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가족의 키워드] 행복과 성격 강점 그리고 창의성

정성진 교수의 <행복한 가족의 키워드>

희망찬 새해가 시작되었지만, 현실은 행복한 삶을 희망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더 풍요롭게 살 것이라 기대했지만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면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4차 산업 혁명의 대세 속에서 더 편리한 생활을 기대했지만 소통 단절과 인간 소외 현상이 날로 더 심각해지면서 외로움에 빠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렇게 불행하기 쉬운 현실 가운데서 우리는 어떻게 행복할 수 있는가?

심리학은 인간의 정신적인 문제는 물론 행복한 삶에 기여하는 요인에 대해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분야이다. 특별히 행복에 대한 심리학적인 연구는 1990년대부터 긍정심리학(positive psychology)이라는 분야로 급성장하였다.

긍정심리학에서는 사람이 행복하기 위해서 긍정적인 심리 상태를 자주 경험하고, 긍정적인 특질을 계발하기 위해 노력하며, 구성원의 행복을 지원하는 긍정적인 조직(가족, 학교, 회사, 종교 단체 등)에 소속되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개인과 사회의 변화와 노력이 모두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별히 긍정적인 성품과 잠재 능력을 계발함으로써 인격적인 성숙을 이루고 사회에 기여하는 것은 행복한 삶을 사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긍정심리학자들은 동서고금의 경전과 저술들을 연구하여 총 200가지의 덕목과 18,000개의 강점을 발견하였고, 이를 체계적으로 범주화하여 아래의 표와 같이 총 6개 덕목, 24개 성격 강점으로 정리하였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성격 강점의 프로필이 다르고, 모든 것을 강점으로 가지고 있을 수는 없다. 앞으로 이 24개의 강점들에 관한 심리학과 성경의 설명들을 살펴보며 강점들을 어떻게 함양시켜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 호에서는 지성과 관련된 성격 강점인 창의성에 관해 살펴보고자 한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창의성

창의성(創意性, creativity)이란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만들어 내는 지적인 능력이다. 기존의 것과 익숙한 것에 만족하지 않고 독창적인 생각과 행동을 만들어 내는 개인적인 특성이다. 오늘날 학교나 기업마다 창의적인 인재를 찾고 있다. ‘창조 경제’라는 말도 정치권과 경제계에서 회자되었던 적이 있다. 로봇과 인공지능에 비해서 인간이 여전히 탁월할 수 있는 역량으로 창의성이 꼽히기도 한다. 인간은 창의성 덕분에 오늘날의 문명과 문화를 이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창의성은 범죄나 사기에도 활용된다. 그렇기 때문에 창의성으로 행복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독창적이면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기발한 생각이 떠올라 혼자 웃었던 적이 있는가? 문제에 골몰하다가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 전율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 독창적인 제안을 하여 사람들에게 칭찬받은 적이 있는가? 직접 만든 요리로 가족이나 친구들을 행복하게 한 적이 있는가? 다른 사람이 만든 창의적인 작품을 보고 감탄한 적이 있는가? 그렇다. 사람은 누구나 창의성을 가지고 있다. 천재들에게만 있는 위대한 창의성도 있지만, 보통 사람들도 일상적인 창의성을 얼마든지 발휘할 수 있다. 선천적인 요소가 강한 지능과는 달리 창의성은 얼마든지 후천적으로 계발할 수 있다.

창의성의 3요소는 지식과 경험, 내재적 동기, 창의적 사고력이다.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지식과 경험이 축적되어 있어야 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려는 열의와 동기가 높아야 하며,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익혀서 자유분방하게 많은 아이디어를 떠올린 뒤 적용 가능한 것을 정리하는 요령이 필요하다. 창의적인 사람들을 조사해 보면 보통 이상의 지능 수준을 보이고, 독립적이고 비순응적인 특성을 보이며, 관심사가 넓고 새로운 것에 대해 개방적이며, 모험을 좋아하고 생각과 행동이 유연한 것을 알 수 있다.

창의성 함양 방법

창의성을 키우고 싶다면 우선은 지지해 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지식과 기술을 전수해 주며 따뜻하게 격려하고 기다려 주는 멘토가 있을 때 창의성은 증진된다. 또한 자유롭게 생각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생활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판이나 감독이나 제약을 받지 않을 때 사람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 부모나 교사가 입시 교육에 매몰되어 아이들을 무한 경쟁으로 내몰기보다, 놀면서 배우고 자유롭게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가르쳐 주고 격려해 준다면 아이들은 창의적인 인재로 성장할 것이다.

창의성을 훈련하고 싶다면 브레인스토밍을 자주 해 보는 것이 좋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기록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아이디어가 풍부한 사람들과 어울리거나, 여행을 떠나거나, 즐겁게 놀거나, 독서 습관을 들이거나, 예술 작품을 접하는 것도 좋다. 특히 창의성 촉진 기법을 익히고 싶다면 관련 서적들을 탐독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창의성을 계발하고 활용하여 일상생활에서 새로운 생각과 태도로 기쁨을 발견하고 창의적인 행동과 도전으로 다른 사람들과 행복을 나누는 멋진 한 해를 보내시길 기원한다.


정성진 삼육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

위드인뉴스 http://www.withinnews.co.kr/news/view.html?smode=&skey=%BB%EF%C0%B0%B4%EB&x=0&y=0&section=1&category=139&no=17979

[칼럼] 사람 중심의 포용적 복지 국가란

복지부는 커뮤니티 케어 시범 사업을 전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추진하고자 하는 목적은 국민의 삶의 질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 건강 관리를 사후 처방에서 사전 예방으로 건강 관리를 강화하고, 시설이 아닌 재가에서 질 높은 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기해년(己亥年) 새해를 맞이하면서 현 정부가 추구하는 포용적 복지 국가의 비전을 되새겨 보고자 한다. 포용적이라는 말은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복지 사각지대를 해결하며, 모든 국민이 상호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사회 연대의 철학을 바탕으로 공존과 공생의 사회를 추구하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 연대 이념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재분배의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이데올로기의 산물로 평가된다. 이러한 중심 사상 속에는 늘 사람 중심이라는 키워드가 존재해 왔다.

사회 복지라는 가치의 중심에는 “사람을 위한 사람에 의한 사람의 복지”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포용적 복지 국가는 사람 중심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포용적 복지 국가의 실현을 위하여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권 중심의 사회 서비스 제도화라고 하겠다. 이는 헌법이 정한 자유 민주주의 철학이며, 법 앞에 평등한 인간 중심 사상을 실현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인권은 사람 위에 군림하는 것도 억압당하는 것도 용납하지 않는 평등권을보장하는 것이며, 이는 복지 철학의 기본으로 헌법 제34조에서 정한 생존권 보장과 대인 원조 서비스의 기초 보장, 질병이나 장애 등으로 낙오됨 없이 인간으로서 보편적인 삶을 살도록 지원하는 서비스의 제도화이다.

다음으로 지역 사회 중심의 사회 서비스 강화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4차 산업 혁명의 도래와 저출산 고령화의 늪에 빠져 가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1인 가구의 급격한 증가로 가족 사회에서 개인 사회로 삶의 패턴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단위의 지역 사회 중심으로 상호 교류와 이해, 지역 사회 돌봄(Community Care)의 시대로 지역 사회 만들기를 추진해 나아가야 하며, 지역 문제를 주민 스스로가 해결해 나아가고자 하는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즉 주민(住民)이 아니라 주민(主民)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며, 이는거주의 철학에서 삶의 철학, 즉 생활의 철학으로 바뀌어야 함을 의미하며 포용적 복지 국가의 기초를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 사회(Community)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복지 비전 2019년도 정부 예산(안)은 470.5조에 이르고 있다. 이 중에서 보건·복지·노동 예산은 162.2조에 이르고 있고 보건복지부가 요구한 예산 편성(안)은 72조 3758억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예산의 증가는 최근 우리 사회의 고령 사회 진입(2017년 고령 인구 14% 진입)과 초고령 사회(2026년 고령 인구 20% 진입)에 대비한 증가 예산으로 풀이되며, 지역 사회의 돌봄의 강화 필요성을 예시한다고 볼 수 있다.

2017년 말 통계로 보면 노인과 장애인 인구는 지역 사회의 돌봄 주요 대상자로서 8,760,000명에 이르고 있으며, 이는 전체 인구의 17%에 해당하는 비율로서 우리 사회의 지역 사회 돌봄의 필요성이 점차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보여 주고 있다.

올해부터 복지부는 커뮤니티케어 시범 사업을 전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추진하고자 하는 목적은 국민의 삶의 질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 건강 관리를 사후 처방에서 사전 예방으로 건강 관리를 강화하고, 시설이 아닌 재가에서 질 높은 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즉 재가 중심의 지역 사회 복지 서비스를 전개하여 이웃과 함께 도움을 주고받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처해 있는 지역 사회에는 다양한 복지 문제가 산적해 있다. 치매 노인, 중증 장애인, 조손 가정, 독거노인, 고독사와 자살 증가, 1인 가구의 증가 등 지역 사회차원에서 고민하고 해법을 풀어야 할 다양한 복지 문제가 펼쳐져 있고 이의 해결은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지역 주민의 관점에서 나의 문제로 인식하고 함께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커뮤니티 케어 모델(Community Care Model) 중에서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모델은 아래와 같다.

위와 같이 노인을 위해서는 지역 사회 중심의 의료, 보 건 서비스, 돌봄 서비스 강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며, 중증 장애인을 위해서는 탈시설 자립 생활을 중심으로 커뮤니티 케어를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가족 돌봄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역 사회 중심의 연계와 협력으로 커뮤니티 케어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로 평가되며, 지역 사회 서비스 강화를 통한 지역 복지 모델 구축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2019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나”라는 관점에서 “우리”라는 관점으로 지역 사회를 바라보는 밝은 미래 사회를 기대해 본다.

정종화 사회복지학과 교수
일본 사회사업대학에서 사회복지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한 사회 복지의 전공자로서 2000년부터 삼육대학교 사회복지학과의 교수로 있으며, 한국통합사례관리학회장, 사) 한국사회복지교육협의회 수석부회장, Rehabilitation International Korea 사회위원장, 문재인 정부 장애인 정책모니터링 TFT 단장 등 정부 및 학술 단체 주요 책임을 맡아 사회 복지의 학문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현재 삼육대학교 보건복지대학 학장으로 재직 중이다.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창문을 통해 본 파리

김성운 교수의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프랑스는 화가들의 블랙홀이다.

자국의 화가도 많은데, 세계 각국에서 화가들이 몰려와서 창작 활동을 왕성하게 펼치고 프랑스에서 묻힌다. 그들은 이름만 들어도 가슴 벅찬 거장들인 고흐, 피카소, 모딜리아니, 샤갈, 이응로 등이다. 그들이 주로 거주했던 파리에서의 생활은 매우 어렵고 고통 속에 이루어졌지만, 한결같이 파리를 찬양한다. 어느 철학자는 “살아서는 파리에, 죽어서는 천국에”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필자도 파리에서 1년간 힘들게 살아 봤지만 파리는 ‘모든 것이 용서되는’ 도시이다.

러시아가 고향인 샤갈은 “나의 모든 것은 러시아에서 가져왔고, 파리는 그것들에 빛을 비춰 주었다.”라고 고백할 정도로 파리를 찬양했다. 그는 러시아에서 부친이 지어 준 ‘모이슈 세갈’이라는 이름도 프랑스 스타일의 ‘마르크 샤갈’로 개명했다.

‘창문을 통해 본 파리’는 샤갈이 파리에 처음 왔을 때 강한 인상과 감동을 받은 에펠 탑이 메인 비주얼이다. 마침 에펠 탑 꼭대기에서 낙하산 타고 내려오는 사람을 목격하고 재빨리 그려 넣었다.

▲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창문을 통해 본 파리

파리의 아틀리에에서 창밖을 내다보면서 그린 광경은 보나르의 앵티미즘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색채의 마술사’라고 하는 샤갈은 창틀에 다양한 색상을 적용하여 보나르와는 전혀 다른 아우라를 펼친다. 샤갈은 “나는 단지 창문만 열었는데 푸른 공기, 사랑, 꽃들이 그녀와 함께 마구 들어왔다.”라는 시처럼 감성적인 말을 남겼다.

그의 파리 찬가는 하늘의 프랑스 삼색 국기, 뒤집혀 가는 기차, 동화 같은 건물, 의자 등받이에서 피어나는 꽃 등으로 나타냈다. 이는 초현실주의, 표현주의풍이다. 중력을 무시하고 하늘을 부유하는 연인은 화가 자신과 지극히 사랑하는 아내 벨라이다. 창틀의 고양이와 손바닥의 하트 표시를 한 전면의 인물은 입체주의 스타일로 표현했다. 이는 그의 조국 러시아와 제2의 고향 프랑스에서의 자신의 변신을 알레고리(Allegory) 기법으로 치환하고 있다.

샤갈은 작품의 소재로 에펠 탑을 많이 그렸는데 ‘에펠 탑의 신랑·신부’라는 작품은 장콕도의 시 제목을 보고 사랑스럽게 제작한 그림이다. 샤갈은 아내 벨라와의 ‘사랑’을 평생 주제로 삼았고, 그의 작품 80%가 ‘사랑’이 테마이다. 그는 “인생과 예술을 나타내는 유일한 색은 사랑이라는 색밖에 없다.”고 했을 정도이다.

‘창문을 통해 본 파리’는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필자는 이 작품을 1988년에 직접 접했다. 당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설계한 달팽이처럼 생긴 독특한 건축물인 구겐하임 미술관의 외관도 기억에 남는다.

샤갈의 작품은 남프랑스 니스에 소재한 샤갈 미술관에 성서의 내용을 중심으로 한 450여 점이 소장되어 있다. 필자는 그의 작품이 파리의 퐁피두센터에도 많이 소장되어 있어 여러 번 감상했다.

샤갈은 고향의 암소, 수탉, 꽃, 목장, 서커스 곡예사, 파리 풍경 등 자신만의 색채와 세계를 노래하며 우리에게 다양한 감동과 힐링을 준다.

샤갈은 “나의 고향은 암소의 얼굴로 상징된다.”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필자도 기법과 내용은 다르지만 ‘고향과 암소’를 작품 소재로 한다. 그래서인지 샤갈이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


김성운
화가 삼육대학교 아트앤디자인학과(Art& Design) 교수, 디자인학 박사,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졸업, 개인전 20회(한국, 프랑스, 일본 등) 국내·외 단체전 230회, 파리 퐁데자르·라빌라데자르갤러리 소속 작가, 대한민국현대미술전 심사위원, 한국정보디자인학회 부회장, 재림미술인협회장, 작품 소장 : 미국의회도서관, 프랑스, 일본 콜렉터, 한국산업은행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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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시인 외젠 보흐

김성운 교수의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붉은 포도밭’은 고흐가 남긴 유화 중 생전에 유일하게 판매된 작품이다.

당시 고흐의 그림은 아무도 좋아하지 않았다. 괴팍한 데다 타협하지 않는 고집불통인 그에게 눈길을 준 이는 아무도 없었다. 벨기에에서 전시된 인상파 전람회에서 ‘붉은 포도밭’을 산 주인공은 시인 외젠 보흐의 누나 안나 보흐다. 그림 가격은 400프랑, 지금 돈으로 백만 원 조금 넘는 금액이다. 필자는 아를이라는 먼 곳에 가 있는 외로운 동생을 위해 초상화를 그려 준 고흐에게 연민과 고마움으로 ‘일부러 사 준 것’이라고 이해한다.

고흐는 벨기에 출신 화가이자 시인인 외젠 보흐를 그리기로 한다. 가난하고 외로운 사람을 위로하기 위한 소명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고흐는 우정 어린 마음으로 시인 외젠 보흐를 그리기로 마음먹었다.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 “낭만적이며 원대한 꿈을 가졌고, 독특한 생김새, 하얀 피부, 갈색머리, 꾀꼬리가 즐겁게 노래하듯 창작하는 외젠 보흐를 무척 좋아하게 되었다.”고 했다. 아마도 금수저 외젠 보흐가 가난한 고흐에게 잘해 주었을 것이라는 것은 능히 상상이 된다.

‘시인 외젠 보흐'(그림)는 고흐가 선호하는 옐로우 색과 울트라마린 색으로 이등분했다. ‘파란 하늘의 빛나는 별’은 고흐의 그림 소재로 많이 나타난다. 이 작품에서는 시인의 무한한 창조력과 신비스러움을 나타내기 위해 감정 이입을 했다. 이 그림은 고흐 특유의 꿈틀거리는 붓 터치가 덜 강조되어 있지만 밝고 강한 색상과 과감한 붓질은 누가 봐도 고흐 스타일이다. 영특하지만 굴곡진 예술가의 얼굴과 화려한 줄무늬 패턴의 넥타이가 상반된 메시지를 던져 준다.

▲ 고흐, 시인 외젠 보흐, 60.3X45.4cm, Oil on canvas, 1888, 오르세미술관

이 작품은 고흐가 매우 마음에 들어 하는 그림 중 하나다. 그의 작품 ‘노란집’, ‘침실’의 벽에도 등장한다. 고흐는 어디를 가든 자신의 방에 이 그림을 계속 걸어 놓고 보흐와 소통한다. 그 후 고흐는 비극적으로 사망하고, 그 충격으로 동생 테오도 형을 따라갔다. 황망한 테오 미망인 요한나는 남편의 유언대로 이 초상화를 외젠 보흐에게 준다. 자신의 초상화를 전달받은 보흐는 고흐를 평생 그리워하며 그림을 보고 또 보았다. 1941년, 그가 죽을 때에도 이 초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리며 눈을 감는다.

필자는 연구년 때 오르세미술관에 있는 사연 많은 이 그림을 몇 번 보러 간 적이 있다. 필자는 당시 프랑스문화원에 있는 인상파 자료와 책을 읽고 직접 보러 가는 것에 무척 흥미를 느꼈다. 사진 자료에 의하면 외젠 보흐는 상당한 미남이다. 필자는 자신을 ‘못생기고 이상하게 그린’ 초상화를 평생 좋아하는 시인의 마음을 다시 읽어 본다.

그리고 정신이 온전치 못한 고흐를 도와주고, 이해하고, 기꺼이 대화 상대로 대접하는 외젠 보흐의 인성을 존경한다. 또 하나, 동생의 친구에게 은혜를 되갚아 준 사랑스러운 누이, 안나 보흐를 좋아한다. 이 남매는 유러피언 명품 그릇 브랜드인 ‘빌레로이앤보흐’를 창립한 장 프랑수아 보흐의 후손이다.


김성운
삼육대학교 아트앤디자인학과 교수, 홍익대학교, 국립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대에서 학사, 석사, 박사 졸업. 프랑스 파리 유학(연구년) 개인전 20회(서울, 파리, 도쿄 등), 단체전 210여 회. 세계미술연맹, 한국문화마을협회 부이사장, 한국정보디자인학회 부회장, 재림미술인협회 회장, 시섬문인협회 회장(역임)  파리 라빌라데자르갤러리, 퐁데자르갤러리 소속 작가  작품 소장 미국의회도서관, 프랑스, 일본 콜렉터, 한국산업은행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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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나눔과 봉사를 통한 복지 사회

나눔 문화와 복지 활동

사회 복지의 기본 이념이라고 할 수 있는 박애주의(博愛主義)는 인류애를 바탕으로 시작된 사회 복지 실천인 동시에 행동 철학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상은 1869년 영국에서 처음 설립된 자선조직협회(Charity Organization Societies=COS)에서도 잘 나타나 있으며, 빈민을 구제하고 나눔을 통한 사랑의 실천을 보여 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후 이러한 인류애의 실천 사상은 실천 중심의 인보관 운동으로 발전하였으며 1884년 영국 런던에서 바네트 목사에 의하여 세계 최초의 인보관인 토인비 홀이 설립되었다. 초기 성직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현장 실천 중심의 활동이 전개되었으며, 오랜 역사를 거쳐 사회 복지 서비스로 발전하는 역사적 계보를 만들기에 이르며, 이러한 역사적 발전 과정 속에서 나눔이라는 철학은 조직화하고 체계화되면서 공동 모금이라는 나눔 문화의 사회 연대 체계를 만든다.

오늘날 나눔 활동의 철학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계, 두레, 향약과 같은 상부상조와 협동을 기반으로 하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나눔 문화의 전통이 돌봄이라는 커뮤니티 협동체를 완성해 나아가는 것이다.

우리나라 공동 모금회의 심벌 마크인 사랑의 열매는 3개의 열매가 달려 있는데 그것은 나, 가족, 이웃을 뜻한다. 이는 나의 자율적인 나눔을 통해 가족이 행복해지고 나아가 우리 이웃이 나의 도움으로 삶의 희망을 되찾는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 복지 공동 모금은 공익적인 성격이 강하지만 민간의 자발적인 모금 활동 조직이기 때문에 정치, 종교, 문화와 민족의 경계를 넘어 나눔을 실천하는 조직으로 발전해 왔다. 공동 모금은 모금 대상에 따라 4가지 유형으로 구분되는데 아래의 표에 나타낸 것과 같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모금된 재원은 수천억 원에 이르며 이를 사회 복지 분야의 재원으로 배분한다. 제도권이 못 미치는 복지 사각지대의 지원이나 사회 복지의 다양한 서비스 지원에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배분 형태는 사회 복지 시설 기관에 모금액을 배분하는 방법과 지역에서 모금한 모금액을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하여 쓰도록 하는 지역 배분, 사회 복지의 특화된 프로그램에 사용하는 프로그램 지원, 프로그램과 기관 배분을 혼합한 형태가 있다.

일반적으로 공동 모금회에서 재원을 지원받으려면 <공모 및 신청 접수→적격 여부 판정, 심사 기준 및 관련 사항 논의 확정→서류 심사→면접 심사→현장 방문 심사→최종 지원 사업에 대한 사정 및 계수 조정→운영 위원회 결정→심사 결과 통보의 순서로 진행되며 다소 절차가 까다롭지만, 국민으로부터 받은 나눔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나눔의 공식 그것은 봉사 활동의 실천 원칙

나눔의 실천이 자원봉사(Volunteer) 활동으로 단순히 봉사를 통한 나눔의 실천뿐 아니라 봉사 활동을 통하여 나타나는 사회적 효과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전 세계 수많은 지역에서 인류 애 운동을 전개하고 있고 종교와 정치 이념, 국경이나 인종 차별 없이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 자원봉사 활동이다. 원래 자원봉사는 선한 사마리아와 같이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자신의 것을 나눔으로 행복한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해럴드 매슬로(Abraham Maslow)는 인간의 니즈 단계 이론을 설명하면서 마지막 상위 5단계가 자아실현의 욕구라고 했는데 이 자아실현 욕구는 나눔의 실천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결코 성취하기 어려운 과정이다.
따라서 사회 복지의 기초인 박애주의 사상과 자아실현 실천 원칙을 이루기 위해서는 나눔을 통한 이웃 사랑과 자발적 자아 헌신이 나를 윤택하게 하고 남을 이롭게 하며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행복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라 하겠다.

나눔과 봉사를 통한 복지 사회 구축을 위한 노력

나눔은 봉사이고 봉사는 나눔의 실천 행동으로서 나눔과 봉사는 복지 사회를 이루기 위한 가교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눔과 봉사를 통하여 이루는 복지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나와 이웃이 함께 사랑 실천 운동을 범국민적으로 전개하여야 한다. 인도의 간디는 폭력 없는 평화를 외치며 인도 전체를 맨발로 돌며 평화를 외쳤다. 종교의 벽과 인종의 벽을 넘어 나를 버리고 이웃을 우리라는 포용으로 인도 사회를 하나로 만들었다. 따라서 사랑 실천 운동은 나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의식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다.

둘째, 주고받는 사회에서 나누고 함께 웃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오랜 시간 동안 우리 사회는 주고받는 문화가 정착했고 그러한 문화는 대가를 요구하는 관계로 변모하였다. 나눔의 미학은 나누어 함께 웃는 것이다. 5대 사회 보험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보험금을 매달 내고 있고 병원에 다니지는 않아도 우리는 왜 행복할까? 그것은 내가 갹출한 보험금으로 새 생명을 살리고 아픔을 줄이고 슬픔을 웃음으로 나누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나의 보험금으로 생명을 건지고 있고 나의 작은 나눔이 누구에게는 생명을 살리는 소중한 나눔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우리나라는 우방 국가의 나눔을 통하여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대한민국의 평화를 이루었다. 8·15해방이 그랬고 6·25전쟁이 그랬다. 늘 우리 곁에는 누군가의 나눔과 봉사 그리고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의 행복이 존재할 수 있었다. 이제 우리의 삶에서 나눔을 실천하며 살아가자.

정종화 사회복지학과 교수

위드인뉴스 http://www.withinnews.co.kr/news/view.html?section=1&category=153&item=&no=17695

[행복한 가족의 키워드] 여덟 번째 계단, 통합성

정성진 교수의 <행복한 가정의 키워드>

‘행복한 가족의 키워드’라는 주제 아래 시작한 연재를 어느덧 마무리하는 12월이 되었다. 자율성을 존중하고 유대감도 추구하는 가족 관계, 혼자 있어도 즐겁고 함께 있으면 기쁨이 배가되는 행복한 가족의 원리를 한 해 동안 탐구해 보았다. 일과 사랑의 균형은 물론 평생의 대인 관계를 좌우하는 ‘애착’과 인생의 매 계단마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 필요한 ‘발달 과업’들을 살펴보았다. 이제 발달 과업의 마지막 계단을 살펴보면서 여정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인생의 황금기

당신의 ‘황금기’는 언제였는가? 이 질문을 듣고 체력과 지력이 왕성한 청년기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책임과 근심이 비교적 적었던 어린 시절을 황금기로 여기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재물이 가장 많았던 때 혹은 권력이 가장 컸던 때를 인생의 절정기로 기억할 것이다. 반면 지금이 황금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노년기’는 황금기인가? 노인은 ‘외롭고 아프고 돈 없다’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이 질문에 ‘아니요’라고 대답할 것이다. 물론 예외도 있지만 일반적인 노인의 성격 특성을 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첫째, 울적한 기분이 증가한다. 몸의 질병, 배우자와의 사별, 노년기의 빈곤, 외로움과 고립, 인생에 대한 후회 때문에 울적한 마음이 커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잠을 못 이루고 체중이 감소할 수 있으며, 인생의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자신의 처지에 집착하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분노와 증오심을 폭발할 수도 있다.

둘째, 내향성과 수동성이 증가한다. 체력이 저하되고 거동이 불편해짐에 따라 사회적 활동이 감소하고, 실내 활동을 선호하게 되며, 능동적이기보다는 수동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셋째, 성호르몬 비율이 변하면서 젊었을 때에 비해 남성은 여성성이, 여성은 남성성이 증가하게 된다. 넷째, 경직성이 증가한다. 변화를 싫어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는 익숙한 방법을 고집한다. 다섯째, 조심성이 증가한다. 신체 기능이 저하되면서 실수하지 않으려다 보니 천천히 조심스럽게 행동하게 된다.

‘젊음’과 ‘돈’을 신성시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노년기를 부정적으로 보기 쉽다. 옛 시인도 “늙는 길은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은 막대로 치려 했더니 백발이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라고 탄식한 것을 보면 ‘늙는 것’을 피하고 싶은 마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지상정인 것 같다. ‘늙음’을 ‘죽음’의 전조로 보거나 젊음을 가지고 있다가 서서히 잃어 가는 상실감 때문에 사람들은 늙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행복한 노년기

그렇다면 노년기에는 행복하기 힘든 것인가? 주변을 보면 행복하게 노년을 보내는 분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백세 시대에 우리 모두는 꽤 긴 노년기를 보내게 될 텐데, 어떻게 하면 행복한 노년기를 보낼 수 있는가?

‘늙다’의 어원을 찾아보니 ‘해(시간)가 익어 간다’라는 뜻이 있다. 해가 갈수록 숙성되어 깊은 연륜을 발휘하게 된다는 것이다. 백세 시대를 사계절로 나눠 본다면, 50~75세를 가을, 75~100세를 겨울로 볼 수 있다. 풍성한 수확물을 거두고 만추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때가 인생의 가을이요, 다음 세대를 위하여 동장군 같은 훈계로 해충을 몰아내고 지혜의 함박눈을 선사하는 때가 인생의 겨울이지 않겠는가. ‘노인(老人)’의 어원에는 ‘얼이 깃들어 허리가 굽어진 사람’이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정신력은 최고봉에 이르렀지만 몸과 마음에 겸손이 배어 있는 시기가 노년기인 것이다. 위대한 지성인들 가운데는 노년기에 최고의 업적을 이룬 이들이 많다. 노인은 젊은이보다 순발력은 떨어지지만 통찰력은 앞서고, 지식의 양은 뒤처지지만 지혜는 풍부하다. 이와 같이 노년기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노년기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늙음’을 발음하는 대로 적으면 ‘늘금’이다. 노년기는 ‘늘 황금기’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하면 좋겠다.

정신과 전문의였던 이근후 박사가 78세에 출간한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에는 행복한 노년기를 위한 충고들이 담겨 있는데 몇 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나이 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 나이 들면 약해진다고 생각하지 말라.
– 자식의 인생에 절대 간섭하지 말라.
– 돈과 함께 마음도 준비하라.
– 젊은이를 가르치려 들지 말라.
– 오늘을 어제의 기분으로 살지 말라.
– 인생에서 허락된 느린 속도를 즐기라.
– 가장 좋은 친구인 배우자와 함께 즐기라.
– 말하기보다 들으라.
– 자신에게 너그러워지라.

여덟 번째 계단, 통합성

인생의 여덟 번째 단계를 에릭슨은 ‘통합감 대 절망감’이라고 명명했다. 이 시기는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는 시기이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회상하면서 힘차게 걸었던 발자국, 힘들어서 주저앉았던 흔적, 기쁨에 겨워 환호했던 모습, 슬픔에 잠겨 있던 장면들을 모두 의미 있게 받아들이고 감사하며 이 모든 것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경험들이라고 고백할 수 있다면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이런 사람을 에릭슨은 통합감을 이룬 사람이라고 했다.

이런 사람은 실수와 고생이 있었지만 그런대로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인생이었다고 평가하며 다가오는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백년을 살아보니>의 저자 김형석 박사처럼 “사랑이 있는 고생이 최고의 행복”이라고 고백하게 된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왜 그런 가정에서 태어났나, 왜 그런 학교에 다녔나, 왜 그런 친구들과 어울렸나, 왜 그런 배우자를 만났나, 왜 그런 직장을 다녔나 한탄하며 후회막심해한다. 이런 사람들은 실수와 고생에 집중하면서 이를 돌이키고자 하지만,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음을 깨닫고 죽음을 두려워하며 절망에 빠지고 만다.

성경에는 “백발은 영화의 면류관이라 공의로운 길에서 얻으리라”(잠언 16장 31절), “우리의 겉사람은 낡아지나 우리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도다”(고린도후서 4장 16절)라고 기록되어 있다. 성경에 등장하는 갈렙 장군은 여든 살에도 평지가 아니라 산지를 정벌하겠다는 도전 정신을 유지했다. 노년기에도 행복하고 싶다면 백발과 겉사람의 노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생의 일부로 통합하되, 감사와 겸손한 마음으로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는 성화(聖化)의 삶을 살고 공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평지가 아니라 산지에 도전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과 친구와 지인과 이웃에게 따뜻한 사랑을 나누어 주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래서 다음의 글같이 인생을 마무리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당신이 태어났을 때 당신 혼자만 울었고 당신 주위의 모든 사람은 미소 지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이 세상을 떠날 때는 당신 혼자만 미소 짓고 당신 주위의 모든 사람은 울도록, 그런 인생을 사세요.”

그동안 함께 생각해 본 행복의 원리들을 잘 활용하여 우리 모두 복을 많이 발견하는 행복 탐험가와 복을 만들어 가는 행복 건축가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정성진 삼육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

위드인뉴스 http://www.withinnews.co.kr/news/view.html?section=1&category=97&item=&no=17687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노스탤지어-나팔꽃

김성운 교수의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낭만과 예술의 도시, 파리는 화가들로 인해 자유의 에너지가 넘친다. 그래서 피카소, 모딜리아니, 미로, 샤갈 등의 화가는 고국을 떠나 파리에 정착하여 예술의 꽃을 피웠다. 고흐는 친구에게 “프랑스의 공기는 감각을 밝혀 주고 세상의 모든 것을 아름답게,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곳”이라고 말했다. 고흐는 프랑스에 와서부터 네덜란드에서의 칙칙한 화풍을 버리고 화려한 색과 독특한 화풍으로 변신한다.

‘노스탤지어-나팔꽃’(그림)은 필자가 프랑스에서 연구년을 한 후 돌아와 ‘매우 밝게 그린 자유로운’ 그림이다. 그림의 소재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누렁소, 나팔꽃, 호박꽃이다. 노랑, 금색, 연두, 보라, 녹색은 모두 건강하고 힐링을 주는 색이다. ‘노스탤지어-나팔꽃’은 고향을 생각하는 행복과 안식을 포착한 장면이다.

필자는 밑그림으로, 배경에서 빛이 나오도록 하는 붓 터치를 넣고 마지막에 깎아 내는 작업을 한다. 깎여진 부분에서 나타나는 무지개색의 짧은 색선은 해체론자 자크 데리다의 산종(散種), 산개(散開) 역할을 한다. 즉 흩뿌려진 씨가 발아하여 꽃이 피듯 갖가지 의미와 내용을 부여한다. 금빛 후광 효과는 성경상의 ‘의로운 빛’, 즉 감상자에게 넘쳐 나는 빛으로써 힐링 효과를 주도록 했다.

▲ 김성운, 노스탤지어-나팔꽃, 116.8x91cm, Acrylic on Canvas, 2017, 개인 소장

프랑스 미술비평가 쁘와트방은 “김성운의 작품은 노스탤지어의 강렬하고 매혹적인 신호인 추억에 의해 회절 된 눈부신 무지개색 빛줄기들로써 우리의 의식을 유도한다. 고향은 화가의 정신과 육체를 이끄는 원심력이다. 이 힘이 바로 그에게, 작품들 속에 행복의 비밀을 그려 넣을 수 있도록 해 준다.”

이 ‘행복의 비밀 언덕’에서 대금을 연주하는 초동의 음악 소리에 소와 꽃들이 하나 되어, 자유롭게 연동되어 움직인다.

그림에는 문자가 있다. 향수를 의미하는 프랑스어인 노스탤지어(NOSTALGIE)를 3자씩 해체하여 화면에 배치했다. 이것은 비표상적 접근으로,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호기심과 탐구심을 움직여 지능 촉진과 치매 예방으로 효과를 낼 것이다. 필자는 현재 뇌파 측정과 인공 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그림이나 이미지가 얼마만큼의 치료 효과를 내는지 그 가능성을 검증해 나가고 있다.

고흐는 가난한 자를 위로하기 위한 설교 같은 그림을 그렸지만, 필자는 치열한 경쟁으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병든 현대인을 치유하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 필자는 따뜻한 힐링 고향 그림을 통해 예술의 향취를 맛보며, 질병도 예방하여, 새해에도 지속적인 건강을 유지하기를 소망한다.


김성운
삼육대학교 아트앤디자인학과 교수, 홍익대학교, 국립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대에서 학사, 석사, 박사 졸업. 프랑스 파리 유학(연구년) 개인전 20회(서울, 파리, 도쿄 등), 단체전 210여 회. 세계미술연맹, 한국문화마을협회 부이사장, 한국정보디자인학회 부회장, 재림미술인협회 회장, 시섬문인협회 회장(역임)  파리 라빌라데자르갤러리, 퐁데자르갤러리 소속 작가  작품 소장 미국의회도서관, 프랑스, 일본 콜렉터, 한국산업은행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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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폭풍우가 지나간 에트르타 절벽

김성운 교수의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세상에는 많은 코끼리 바위가 있다. 2015년 3월, 필자는 프랑스 노르망디 부근의 에트르타 마을의 유명한 ‘코끼리 바위’를 찾아갔다. 에트르타는 19세기만 해도 청어, 고등어 잡이를 주업으로 하는 조용한 시골 마을이었다. 그러나 쿠르베, 모네, 마네, 부댕, 마티스 등이 이곳 풍경을 많이 그려서 명성을 얻었다.

그리고 모파상의 소설 속에서 등장하고, 영화의 배경으로도 인기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필자는 일반 관광객이 가지 않는 맞은편 절벽 위, 고풍스러운 교회로 올라갔다. 돌로 건축한 교회, 뾰족탑, 멀리 보이는 코끼리 바위는 환상적인 풍광을 보여 주었다. 절벽 건너 도버 해협이 있고 영국 땅이 아스라이 보인다. 다시 이 작품 속의 해변으로 내려가 몽돌을 밟아 보고 감회에 젖었다.

▲ 귀스타브 쿠르베, <폭풍우가 지나간 에트르타 절벽>, 133X162cm, Oil on canvas, 1870, 오르세미술관

<폭풍우가 지나간 에트르타 절벽>은 쿠르베가 전성기일 때의 작품이다. 그는 조부의 영향으로 정치에도 관심이 있었다. 이 그림을 전시한 다음 해 왕정복고를 반대한 ‘방돔 원주 파괴 사건’으로 투옥된다. 벌금형을 받고 방면된 후, 탄압을 피해 자신의 고향 오르낭 근처인 스위스로 망명한다. <폭풍우가 지나간 에트르타 절벽>은 엄청난 파도, 폭풍, 뇌성, 번개가 지나간 뒤의 아주 평온한 풍경이지만 그의 생애는 훗날 거친 인생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폭풍우가 지나간 에트르타 절벽>의 하늘은 고향 하늘의 맑은 공기를 표현하고 오히려 하늘에 절벽보다 많은 면을 할애하여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어부들의 고깃배, 와인 저장고는 자연과 인간의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이 그림은 평범한 수평 구도지만 원근 표현에서 바다, 구름, 해변, 풀밭은 모두 코끼리 바위를 향하도록 하여 주목력을 높인다. 지금은 아름다운 골프장이 된 절벽 상단과 좌측 아래 풀밭은 고급스러운 올리버 그린 색상을 적용하였다. 그리고 풀밭에 드리워진 구름 그림자, 바다에 드리워진 절벽의 그림자, 배와 바위의 그림자 등은 리얼리즘의 충실함을 따르고 있다.

쿠르베는 엄격한 사실주의자로 “회화는 본질적으로 구체적인 미술로써 실제의 사물이나 현실을 보여 줌으로써 성립된다.”고 했다. 그는 사진도 없는 시기에 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엄청나게 현장을 찾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쿠르베는 보이지 않는 ‘상상력, 추상적인 것’을 배격한다.

쿠르베는 인물, 풍경, 정물 등에 모두 능하다. 그러나 정치색 짙고 불경스러운 그림, 인체 중요 부위를 적나라하게 그리는 파격적인 그림을 그려 항상 구설수에 오른다. 쿠르베는 반골 기질로 평생 고생을 하지만, 리얼리즘의 거장으로 미술사에서 큰 족적을 남겼다. 자연을 독특하게 분석하는 그의 선구자적인 천재성과 다소 거칠고 즉흥적인 붓질은 후에 인상파를 낳게 하는 계기가 된다.


김성운
삼육대학교 아트앤디자인학과 교수, 디자인 박사,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졸업, 개인전 18회(한국, 프랑스, 일본 등), 국내·외 단체전 200회, 파리퐁데자르갤러리, 라빌라데자르갤러리 소속 작가, 시섬문인협회 회장, 한국정보디자인학회 부회장, 작품 소장 : 미국의회도서관, 프랑스, 일본 콜렉터, 한국산업은행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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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회복지 시대에서 문화적 다양성의 시대로

[정종화 삼육대학교 보건복지대학장] 최근 우리나라의 문화 수준을 두고 다양한 사회 계층의 의견이 나타나고 있는데 여기서 중요한 논점은 문화적 다양성(cultural diversity)을 어떻게 포용하여 문화 복지 시대로 나아갈 것인가가 중요한 논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나라의 문화 수준은 그 나라의 국민 복지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네스코는 문화 다양성 협약을 통해 문화적 다양성을 포용해야 한다고 했으며, 인간이 만들어 낸 모든 지식, 신념, 행위 등을 지역과 환경적 상황에서 포용하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지구상에는 무수한 문화적 다양성이 공존하고 있는데 언어, 의상, 고유 전통 같은 눈에 보이는 문화적 차이 외에도 각 사회가 조직되는 방식이나 공유되는 도덕적 관념, 제도적 차이, 주변국과의 환경 차이 등이 다양한 문화적 다양성을 만들어 내고 있으며 이러한 문화의 다양성에 복지 부문도 예외일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 복지 분야에서도 문화적 다양성을 수용하는 다문화 복지 사회를 인정하고 복지 수준을 높여 가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다문화 복지를 문화적 다양성에서 생각하기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5년 12월 기준으로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 수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3.7%인 1,900,000명에 이르고 있으며, 아래의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05년에는 747,000명이었으나 2015년에는 1,900,000명에 가까운 증가 추세로 약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러한 추세로 간다면 2020년에는 300만 명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어 우리나라는 본격적인 다문화 사회를 맞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015년 통계 기준으로 보면, 체류 외국인의 국적은 중국(50.3%, 955,871명), 미국(7.3%, 138,660명), 베트남(7.2%, 136,758명), 태국(4.9%, 93,348명), 필리핀(2.9%, 54,977명), 일본(2.5%, 47,909명)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향후 한국 사회가 다문화 복지 사회 속에서 문화적 다양성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시험대에 오를 것이며, 이와 관련한 국내의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비하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필자가 일본에서 12년간 생활하면서 국제교류문화센터 외국인상담소에서 일할 때가 있었는데 그 당시 절실히 통감했던 문제들은 언어 문제, 문화적 다양성의 수용 문제, 복지와 교육 문제였다. 무엇보다 언어 문제가 가장 심각하여 정부 차원에서의 대책은 물론 민간자원봉사센터에서도 일반 주민들이 일본어를 가정에 방문하여 가르치거나 주민복지센터 등에서 교습하는 곳이 많았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또한 문화적 다양성 문제에서는 주민 인식 개선 문제가 가장 핵심이었고, 동양 문화에서도 서로 다른 속성을 나타내는 부분에서 내국인의 입장에서 판단하면 그것은 결국 차별이 되고 갈등의 원인이 되어 주민 상호 간의 의견 대립이 되어 나타나기도 하였다.

문화적 다양성은 의상, 행동, 생각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 등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었고, 자녀 출산으로부터 시작되는 복지와 교육 문제는 다양한 복지 지출에 대해 고민을 하여야 하는 시점에 이르기도 하였다. 인도적 차원을 넘어 실질적인 복지 서비스와 교육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특정 지역에서는 원주민보다 외국인이 많아 주민 간의 갈등을 확대하였던 사건도 나타났다. 이러한 선진국의 경험은 300만 외국인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할 때, 이에 대한 대책을 구체적으로 준비하여야 하는 시점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다문화 사회를 위한 준비와 자세

이제 우리나라는 글로벌 사회를 끌고 가는 선진국의 반열에 이르고 있다. 문화의 수준도 높아져 가고 있고 복지 수준 또한 선진국 수준을 맞추어 가는 추세이고 교육 수준은 국제적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에 이르고 있다. 외국인 수의 증가에서 외국인과의 결혼율이 증가하고 있고 외국인 유학생 수도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

통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외국인의 증가는 대부분 동남아시아 사람의 비율이 높고 비슷한 문화이면서도 문화적 다양성을 수용하여야 하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는 것이 오늘의 문제이다. 그렇다면 다문화 사회를 위하여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하여야 할 것인지 핵심 내용을 정리해 본다.

첫째, 글로벌 시민 의식으로 발전하여야 한다. 글로벌 시민 의식은 공동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의식과 나눔의 글로벌화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 연대 의식이 전제되어야 글로벌 사회에서 수준 높은 문화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나눔 문화를 바탕으로 성숙한 글로벌 시민 의식으로 다문화 사회를 수용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글로벌 사회의 수준에 맞는 다문화 정책이 이루어져야 한다. 국민과 외국인을 분리하는 정책은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자국민 보호 정책의 일환이지만 다문화 사회에서는 이러한 정책들이 차별되기도 한다. 따라서 외국인 보호를 커뮤니티 차원에서 수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체류 외국인에 대한 언어 교육 비용의 정부 부담, 의무 교육의 적용이나 복지 서비스 적용에 경제적 수준을 고려한 정책 수용, 다문화 수용에 대한 국민 인식 개선 교육이 정책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셋째, 나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오랫동안 인류는 자국민과 자국의 토지 확장을 위하여 경쟁과 전쟁을 지속해 왔다. 21세기 사회는 소유의 시대가 아니라 나눔의 시대를 통한 포용의 시대인 것이다. 함께 공유하고 함께 살아가는 포용의 시대에서 나눔은 필수적인 요소로 시민 의식을 향상시키고 글로벌 사회를 리드하는 요소이기도 한다. 따라서 휴머니티 정신을 기반으로 하는 글로벌 시민 의식이 나눔의 실천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그것이야말로 인류 공존의 방법이라고 할 것이다.

외국인 수의 증가에서 외국인과의 결혼율이 증가하고 있고 외국인 유학생 수도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 통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외국인의 증가는 대부분 동남아시아 사람의 비율이 높고 비슷한 문화이면서도 문화적 다양성을 수용하여야 하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는 것이 오늘의 문제이다.

정종화 교수 일본사회사업대학에서 사회복지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한 사회복지의 전공자로서 2000년부터 삼육대학교 사회복지학과의 교수로 있다. 현재 보건복지부 장애인복지관평가위원장, 사) 한국사회복지교육협의회 수석부회장, Rehabilitation International Korea 사회위원장, 한국케어매니지먼트학회 회장 등 정부 및 학술단체 주요 책임을 맡아 사회복지 교육과 학문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현재 삼육대학교 사회복지학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행복한 가족의 키워드] 행복의 계단, 정체성

정성진 교수의 <행복한 가족의 키워드>

걱정과 스트레스가 비교적 적은 십여년의 어린시절 이야 말로가장 행복한 시기일 것이다. 어릴때 경험한 행복은 체득이 되고 습관이 되어 이후 인생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바탕이 된다. 이렇게 행복의 기초를 쌓은 아이는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다섯번째 계단으로 나아가게된다.

추상적인 사고가 꽃피다

사춘기(思春期)는 말 그대로 ‘생각의 봄’이다. 요즘은 100세 시대라고 하니 인생을 사계절로 나눠 본다면 25세까지는 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의 초봄인 아동기를 지나 본격적으로 꽃망울이 피어나는 때가 사춘기인 것이다. 사춘기가 되면 그야말로 사고력이 왕성해진다. 심리학자 피아제(Piaget)는 이 시기를 형식적 조작기(formal operationalstage)라고 불렀다. 앞 단계인 구체적 조작기에서 눈에 보이는 구체적 사물에 국한하여 논리적으로 관계를 파악할 수 있었다면, 형식적 조작기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개념에 대해서도 논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게 된다.

직관적으로 사고하던 아이들이 점차 논리성을 기르면서 과학적으로 사고할 수 있게 된다. 가설을 세우고 이를 증명하는 과학자처럼 청소년은 자신이나 타인의 생각을 논리와 합리에 근거하여 검증한다. 또한 사물이나 개념의 다양한 측면을 조합하고 종합하여 판단할 수 있는 사고력을 차차로 갖추게 된다. 철학적인 개념과 종교의 교리를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사랑과 우정에 대해 논할 수 있게 되며, 자기 생각을 체계적으로 주장할 수 있게 되고, 논리적이지 않거나 언행일치되지 않는 어른의 모습을 비판하게 된다. 몸도 어른 같아지고 사고력도 어른 같아지는 사춘기, 그러나 이 시기의 청소년은 아직 자라고 있는 중이다.

아직 자라고 있는 중

청소년기는 아동기와 성인기 사이에 위치한 과도기다. 과도기라서 아동기의 특징과 성인기의 특징이 공존한다. 몸과 사고력은 비약적으로 성장하여 신체적으로나 인지적으로 어른 같아지지만 아직은 사회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고 양육을 받기 때문에 아동의 특징을 이어 간다. 부모 입장에서 보면 청소년 자녀는 자기에게 어떤 것이 유리하냐에 따라 아이 행세를 하거나 어른 행세를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을 너무 나무라지는 말자. 비산업화 사회에서는 어제까지 아동이었어도 성인식을 거치면 곧장 오늘부터 성인으로 대접받지만, 산업화된 사회에서는 대중 교육이 생기고 교육 기간이 길어지면서 몸은 어른이지만 사회적으로는 아직 어른 취급을 받지 못하는 환경 때문에 이중적인 모습을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청소년기에 추상적 사고력과 논리력이 발전하지만, 이전 단계에서 극복했던 자기중심성이 다시 생긴다는 것이다. 이때 나타나는 자기중심성은 타인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하는 전조작기와는 다른 것이다.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자기중심성은 자기에 대한 탐색과 타인의 이목에 많이 신경 쓰는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청소년 가운데는 자기와 타인을 너무 많이 의식해서 다른 사람들이 자기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상상 속의 청중’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작은 실수에도 지나치게 부끄러워하거나 친구들과 차이 나는 것에 대해 불안해한다. 또한 자기는 너무 특별해서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이해할 수 없다거나 자기는 예외적인 존재라고 생각하는 ‘개인적 우화’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청소년이 부모나 교사의 말을 잘 듣지 않는 모습도 성격이 나빠져서 그런 것이 아니라 뇌의 고등 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성장하면서 자신의 의도와 의지대로 살려고 하는 성향이 증가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전두엽은 어른 수준으로 성장하지만 정서를 조절하는 뇌의 변연계 부분이 아직 미숙하고, 전두엽도 변연계를 아직 효율적으로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신경질과 짜증을 자주 내기도 한다. 이해하기 힘든 청소년의 모습을 반항이라고 오해하지 말고, 성장하면서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라고 생각하고 기다리는 지혜가 어른에게 필요하다.

다섯 번째 계단, 정체성

인생의 다섯 번째 단계를 에릭슨은 ‘정체성 대 혼란감’이라고 명명했다. 이 시기는 정체성, 즉 자기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며,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야 하고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하는가와 같은 철학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자기다움을 발견하는 때이다. 형식적 조작기이기 때문에 이러한 추상적인 사고가 가능하지만, 정체성을 찾는 과정은 부모에게 물려받은 것과 교사와 사회에서 전수받은 것과 스스로의 고유한 것들을 분석 및 비판하여 통합해야 하는 매우 어렵고 복합적인 과제다.

아직 뇌가 미숙한 청소년은 이런 과업을 감당하기 위해 작업을 단순화시켜, 부모와 교사와 사회에서 받은 것들을 일단 부정하고 자기 고유의 것에만 집중한다. 기존의 질서와 권위와 거리를 두고 ‘○○의 자녀’와 ‘○○의 학생’으로서의 정체성을 뒤로한 채, 고유한 나의 성격과 특성과 장점이 무엇인가를 찾으려고 애쓴다. 그렇기에 문을 잠그고 자기만의 세계에 몰입하기도 하고, 부모나 교사에게 퉁명스럽게 대하며 거리를 두기도 하며, 같은 고민을 공유하는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는 것이다. 앞의 네 계단에서 자녀가 행복하게 자랐다면 이 시기에 잠시 멀어지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자기만의 정체성을 찾으면 다시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믿고 기다리는 지혜가 어른에게 필요하다.

또한 이 시기에는 자기에게 어울리는 성격을 탐색하는 때이다. 자기만의 개성은 단번에 찾기 힘들다. 이는 마치 가게에 가서 옷을 살 때 마네킹에 걸린 옷을 보고 단번에 사지 않고, 이 옷 저 옷 입어 보며 동행한 사람에게 어울리는지 물어보는 것과 같다. 청소년은 이 시기에 자기에게 맞는 성격을 찾기 위해 이런 성격 저런 성격의 옷을 갈아입어 본다. 그리고 그 성격이 자기에게 불편하지 않은지 시험해 보고 가족과 친구의 반응과 피드백을 통해 자기에게 어울리는지를 검증한다.

어느 날은 얌전한 성격을 입어 보기도 하고 반응이 신통치 않으면 다음 날은 명랑한 성격을 입어 보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성격이 변덕스러운 것 같아 보이고, 어떤 날은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배꼽을 잡고 웃다가도 어떤 날은 울적해하며 건드리지도 못하게 하는 것이다. 청소년이 성격의 옷을 마음껏 갈아입어 보도록 기다려 주고 잘 어울리는지 반응을 해 주는 지혜가 어른에게 필요하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입시 위주의 교육 풍토로 인해서 마음껏 정체성을 탐색하기 힘들다. 정체성을 탐색할 시간에 문제집 한 쪽 더 풀라는 압박을 받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체성 탐색을 연기한 청소년들은 정체성 혼란에 빠져서 방황하거나 대학에 들어온 뒤에 인생의 여섯 번째와 다섯 번째 과업을 동시에 수행하느라 좌충우돌 문제를 많이 경험한다. 특별히 초기 네 계단에서 행복을 연습하고 체험하지 못한 청년들은 밀린 숙제들이 많다 보니 큰 방황을 하게 된다. 그래서 대학교마다 학생상담센터에는 상담 예약자들이 차고 넘친다. 우리의 젊은이들이 행복한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제때에 맞는 과업을 수행하면서 행복을 연습할 수 있도록 어른들이 도와주고 믿어 주고 기다려 주는 것이 필요하다.

정성진 삼육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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