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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36℃] 목소리로 연기하는 배우, 나는 매일 다른 인생을 산다

2021.04.05 조회수 749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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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36℃] (6) ‘대교어린이TV 8기 공채 성우’ 박민기(사회복지학과 10학번) 동문

삼육대학교 홍보팀이 인터뷰 기획 <열정 36℃>를 연재합니다. ’36℃, 뜨거운 열정으로 도전하는 삼육 청년들의 이야기’라는 주제로, 사회 곳곳에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젊은 동문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칭찬해주마, 괴도 스톰의 제자! 자, 너의 힘을 확실하게 보여주라. 이노크!” – <바쿠간 배틀 바쿠기어> 매그너스 役

“태자 전하가 오시기 전에, 이번 승전에 대한 의원님들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어떻습니까. 이번에도 레이번 에스페린드 각하의 공이 크지 않았습니까?” – <황자님께 입덕합니다> 챈슬러 役

“미트마스터의 특별한 제안, 우리 가족의 특별한 식사를 준비하는 안심마켓 밀구루” – 롯데쇼핑 밀구루 광고 내레이션

반역 음모를 꾸미는 제국의 장군부터 잔잔한 클래식 음악을 배경으로 깔리는 꿀 떨어지는 내레이션까지, 매일 다른 인생을 사는 남자가 있다. 그의 직업은 성우다.

우리 대학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박민기(10학번) 동문은 2018년 6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대교어린이TV 8기 공채 성우로 데뷔했다. 이후 2년간의 전속기간을 마치고 지난해부터 프리랜서 성우로 활동하고 있다. 그간 연기한 캐릭터만 어림잡아 수십 개. 기업광고까지 따지면 셀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코로나를 계기로 미디어·콘텐츠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요즘 그를 찾는 곳은 더 많아졌다. 방송국뿐만 아니라, 유튜브, OTT 플랫폼, 오디오북, 팟캐스트, 광고까지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목소리로 연기하는 배우, 박민기 동문을 만나 성우의 삶을 들여다봤다.

성우의 일상

Q. 성우의 하루는 어떤가요? 직장인처럼 루틴이 있나요?

“그날, 그 주 일정에 따라 매번 달라요. 한 군데에서만 일하지 않고 여기저기 녹음실에 다녀요. 집에서 작업해서 보낼 때도 있고요. 매일 반복되는 게 있다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목을 푸는 겁니다. 언제든지 최상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준비해놓고 하루를 시작해요. 당장 1~2시간 이내에 와줄 수 있냐고 갑작스럽게 녹음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거든요. 밤 11시에 침대에 누웠는데 전화 와서 급하게 수정녹음 요청이 온 적도 있어요. 그러면 다시 녹음해서 보내드리고. 그렇습니다. 제 일상이. 하하.“

Q. 성우는 목소리가 자산인데, 특별한 관리 방법이 있나요?

“도라지 배즙 많이 챙겨 먹어요. 프로폴리스 스프레이도 쓰고요. 목이 조금 힘들거나 무리를 한 것 같으면 한 번씩 뿌려줘요. 자기 전에 목 마사지를 하거나, 손수건을 목에 둘러서 최대한 따뜻하게 보호해주기도 해요. 상식적인 것들인데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더라고요.”

Q. 그동안 어떤 작품에 참여했나요? 대표작을 꼽아주신다면.

“공채로 데뷔한 지 얼마 안 돼서 ‘짬’으로 보면 아직 막내예요.(웃음) 아실만한 작품은 아직 없지만 그래도 말씀드리면, 재능TV에서 방송된 애니메이션 <바쿠간 배틀 바쿠기어>에서 ‘매그너스’라는 캐릭터랑 ‘라이트닝’이라는 강아지 역할을 했습니다. (▷영상보기)

제 출신인 대교에서 현재 방송 중인 <베이블레이드 슈퍼킹>에서는 아나운서, 척 두 캐릭터를 맡고 있고요. <황자님께 입덕합니다>라는 무빙툰에서는 ‘챈슬러’라는 왕국의 장군, 음모를 가지고 있는 악역을 연기했습니다. (▷영상보기)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되고 있는데 굉장히 즐겁게 참여한 작품입니다.“

▲ (왼쪽) 코로나로 인해 클라이언트와 화상으로 피드백을 주고받기도 한다. (오른쪽) 집에 있는 방음부스에서 녹음 중인 모습.

난 성우가 될 거야

박민기 동문이 성우의 꿈을 처음 갖게 된 건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당시 KBS2에서 방송되던 생활정보 프로그램 <VJ특공대>를 본 그는 성우의 맛깔나는 목소리와 거침없이 ‘콸콸콸~’ 몰아치는 내레이션에 완전히 사로잡혔다. “성우라는 직업을 좀 더 알아보니, 여러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목소리로 다른 사람의 삶을 대신 살아볼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평범한 일상에 큰 매력으로 다가왔죠.” 그때부터 주변에 ‘난 성우가 될 거야’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Q. 부모님께서는 뭐라고 하셨나요?

“아버지가 엄청 반대하셨어요. 거의 1달 동안 대화를 못 했어요. 원래 지방에 살았는데,제 교육 때문에 온 가족이 서울로 이사를 왔어요. 그런데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성우라는 거에 빠진 거죠. 그렇게 크게 화를 내신 건 처음이었어요. 하지만 나중엔 정말 열렬한 지원자가 되어주셨죠.”

Q. 아버지 마음을 어떻게 움직였나요?

“고3 때 성우과에 지원을 했는데 자기소개서를 보여드렸어요. 성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마음으로 지원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할지. 아버지가 보시고 진지하구나, 생각 없이 아무것도 모르고 지원한 게 아니구나 한 걸 알게 되신 거죠.

공채 합격한 날이 아직도 기억나요. 합격했다고 아버지한테 전화로 먼저 말씀드리고 집에 들어갔어요. 서로 얼굴 보자마자 울면서, 아이고 고생했다, 아이고 고생했다. 그리고 그날 축하하고 잠들었어요. 다음날 일어나서 얼굴 보고 또 울고(웃음). 3일간 아버지랑 서로 얼굴만 보면 울었던 기억이 나요.“

Q. 준비기간이 힘들었나 봐요. 성우 공채는 어떤 식으로 준비하나요?

“보통은 성우 학원에 다녀요. 매주 몇 시간씩 학원에 가서 여러 대본으로 계속 연기 연습하고, 감정, 발성을 배우고 훈련합니다. 방송국 시험 시즌이 되면 방송국별로 선호하는 스타일을 집중적으로 연습하면서 시험에 대비해요. 떨어지면 계속 또 학원에 다니고요. 저는 학원만 거의 6년 정도 다녔어요. 계속 알바를 하면서 학원비를 벌었고요.”

Q. 공채 문이 많이 좁은 편인가요?

“제가 합격한 대교어린이TV 외에 KBS, 투니버스, 대원방송, EBS 이렇게 다섯 개 방송국에서 공채 시험을 진행하고 있어요. 매년 뽑는 곳도 있고, 2~3년에 한 번씩 진행하는 곳도 있는데, 평균적으로 1년에 20명 정도의 신인 성우들이 공채를 통해 데뷔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전체 응시인원은 3천명 정도고요. 그만큼 참 문을 뚫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가 입사한 대교는 남녀 한 명씩 뽑거든요. 그때 경쟁률이 650대 1이었어요.”

Q. 경쟁률이 어마어마하네요. 잘 돼서 다행이지만, 기약 없이 마냥 준비하는 게 위험한 일일 수도 있는데.

“아마추어 성우로는 계속 활동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어느 정도 ‘리미트’를 걸어놨어요. 특정 시점까지 1차 통과 못 하면 접자. 그런데 그때 1차를 처음 붙었어요. 그리고 몇 년 내로 최종까지 못가면 끝내자 했는데, 제가 정한 마지막 공채에서 최종시험까지 올라갔어요. 그 뒤에 아버지한테 조금만 더 해보겠다고 사정해서 진짜 마지막 시험으로 대교에 도전했고 결국 합격하게 됐죠.”

Q. 아마추어로도 활동하셨는데, ‘공채 성우’가 된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 건가요? 공채와 비공채의 신분상 차이는요?

“성우 공채시험에 합격하면 2년 동안 해당 방송국과 전속계약을 맺어요. 전속기간이 끝나면 한국성우협회에 가입할 수 있는 자격이 생겨요. 협회 정회원이 되면 소속 방송사에 관계없이 프리랜서로 활동할 수 있어요.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성우라 불리는 건, 공채를 통과해서 협회 회원이 된 성우를 말해요. 조금 예민한 문제이긴 한데, 요즘은 협회와 비협회 성우들이 혼재돼서 활동하고 있긴 합니다. 그래도 확실한 경계를 두면, TV에 온에어 되는 작품에 캐스팅될 수 있는가 없는가의 차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야, 너두 성우 할 수 있어

Q. 성우는 타고나는 건가요? 만들어지는 건가요? 좋은 목소리를 타고나지 않으면 성우가 될 수 없나요?

“좋은 목소리란 뭘까요? 흔히 말하는 동굴 목소리나, 간드러진 목소리가 전부는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내가 가진 안정적인 목소리,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편안한 목소리는 누구에게나 좋은 목소리가 될 수 있죠. 그렇기에 타고나지 않아도 후천적인 노력과 훈련을 통해 얼마든지 성우가 될 수 있습니다.

저도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야 네가 무슨 성우야’ ‘그 목소리로 무슨 성우를 한다고 그래’라는 말을 되게 많이 들었어요. 그래도 별로 상처가 되진 않았어요. 저는 성우가 될 수 있다고 믿었고, 훈련을 통해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거든요. ‘성우는 이래야 해’ 하는 것도 고정관념이라고 생각했어요. 내 목소리를 사랑해주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아요. 최소한 가족부터 시작해서, 친구들도 그렇고. 내 목소리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누구든 성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성우들의 직업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고 들었어요. 한국고용정보원 조사에서 거의 매년 ‘톱5’에 들더군요.

“변화무쌍한 직업이잖아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항상 출근해서 시재 점검하고 물건 점검하고 손님 오시면 상대하고 청소하고 퇴근하고 똑같았어요. 그런데 성우는 하루에도 몇 번씩 다른 삶을 사는 거예요. 어제는 A였는데 오늘은 B가 될 수 있어요. 다음 주에는 어떤 캐릭터로 청취자를 만날지 전혀 모르는 거예요. 매일 매 순간이 신선하고 새로워요. 그런 기대감 때문에 직업 만족도가 높지 않나 생각해요.”

Q. 요즘 콘텐츠 업계가 급변하고 있는데, ‘목소리 시장’의 영향은 어떤가요? 성우로서 활동 범위가 더 넓어진 것 같나요?

“확실히 넓어진 걸 체감해요. 오디오북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기존 방송국뿐만 아니라, OTT 플랫폼에서 자체 제작하는 콘텐츠도 많아졌어요. 또 지금까지 화면 뒤에만 존재하던 성우들이 유튜브를 통해 ‘성우 누구누구’로 전면에 나올 수 있게 됐죠. 할 수 있는 것들이 굉장히 많아졌어요. 당장 돈이 되느냐 안 되느냐를 떠나서 도전해 볼 수 있는 영역이 많아졌다는 것은 굉장히 반갑고 매력적인 일이죠.”

Q. 인공지능 성우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좌중 웃음, 그리고 탄식) 아. 그렇죠. TTS(문자 음성 자동변환) 같은. 솔직히 처음 AI 음성을 들었을 땐 ‘어떡하지’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내가 필요 없는 순간이 올 수도 있겠구나. 한편으론 신기하더라고요. 내레이션을 들어보면 ‘오, 이게 AI라고?’ 놀랄 때가 있어요.

저는 성우한테 가장 중요한 자질이 ‘공감’이라고 생각해요. 대본을 보고 내가 맡은 캐릭터에 공감해야 이 캐릭터가 말하는 것을 잘 표현할 수 있죠. 또 시청자들과도 공감해야 해요. 나만의 세계에 빠지면 안 돼요. 내가 표현하는 이 대사가 듣는 사람에게 다가가고 공감시킬 수 있는 능력.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만이 줄 수 있는 공감은 AI가 따라오기에는 아직 좀 더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목소리의 힘

Q. 진로를 일찍 정하셨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본인이 하고 싶은 게 명확했잖아요. 그런데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습니다. 전공과 대학 생활은 어떤 의미였나요?

“대학 진학할 때 많은 고민이 있었어요. 실제 성우과에 원서를 넣어 합격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제가 성우가 되고 싶은 이유는 목소리로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보고 싶어서였잖아요. 더 넓은 시야를 갖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배워보고 싶었어요. 또 목소리로 사회에 봉사하고 이바지할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사회복지학을 배우면 그 접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삼육대에 입학하게 됐죠.”

Q. 시간 낭비라는 생각은 안 들었나요?

“조금 혼란스러웠던 시기는 있었어요. 처음엔 괜찮았는데 학년이 올라가면서 점점 심화된 내용을 배우잖아요. 이런 것들을 내가 어디까지, 어느 선까지 배워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성우라는 진로가 너무 명확했으니까, 학업에 충실하지 못했죠.

그러다가 노인복지관에 실습을 나갔어요. 어르신 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는데, ‘청년이 잘 들어주니 고맙네’ ‘목소리가 좋네’ ‘목소리가 차분해서 내가 말할 때 존중받는 느낌이 드네’ 이런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목표를 갖고 처음 입학했을 때가 생각났어요. 내 전공과 목소리로 사회복지 분야에 이바지할 수 있겠구나, 내가 좀 더 잘 배워야겠다. 마음을 고쳐먹었죠.

배리어프리 영화(시청각장애인을 위해 음성·화면 해설을 삽입한 영화)는 사회복지뿐만 아니라, 성우 업계에서도 계속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에요. 저 역시 화면해설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고요. 시각장애인을 위한 책 낭독 작업도 많이 했습니다.“

Q. 어떤 성우가 되고 싶나요?

“희망을 주는 성우가 되고 싶어요. 고등학교 시절 개인적으로 마음이 힘들었던 시기에 <VJ특공대>를 보면서 즐거워했던 기억이 나요. 성우라는 꿈을 갖게 됐고요. 누군가 내 목소리를 듣고 희망을 느낄 수 있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다른 의미의 희망도 있어요. 저는 다리에 장애가 있습니다. 공채 합격 전 면접을 보거나 일을 하러 가면 ‘넌 다리가 불편하니까 좀 어렵겠다’ 이런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럴 때마다 더 잘 해내려고 노력했어요. 다리가 아프니까, 몸이 아파서 할 수 있을까, 그런 시선에도, ‘어. 난 할 수 있어. 난 해냈거든. 그러니까 다 할 수 있어.’ 그런 희망을 주는 성우가 되고 싶습니다. 장애가 있다고 해서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Q. 목소리가 가진 힘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목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울립니다. 내가 진정성 있게 전하고 싶은 감정을 담아서 전하면 듣는 사람이 그걸 느낄 수 있어요. 시각장애인 복지관에서 동화책 읽어주는 낭독 봉사를 한 적이 있어요. 한 친구가 너무 재밌고 좋았다고 하는 얘기를 들었어요.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이 느껴지더라고요. 내 목소리로 이 친구에게 즐거운 감정을 느끼게 했구나. 내가 이 캐릭터와 동화책을 통해 남들이 느꼈으면 하는 것을 이 친구가 정말 느꼈구나. 그런 마음의 울림, 공감 같은 것들이 목소리가 가진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건 AI 성우가 결코 할 수 없는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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