶다면 건강보험사이트에서 주거하는 동네 어떤 병원이 해당되는지 검색한 후 병원이나 의원을 방문해 병∙의원 금연 치료 지원 사업에 참여 등록한 경우 1년에 3차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8~12주 기간 동안 6번, 의사의 전문적인 진료 상담과 금연 치료의약품 또는 금연 보조제(니코틴패치, 껌, 사탕) 구입 비용을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만약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으로 주기적 병∙의원 방문이 필요하다면 방문할 때 금연 상담을 받고 필요하다면 금단 증상을 완화시켜 금연 성공률을 높여 주는 금연 치료 의약품이나 금연 보조제를 지원받을 수 있다.

입소형 전문 치료 캠프

만약 다양한 방법으로 금연을 시도해 보았지만 번번이 실패한 경우라면 17개 시∙도 지역금연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입소형 전문 치료 캠프를 통해 개인 의지만으로 금연이 어려운 중증 고도 흡연자 대상의 금연 지원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서비스 대상은 흡연 관련 질병력(악성 종양, 만성 폐 질환, 심뇌혈관 질환, 관절염 등)이 있는 현재 흡연자 또는 20년 이상 담배를 피우고 2회 이상 금연 실패 경험이 있는 흡연자이다.

10명 내외의 인원으로 구성되어 4박 5일 동안 병원 입원을 바탕으로 건강 상태 확인(건강검진), 영양 상태 평가 및 운동 프로그램 외 금연 교육, 심리 평가 및 집중적인 금연 상담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해 주고 있다. 금연 캠프 수료 후에도 추후 6개월간 지역금연지원센터 방문 예약을 통해 정기적으로 금연 유지 및 실천을 위한 금연 치료 및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외에도 직장 동료들과 함께 20명 내외의 인원으로 2일간 병원 또는 외부 시설에서 집중적인 금연 교육이나 상담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위에 언급되었듯이 이렇게 다양한 서비스들이 제공되고 있지만 정작 본인이 금연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금연에 성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한국인 132만여 명을 1992년부터 추적하고 있는 한국인 암 예방 연구에서 담배는 가장 예후가 나쁘다고 알려진 소세포폐암 발생에 82.5퍼센트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고 비흡연자에 비해 현재 흡연자는 소세포폐암에 걸릴 위험이 8.5배 높은 것으로 발표된 바 있다.

“흡연은 질병입니다. 치료는 금연입니다.” 이제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구호가 되었다. 담배 사용은 단순히 해로운 습관을 넘어 질병을 초래하는 명백한 요인임이 밝혀지고 있다.

흡연으로 인한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담배의 사용을 그만두는 것, 금연이다.

위드인뉴스 http://www.withinnews.co.kr/news/view.html?smode=&skey=%BD%C5%BC%BA%B7%CA&x=0&y=0&section=1&category=97&no=25320

[기고] 경영관리 기법과 실용적 ESG 운영

[임태종 삼육대 경영학과 교수 / 한국관리회계학회 이사]

지난 18일 조세일보, 한국관리회계학회 및 한국공인회계사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최근 경영관리 기법과 실용적 ESG 운영’ 토론회에 참가하여 보고, 듣고, 생각한 것들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먼저 줌(ZOOM)을 이용하여 온라인으로 진행된 토론회의 모습을 간략히 스케치하면 김재열 한국관리회계학회장이 사회를 보고, 조영균 PWC 컨설팅 부대표가 ‘최근 경영환경변화에 대한 기업현장의 경영관리와 고민’이라는 제1주제 발표를 하고, 윤영창 PWC 컨설팅 ESG 리더가 ‘기업가치 증진을 위한 실용적인 ESG 구축방향과 실무사례’라는 제2주제 발표를 하였다. 이 발표에 대하여 이상완(동아대학교), 손성진(단국대학교), 정양헌(카이스트) 교수가 차례로 느낀 점과 견해를 발표했다. 이 토론회에는 교수, 연구자, 공인회계사, 기업체 임직원 등 약 80여 명이 참가하였으며, 주최 측의 예상과 달리 90분간 예정되었던 토론회는 예정시간을 1시간 이상 넘길 정도로 열띠게 진행되었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ESG는 Environment, Social, Governance의 첫 글자를 딴 용어로 친환경, 사회공헌, 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해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려는 윤리적인 경영철학을 의미한다. 친환경에는 기후변화 대응, 환경오염물질 감소, 친환경제품 개발 등이 포함되고, 사회공헌에는 사회적 약자 보호, 고용 평등, 노동환경 개선, 공정경쟁 등이 포함되며, 지배구조에는 주주 권리, 이사회 활동, 감사제도 등을 통한 법과 윤리 준수, 투명한 기업 운영 등이 포함된다.

이제 ESG는 기업의 선택 사항이 아니라 Global 경제에서 반드시 수행해야 할 필수사항이 되었다. 애플, BMW, BASF 등의 Global 기업은 자사는 물론이고 거래 상대방이나 협력사에도 ESG 표준의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재무적 지표가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었다면 ESG는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하여 기업의 비재무적 지표를 강조하는 개념이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2가지 측면에서 논의를 했다. 하나는 불확실한 경영환경, 사회적 요구, 법적 규제 등에 대응하기 위한 유연하고 신속한 의사결정 도구로서의 경영관리에 대한 소개였고, 다른 하나는 경영관리의 중요한 요소가 된 ESG의 구축 방향과 실무 사례에 대한 소개였다.

이 토론회에서 발표한 내용과 토론자들의 견해를 듣고 느끼고 생각한 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확한 원가 정보보다는 적시성 있는 원가 정보가 필요하고, 제품원가 정보보다는 전사적인 원가 정보가 필요하다. 경영 현장에서는 생산과정 중이거나 더 나아가 생산 이전 단계에서부터 원가 정보를 필요로 한다. 왜냐하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는 유연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적시성 있는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친환경을 강조하는 ESG 경영에서는 제조활동에 따른 원가보다는 제조 이전 단계에서부터 A/S와 폐기물처리에 이르기까지의 가치사슬 전과정에 대한 원가가 요구된다.

둘째, 연구, 교육 및 실무에 있어서 원가관리회계의 범위에 대한 이해와 통합된 시각이 필요하다. 원가관리회계의 영역이 단순히 원가를 계산하고 예산을 편성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기업이 처한 상황 및 전략과 연계하여 관리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리통제시스템을 통하여 동기부여, 조직학습, 혁신 등이 이루어지며, 이를 통하여 장기적인 경영성과가 창출된다. 이러한 전과정이 원가관리회계에서 다루는 범위가 되어야 하며, 이런 패러다임에서 연구, 교육 및 실무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CFO가 회계와 자금뿐만 아니라 경영관리 전과정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전략적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ESG에 대한 개념 전환이 필요하다. 그동안 기업의 사회적 공헌이나 지속가능성에 대한 많은 논의와 요구가 있었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은 외형적으로 노력하는 모습만 보이려한 경향이 있었다. 김장하기, 쓰레기 줍기, 연탄 배달 등의 일회성 CSR 활동은 기업 이미지 개선에는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그 효과성은 의문이다. ESG는 기업의 이미지 개선용이 아니라 실제 중장기적으로 수익성 창출에 기여한다는 사고를 가져야 한다. ESG 경영이 실질적으로 친환경 제품 개발을 위한 혁신을 촉진하고 기업 운영의 투명성을 높여서 기업가치 증대에 기여하며, 증대된 기업가치를 이해관계자에게 공정분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신념이 확산되어야 한다.

넷째, 실질적인 ESG의 성공을 위해서는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와 소비자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Global 기준에 입각하여 ESG 관련 정책과 규정을 만들어야 하고 또한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ESG에 대한 지원정책도 마련해야 한다. 특히 경제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있는 대기업의 협력사 및 하청업체에 대한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다수의 윤리적인 소비자가 필요하다. 현대 사회에서 소비자는 힘이 세다. 소비자가 불법적이고 비도덕적인 기업의 제품을 구입하지 않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보여줄 때 기업은 실질적으로 ESG 경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섯째, ESG 관련 연구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ESG 경영을 하는 기업의 이익이 높다거나 주가가 높다는 식의 연구만이 아니라, ESG 경영이 어떤 과정을 통하여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원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본질적으로 ESG는 가치 창출의 과정을 중시하고, 비재무적 지표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ESG와 관련하여 비재무적 지표를 이용한 실증분석 연구가 많이 이루어져야 하고, 또한 다수의 사례연구를 통하여 ESG의 효과를 실무적, 실증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끝으로 ESG와 관련된 상설 기구와 인재가 필요하다. ESG는 전사적이고 지속적인 특성이 있다. 따라서 ESG 활동은 상황에 따라, 정책에 따라 임시방편으로 운영될 것이 아니라 상설 기구와 전담 인력을 두어 수행하여야 한다. ESG 관련 기구를 독립적으로 운영할지 아니면 CEO나 이사회에 직속 부서를 두고 운영할지에 대한 논의와 연구는 더 필요하겠지만, 전담 부서와 전담 인력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은 당면한 일이며 마땅한 것이라고 본다.

조세일보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4&oid=123&aid=0002248670

[책을 말하다] ‘빅 브라더’에서 ‘빅 아더’로

[서평] 감시 자본주의 시대
쇼샤나 주보프 지음 | 김보영 옮김 | 노동욱 감수 | 문학사상 | 888쪽

구글·페이스북에 개인 정보를 넘기는 우리들
개인 행동마저 유도하고 통제하는 지경까지

우리는 매일 몇 번씩, 아니 어쩌면 셀 수 없을 만큼 자주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접속한다. 우리는 그곳에서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고, 맛집에서 찍은 사진을 업로드하기도 하며, 소통과 교류를 통해 인간관계를 펼쳐나간다. 그러나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구글과 페이스북은 개인정보 같은 민감한 정보를 포함한 우리의 정보를, 자신들의 목적에 맞게 이용하거나 제삼자에게 팔아넘긴다. 기업들은 경쟁하듯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며 우리의 정보를 빼내간다. 이러한 맥락에서 쇼샤나 주보프(Shoshana Zuboff)는 작금의 시대를 ‘감시 자본주의 시대(The Age of Surveillance Capitalism)’라고 명명한다.

그러나 감시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는 이 정도로 단순하지 않다. 감시 자본주의 체제는 단순히 우리의 정보를 빼내서 팔아먹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의 정보를 통해 우리의 행동을 수집하고, 분석하고, 범주화하고, 예측하여 상업적으로 이용함과 동시에, 우리의 행동을 유도하고, 통제하고, 조종하고, 조건화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고객이 아니라, 우리의 정보가 원재료가 되는 감시 자본주의 사이클의 예측 가능한 유기체에 불과한 존재가 되고 만다. 우리가 구글을 검색할 때 우리가 구글의 검색 대상이 되는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다. 즉, 감시 자본주의 체제하의 우리는 자유의지를 가진 존엄한 인간이 아니라, 수집 당하고 분석 당하는 데이터이자, 타인의 이익을 위한 감시 자본이며, 감시 자본주의 체제에 종속된 꼭두각시 같은 존재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이러한 감시 자본주의 사이클의 메커니즘이 바로 주보프가 이 책에서 보여주는 통찰이다.

극단적 무관심으로 인간을 타자화

주보프는 감시 자본주의 체제가 조지 오웰(1903∼1950)이 쓴 『1984』(1949)의 빅 브라더 체제 반대편에 서있다고 지적하며, 이를 일컬어 ‘빅 브라더(Big Brother)’가 아닌 ‘빅 아더(Big Other)’라고 칭한다. 즉, ‘극단적 관심’을 통해 타인을 세뇌하고, 훈육하고, 강제하여 ‘자기 편’으로, 자기 ‘브라더’로 흡수하려는 빅 브라더 체제와는 반대로, 감시 자본주의 체제는 ‘극단적 무관심(radical indifference)’의 논리를 내세워 인간을 ‘타자화’하기 때문이다. ‘빅 브라더’가 극단적 뜨거움이라면, ‘빅 아더’는 극단적 차가움인 것이다. 감시 자본주의 체제는 인간을 부단히 ‘타자화’시키고, 빅 아더와 타자화된 대상인 인간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성도 성립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매일 우리가 할 일(개인정보 입력, 회원 가입, 로그인, 검색, ‘좋아요’ 누르기, 사진 업로드, 일상 업데이트 등)을 할 뿐이고, 구글과 페이스북은 그저 그것들을 관찰하고, 데이터화하고, 도구화하여 수익을 창출해낼 수만 있다면 우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느끼며 무엇을 하든 상관하지 않는다. 감시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인간 자체보다 오로지 데이터화할 수 있는 인간의 행동 패턴이 중요한데, 주보프는 인간을 마치 상아만 빼앗기고 죽임을 당해 버려지는 코끼리에 비유한다. 조지 오웰이 『1984』에서 빅 브라더를 통해 경고하던 디스토피아 사회에서 한발 더 나아가 새로운 차원의 디스토피아 사회의 출현을 통찰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디스토피아 감시 사회와 관련하여 기념비적인 책이라 할 수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에 대한 강한 경고를 담은 이 책을 감수하면서도, 필요한 정보를 습관적으로 ‘구글링’하고, 이 책이 출간되면 ‘페이스북’으로 홍보할 생각부터 했다. 아! 나 또한 주보프가 말하는 감시 자본주의 체제의 덫에 걸린 한낱 유기체일 뿐이란 말인가?

이 책이 던지는 문제의식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책은 구글과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감시 자본주의 체제에 대해 강한 비판의 화살을 겨누면서도, 그 화살을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돌린다. 주보프는 이 책에서 우리에 게 “누가 아는가? 누가 결정하는가? 누가 결정하는지를 누가 결정하는가”라는 주체적인 문제의식을 결코 놓치 지 말라고 촉구한다. 이 책은 우리에게 말한다. 깨어 있으라고.

[노동욱 삼육대 교수·현대영미소설]

교수신문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67110

[대학通] 원격수업 발전에 기여하는 e-러닝지원부서

[김기석 삼육대 교육혁신단 디지털러닝센터 과장 / 콘텐츠학 박사]

지난해 발생한 코로나19는 우리의 삶뿐만 아니라 대학가의 모습도 변화시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대학 강의는 기존의 대면 오프라인 형태에서 비대면 강의로 탈바꿈했다. 급속한 변화에 교수와 교직원 역시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지금껏 사이버 강의는 특정 사이버대에서 활용되거나 일부 교양 교과목 위주로 편성돼 그 비중이 작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강의 플랫폼과 서비스가 확대됐고, 대다수 학생도 비대면 원격수업에 익숙해졌다. 기존 오프라인 대면 수업보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 없이 자유롭게 수업을 들을 수 있기에 학생들도 온라인 수업을 더 많이 선호하고 있다. 이러한 장점으로 인해 온라인 강의의 수요는 대폭 늘었고, 줌(zoom) 원격강의 등 e-러닝 사이버 강의 제공을 위한 서비스가 다양하게 확대됐다.

온라인 강의 수요 급증으로 e-러닝센터 분주

발 빠른 변화로 인해 대학가는 바쁜 나날을 보냈다. 작년부터 온라인 강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대학 내 e-러닝센터는 쉴 틈 없이 변화에 대응해야 했다. 작년 3월부터 대학가에선 개설된 교과목의 전체 과목을 온라인으로 진행해야 했다. 갑작스러운 변화였으나 각 대학의 e-러닝 지원 부서에서는 e-러닝 교수학습 지원을 위해 밤낮없이 뛰었다.

대학 내 e-러닝 지원 부서는 인터넷 서버를 증설하고, 교수에게는 온라인 강의 촬영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야 했다. 온라인 강의 촬영이 처음인 교수들뿐만 아니라 수강생인 학생 모두에게 어색하고 낯선 변화였다. 이에 e-러닝센터는 교수에게 강의 제작 도구 사용법과 강의 영상 제작법을 설명하고, LMS 사용 안내, 온라인 수업 플랫폼 발굴 등 다양한 활용 요령을 교육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대두되는 ‘e-러닝

대학에서 e-러닝 학습을 지원하는 부서명은 제각기 다르다. 교수학습개발센터, e-러닝센터, e-러닝지원팀, 디지털러닝센터 등 다양한 e-러닝 학습 지원 부서들이 존재한다. 이들을 통칭해 ‘e-러닝센터’로 일컫기도 한다. 최근 팬데믹으로 인한 온라인 수업의 비중이 커지면서 대학 내 e-러닝센터의 중요성이 대두됐다. 동시에 e-러닝센터의 업무 역시 다양해졌다.

교육부는 2020년 11월 10일 전국 10개 권역에 총 10개 대학·전문대학 연합체를 선정했다. 앞으로 대학 원격교육 질 제고를 위해 공동 활용 학습관리시스템(LMS)과 영상 제작실 구축, 강의자료 개발 등의 역할들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 올해 2월 15일 ‘고등교육법’ 제22조에 따라 방송·정보통신 매체 등을 활용한 원격수업 운영에 필요한 세부사항을 규정해 일반대학의 원격수업 운영에 관한 훈령을 제정했다. 이는 일반대에서 운영하는 원격수업의 질적 수준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온라인 학습 비중이 커지면서 e-러닝은 점차 보편화될 전망이다. 이에 대학 교육계의 판도도 변화하고 있다. e-러닝 학습 보편화를 위해 대학은 4차 산업혁명 시대 e-러닝 학습 토대를 마련하고, 대학 내 자체적인 e-러닝 교수학습 지원을 위해 아낌 없이 투자하고 있다.

대학 내 e-러닝센터는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상황에서 비대면 원격교육을 위해 LMS 학습시스템 운영, CMS 콘텐츠 제작시스템 구축 및 고도화를 진행했다. 또한 원격교육 기자재 지원, 원격수업이 가능한 융합강의실 구축, 셀프스튜디오, e-러닝 스튜디오 구축 등 크고 작은 사업들을 발 빠르게 수행했으며, e-러닝 교수역량 강화를 통해 효과적인 원격수업이 진행되도록 도와 학생들의 학습 능력을 끌어올렸다.

4차 산업혁명 시대와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대학 e-러닝센터는 교수자의 온라인 강의 제작을 지원하고, 학습자에게 편리하고 효율적인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교육 시대에 원격교육 품질 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대학 e-러닝센터의 행보가 주목된다.

한국대학신문 http://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508826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퐁투아즈의 봄

사제지간의 따뜻한 정, 봄꽃으로 힐링하다
김성운 교수의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 카미유 피사로, ‘퐁투아즈의 봄’, 65.5×81cm, Oil on canvas, 1877, 오르세미술관

피사로는 세잔느의 스승이다. 피사로가 없었다면 오늘날 ‘현대 미술의 아버지’라고 칭송받는 세잔느도 없었을 것이다.

고갱의 스승이기도 한 피사로는 성품이 온화하고 친절하여 모네, 고흐, 르노아르 등 인상파 화가들에게 많은 격려와 도움을 주었다. 피사로는 어려운 살림에도 오히려 가난한 후배 화가들의 그림을 사 주는 ‘큰 형님’ 같은 역할을 한다. 더구나 피사로의 집에는 헌신적인 착한 부인이 있어 항상 가난한 화가들로 붐볐다.

까칠하고 자존심 센 세잔느가 슬럼프에 빠졌을 때, “너는 훌륭한 화가가 될 수 있다”는 격려를 하고 그와 직접 동행하면서 그림을 그렸다. 하루는 세잔느가 피사로와 함께 그림을 전시하면 자신의 그림이 안 팔릴 것을 염려하고 무례하게도 스승에게 전시하지 말 것을 요청한다.

피사로는 모든 전시회에 출품하지 않은 적이 없는데도 당돌한 제자의 요청을 들어준다. 착한 부인도 “은혜를 모르는 세잔느를 배려하지 말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그녀는 한때 너무 궁핍하여 강물에 투신하려고 한 적도 있다. 그럼에도 세잔느를 거두어 주었는데 이기적으로 변한 그가 너무 얄미웠다.

‘퐁투아즈의 봄’은 액상프로방스라는 지방에서 온 세잔느를 퐁투아즈로 데려와 함께 있을 때 그린 그림이다. 세잔느는 퐁투아즈에서 10점의 풍경화를 남긴다. 퐁투아즈는 고흐가 죽은 오베르 근처에 있으며 경치가 수려한 곳이다. 도시가 큰 언덕을 중심으로 있어 자연히 아래에서 올려다 본 앙각의 풍경화가 많다.

‘퐁투아즈의 봄’은 피사로가 존경하는 영국 화가 코로의 영향을 받은 그림으로 피사로의 질박한 온기가 드러나는 따뜻한 그림이다. 이 그림의 구도는 화면 중앙에 큰 나무를 배치한 삼각 구도로 근경은 꽃나무와 양배추밭, 원경은 집, 언덕으로 깊이감을 높였다. 봄이 되어 물이 잔뜩 오른 수목과 연둣빛 잎과 풀, 파란 하늘은 그림에 생동감을 준다. 평론가 에밀 졸라는 “피사로의 그림 속에서는 대지의 심원한 목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이 그림 속에서 참다운 스승의 향기가 전해진다. 세잔느는 피사로가 죽자 “세잔느, 피사로의 진정한 제자”라고 스스로 말함으로써 스승에 대한 미안함, 감사함이 묻어 있는 강한 존경심을 표했다.

필자는 피사로가 오랫동안 머물렀던 루브시엔에 살면서 그의 유적을 찾아 기차를 타고 퐁투아즈로 갔던 적이 있다. 퐁투아즈 시는 그가 30년 간 살았던 곳을 홍보하기 위해 시내에서 제일 높은 곳에 ‘피사로미술관’을 설립했다. 필자가 둘러본 그때는 마침 봄이라 미술관 정원에 봄꽃이 만발하여 피사로의 인격이 더 도드라져 보였던 기억이 난다.

글 김성운
화가, 삼육대학교 아트앤디자인학과(Art& Design) 교수, 디자인학 박사,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졸업, 개인전 20회(한국, 프랑스, 일본 등) 국내·외 단체전 230회, 파리 퐁데자르·라빌라데자르갤러리 소속 작가, 대한민국현대미술전 심사위원, 한국정보디자인학회 부회장, 재림미술인협회장, 작품 소장 : 미국의회도서관, 프랑스, 일본 콜렉터, 한국산업은행 등

위드인뉴스 http://www.withinnews.co.kr/news/view.html?smode=&skey=%C8%FA%B8%B5%C0%CC+%C0%D6%B4%C2&x=0&y=0&section=1&category=5&no=24587

[대학정론] 3주기 평가보다 시급한 과제

[이국헌 삼육대 신학과 교수]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평가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이제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예년에 비해 2개월 정도 늦춰진 일정으로 인해 다소 여유가 있는 모습을 보였던 대학들도 이제는 평가 준비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긴장의 끈을 더 단단하게 조이고 있다. 특별히 보고서를 작성하는 교수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시간이다. 많은 대학들이 자체평가보고서를 마무리하고 증빙자료 준비에 올인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대학과 교수사회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이번 3주기 대학평가는 1·2주기와는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어 보인다. 2015년에 실시한 1주기 평가는 정원 조정에 집중했고, 그 결과 3만5천여 명의 정원이 감축되었다. 모든 대학들이 철저하게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익숙지 않은 평가여서 모든 부분(정량, 정성)에서 감점 요인들을 극복하지 못했다. 그러나 2018년에 실시한 2주기 평가에서는 이런 요인들이 많이 개선되었다. 새 정부가 들어서서 실시한 2주기 평가는 정원 감축 위주의 평가에 대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역량강화지원사업과 연계하여 평가를 진행했고, 대학들은 1주기의 경험을 살려 정량과 정성 부분에서 철저하게 준비했다. 그 결과 20여개 대학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학들이 대학평가를 무난히 통과해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올해 실시되는 3주기 대학평가는 훨씬 더 수월한 상황에서 준비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정량 지표들의 경우 대부분의 대학들이 만점 수준으로 관리 유지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성 지표들 역시 1·2차 평가에서의 노하우를 통해 이미 철저하게 관리해왔기 때문에 평가를 준비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특별히 이번 평가에서는 소수점 두세 자리의 수치까지 다퉈야할 만큼 순위를 가르는 변별력이 훨씬 더 낮아질 전망이다. 아울러 지난달에 이미 18개 대학이 재정지원제한대학에 걸려 이번 평가에서 아예 제외되는 사전 결과도 공개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3주기 대학평가를 1·2주기와 같은 방식으로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는 평가 대상의 90%까지 역량강화 지원 재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공식 제기한 상황이다.

이 모든 요소들을 감안할 때 앞으로 한두 달 내에 전개될 3주기 대학평가 과정은 다소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런 불안과 더불어 대학들은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 대부분의 대학들이 3주기 대학평가 자체를 준비하는 일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평가 이후의 상황을 준비하는 일은 그렇게 쉽지 않을 전망이다. 3주기 대학평가보다 더 시급한 과제들이 대학과 교수들의 목전에 놓여 있다. 입학자원 감소에 따른 학생 모집에서부터 미래 사회에 대응할 학사 구조조정과 교육혁신에 이르기까지 반드시 전략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긴박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렇게 볼 때 이번 3주기 대학평가는 지난 1·2주기와는 전혀 다른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3주기 대학평가를 위한 준비는 단순히 평가 자체만이 아니라 시대적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전략과 더불어 이루어져야 한다. 평가 준비를 마무리하는 현 단계에서 대학들은 미래 전략적 방향을 전제로 자체평가보고서를 재검토하고, 3주기 대학평가 이후를 대비할 수 있는 전략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교수신문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65193

[기고] 알코올의 파괴성

[서경현 삼육대 상담심리학과 교수 / 前 한국건강심리학회장 / 한국중독상담학회 부회장]

한국사회가 음주에 관대하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서양보다 동양에 알코올 분해효소가 없거나 적은 사람들이 많아 아시아 국가들의 음주율이 대체로 훨씬 낮지만, 예외적으로 한국은 세계 최고수준의 음주율을 보인다. 심지어 한국 사회에서는 음주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있을 정도다. 드라마나 영화 혹은 TV 예능프로그램 등에서 사회적 관계를 활성화하는 음주의 기능이 더 주목받고 있다.

적당하게 취했을 경우 알코올이 사회적 상황에서 순기능을 발휘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많이 취했을 때나 거의 취하지도 않은 상태에서도 알코올은 사람이 파괴적 행동을 하게 만든다. 실제로 많은 폭력 및 살인사건이 음주 상태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음주 상태에서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끊는 사람도 많다.

알코올은 중추신경 억제제인데 어떻게 음주 상태에서 흥분해 폭력을 행하는 것일까? 우리는 분노, 두려움, 미움의 감정, 원한이나 공격성, 억울한 생각 등을 평소에 억제하고 있는데 알코올이 그 억제의 힘을 풀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술을 마시면 그런 감정과 생각이 강한 행동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여러 나라에서는 술을 폭력 범죄의 원인으로 봤다. 총기를 소지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었던 미국에서는 알코올 자체를 범죄의 원흉으로 생각하게 됐다. 19세기에 이르러 음주 후 총기에 의한 살인이 너무 많아졌다. 미국이란 국가 특성상 총기는 없애기 어려웠기에 음주를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1920년에는 주류를 판매하거나 수입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는 금주령이 시행되기도 했다. 지금도 미국은 음주를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연령 수준이 한국보다 높은 만 21세다. 이렇게 미국인들이 음주를 더 혐오하게 된 것은 알코올 뒤에 숨어있는 파괴적인 모습 때문이다.

한국사회도 음주가 폭력을 일으키는 것에는 동의하는 듯하다. 법정에서도 범인이 음주 후에 폭력범죄를 범했을 경우 폭력을 행한 것이 알코올 때문이라고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폭력범죄 행동의 책임을 알코올에 돌려 음주한 사람의 형량을 낮춰주는 것이 적절한지를 떠나 알코올 뒤에 숨어져 있는 폭력성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음주에 대한 우리의 사회적 규범도 변해야 한다.

다시 말해 한국에서도 알코올의 무서운 속성을 고려해 음주의 부정적인 면이 더 주목받아야 한다.

위드인뉴스 http://www.withinnews.co.kr/news/view.html?skey=%BB%EF%C0%B0%B4%EB&page=2&section=1&category=97&no=24424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요람

자유로운 붓 터치, 세밀한 감정…인간애로 힐링하다
김성운 교수의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 베르트 모리조, ‘요람’, 56×46cm, Oil on canvas, 1872, 오르세미술관 소장.

거친 인상파 그림은 남자 화가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런 남자들 틈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여류 화가가 나타났다.

베르트 모리조, 그녀는 로코코 미술의 거장 프라고나르의 증손녀로 부유한 집안의 남부럽지 않은 가정에서 자랐지만 마네, 모네, 르누아르, 피사로, 시슬레 등 인상파 그룹에서 활발한 창작을 했다. 초창기 인상파 그림의 평가는 ‘거친 쓰레기’ 평가를 받았고 더구나 ‘여성이 인상파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천하게 생각했다.

필자는 파리에서 연구 활동을 하면서 여러 미술관에서 모리조의 작품이 수없이 많음을 목격했는데 그중에서 그녀의 대표작 ‘요람’을 오르세에서 보고 발길을 멈췄다. 따스한 눈길의 어머니와 모기장 속에서 평화롭게 잠든 아기, 즉흥적으로 그린 인상파 특유의 자유로운 터치, 유화지만 수채화 같은 맑고 투명함, 군청과 핑크를 잘 버무린 단순한 색채 등은 모리조의 천재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모델은 모리조의 언니 에드마 모자(母子)를 그렸다. 그녀는 주로 일상과 가정적인 그림과 모성애를 다룬 작품을 많이 그렸다. 시인 발레리는 “그녀는 그림을 위해 살았고, 인생을 그림에 담았다”고 했다. ‘요람’은 전형적인 프랑스 중산층 침실의 분위기를 개성적인 구도와 부드러운 필치로 표현했다.

엄마 에드마는 눈을 내리깐 옆얼굴이고 아기 블랑슈는 눈을 감은, 잠자는 표정이지만 모자의 애틋한 정을 따뜻하게 잘 표현했다. 그녀는 “여자는 남자들보다 더 세밀한 환상과 목적을 지향하는 감정이 많아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다”고 했다.

그녀는 ‘풀밭 위의 점심’으로 유명한 마네와 교류하면서 더욱 모험적이고 혁신적인 그림을 그렸다. 아름다운 그녀는 마네의 그림에 단골 모델로 등장하며 스캔들도 있었다. 마네는 그녀를 동생 외젠 마네에게 소개해 결혼하게 한다. 외젠 마네가 일찍 죽고 2년 후, 모리조는 외동딸 줄리 마네의 독감을 보살피다 감염되어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

남겨진 어린 고아 줄리는 화가 르누아르, 드가, 시인 말라르메가 챙긴다. 르누아르는 예쁜 줄리의 초상화를 두 번 그렸는데 사춘기 ‘줄리의 초상화’가 마르모탕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무용수의 그림으로 유명한 드가는 장성한 줄리의 결혼까지 주선한다. 줄리 마네는 자신을 보살펴 준 화가 아저씨들과 어머니 모리조의 예술 이야기 <인상주의, 빛나는 색채의 나날들>을 써서 은혜에 보답한다.

필자는 자신들도 몹시 어려운 형편인데 고아가 된 동료 화가의 딸을 훈훈한 인정으로 보살펴 주는 것에 깊은 감동을 느꼈다. 모리조 부부가 살았고 생을 마감한 동네는 파리 외곽의 ‘부지발’인데, 필자가 한때 거주했던 루브시엔의 바로 옆 동네다.

글 김성운
화가, 삼육대학교 아트앤디자인학과(Art& Design) 교수, 디자인학 박사,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졸업, 개인전 20회(한국, 프랑스, 일본 등) 국내·외 단체전 230회, 파리 퐁데자르·라빌라데자르갤러리 소속 작가, 대한민국현대미술전 심사위원, 한국정보디자인학회 부회장, 재림미술인협회장, 작품 소장 : 미국의회도서관, 프랑스, 일본 콜렉터, 한국산업은행 등

위드인뉴스 http://www.withinnews.co.kr/news/view.html?smode=&skey=%C8%FA%B8%B5%C0%CC+%C0%D6%B4%C2&x=0&y=0&section=1&category=5&no=24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