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빛깔 이야기

김성운 교수의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마음으로 그린 풍경화! 길에서 힐링 받다

시인 릴케는 노랑 장미를 무척 좋아했다. 그는 장미 가시에 찔린 후유증으로 가장 시인답게 ‘세상 소풍’을 끝냈다. ‘노랑의 구도자’ 고흐도 노랑색을 무던히 사랑했다.

고흐의 노랑은 희망이고, 기쁨이고, 행복한 설렘이었다. 백과사전을 보면 노랑은 심리적으로 자신감과 낙천적인 태도를 갖게 하며 운동 신경을 활성화하고 근육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생성시켜 상처를 회복, 치유시키는 색이다. 오방색의 노랑은 오방 중 중앙을 나타내며 대지(土)를 상징한다고 한다. 중국에서의 노랑은 천자의 색으로 모든 색의 으뜸으로 여겼다.

작가 박유선에게 있어 노랑은 무엇인가? 그는 작가 노트에서 ‘생명, 사랑의 에너지’로 노랑을 풀어내고 있다. 그의 장미는 잎과 줄기, 가시가 생략된 숭고한 내면의 사유와 향기와 여백을 중시한다. 그의 형상 언어는 색면화파 바 닛 뉴먼(Newman, Barnett)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추상’이요, 미니멀리즘이다. 이 작품은 고도로 절제되었지만, 수채화 특유의 물, 종이, 물감이 어우러지는 시간과 공간의 우연적 합일을 즐긴다.

▲ 박유선, <빛깔 이야기>, 620X620mm, Watercolor on Paper, 2010.

‘빛깔 이야기’는 형상을 깊이 관조 하여 대상이 표상하는 조형적 키워드를 포착하여 슬쩍 닦아 내거나 동일 계열의 색으로 터치하는 작가만의 방식이 돋보인다. 그의 작풍(作風)은 단순하지만 다의적인 정서가 포함되어 있고 단색조이지만 화려하다. 화가 박유선은 장미와 빛깔을 통해 세상을 치유한다.

그는 최근 노원구와 협력하여 ‘나도 피카소’라는 노인 사랑 프로그램으로 사회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그는 제자들과 함께 외롭고 소외된 노인들을 찾아가 즐거운 시간을 나눈다. 박유선은 꾸밈 없고 천진난만한 노인들의 감성 작품을 전시하고 또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하고 있다. 그의 아름다운 마음은 작품에서 그대로 기축(基軸) 되어 따뜻한 힐링으로 전염된다.

장미 향수 한 병은 트럭 한 대 분량의 장미로 만들어졌다고 했던가? 장미는 축하와 위로와 사랑 고백의 상징으 로 주고받는 시니피앙(significant)이다. 필자는 작가의 장미꽃을 보노라면 때로는 향수로, 때로는 감동으로 응축되어 진하게 풍겨 온다. 아울러 ‘꽃은 사랑’이라고 한 시인 김춘수의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라는 명구(名句)가 생각난다. 장미의 화가 박유선은 부드럽고 깨끗한 꽃 그림을 통하여 팍팍한 세상에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으 로 무한한 사랑과 힐링을 선물한다.

화가는 아직도 사랑이 고픈가 보다.

※ Who Is? 박유선
숙명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시각·영상디자인전공 박사
개인전 13회, 국내·외 단체전 다수
SOKI 일러스트학회 이사, 운영위원
삼육대학교 아트앤디자인학과 교수

김성운
화가, 아트앤디자인학과 교수, 디자인학 박사,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졸업, 개인전 20회(한국, 프랑스, 일본 등) 국내·외 단체전 230회, 파리 퐁데자르·라빌라데자르갤러리 소속 작가, 대한민국현대미술전 심사위원, 한국정보디자인학회 부회장, 재림미술인협회장, 작품 소장 : 미국의회도서관, 프랑스, 일본 콜렉터, 한국산업은행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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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무인 자동차 시대와 장애인

[정종화 사회복지학과 교수]

인류 산업 혁명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자동차는 무인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인가 기대하고 있다.

인류 산업 혁명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무인 자동차 세계의 도래를 예고

자동차는 최신 종합 기술이 망라된 기계로써 평가받으며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아날로그 시스템에서 디지털 시스템으로 변화, 발전해 왔다. 특히 1차 농경 사회에서 4차 인공 지능 시대까지 발전하면서 차량의 증가와 함께 교통사고로 인한 장애인도 증가했다. 따라서 차량의 안전 운행에 인류의 관심이 증대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무인 자동차 운전 시대를 예고하고 있어 미래 사회가 어찌 발전할지 예측하는 것은 흥미롭기만 하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은 세계의 시선을 끌었으며, 보건복지 통계 분석에도 AI는 빅 데이터를 바탕으로 건강 진단과 수술을 하는데 자문을 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활발하게 주목받고 있다. 그렇다면 인류 산업 혁명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자동차는 무인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인가 기대하고 있다.

2017년도 장애인 실태 조사 자료에 의하면 전체 장애인 2,670,000명 중에서 후천적 장애 발생률은 88.1%이며 질병으로 인한 장애가 56%이고 사고로 인한 장애가 32%에 이르고 있다. 32%의 사고 장애인 중 교통사고로 장애를 입은 경우가 14.4%(탑승자 9.3%, 보행자 5.1%)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교통사고로 인한 장애 비율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인류가 개발한 자동차는 인간에게 다양한 이기를 주었으나 자동차로 인하여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장애인이 되었다. 물론 이러한 자동차 사고로 인한 장애의 발생은 인간에 의한 잘못으로 이루어진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인공 지능 운전의 필요성이 중요시되고 있다.

교통 안전 선진국의 모델을 배우자

26년 전에 일본 유학을 하고 있을 때 자동차 운전면허를 취득했는데 그때 도로 교통 안전 교육을 받으며, 매우 인상 깊었던 교육 내용이 있었다. 그것은 교통사고로 전동 휠체어를 사용하고 있는 중증 장애인의 강의였다. 그 당시의 상황을 만화 시뮬레이션으로 보여 주며 강의를 했는데 정말 안전 운전, 교통 규칙 준수가 나를 살리고 내 가족을 살리고 내 이웃을 살린다는 교훈을 깊이 인식하게 되었으며,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큰 사고 없이 안전 운전을 지속하고 있다.

일본은 세계적으로도 도로 교통 안전 운행이 모범적인 교통 선진국으로 불리는 나라이다. 일본 정부는 자동차 사고 대책 기구(NASVA=National Agency for Automotive Safety & Victims’ Aid)를 설립하여 자동차 사고 이후의 장애인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을 하는 유수의 나라이다. NASVA(나스바)는 교통사고 장애인을 위하여 자동차 사고 방지 교육, 사고 피해자를 위한 요양 시설 설립과 요양 급여 지급, 의료 시설 설립, 자활 자금 융자 지원, 피해자 당사자 및 가족 상담을 지원하고 있고, 2018년 현재 교통 장애인을 위한 전문 의료 요양 시설이 전국에 9개가 설치되어 있다.

또한 첨단 의료 장비(CT, RI, MRI, MEG, PET 등)를 갖추어 장애인을 위한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와 함께 조기 진단이 가능하도록 최첨단 진료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교통사고 중에서 뇌 손상으로 인한 장애인이 많은 점에 창안하여 일본뇌신경외과학회와 일본의식장애인학회 등과 연계하여 교통사고 장애인 관련 전문 연구를 지속해서 연구하여 학술적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장애인에 대한 대책은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우리나라 교통사고 장애인 선행 연구 분석에서도 교통사고 장애로 이어지는 추가 문제가 다양하게 보고되고 있는데 사고 전보다 3분의 1로 수입이 줄고 있고, 사고 후 보상받은 보상비는 3년 이내에 소진된다고 하는 선행 연구도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사고로 인하여 직업을 잃고 실업자로 전락하여 삶의 희망을 빼앗기는 이중 고통과 함께 이어지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차량 탑승이나 운전에 대한 딜레마가 평생 따라다닌다고 하는 것이다. 따라서 교통사고 장애인은 더 이상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길 것이 아니라 사회적 케어 시스템 구축으로 문제를 해결하여야 하는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교통사고로 장애를 당한 분들을 위한 사회적 지원 시스템 구축을 위하여 다음과 같은 대책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첫째, 교통사고 장애인을 위한 교통 장애인 자조 그룹 모임과 찾아가는 재가 교통 장애인 상담 지원이 필요하다. 교통사고를 당하는 순간 자신의 삶이 일순간에 바뀔 수 있고 장애 수용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에 그러한 경험을 가진 교통사고 장애인 당사자에 의한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하겠다.

둘째, 교통 장애인을 위한 가족 사례 관리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교통사고를 당한 본인은 물론 그 가족을 위한 케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에 가족 지지 프로그램을 포함한 가족 사례 관리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셋째, 교통사고 이후의 직업 재활 프로그램의 신속한 지원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장애인의 조기 재활 개입이 모범적이라고 평가되고 있는데 병원에서 퇴원하기 전에 이러한 직업 재활 계획을 수립하고 지역 사회와 연계하여 사회 복귀를 지원하고 있다.

넷째, 교통사고 장애인을 위한 전국적인 네트워킹 활성화 및 활동 지원이 필요하다. 자조 그룹의 차원을 넘어 전국적인 네트워킹을 구축하여 당사자의 역량 강화와 함께 상호 지지를 통한 자립 생활이 가능하도록 지속적인 활동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교통사고 장애인 당사자가 교통사고 예방 캠페인 강사나 장애 인식 개선 강사로 활동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2018년부터 전국의 직장인 장애 인식 개선 교육이 의무화되었으며, 교통사고 장애인 당사자가 도로교통공단이나 운전면허시험장, 경찰공무원, 기업 직장인 등을 대상으로 당사자가 안전사고 예방 교육이나 장애 인식 개선 교육을 한다면 효과는 배가될 수 있기에 적극적으로 활성화하여 나아가야 한다.

지금은 차량 없이는 보편적 삶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시대이다. 더 이상 교통사고 장애가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적 케어 시스템으로 치유되고 지원되는 복지 사회를 이루어 가길 희망해 본다.

정종화 사회복지학과 교수
일본사회사업대학에서 사회복지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한 사회복지의 전공자로서 2000년부터 삼육대학교 사회복지학과의 교수로 있으며, 현재 보 건복지부 장애인복지관평가위원장, 사) 한국사회복지교육협의회 수석부회장, Rehabilitation International Korea 사회위원장, 한국케어매니지먼트학회 회장 등 정부 및 학술단체 주요 책임을 맡아 사회복지 교육과 학문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위드인뉴스 http://www.withinnews.co.kr/news/view.html?smode=&skey=%B9%AB%C0%CE+%C0%DA%B5%BF%C2%F7&x=0&y=0&section=1&category=153&no=18752

[칼럼] 가정의 달, 독거 어르신 돌봄에 대하여 생각해 보기

[정종화 삼육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는 효를 중시하고 예를 받드는 전통을 이어 오고 있다. 고려 시대부터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효(孝)는 덕의 근본으로 가정과 국가의 기강을 이루는 중요한 이념으로 자리 잡아왔으며 이는 우리 민족의 중요한 가치로 자리매김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숭고한 가치를 지닌 우리나라가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맞이하면서 가족의 개념이 바뀌고 있고, 복지 사회로 발전하면서 부양의 책임이 가족에서 사회로 확대되면서 가족의 기초를 놓았던 효의 정신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성 교육의 기본 이념이어야 하는 효의 가치마저 등한시되어 가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어 가정의 달 5월에 독거 어르신 돌봄에 대하여 생각해 보고자 한다.

독거노인에 대하여 바르게 알아보기

독거노인이라고 하면 가족이 없이 홀로 살아가는 어르신을 지칭한다고 잘못 이해하기 쉽다. 일부는 맞지만 일부는 틀리다. 가족이 있어도 홀로 사는 어르신도 포함하기 때문이다. 핵가족화가 되면서 최근 1인 가구 세대는 급속하게 확대되어 가고 있는 추세이다. 따라서 독거노인은 65세 이상의 어르신으로 가족, 친구, 이웃 등 사회적 관계망과의 교류가 단절되고 사회적 역할 상실에 따른 외로움과 고립감 등으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노인의 20%가 독거노인으로 분류될 정도이다. 2017년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9년도 노인 인구는 약 769만 명으로 추계되고 있어 전체 인구의 약 15%에 해당하고 2025년에는 1천만 명에 육박하여 전체 인구의 20%에 도달한다. 2019년 현재, 우리나라의 독거노인은 147만 가구에 이르고 있으며, 2035년에 가면 현재의 2배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1661-2129 이 번호를 알고 있는가? 이 번호는 독거노인을 위한 사랑의 전화이다. 무엇이든지 물어보고 정보를 구할 수 있는 다이얼이며, 전국 어디서나 이 번호를 누르면 독거노인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독거노인돌봄지원센터에 대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는 다양한 복지관이 설립되어 있다. 종합사회복지관,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 등 우리가 속해 있는 커뮤니티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복지 서비스 기관이다. 이처럼 전국의 지방 자치 단체에는 독거노인 돌봄 기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 16개 거점 수행기관과 전국 244개 수행 기관이 존재한다. 큰 지역에서는 독거노인 대상자 1,200명에 독거노인 생활관리사 100명이 주 1회 이상 직접 가정 방문 및 2∼3회 전화로 안부를 확인하고, 월 1회 이상 생활 교육, 보건 복지 서비스 자원 발굴과 연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기서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 독거노인 생활관리사인데 이분들은 대부분 주부이고 커뮤니티 지킴이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독거노인돌봄센터에서는 ‘사회 활동, 사회적 접촉, 식사 횟수, 건강 상태’ 등 6개 항목의 수준을 평가하여 보호 필요 점수가 높은 순으로 대상자를 선정하며, 이렇게 선정된 독거 어르신에게는 전국 약 8,500명 이상의 생활관리사가 이들을 보호하는 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들은 커뮤니티 케어의 중요한 파트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각 센터에는 생활관리사를 관리하고 행정 업무를 수행하는 서비스 관리자인 사회복지사가 근무하고 있다.

독거노인 지원의 사례 고찰

A 씨(85세)는 5년 전에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1인 세대가 되었다. 고령이지만 일상생활에 큰 문제가 없어 지난 수년간 홀로 살아왔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점점 TV에 빠져들었고 신문을 보고 집 안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움직이는 일은 반찬을 사러 가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러한 A 씨에게 최근 우울증이 나타났고 이웃 사람과도 단절되어 생활하는 등 커뮤니티에서 점차로 고립되어 갔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연히 반찬가게에서 A 씨를 만나게 된 독거노인 생활관리사 H 씨의 도움으로 돌봄지원센터의 지원 대상이 되고 은둔형 고립에서 지역 사회로 나오게 되었다.

독거노인 돌봄지원센터를 통하여 반찬 지원과 말벗 서비스, 후원 물품 지원, 병원 동행 등이 이루어지면서 건강과 우울증도 회복됐다. 이러한 A 씨의 사례는 점차로 증가하고 있고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커뮤니티에서 지원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찾아가는 서비스를 통하여 빛을 발하고 있다. 위의 사례는 우리 지역에서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사례이며,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우리 지역을 바라보면 내 이웃의 모습으로 가까워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독거노인 돌봄지원센터를 통하여 반찬 지원과 말벗 서비스, 후원 물품 지원, 병원 동행 등이 이루어지면서 건강과 우울증도 회복됐다. 이러한 A 씨의 사례는 점차로 증가하고 있고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커뮤니티에서 지원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찾아가는 서비스를 통하여 빛을 발하고 있다

정종화 삼육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일본사회사업대학에서 사회복지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한 사회복지의 전공자로서 2000년부터 삼육대학교 사회복지학과의 교수로 있다. 현재 보건복지부 장애인복지관평가위원장, 사) 한국사회복지교육협의회 수석부회장, Rehabilitation International Korea 사회위원장, 한국케어매니지먼트학회 회장 등 정부 및 학술단체 주요 책임을 맡아 사회복지 교육과 학문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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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안도 다다오 ‘빛의 건축’

[글 정광호 삼육대 건축학과 교수, 건축학박사]

많은 건축가들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건축물에 끌어들이고자 노력한다. 특히 건축물에 자연적인 빛을 이용해 공간의 극적인 연출을 나타내기도 하고 어둠과 밝음을 극대화시키고 공간을 강조하기도 한다. 필자는 몇 년 전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빛의 교회’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깊은 감동을 받았다.

빛의 교회는 그가 설계한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다. 빛의 교회의  특징은 “빛은 아름다움을 연출하고, 건축은 인간이 자연을 느끼도록 하는 매체다”라는 말처럼 그는 콘크리트, 철, 유리 등 근대적 재료를 사용한 상자형 건축물에 빛, 물 그리고 자연을 인입시켜 감동적인 공간을 만들어냈다는 것.

빛의 교회는 오사카 교외의 한 조용한 주거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예배당은 바닥, 벽, 천장이라는 건축의 기본적 요소만으로 구성된 단순한 박스이고, 개구부의 존재도 지극히 한정되어있다.

▲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안도 타다오> 스틸. 출처 네이버 영화.

이 원초적인 공간이 결과적으로 성스러운 공간을 가능하게 했다는 생각이 든다. 미서기문을 열고 조용히 내부로 들어서는 순간 십자형으로 뚫린 정면 벽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빛은 정말 감동적인 건축공간으로 성스러움을 잘 나타내어 주고 있다.

빛의 교회가 교회 건축물 중에서 주목받고 있는 점을 든다면, 지금까지의 교회는 신도들의 좌석을 수평 형태로 만들고 그 정면의 단상은 신자들의 좌석보다 몇 계단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단상이 신자들의 좌석보다 5, 6m 높은 곳에 위치한 교회도 있지만, 최근의 경향을 보면 단상과 신자들의 좌석이 동일 평면상에 위치하고 있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빛의 교회는 단상이 회중석보다 낮게 위치하고 있으며 게다가 가장 낮은 곳에 십자가가 서있다.

“이것은 은연 중에 인간의 모습으로 자신을 낮추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빛의 교회를 방문한 사람들을 위해 나눠 준 안내장에 적힌 내용으로 필자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교회라는 것은 예배를 드림으로서 비로써 교회의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며 그리스도인들은 최선을 다하여 예배를 드리는 장소를 준비해 왔다. 또한 교회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는 것으로  누구라도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곳이어야 하며, 동시에 기쁨과 아름다움을 주는 장소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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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환경친화적인 건축의 목적과 필수요건

[정광호 건축학과 교수, 건축학박사] 환경 파괴에 대한 반성으로 대두된 환경 보전 문제는 모든 분야에서 21세기에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문제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20세기 동안 미덕으로 받아들여졌던 대량 생산-대량 소비-대량 폐기라는 일방향성의 경제성 및 효율성 최우선의 생산구조 속에서 일방적으로 만들어진 건축이나 도시 개발은 유한한 자원 및 화석에너지의 대량 소비를 통하여 폐기물과 쓰레기를 대량 발생시켜 환경을 파괴하고 오염시키는 한계와 모순을 나타내게 됐다.

도시 및 건축의 발전은 지구에 매장되어 있는 유한한 자원과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여 이뤄져 왔으며, 다양한 자원과 에너지의 소비를 통하여 성립되었다. 건축분야에서 인류가 사용하고 있는 전체 에너지의 50% 정도를 소비하고 있을 정도로 건축은 에너지와 자원소비에 가장 영향력이 크다는 것은 환경적인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환경친화적 건축은 지구환경을 보전한다는 대전제 아래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부하를 줄이면서 주변 환경과 친화성을 도모하여 거주 환경의 건강 및 쾌적성은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건축물을 말한다. 환경친화적인 건축의 가장 직접적이며 필수적인 요건이 지구환경의 보전이라고 한다면 주변환경과의 친화성은 건축물을 사용하는 주체인 인간과 환경의 관계를 규정하는 것이며 거주 환경의 건강 및 쾌적성은 인간의 보다 높은 인간성 회복 및 권리의 함유라는 건축물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요건으로 환경친화적인 건축의 간접적인 요건이다.

필자는 호주의 대표적인 생태마을 크리스털 워터스(Crystal Waters Permaculture Village)를 방문하였다.

‘크리스털 워터스’의 본래 이름은 ‘크리스털 워터스 퍼머컬처 빌리지’다. 퍼머컬쳐는 지난 70년대 빌 모리슨과 같은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고민하던 학자들 중심으로 제기된 개념이다. 크리스털 워터스는 퍼머컬쳐 개념에 기초해 애초 250명 정도의 주민이 살 수 있도록 조성된 세계 최초의 계획공동체로 크리스탈 워터스의 책임자인 맥스 린데거가 기획 및 조성에 기여했다. 지난 88년 크리스털 워터스가 세워진데 이어 4년 뒤엔 코카부라 파크 에코빌리지가 세워졌다. 이 두 곳은 ‘퍼머컬쳐’에서 시작됐다.

거대도시로 이뤄진 현대사회가 급증하는 인구와 열악한 주거문제에 봉착해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을 분리시키고 급기야 공동체를 파괴해 왔다면, 퍼머컬처에 기초한 생태마을은 점차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훌륭한 해결책임을 입증해 왔다는 게 린데거의 설명이다. 깨끗한 물과 공기, 깨끗한 음식과 쾌적한 주거지는 물론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교감과 같은, 인간이 꼭 필요로 하는 것들을 생태마을이 일차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고 믿는 크리스털 워터스 생태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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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그랑드 자트섬의 일요일 오후

김성운 교수의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점묘로 힐링하다

파리지앵들은 산책을 매우 좋아한다.

특히 일요일이면 남녀노소, 강아지까지 센 강변으로 나와서 걷거나, 운동한다. 센 강변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안식년을 보낸 필자도 일요일이면 덩달아서 센 강변으로 나와서 자전거를 타고 프랑스 사람들과 함께 맑은 공기를 즐겼다. 그랑드 자트섬은 필자의 숙소가 있었던 샤튜섬과 반대편에 있지만 센강 중간 섬의 긴 형태는 같다. ‘그랑드 자트섬의 일요일 오후’에서 등장하는 모델들도 오늘날의 파리지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현대식 건물과 모자와 의상이 조금 다를 뿐이다.

‘그랑드 자트섬의 일요일 오후’는 과학적인 시각 이론과 색채 이론에 근거한 쇠라의 학위 논문 같은 그림이다. 그는 기존 인상파의 그림이 대부분 감정적, 즉흥적이지만 과학적인 시각 이론과 색채 이론에 근거하여 그림을 소상히 그렸다. 쇠라는 선배들의 정리되지 않은 붓 터치를 다양한 색채 대비를 통해 법칙화하여 신인상주의, 점묘주의를 열었다.

▲ 조르주 피에르 쇠라, 그랑드 자트섬의 일요일 오후(Sunday Afternoon on the Island of La Grande Jatte), 207.5x308cm, Oil on Canvas, 1884~1886, 시카고, 아트인스티튜트

‘그랑드 자트섬의 일요일 오후’는 수많은 분석을 통해 2년간에 걸쳐 그린 점묘주의의 결정체이다. 쇠라는 이 작품을 위해 60여 점의 드로잉과 습작을 남겼다.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40여명의 모델 표현은 그의 수많은 연습 속에 태어난 것들이다. 셀 수 없는 수많은 점을 찍어 형태를 표현하는 쇠라의 중노동은 차라리 고문이나 극한 수행에 가깝다.

화면은 섬의 잔디밭에서 휴식을 취하는 인물들과 강에서 요트, 조정 등 뱃놀이로 이원화하여 현재의 가상 현실(VR)과 같은 입체 착시를 불러오게 한다. 소재를 확연하게 보이게 하는 빛과 그림자의 콘트라스트 표현은 가히 절대적이다. 필자는 이 작품의 원화는 직접 보지 못했지만, 전작인 영국 내셔널갤러리에 있는 ‘아스니에르의 물놀이’를 보고 그 규모와 테크닉에 압도당한 바 있다. 이 작품 역시 2년간에 걸쳐 그렸다.

천재 화가 쇠라는 많은 작품을 남기지 못했다. 대작 그림을 오랜 기간 동안 수없는 색 점을 찍는 극도의 집념으로 건강이 악화되어 32세에 후두염으로 갑자기 요절했다. 그는 마지막 역작 ‘서커스’를 그리다 너무 힘들어 미완성인 상태로 부랴부랴 전시회에 출품한 상태에서 세상을 뜬다.

내성적인 쇠라는 사회 활동과 친구가 적었고, 오직 예술 작품 제작에 온몸의 기력이 소진되어 산화하였다. 한국의 화가 장욱진은 “몸을 버리지 않으면 얻는 게 없다.”는 말을 했다. 역작을 하는 화가는 거의 눈과 팔이 아픈 직업병을 갖고 있지만, 몸과 생명을 버리면서까지 역작을 이룬 쇠라에게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의 작가 정신과 작품에 대한 과학적 통찰력은 후에 팝 아티스트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오늘날 ‘예술과 과학’의 융합 가치관을 남겨 주었다.

필자는 같은 화가로서 쇠라의 역작을 보면 송구한 마음이 든다. 그의 상상 못할 집념과 실험 정신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필자는 그의 존재 앞에서 고개 숙이며, 절대로 부화(浮華)한 마음을 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김성운
화가, 아트앤디자인학과 교수, 디자인학 박사,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졸업, 개인전 20회(한국, 프랑스, 일본 등) 국내·외 단체전 230회, 파리 퐁데자르·라빌라데자르갤러리 소속 작가, 대한민국현대미술전 심사위원, 한국정보디자인학회 부회장, 재림미술인협회장, 작품 소장 : 미국의회도서관, 프랑스, 일본 콜렉터, 한국산업은행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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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드뷔시에게 바침

김성운 교수의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음악으로 힐링하다

필자는 파리시 현대미술관에서 라울 뒤피의 초대형 작품 ‘전기의 요정’을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11m 천장 높이와 60m의 벽면을 가득 채운 뒤피의 작품은 그야말로 시야에 보이는 것이 모두 화면이고, 그림의 바다와 같았다. ‘전기의 요정’은 전기 발명과 관련된 과학자들에게 경의와 찬사를 표하는 작품이다.

뒤피는 노르망디 지방의 항구 도시 르아브르에서 태어나 바다를 보고 자라서인지 스케일이 크다. 그리고 가난한 음악가의 아들로 태어난 연유로 그림이 음악적이고 리드미컬하다. 그의 부모와 동생 2명이 모두 음악가다. 그의 음악 관련 작품 중에는 ‘음악가에게 헌정한 그림들’, ‘바이올린이 있는 정물’, ‘시골의 음악가들’ 등이 있고, ‘전기의 요정’에도 경쾌한 붓질, 음표, 악기를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등을 많이 그려 넣었다.

작품 ‘드뷔시에게 바침’은 마티스의 야수파에 영향을 받은 그림이다. 벽면과 오른쪽의 액자는 모두 ‘스파티필룸’이라는 식물을 그린 것인데 붓에 리듬을 부여하여 아르 누보 장식처럼 경쾌하게 표현했다. 이 화초는 공기 정화, 새집 증후군을 없애 주는 힐링 식물이다.

▲ 라울 뒤피, 드뷔시에게 바침(Homage Claude Debussy), 59×72cm, Oil on Canvas, 1952, 니스, 예술박물관.

피아노 표현은 상단에서 내려다보는 부감법을 사용하고 악보에는 드뷔시의 불어 ‘CLAUDE DEBUSSY’를 가볍게 그렸다. 넓은 채색 위의 선들은 음률과 즐거움이 가득하다. 이 그림은 동세 넘치는 터치와 리듬, 농담을 달리하는 자유로운 검은색 선, 오렌지색, 연두색의 그라데이션 표현이 절묘하게 조화되어 경쾌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유현(幽玄)한 맛이 있다.

시인 아폴리네르는 그의 그림을 보고 장난으로 “눈을 감고 그렸니?”라고 돌직구를 던지자, “그래, 추한 세상이 보기 싫어 눈을 감고 그렸지”라고 응수한다. 후에 라울 뒤피는 “나의 눈은 태어날 때부터 더럽고 추한 것을 없애도록 사명을 부여받았다”라는 철학적인 말을 남긴다.

그는 가난하여 중학을 중퇴하고 아르바이트를 통해 지역 미술 학교를 나온 후 주야로 노력하여 장학금으로 명문 미술 학교를 마쳤다. 그는 회화는 물론이고 판화, 삽화, 직물, 도예, 연극 무대 장식에도 능했다. 뒤피는 항상 낙천적이다. 그는 “슬프고 우울한 그림은 그려 보지 않았다.”고 할 만큼 무한 긍정주의자다. 아마도 가난에 구애받지 않고 삶을 우아하게 즐기면서 사는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음악적 집안 태생이라 그럴 것이다.

필자는 이 그림 속의 주인공인 작곡가 드뷔시의 생가를 찾아갔던 적이 있다. 그곳은 생제르맹 궁이 있는 지역으로 시내 중심가 주택에 위치해 있다. 거기에는 당시 드뷔시가 이용했던 우물터가 있어 기억이 생생하다.

필자는 뒤피의 위대한 예술이 어떻게 탄생하고 기축되었는지 알기 위해서 그가 활동했던 르아브르 항구와 도빌, 트루빌에 갔었다. 그곳은 뒤피 예술의 자양분이 된 넘실대는 파도, 하얗고 고운 모래와 몽돌, 노르망디 특유의 집들이 소담스럽게 어우러져 있었다.

김성운
화가, 아트앤디자인학과 교수, 디자인학 박사,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졸업, 개인전 20회(한국, 프랑스, 일본 등) 국내·외 단체전 230회, 파리 퐁데자르·라빌라데자르갤러리 소속 작가, 대한민국현대미술전 심사위원, 한국정보디자인학회 부회장, 재림미술인협회장, 작품 소장 : 미국의회도서관, 프랑스, 일본 콜렉터, 한국산업은행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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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https 차단…’막고’ 싶은 건가, ‘보고’ 싶은 건가

[좋은나라 이슈페이퍼] 선 차단 후 설득, 국민 공분으로 이어졌다
임명성 삼육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정부가 https 사이트 차단이라는 강력한 규제의 칼을 빼 들었다. 유해 사이트를 전방위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이로운 목적에도 불구하고 국민 그리고 인터넷 사용자들의 입장에서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가장 강력한 규제이기에 2018년 5월 이후로 청와대의 국민청원 게시판은 규제를 철회해야 한다는 청원 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2019년 2월 21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청원글에 대한 대국민 답변에도 불구하고 https 차단 정책에 대한 비판의 열기는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국민들의 우려는 불식되지 못하고, 실효성에는 의문부호만 붙어버렸다. 선 차단 후 설득이 결국 국민의 공분만을 불러 일으킨 셈이 되었다. 현재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소통의 방법이다. 단지 당위성에 일방적 설명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목적-과정-성과의 세 가지 관점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어 소통을 실행해야 한다. 차단 정책의 목적을 충분히 설명하고, 차단 과정에 투명성을 확보하고 규제에 따른 성과를 모두에게 공유하여야 한다. 일회적이지 않고 지속적인 설득과정이 이어질 때 비로소 진정한 소통의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 문제는 ‘동의’ 없이 엿보는 것

지난 2019년 2월 11일 불법 사이트에 대한 국가적인 차단이 시작되었다. 정부의 요청을 받고 차단에 가장 먼저 참여했던 KT는 차단 당일 사용자들에게 사이트 접속 차단의 이유를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국민들에게 충분한 설명도 없이 시작된 행정부의 이 같은 차단 정책은 결국 같은 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https 차단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참여 인원:26만9180명)으로 이어졌고 결국 2019년 2월 21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공개적으로 선 차단에 대한 후 설득을 하기에 이른다. 설득의 핵심은 872개의 불법 사이트(불법 도박사이트 776곳, 불법 촬영물이 있는 음란사이트 96곳)에 대한 차단은 불가피한 것이며, 이것이 국민의 표현의 자유나 국민이 누려야 하는 헌법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동의’에 있다. 사용자들이 https를 통해 접속하는 사이트가 무엇인지 SNI 영역(Server Name Indication Field)에서 확인하는 데 있어서 당사자의 동의를 받았냐는 것이다. 2017년 당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의)가 운영하는 불법·유해정보 사이트 차단 시스템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http://’에서 ‘https://’를 붙여 접속할 경우 차단 시스템으로 이용자의 접속을 막을 수 없었다. 2009년부터 보편화되기 시작한 https(HyperText Transfer Protocol over Secure Socket Layer)로 접속한 웹사이트는 모든 통신과정이 암호화(encrypted connection)되어 이용자가 차단된 사이트 주소로 접속했는지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본래 정부는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방심위의 심의를 거쳐를 거쳐 불법 도박사이트나 음란물, 불법 복제물 등을 유통하는 사이트에 국민들이 접속하지 못하도록 URL 접근을 Warning.or.kr로 강제 우회시켰다. 2018년에는 DNS(Domain Name Service) 차단 방식도 도입했지만, 이 기술도 DNS 주소 변경 등으로 우회하면 차단을 피할 수 있었고 https를 통한 접속이 많아지면서 실효성이 없어지자 올해 들어 기존방식에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여 https를 차단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암호화 과정 중 SNI 영역에서 드러나게 되는 사용자의 접속 사이트 주소가 새로운 차단 시스템에 의해 감시된다는 것이다.

현재 논란이 되는 ‘감청’은 “당사자의 동의 없이 통신 내역을 확인 및 송수신을 방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감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사자의 동의이다. 물론 불법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기 위해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있다. 또한 “방심위의 요구가 있는 경우 서비스를 제한할 수 있다”는 인터넷 사용자 약관에 동의했다면 당사자의 동의를 얻었다고 간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터넷 세계라는 국경없는 공간 속에서 디지털 주권인 통신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알 권리,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기에 국민의 행동이 인터넷 공간에서 감시·검열되고 있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본래의 의도는 아니라 해도 정부나 통신 서비스 사업자가 이용자 정보를 볼 수 있어 감청의 위험이 없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의도와 취지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깨끗하고 건강한 인터넷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동의할 수 있는 일이다. 감시 내용도 택배에 빗대어 볼 때 내용물이 아닌 주소만 들여다보는 단층 패킷 분석(Shallow Packet Inspection)만 한다는 점에서는 사생활 침해의 강도가 심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해없이 시작된 https 차단 정책은 다양한 오해와 불신을 낳았고 우려는 날이 갈수록 확산되었다. 다소 늦기는 했지만, 변명이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국민의 이해도 같이 구해야 한다. 목적이 옳다고 과정과 수단이 자연스레 옳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나친 규제는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지난 3월 방통위는 신년 업무 계획을 발표하며 구글 등 해외 사업자의 ‘불법행위’가 반복돼 시정명령을 3회 이상 위반하면 서비스 임시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국 정부는 상황에 따라 넥플릭스, 유튜브, 페이스북 등을 국내에서 차단할 수 있게 되었다. 정황상 두 규제가 관련성이 낮기는 하나 국민의 입장에서 규제에 또 다른 규제 소식은 ‘대국민사찰’이 현실화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기만 하다. 특히 앞으로 표현의 자유가 정부의 규격에 맞춘 표현의 범주 내에서 허락되는 자유가 아닌지 걱정은 커져만 가고 있다. 문제는 국민들을 위해 도입하는 규제들의 필요성이 무엇인지 국민들은 알지도 그리고 이해하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 투명한 절차

차단의 목적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얻은 후에 차단에 대한 투명한 운영이 이어져야 한다. 2019년 2월 14일 방통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합법적 성인 영상물이 아닌 불법 촬영물을 유통하는 해외 사이트만 차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방통위의 사이트 차단에 대한 근거로 형법, 성폭력처벌법, 정보통신망법 및 정보통신심의규정 등 관련 법, 규정에서 정한 기준과 절차 등이 있다. 문제는 이러한 법령이 객관적이거나 구체적이지 않기에 주관적 판단에 근거하여 차단 사이트를 결정할 위험이 있으며, 심의과정 상에 실수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주일 동안 방심위가 심의해야 하는 사이트의 수는 수천 개다. 세밀한 논의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정부가 어디까지 차단할지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차단 사이트 선정에 대한 믿음을 주기 위해서 선정 과정이 투명해야 한다.

선정 기준과 이유도 명확해야 한다. 인터넷 사용자들이 차단을 불편해하는 또 다른 이유는 차단된 사이트에 불법적인 정보뿐만 아니라 해당 사이트에 얻을 수 있는 합법적인 정보까지 규제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불법 사이트뿐만 아니라 일반 사이트에 대한 접속도 검토 대상에 넣은 것도 문제일 수 있다. 잠재적인 범인을 잡기 위해 불특정 다수를 감시하는 CCTV를 설치하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다. 사이트에 대한 유해성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한정된 인원으로 결정하기보다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명확한 기준을 수립한 후 해당 기준을 활용하여 최대한 객관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차단의 결정적 이유를 명시하고 이를 공유해야 한다. 또한 필요 이상으로 과차단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차단 대상과 방식을 공유해야 한다.

불법 사이트 운영자에 대한 처벌도 이루어져야 한다. 의심되는 국내외 불법 사이트는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접속을 차단해 폐쇄를 유도하는 한편, 우리나라 국민의 피해를 주도하고 있는 주요 해외사이트의 운영자에 대한 수사를 실시하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영국, 프랑스, 호주, 인도 등 많은 나라들에서 접속차단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단, 이들 국가들은 저작권법 위반 시 행정기관이 아닌 법원의 명령에 의해 차단된다. 현재 대한민국 정부는 행정기관이 직접 나서서 불법 유무를 판단하고 사이트를 차단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또한, 개인 단위에서 패킷(packet)을 확인해 웹 서핑에 간섭하는 경우도 드물다. 반대로 외국의 경우 인터넷 사용자들의 접속 기록을 확인하기보다는 불법 사이트 운영자를 색출하고 무겁게 처벌하는 것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다수를 감시하기보다는 소수를 감시하고 처벌하는 게 더 신속하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심의 후 차단뿐만 아니라 피해가 명확하고 그 정도가 중하다면 심의 전에 선제적으로 차단 후에 심의하는 것도 필요하다. 정부는 2017년 9월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통해 연인 간 복수 등을 위해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의 신체 또는 행위를 촬영한 사람이 영상물을 유포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하기로 했다. 아울러 피해자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불법 촬영물의 삭제를 요청할 경우 ‘선차단’ 후 3일 이내에 긴급 심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정보통신사업자도 불법 영상물의 유통 사실을 명백히 인지한 경우 삭제·접속 차단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불법 촬영 영상 공유사이트뿐만 아니라 다른 유형의 유해사이트에 대해서도 피해 사실과 경중을 기준으로 선차단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한 후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 성과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http 차단 시에도 그리고 DNS 차단 시에도 우회로가 존재하여 실효성은 항상 문제로 지적받아왔다. SNI 차단도 GoodbyeDPI, Shadowsocks, VPN 처럼 우회하는 접근법이 더 발전하고 풍성해지고 있다. SNI 차단 방식이 여전히 완벽하지 않고 허점이 있는 만큼 우회 접속 방법과 편법은 계속 나오기 마련이다. 실제로 KT가 지난 2월 11일부터 당국의 요청에 따라 불법 유해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자마자 인터넷 공간에서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SNI 차단 우회 방법이 공유됐다. 심지어 특정 웹브라우저만 있으면 손쉽게 SNI 차단을 우회할 수 있어, 사실상 의미가 없는 차단 정책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앞으로 새로운 차단 기술이 등장한다 해도 여기에 발맞추어 새로운 우회 기술도 등장하게 되리라는 것은 조심스럽게 예상해 볼 수 있다.

인터넷은 막는 소수와 공격하는 다수로 이루어져 있다. 구조적으로 완벽하게 방어하기는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적 차단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결국 또다시 실효성의 문제를 떠안고 결국 신기술의 등장만 기다리게 만들 수 있다. 이러한 비판을 일소시키기 위해서 정부의 불법 사이트 차단 노력이 국민 피해의 감소처럼 어떠한 성과로 이어지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본 노력으로 유발된 성과를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규제가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성과가 가시적이어야 한다. 또한 국민들이 스스로 자정 작용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국민들에게 피해를 유발하는 유해 사이트 및 불법 사이트의 운영자에 대한 처벌 강화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로써 사용자들의 자정 작용, 운영진들의 활동 억제, 기술적 차단이라는 삼박자가 균형을 이루어야 제한과 보호가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물론 행정기관이 독단적으로 모든 것을 운영 및 규제하기보다는 Web 2.0의 모토인 참여·공유·개방의 정신을 되새기며 함께 만드는 인터넷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 그리고 그 후

정부는 헌법의 기본권을 존중하고 준수해야 한다. 이를 훼손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헌법 제 2장 제 17조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제 18조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니함을 보장하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2019년 4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늘의 한 장’으로 올라온 사진을 보면 다음과 같은 문구가 쓰여있다. “막힌 길이면 뚫고, 없는 길이면 만들며 함께 나아갈 것입니다” 지금의 SNI 차단을 보면 이 말의 진심이 와닿지 않는다. 어쩌면 인터넷 사용자들에게는 “뚫린 길은 막고, 있는 길은 없애며 자신의 갈 길만 묵묵히 나아간다”고 보이는 것은 아닐까?

정부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 성인이 합법적으로 무엇을 하든, 무엇을 보든, 국가가 관여해서도 안 되고, 관여할 바도 아니다. 반면에 불법에 대한 관용은 없어야 한다. 그래야 투명한 정부, 신뢰받는 정부가 될 수 있다. 그보다 먼저 정부가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서 정부는 국민들을 믿어야 한다. 아울러 국민들이 성숙하다는 점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https 규제는 어색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그러나 두 번째 걸음이 어색하지 않으려면 정부가 규제 자체에 대한 국민들의 알 권리부터 지켜줘야 한다. 왜 규제가 필요한지, 어떻게 규제가 이루어지는지, 규제를 통해 무엇이 나아지는지 국민은 알아야 한다.

임명성 삼육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프레시안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2&aid=0002087132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생 라자르 역

김성운 교수의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모네는 ‘인상, 일출’이란 작품으로 인상주의를 탄생시킨 화가이다. 프랑스에서 그의 유명한 ‘수련 연작’을 보려면 총리를 지낸 그의 오랜 친구 클레망소의 권유로 전시된 오랑주리 미술관에 가야 할 것이다. 모네의 유언대로 자연 채광으로 미술관 1층 전관에 전시되고 있다. 이 ‘수련 연작’은 개인 정원 ‘지베르니’에서 그려 낸 초대형 작품이다. 모네는 특유의 친근한 품성과 인맥, 설득력, 추진력으로 주민들의 심한 반대를 극복하고 센강의 물길 일부를 확보하고 개인 연못을 만들어 많은 수련 작품을 완성한다.

‘생라자르역’은 당시 인상파 화가들이 많이 애용했다. 그때 마침 기차가 발명되어 쉽게 파리 근교에 나가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더구나 튜브형 물감과 그림 도구가 휴대용으로 개발되어 즉흥적 빛을 표현하는 인상파들에게는 ‘바람에 돛 단 격’으로 작품을 창작하게 했다.

모네의 ‘생라자르역’은 유명한 스토리가 있는 세기의 명작이다. 어느 날 모네는 ‘생라자르역’을 그리기 위해 깨끗이 정장을 하고 역장을 찾아가서 도발적으로 말했다. “나는 파리 북역이 좋아서 그곳을 그리려고 했는데 갑자기 ‘생라자르역’이 특색 있고 마음에 들어 그리려고 결심했으니 협조해 주십시오.” 역장은 생뚱맞고 건방지지만, 모네가 다른 역을 그릴 것 같아 이내 돕기로 작정한다. 역장은 즉시 역의 모든 사람을 통제하고 기차들을 플랫폼에 정지시켰다.

▲ 클로드 오스카 모네, 생라자르역(La gare Saint-Lazare), 75.5×104cm, Oil on Canvas, 1877, 오르세 미술관.

그는 열차 기관사에게 실감 나는 증기를 뿜어내기 위해 일시에 석탄을 연소하도록 지시했다. 모네는 마침 역 주변에 살고 있었다. 그는 매일 역에 나와 역장의 도움을 받아 ‘생라자르역’을 여러 점 완성한다. 기실 모네는 어느 비평가가 인상파 그림을 보고 ‘불쌍한 장님 천치들의 작품’이라고 악평을 하자 그에 대한 대응으로 이 ‘생라자르역’을 그리기로 했다. 모네에게 ‘생라자르역’을 그리게 허락한 그 역장은 고인이지만 지금도 명성을 얻고 있다.

‘생라자르역’은 피라미드 형태의 철골 지붕과 기차, 철로를 역동적인 색깔 있는 연기로 연결하였다. 연기는 배경의 하늘과 건물에 섞여 보일 듯 말 듯 모호한 회화미를 유발한다. 이 과정에서 인상파의 빛 이론에 입각한 온갖 색이 난무한다.

모네는 “나는 우주가 내 앞에 펼쳐 보이는 광경을 직접 관찰하고 붓이 그것을 증언하도록 했을 뿐이다.”라고 했다. 그는 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세심한 관찰과 뚝심으로 수련, 성당, 건초 더미, 센강 등 수많은 시리즈 작품을 남겼다. 세잔은 빛의 변화를 시간에 따라 표현하는 모네의 능력에 ‘그는 신의 눈을 가진 유일한 인간’이라고 했다.

그러나 모네는 햇빛에 너무 눈을 노출하여 말년에 백내장으로 고생한다. 그는 거의 실명 상태지만 끝까지 그림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앞이 안 보여 색과 형태가 허물어지고, 그리다가 만 미완성 그림인 ‘거의 낙서 같은 수련 그림’도 많이 남겼다. 거장은 낙서도 작품이던가! 마르모탕 미술관은 이 추상화 같은 모네의 수련 그림들을 보물처럼 여기고 사진 촬영도 엄격히 금지한다.

필자는 모네의 유적을 찾아 그가 말년에 살았던 지베르니, 그가 한때 거주했던 베퇴유 그리고 마르모탕 미술관을 찾아보았다. 모네가 죽기 직전에 그린 끈질긴 집념으로 이루어 낸 작품을 직접 보고, 말로 표현 못할 감동을 느꼈다.


김성운
화가, 삼육대학교 아트앤디자인학과(Art& Design) 교수, 디자인학 박사,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졸업, 개인전 20회(한국, 프랑스, 일본 등) 국내·외 단체전 230회, 파리 퐁데자르·라빌라데자르갤러리 소속 작가, 대한민국현대미술전 심사위원, 한국정보디자인학회 부회장, 재림미술인협회장, 작품 소장 : 미국의회도서관, 프랑스, 일본 콜렉터, 한국산업은행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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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민연금 개혁 어떻게 추진될 것인가

[정종화 사회복지학과 교수] 국민연금 제도 개혁은 4가지 안을 가지고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 관점이 아니라 복지 정책적인 관점에서 미래 한국 사회의 사회 보장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를 모든 국민이 사심 없이 논의할 시기라고 보인다.

국민연금 제도의 발전과 주요 내용에 대하여 알아보기

국민연금은 우리나라 사회안전망인 5대 사회 보험(산재보험, 고용보험, 건강보험, 국민연금, 노인장기요양보험) 중의 하나로써 가입 대상자는 국내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60세 미만의 국민으로 은퇴나 사고·질병, 사망 등으로 소득 활동을 할 수 없게 될 때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매월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사회 보장 제도이며 전 세계 170여 개국 이상에서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제도 역사는 1973년 국민복지연금법이라는 이름으로 복지 제도로써 최초로 제정되었으나 국제 오일 쇼크로 인하여 경제가 어려워지자 1975년부터 무기한 연기되었다가 1986년 12월에 다시 국민연금법이 제정되어 1988년부터 현행의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초기 설계 때에는 저부담 고급여 체계로 설계되었지만 급여 수준을 이유로 두 차례에 걸쳐 국민연금 개혁이 이루어졌다. 1차는 1998년에 당시의 급여 수준을 70%에서 60%로 낮췄고, 2차는 2007년에 급여 수준을 60%에서 50%로 축소하였으며,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40%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2016년 현재 170여 개 국가에서 제도화되어 실시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기여 비례 원칙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급여 소득자의 경우, 노동자 본인과 사용자가 각각 매월 소득의 4.5%씩 내고, 지역가입자, 임의가입자, 자영업자 등은 본인 소득의 9% 전액을 본인이 낸다. 2018년 4월 기준으로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 평균 수령액은 월 38만 원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의 급여는 노령 연금(10년 이상 가입하고 출생 연도에 따라 60~65세부터 지급, 노령으로 인한 근로 소득 상실을 보전하기 위함.), 장애 연금(질병이나 사고로 장기 근로 능력 상실에 따른 소득 상실을 보전하기 위함.), 유족 연금(연금 수급권자 사망에 따른 소득 상실을 보전하기 위함.), 분할 연금(이혼 등으로 연금의 분할이 필요한 경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연금 급여의 수급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 본인이나 그 유족에게 반환 일시금이나 사망 일시금으로 지급된다.

최근 국민연금 개혁에서의 주 관심사는 연금을 받게 되었을 때의 급여 수준인데 이를 소득 대체율이라고 한다. 즉 매월 100만 원의 연금을 넣었을 때, 현행 소득 대체율은 45%로서 45만 원을 받는 것인데 이를 40% 수준으로 낮춘다는 것이다. 초기 설계에서는 적게 내고 많이 받는 제도로 시작하였다가 많이 내고 적게 받는 제도로 바뀌니 국민들의 저항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민연금 개혁 어떻게 추진할 계획인가?

2018년 12월 7일, 보건복지부가 청와대 정부 회의에서 보고한 국민연금 제도 개혁안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의견이 제시되어 최종 수정안으로 4가지 안이 일주일 뒤인 14일에 발표되었는데 이 4가지 안을 바탕으로 향후 국회와 정부, 국민의 의견 수렴을 거쳐 제도 개혁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래의 그림에서 제시한 대로 급여 수준을 나타내는 소득 대체율은 매우 중요한 핫 이슈임이 틀림이 없지만, 여기서 논점이 되는 것은 몇 가지 사안이다.

첫째, 국민연금은 적립금을 바탕으로 운영을 하므로 적립금 소진 시기가 도래할 때마다 소득대체율이 낮아진다면 국민의 처지에서 연금 제도는 더는 운영 지속하기가 곤란하다는 것이며, 젊은 세대가 소득 대체율이 적은데 연금을 계속 낼지는 의문이다. 이는 젊은 세대의 반감으로 세대 간의 갈등으로 나타날 수 있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둘째, 소득 대체율을 높이는 방안으로 제도가 개혁된다면 기금 고갈은 더 빨라질 것이며 향후 베이비부머 세대가 연금 수급 세대로 나타나면서 국민연금의 수급자는 증가하고 기금의 운영 활성화를 통한 재정 확대 방안이 없는 상황에서는 또 다른 사회 문제로 확대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셋째, 재정 건전화 문제와 함께 정부 보증을 법적으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공적 연금의 성격을 가지고는 있지만, 기초 연금 강화의 방안은 결국 국민연금 기금의 재정이 아닌 정부가 재정을 담보하여야 하는 상황이므로 정부 재정을 법적으로 명문화하여 국민연금의 재정 건전성의 신뢰를 제시하고 향후 실질적인 기금 활성화 방안을 통하여 기금 운용의 효율성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지시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민의 함의가 중요하다. 사회 보험은 공적 책임의 성격이 강하지만 역시 사회 보험의 원칙과 철학을 지켜 나아가야 하는 것은 변함없는 철칙이다. 즉 기여 비례의 원칙과 사회 연대 책임의 원칙이다. 전자는 소득 대체율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이고 후자는 모든 국민이 공동 책임과 분담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나를 위한 연금이기도 하지만 내 부모와 내 자녀의 삶을 국민 모두의 책임으로 분담하여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대체 방안의 하나인 국민연금 수급 시기를 늦추어 수급 연령을 높이는 방안이 있지만 이 또한 우리 사회의 제도적 문제가 존재하고 50대 후반에 은퇴하는 50세대의 실업자 수와 퇴직 연령이 대부분 60세인 우리나라의 상황을 고려할 때 65세 수급으로 잠정 높여 가는 방안은 신중한 국민적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향후 국민연금 제도 개혁은 4가지 안을 가지고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 관점이 아니라 복지 정책적인 관점에서 미래 한국 사회의 사회 보장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를 모든 국민이 사심 없이 논의할 시기라고 보인다.

위드인뉴스 http://www.withinnews.co.kr/news/view.html?section=1&category=163&item=&no=18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