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정론] 입시 위기의 전망과 대응

정시 합격자 발표가 완료되면서 2020년 입시 일정이 거의 마무리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정시 등록 이후의 미등록 충원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일부 대학들은 미등록 충원 등록 마감 이후의 추가 모집까지 신경을 써야만 한다. 이 절차가 이달 말까지 지속될 것이다. 특별히 정시경쟁률 하락으로 인한 “미충원”에 대한 부담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상황에서 대학들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이번 입시에서 약 80%의 대학들이 지난해보다 낮은 정시경쟁률을 기록했다. 특별히 정시 모집 경쟁률이 3대 1 미만으로 나타난 곳이 46개(22.4%, 4년제 대학 기준)에 이른다. 전년에 비해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미충원 사례가 가시화되고 있어서 안타깝다.

이런 현상은 2021년 입시에서 가속화될 전망이다. 올해 대입자원(479,376명)은 대입 정원(497,218명) 대비 1만7842명이 부족한 실정이었지만, 내년에는 7만6325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올해에 비해 미충원율이 다섯 배(3.6%→15.3%) 가까이 증가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학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입시 정책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2021년에 실시될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에서 신입생 충원율 지표 점수가 3배로 상향 조정되었기 때문에 대학평가를 대비하기 위해서도 학생 충원은 최우선 과제가 되고 말았다. 이런 긴박한 환경에서 정부와 대학 및 교육수요자는 각자의 위치에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고 고등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대응 방법을 심도 있게 모색해야만 한다.

정부는 대입 정원 축소를 위한 대학구조조정의 당위성을 실현하기 위해 대학평가 제도를 합리적으로 운영해야 하며, 그 평가와 연계된 대학혁신지원사업의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 특별히 부실대학을 정리할 수 있는 대응 법안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하며, 건전한 대학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교부금법과 같은 안정적인 대학 재정지원제도를 확립해야 한다. 이런 요구들은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구조개혁 이슈가 등장한 이래 지난 10여 년 동안 지속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아직까지 관련 법안들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대입 정원과 지원자 사이의 역전 현상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그동안 논의된 해법들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이 더는 미뤄져서는 안 된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대부분의 해법이 정부의 결단 여하에 달려 있는 만큼 교육부는 그 어느 때보다도 책임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대학 및 교육수요자와의 긴밀한 소통을 토대로 대학구조개혁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회적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대학은 신입생 유치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강도 높은 개혁과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각 대학의 발전계획은 대학 고유의 비전 및 목표에 따라 입학에서부터 졸업 및 취업에 이르기까지 투입-과정-산출의 구조로 수립된다. 특별히 입학과 취업의 가시적인 성과는 대학 경쟁력을 가늠하는 지표가 되는데, 그 지표를 높이기 위해서는 시대에 부합하는 혁신이 요청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대학의 혁신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학사구조개혁, 교육과정 개선, 교수학습의 혁신 및 질 관리 체계 확립 등의 영역에서 긴박하게 요구된다. 이런 시대적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학 전체 구성원들, 특히 교수들의 능동적인 참여가 있어야 한다. 교육 경쟁력의 주체인 교수들이 혁신의 길에 서서 변화를 주도하는 대학에 학생들이 입학할 것이고, 졸업생들이 취·창업의 성과를 얻게 될 것이다.

학생들은 경쟁력 있는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기 위해 진로 설정 및 학습역량 강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오늘날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을 4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도래하고 있는 초현실사회를 선도할 지도자로 양육해야 한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대학의 혁신 못지않게 학생들의 체계적인 진로 교육이 필요하다. 이에 학생들은 고교교육 정상화를 통해서 자신의 진로와 학습역량을 키우고, 그에 맞는 전공 및 대학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도받아야 한다. 자신의 진로와 역량에 맞는 전공 및 대학을 선택한 학생들은 대학이 혁신을 통해서 제공하는 교육과정과 진로지도에 적극 참여할 수 있다. 이처럼 체계적인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며, 학생들은 그에 맞는 교육경험을 축적해야하기 때문에 중등교육 정책과 입시정책 역시 그에 맞춰 수립되어야 한다.

현저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입시 위기의 가속화가 전망되는 상황에서 고등교육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와 대학과 교육수요자의 대응은 매우 긴급한 과제가 되었다. 그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 주체들 간의 소통과 협력이 요구되고 있다. 각 주체들 간의 전략적 방향은 분명해 보인다. 이제 그 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술들이 필요해 보인다.

[이국헌 삼육대 신학과 교수]

교수신문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47785

[신농직설] 농업기술센터, 수급 담당해야

농산업에서 변동이 심하면 발전이 없다. 인력도 가격도 생산량도 안정적이어야 한다. 어쩌다 한번 파동이 와도 이제는 대체재가 풍부하고 복원력도 높다. 농산물 파동이 아예 오지 않도록 해야겠지만 불가피하다면 이를 혁신적으로 극복해야 한다.

여기에 알맞은 조직이 각 시군구에 있는 농업기술센터이다. 지식과 기술로 대응책을 연구하고 지역소비자를 설득하며 지역가공업체에서 가공해 물량을 조절하면 된다. 힘들여 가꾼 농산물을 가격을 높게 유지하려고 폐기처분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적정가격을 받아야 하지만 아직도 비싼 것이 많다. 혁신의 시대에 가격은 싸고 질은 좋은 것이 어렵지만 도전해야 한다. 그러나 농약이나 유독물에 대한 안전성 검사만큼은 철저히 해야 한다. 나머지는 시장과 농업기술센터에 맡겨두면 된다. 대신 고시와 통계를 잘 작성해서 알려주고 경고하면 된다. 그 이후 문제는 농업기술센터가 그 지역의 농산물 수급이나 관리를 하도록 하면 된다. 국가 예산은 이런 데 써야 한다.

[남상용 삼육대 환경디자인원예학과 교수]

원예산업신문 http://www.wonyesanup.co.kr/news/articleView.html?idxno=45295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생명-자연으로부터

김성운 교수의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겨울 생명! 힐링을 품다

겨울은 견뎌 내는 계절이다. 동·식물은 동면하면서 혹독한 겨울을 넘기고 있다. 도종환의 시 ‘겨울나기’에서 “모두들 어떻게든 살아 견디고 있다. 모두들 어떻게든 살아 이기고 있다.”고 한 것처럼 겨울이 주는 의미는 수동적, 방어적이며 극복 대상이라는 메시지가 함의되어 있다.

그러나 설경의 거장! 화가 심재관은 이 혹독한 엄동설한이 오히려 즐겁다. 미술평론가 박명인에 따르면 심재관의 설경은 “만물이 잠들어 있는 계절에 시각적인 생명의 미보다 생명을 위해 잠들어 있는 내재적인 미를 찾는다.”라고 한다. 그는 겨울의 겉모습보다 겨울 속에 은닉된 숭고한 ‘생명’을 나타내고 싶은 것이다. 헤겔이 말하는 “단순한 겉 모습과 묘사를 떠나서 한층 높은 리얼리티와 더욱 진실한 존재”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 심재관, <생명-자연으로부터 I>, 166.2×130cm, Oil on Canvas, 2002

‘생명-자연으로부터 I’ 을 감상하는 주안점은 절개된 계곡물에 비치는 잔영이다. 그는 겨울 생명을 표현하기 위해 화면 밖의 하늘과 나목을 계곡 옹달샘에 삽입하고, 그 위에 낙엽을 운치 있게 떨구어 놓았다. 심재관은 춥고 고통스러운 겨울 계곡에 따뜻한 햇빛을 좌측 상단에 임대했다.

그래서 죽음의 언 땅은 어느새 생명을 품고 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화가에게 설경을 그리는 것은 도전이다. 태양빛을 받은 눈(雪)의 신비감, 바위와 언덕에서 오는 반사광을 표현하려면 백색에 완전히 통달해야 한다. 흰색을 팔레트(palette)에서 찍어 잠시만 긴장을 늦추거나, 다른 생각을 하여 화폭에 그리면 영락없이 탁해지고 부유하는 듯 뜬 상태로 보인다. 그는 흰색을 강조·부각시키기 위해 바위와 언덕을 짙고 깊게 처리했다.

심재관은 흰색의 달인이다. 심재관의 속 깊은 흰색은 감상자에게 따스한 행복과 맑은 힐링을 준다. 지고(至高)의 색인 흰색은 청결함의 힐링 효과가 있다. 심재관은 최근 한국의 겨울 그림 뿐 아니라 외국의 이국적 겨울 풍경에도 탐닉하고 있다. 특히 영적이고 이국적 감성이 풍부한 ‘티벳’을 화폭에 담아 가고 있다.

필자는 글을 쓰면서 30여 년 전 작가와 같이 들로 산으로 사생을 떠났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그는 자연을 보고 대지 속의 ‘생명’을, 필자는 ‘고향’을 생각해 냈던 것이다. 동일한 대상을 보고 차이를 사유하는 작가와 필자는 힐링 시대의 ‘감성 동지’이다. 위대한 예술은 결코 쉽게 탄생되지 않고 예술가에겐 만족이란 없다. 그는 지금 이 시간에도 강추위와 싸우며 중무장한 채 차가운 들과 산, 계곡에서 예술혼을 불태울 것이다. 생명의 힐링 그림을 창작하기 위해….

김성운 
화가, 삼육대학교 아트앤디자인학과(Art& Design) 교수, 디자인학 박사,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졸업, 개인전 20회(한국, 프랑스, 일본 등) 국내·외 단체전 230회, 파리 퐁데자르·라빌라데자르갤러리 소속 작가, 대한민국현대미술전 심사위원, 한국정보디자인학회 부회장, 재림미술인협회장, 작품 소장 : 미국의회도서관, 프랑스, 일본 콜렉터, 한국산업은행 등

위드인뉴스 http://withinnews.co.kr/news/view.html?section=1&category=5&item=&no=20848

[대학정론] ‘대학 자율 혁신’의 선결 과제

먼저,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자(送舊迎新)고 덕담을 나누고 싶다. 삼가 새해를 축하한다(謹賀新年)는 인사를 모든 교수 공동체에 올리고 싶다. 그러나 마음으로는 원이로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새로운 해가 시작되었지만 새해가 아닌 것은 고등교육의 현장에서 교육 혁신을 추구하는 모든 교수들의 공통된 정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묵은해를 떠안고 새해를 맞이한 상황이어서 낡은 가죽부대에 새 포도주를 담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10여 년간 대학사회에서 최대의 화두로 떠오른 과제는 단연 “위기”와 “혁신”이었다.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 및 대학경쟁력 약화로 인한 대내외적 위기와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학구조개혁 및 교육 혁신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절대 과제임에 틀림없다. 고등교육의 미래를 염려하는 모든 사람들은 적어도 이러한 위기에 대한 진단과 혁신에 대한 대의에 있어서만큼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그 대안을 모색하는 데 있어서 정부와 대학들이 제시하는 방향의 결은 사뭇 다르다.

지난 한 해 동안 정부의 정책들은 대학이 스스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개혁과 혁신을 추진기 어려운 방향으로 제시되었다. 등록금 동결과 입학금 단계적 폐지에 이은 강사법 개정은 대학의 열악한 재정난을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조국 사태로 인해 촉발된 정시 확대 결정은 대학의 자율선발권을 축소시키는 정책적 퇴행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은 당초의 약속과는 달리 편람 시안에 대한 공청회도 갖지 못한 채 한 해를 마감했다. 여기에 대학기본역량진단과 연계된 대학혁신지원방안은 2주기 방안에서 크게 개선되지 못해 누적된 대학 재정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정책적 한계로 인해 대학의 위기에 대한 불안감은 고스란히 새해로 넘겨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3주기 진단의 정책 기조를 “대학 자율 혁신”에 두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자율 혁신이란 단순히 정원 감축에 있어서 대학의 자율성을 의미한다.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신입생 및 재학생 충원율을 높게 배점하고, “유지 충원율” 개념을 도입해 일정 수준 이상의 충원율을 유지해야만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자율적인 정원 조정을 유도하겠다는 발표에서 자율 혁신의 정책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대학 자율 혁신의 방향이라는 정부의 정책에 대학들은 크게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대학 자율 혁신을 위한 기본 전제는 무엇일까? 개인마다 견해의 차이는 있겠지만 헌법에 명시된 “대학의 자율성 보장”이 그 전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여기서 자율성이란 입시 정책에서부터 대학 운영 및 교육혁신과 대학 구조개혁, 나아가 우수한 인재 양성을 통한 대학경쟁력 강화까지 투입-과정-성과의 전 단계에서 대학이 교육 목적 및 발전 방향과 연계해서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대학 자율 혁신”의 선결 과제는 이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정책적 지원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정부는 더 이상 대학을 통제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되며, 대학 스스로 혁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 기구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새해에는 정부와 대학 간에 더 강력한 파트너십이 요구된다. 21세기에 우리 앞에 도래하고 있는 초현실사회에서 전문화된 대학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이라는 사실은 너무나도 분명하다. 대학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는 정책적 지원을 확대해야 하며, 대학은 자율 혁신을 위해 철저한 준비를 갖춰야 한다. 정부와 대학이 같은 목표를 가지고도 추구하는 방법이 다르면 긴급한 대의를 실현하기 어렵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경쟁률이 세계 30위권에 머물러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지체되거나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새해에는 정부와 대학이 협력하여 대학경쟁력 강화를 위한 합리적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자율 선발권 확대, 대학 재정 확대, 구조조정, 특성화 및 이공계 강화, 지방대 활성화 등 현안들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대학을 통제하는 정부, 혁신을 거부하는 대학은 지양되어야 한다. 지난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공명지조”(共命之鳥)와도 같은 교육부와 대학이 함께 협력하여 자율 혁신의 대로를 여는 새해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이국헌 삼육대 신학과 교수]

교수신문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46890

[대학정론] 공정사회의 조건

[이국헌/ 삼육대 신학과 교수]

다시 공정사회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2010년에 이명박 정부는 공정사회를 국정지표로 내세웠다. 인류사회로 전진하는 핵심 조건이 바로 공정사회 구축이라는 취지였다. 박근혜 정부도 선진국가 프레임으로 공정사회를 언급했다. 그러나 이런 정치적 구호가 실현되지 못한 채 정권이 교체되었다. 공평과 정의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문재인 정부에도 요구되자,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카피가 대통령 취임사에 등장했다. 그러나 조국 사태로 인해 공정사회를 향한 정부의 의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공정성이 사회 이슈로 부각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학 입시의 공정성이 공정사회의 핵심 조건으로 떠올랐고, 급기야 정시 확대라는 결과에 직면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공정성 논쟁에서 정부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기반으로 한 수시보다 수능을 중심으로 한 정시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한쪽에서는 이런 결과의 합리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다른 쪽에서는 공정성을 수용하기에 아직도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두 입장 중에서 결과적 정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공정사회의 조건에 부합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일까?

지난 2011년에 공정사회추진회의에서 결의된 공정사회 실천을 위한 중점과제 중에서 교육 분야에서 선정된 과제는 “교육 희망사다리 구축”이었다. 이 과제의 기본 방향은 취약계층의 학생들이 공평한 교육 기회를 제공받아 사회적 이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창의·인성 교육을 확대하고 공정한 진학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교육 정책은 현 정부에서도 계승되었다. 교육부는 “모두에게 기회와 희망을 주는 교육”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창의지성 및 감성교육, 자율역량 확대 교육, 미래혁신교육 등을 표방했다. 이런 정책 기조에 따르면, 공정사회의 조건으로서 공평한 교육기회 창출을 위해서는 초중고 교육과정에서 자율적 혁신교육이 실현되어야 한다.

초중고에서 자율적 혁신교육과 학교 교육 정상화를 추구하는 것이 공정사회로 가는 방향이라면 그 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입시정책은 어떠해야 하는가? 우리 사회는 이미 그 답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1997년 이후 대학의 학생선발 자율권의 기조 아래 입시정책을 추진해왔다. 그리고 2007년부터 입학사정관제도를 도입하고 수시 모집을 확대함으로써 고교교육정상화와 대학 학생선발 자율권을 확대해왔다. 다시 말해서 미래혁신교육과 공정한 진학기회라는 교육의 목표를 이루는 것이 바로 공정사회의 조건이라고 인식했다. 현 정부도 이런 인식 아래서 최근까지 수시 위주의 입시정책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이제 그 기조가 바뀌었다.

이번 입시정책의 변화가 공정사회의 조건의 변화로 인한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 공정사회의 조건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사회적 여론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조국사태 이후 학종보다는 수능이 더 공정하다는 목소리가 더 커졌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정책에까지 반영하기 위해서는 핵심 이슈들을 검토해야만 했다. 먼저, 수능 위주의 정시가 공정하지 않다는 점은 오래 전에 입증되었고, 그래서 대대적인 입시정책의 변화가 이뤄졌다. 더욱이 수능 위주의 교육은 고교 교육 정상화 및 혁신교육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문제가 있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그동안의 입시정책은 고고교육 정상화와 대학 학생 선발 자율권을 공정의 요소로 보았다.

하지만 학종 위주의 수시 과정에서 일부 불공정 사례가 드러났다. 여론은 그 현상의 원인 및 범위에 대한 분석 이전에 무조건적인 제도 변화를 주장했다. 정부는 긴급한 실태조사를 통해 학종의 불공정 요소들을 파악하고 여론을 반영한 개선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부의 분석 결과에서조차 공정한 진학기회의 측면에서 수시가 정시보다 더 합리적임 점이 드러났다. 그렇다면 정시 확대라는 입시제도 변화는 공정사회의 조건에 부합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공정사회는 미래 희망사회로 가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그래서 공정은 미래와 맞닿아 있다. 공정사회의 조건 중 하나인 입시정책 역시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미래를 위한 혁신교육이 불가능한 입시정책은 이 시대의 대안이 되기 어렵다. 공정을 논하면서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할 점은 바로 이것이다.

※ 이국헌 교수는 12월부터 <교수신문> 칼럼 ‘대학정론’에 고정 필진으로 참여합니다.

교수신문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46479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가족 모임

김성운 교수의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진한 우정, 선한 품성…애틋함으로 힐링하다

바지유는 1870년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에 참전하여 전사한 화가다. 그는 생전에 가난한 화가들에게 물품과 화실을 제공하고 작품을 사는 등 개신교도로서 이타적인 선행을 많이 했다. 궁기가 흐르는 화가 친구들과의 식사 후에는 항상 바지유가 식사비를 댔다.

부모님은 바지유가 인술을 베푸는 훌륭한 의사가 되기를 원했다. 그러나 그는 4년 동안 공부하다가 의사 시험에 낙방한 다음 바로 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에게 영향을 준 화가는 낭만주의자 들라크루아 그리고 인상파 친구 마네, 모네, 르누아르, 시슬레 등이다.

바지유는 화우들과 퐁텐블로 숲 등으로 자주 사생을 나가서 그림을 열심히 그렸다. 그의 화실은 파리 인근의 베티놀스에 있었는데, 꽤 넓어 인상파 화가들의 아지트였다. 피사로, 세잔, 쿠르베도 자주 방문한다. 마음 넓은 바지유는 이 가난한 화가들에게 아낌없이 베푼다. 그래서 인상파를 초기에는 ‘베티놀스파’라고 하기도 했다.

▲ 장 프레데릭 바지유 Jean Frédéric Bazille, 가족 모임(Réunion de famille), 152 x 230cm, Oil on Canvas, 1867, 오르세 미술관.

‘가족 모임’은 인상파의 야외 인물화의 전형을 보여 주는 대작이다. 11명의 모델은 실제 가족과 친구들이다. 왼쪽에 착석한 부부는 그의 아버지, 어머니다. 자신들이 원하는 의사가 되지 못하고, 당시 무직에 가까운 인상파 화가가 된 아들의 모델이 된 심정이 오죽했을까? 그래서인지 얼굴이 밝지 않다. 장신의 바지유는 자신의 모습도 맨 좌측 구석에 소심하게 살짝 그려 넣었다.

큰 나무 그늘 아래 평화로운 가족들의 모임을 안정적인 구도와 과감한 붓질, 싱그러운 색감으로 풀어냈다. 녹색, 파란색 등 차가운 색 계열로 표현했지만 오히려 따뜻하다. 모델들은 거의 전면을 주시하지만 중앙의 3명은 다른 곳을 응시하면서 경직된 분위기를 해소시킨다. 우측 하단의 빈 공간은 나무 그림자와 모자 꽃바구니 등으로 화면의 균형을 맞추었다.

‘가족 모임’은 1869년에 제작한 바지유의 역작으로 우리의 국전격인 살롱전에 입선한다. 하지만 그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 친한 친구 모네가 낙선했기 때문이다. 바지유는 “아마 심사위원들이 실수로 내 작품을 지목했을 거야.”라고 하면서 모네를 진심으로 위로한다.

착한 바지유는 이 그림을 그리고 난 다음 해 그의 조국을 위해 자진 입대한다. 그는 전투 중에도 지휘관이 부상당하자 대신 임무를 수행하다 적군의 총탄에 맞아 절명한다. 미혼의 29세 천재 화가 바지유는 아깝게 생을 마감했다. 오르세 미술관은 바지유의 애국심을 생각하여 이 작품을 오르세 미술관의 좋은 위치에 영구 전시하고 있다.

필자는 같은 화가로서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바지유가 매우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그가 조금만 더 살았다면, 인상파의 그림이 꽃피는 것을 목격했을 것이다. 가난한 친구들의 작품이 잘 팔려 나가는 것을 보고 기뻐했을 것이다.

2015년 여름날, 필자는 애틋한 마음으로 바지유가 많은 그림을 그렸던 장소인 퐁텐블로 숲에 가 보았고, 그가 전사한 르와르 지역도 방문했다. 그때 끝없이 넓게 펼쳐진 아름다운 퐁텐블로 숲과 환상적인 풍경의 르와르강은 바지유의 선한 영혼과 오버랩 되어 진하게 다가왔다.

김성운
화가, 삼육대학교 아트앤디자인학과(Art& Design) 교수, 디자인학 박사,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졸업, 개인전 20회(한국, 프랑스, 일본 등) 국내·외 단체전 230회, 파리 퐁데자르·라빌라데자르갤러리 소속 작가, 대한민국현대미술전 심사위원, 한국정보디자인학회 부회장, 재림미술인협회장, 작품 소장 : 미국의회도서관, 프랑스, 일본 콜렉터, 한국산업은행 등

위드인뉴스 http://www.withinnews.co.kr/news/view.html?smode=&skey=%C8%FA%B8%B5%C0%CC+%C0%D6%B4%C2+%B1%D7%B8%B2&x=0&y=0&section=1&category=5&no=19240

[칼럼] 포근함이 어우러진 ‘열린 주거 건축’

[정광호 삼육대 건축학과 교수]

국내 봉급생활자의 주거 형태는 대부분 아파트(공동주택)와 다세대 주택이지만, 노후에는 마당이 있는 전원주택에서 살고 싶어 한다.

이러한 봉급생활자의 소망과 꿈인 전원주택과 관련하여 최근 건축의 흐름인 열린 주거 및 친환경 건축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열린 주거건축의 흐름은 환경적 결정 과정에서 전통적이며 고유한 차원의 형식적인 구조를 제공하며 이와 동시에 새로운 통찰에 기초한 디자인 방식을 제시한다.

일반적으로 공간 구성과 내부설비는 건축물의 형태와 공간의 도시적 형태 확립, 도로‧가로의 배치, 주차장 및 인프라시설, 건축선 및 가로형 가구(street furniture)등, 공공적인 공간 확보 및 건물입면의 특성, 공공건축물의 위치 등을 고려한다.

하지만 좀 더 효과적인 공간구성과 내부설비를 위해서는 주거단위에 대한 모든 구성 요소를 포함하는 칸막이벽, 주방과 욕실장비, 세대난방, 환기 및 냉방, 통신 및 보안설비와 더불어 좀 더 견고한 구조 및 외피로부터 변경 가능한 인테리어까지 신경을 써야한다.

특별히, 각 가족 구성원들은 내부 설비에 대해 건축가와 함께 자신들의 기능과 기호, 예산범위에 맞추어 선호하는 공간을 중심으로 맞춤설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주방과 욕실을 어디에 배치할 것인지 사전에 충분히 의논하고 결정하도록 한다. 결과적으로 열린 주거 건축에서 맞춤형 주택들을 기존 주택에 비해서 비용의 증가 없이 시공하기 위해서는 설계 시 건축주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신경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녹색건축이 보편화되고 있다. 친환경적인 요소들을 설계 및 시공에 반영해 생명주기(life cycle)가 50년 이상 되도록 내구성을 높이고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설계해 에너지를 절감하고 환경오염을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열린 주거를 통해 자연과 교감 할 수 있는 전통 한옥의 좋은 느낌과 고향과 같은 포근함이 어우러진 꿈에 그린 전원주택을 마련하는데 본 내용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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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색의 홍수시대’에서 자연 = 神 = 색

[주미경 삼육대 아트앤디자인학과 교수]

빛은 사람을 비롯해 동물, 식물, 곤충 모두의 생존과 번식에 영향을 미치며 고대로부터 인간과 함께 생성, 소멸, 변화를 거듭했다. 인간은 미래에도 색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현대는 색의 홍수시대라 할 수 있다. 옷, 냉장고, 집, 화폐는 물론 과거엔 흑백이었던 미디어도 이젠 총천연색으로 인간의 마음을 유혹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은 무한히 자극적이고 우리의 세포들은 과거에 비해 더 많은 정보를 수용해야 한다.

현대인들의 색채의식은 환경과 사상을 배경으로 형성된 민족적 정서에 기초했다. 그리고 모두의 의식 속에 내재되어 보편적 색채문화를 형성해 왔다. 이러한 환경과 문화의 인지 과정은 선진국과 후진국, 명품과 시장 물건도 색으로 분별하는 형안의 시대를 도래케 했다.

예를 들어 산모는 초록색 미역국을 먹고 난 후 아기에게 우윳빛 젖을 먹인다. 그리고 아이는 황금색 변을 본다. 어떤 경우엔 상추를 먹은 엄마의 젖을 먹은 아기가 녹색 변을 보는데 이는 자연이 갖고 있는 성분에 따라 색의 에너지가 다름을 보여준다.

고대 히브리 성경에서 나타난 청색(Blue)은 지금의 파란색과 달리 매우 어두운 청색을 의미하기도 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괴테는 자신의 저서인『색채론』에서 볼 수 없는 색은 존재하지 않는 색이며 인간의 고유한 현상인 색인식의 주관성과 문화적 차이를 강조했다.

우리가 쓰고 있는 여러 가지 아름다운 색에 독이 있다는 것은 이미 로마시대에 밝혀졌다. 17세기경 화가들은 백악, 아연, 바륨, 석회암, 쌀 등을 이용해 백색 안료를 만들었다. 네덜란드 화가 얀 베르메르는 설화석고와 석영으로 하얀색 발광 안료를 만들었고 탄산수산화납으로 만든 연백(鉛白)을 즐겨 사용한 유럽의 화가들은 이로 인해 앓아눕기도 했다.

수많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색은 인간의 감성에 거리감, 팽창수축, 온도감, 중량감, 형태, 감성(안정과 흥분), 비졸트 효과와 조형적 형태감을 표상하기도 하였으며, 자연과 같은 원초적 감성인 색의 온도감, 무게감, 강약감, 시간감, 흥분과 진정, 촉각, 청각, 취각, 미각, 향기를 환경적 요소에 적용하기도 하였다.

『파워 오브 컬러(The Power of Color)』의 저자인 모턴 워커(Morton Walker)는 결국 인간은 신이 창조하신 자연의 공간적, 시간적 정보와 사고력의 매개를 무의식 속에서 학습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태양의 흑점으로부터 일어나는 대기권 색채 광선 파동의 변화가 인간 혈액 알부민의 침전 지수에 실제로 영향을 미친다는 ‘타기타 효과’를 인정하는 21세기를 살고 있다. 자연의 색과 인간이 만들어 낸 인공색의 본질을 이해하고 활용할 때 우리의 삶의 질도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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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회색과 검정의 배열 (화가의 어머니)

김성운 교수의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숭고한 희생과 감동, 모정으로 힐링 하다

매년 ‘가정의 달’이 올 때마다 생각나는 그림이 있다. 1934년 제1회 미국 ‘어버이날’의 우표 그림으로 채택된 바로 이 ‘화가의 어머니’이다.

필자는 3년 전,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에 전시된 이 그림을 보고 가슴이 답답했던 적이 있다. 왜냐하면 “왜 이 화가는 자기를 낳아 주고 길러 준 어머니를 이렇게 무감각하고 권위적이며, 몰인정하게 그렸을까?” 하는 불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료를 찾아보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휘슬러는 이 그림을 그리기 전에 이미 약속한 연인 관계의 젊은 모델을 그리려고 준비했다. 그리고 기다렸으나 오지 않았다. 바람맞고 심기 불편한 휘슬러는 ‘꿩 대신 닭’이라고 집에 계신 어머니 안나 휘슬러를 모델로 그림을 그린다. 정면도 아니며 앙다문 입이 강조된 고집스러운 어머니를 표현했다. 제목도 생뚱맞은 ‘회색과 검정의 배열’이라고 명명했다. 그는 ‘다정스러운 어머니’보다 ‘조화와 균형 등 조형 이론과 유미주의 사조’에 충실했다. 그래도 조금은 미안한지 부제로 ‘화가의 어머니’라고 써넣었다.

▲ 제임스 애벗 맥닐 휘슬러, 회색과 검정의 배열(화가의 어머니), Arrangement in Grey and Black No. 1: Portrait of the Artist’s Mother), 144.3 x 162.5cm. Oil on Canvas, 1871, 오르세 미술관.

휘슬러의 어머니는 아들의 남다른 미술 재능을 일찍이 알아보고 상트페테르부르크 황실 미술 학교에 입학시킨다. 그러나 휘슬러는 돌아가신 아버지처럼 군인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어머니의 염원을 무시하고 몰래 미국 사관 학교에 입학한다. 3년을 다니다 유급 판정을 받아 중도 포기한다.

어머니는 퇴교 조치된 철없는 아들에게 희망을 놓지 않고 프랑스로 미술 유학을 보낸다. 그녀는 남편 없이 혼자서 유학 비용을 대느라 힘겨웠지만 내색하지 않고 아들을 지원한다. 젊은 휘슬러는 교육열 높은 극성스러운 어머니가 매우 싫었다. 이후 영국으로 건너가 화가 활동을 했으나 ‘조안나’라는 여인에 빠져 허덕일 때 어머니는 아들을 미국으로 다시 데려온다.

미국에서 4주 동안 그린 이 ‘영혼 없는 그림’은 영국 왕립 아카데미에 출품하게 되면서 갑자기 뜨게 된다. 모든 사람이 이 그림에서 ‘자신의 어머니’를 찾아내며 눈물을 흘렸다. 그림의 행간에서 ‘어머니의 희생’을 간파한 것이다. 반듯하고, 엄격하며, 검소한 흑백 옷의 어머니는 말없이 자녀를 뒷바라지한, 천생 잔소리쟁이 ‘나의 어머니’라는 공감이 우러나온 것이다. 평단에서 별로 조명받지 못한 말썽꾸러기 괴짜 화가 휘슬러는 이 어머니 그림 덕분에 부와 명예를 쥔 성공한 화가가 되었고, 미술사의 한 장을 장식하는 위대한 화가가 되었다. 프랑스는 이 기념비적인 그림을 거액에 사들여 오르세 미술관에 소장했다.

이 그림은 지금까지도 세상의 모든 자식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이 그림을 본뜬 동상의 동판에는 “어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거룩한 존재다.”라고 새겨져 있다.

김성운
화가, 아트앤디자인학과(Art& Design) 교수, 디자인학 박사,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졸업, 개인전 20회(한국, 프랑스, 일본 등) 국내·외 단체전 230회, 파리 퐁데자르·라빌라데자르갤러리 소속 작가, 대한민국현대미술전 심사위원, 한국정보디자인학회 부회장, 재림미술인협회장, 작품 소장 : 미국의회도서관, 프랑스, 일본 콜렉터, 한국산업은행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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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행복과 학구열

정성진 교수의 <행복과 성격 강점>

최근 ‘스카이 캐슬’이라는 드라마가 장안에 큰 화제였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여러모로 반향을 일으켰는데, 특히 현시대의 교육 세태에 대한 메시지가 꽤나 묵직했다고 한다. 대학 입시에 사활을 거는 우리나라의 교육 풍토는 각종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선진국의 교육이나 입시 제도를 도입해 보지만, 과열된 교육 시장으로 인해 또 다른 문제들이 생기고 만다.

이로 인해 부모나 교사도 어려움을 겪지만, 누구보다 학생들이 불행한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다. 학교에서 인생을 배우고 행복을 연습해야 하지만, 입시 위주의 교육 풍토가 학생들의 정신 건강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사력을 다해 경쟁을 뚫고 대학에만 들어가면 모든 문제가 사라질 것 같지만, 실은 대학생이 된 다음에 진짜 문제들이 터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서울대학교 재학생의 절반가량이 우울 증상을 가지고 있다는 최근 뉴스가 이를 입증한다.

조사를 해 보면 선진국에서는 자신의 성장과 성공을 위해 공부한다고 대답하는 학생의 비율이 높은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부모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공부한다고 답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부모를 위해 공부하는 태도는 어릴 때는 그럭저럭 유지되지만, 사춘기만 되어도 효과는 반감되고 만다. 부모의 교육열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자녀 스스로 배움을 즐기는 학구열을 갖추어야 4차 산업혁명으로 유발되는 변화무쌍한 세상에서도 평생 배움을 사랑하며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학구열

‘학구열(學究熱, love of learning)’ 하면 소위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나 학자만 가지는 특성같이 느껴진다. 사전을 찾아봐도 “학문 연구에 대한 열의와 정열”이라고 정의되어 있어서 학구열이 ‘학문’에 국한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긍정심리학자들은 학구열을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배우는 것에 대한 갈망과 더불어 그러한 지식과 기술을 숙달하면서 긍정 정서를 경험하는 성향”이라고 폭넓게 정의한다. 즉 학구열이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은 갈망과 배우면서 행복을 경험하는 특성인 것이다.

학구열 하면 떠오르는 한 분이 있다. 2014년 3월에 방영된 ‘다큐 3일’이라는 프로그램에 등장한 노인이다. ‘뚝섬대학의 공부벌레들’이라는 제목하에 한국방송통신대학에 다니는 분들이 등장하는데, 그 가운데 80세 할아버지의 모습이 유독 인상 깊었다. 이분은 퇴직을 한 이후 방송통신대학을 알게 되어 일본학과, 영문학과, 경영학과, 법학과를 차례대로 전공하였고 촬영 당시에는 경제학과 3학년에 다니고 있었다.

매일 오전 7시에 학교 도서관에 등교하여 오후 5시까지 꾸준히 공부하는데, 냉난방이 잘되는 곳에서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하니 너무 행복하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며 존경심이 우러나왔다. 평생 배움을 사랑한다는 것이 바로 저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삼매경에 빠진 어린이, 열정을 다해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젊은이, 늦게 깨우친 한글로 시를 적는 노인을 보노라면 숭고함까지 느껴진다. 학구열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큰 행복으로 인도하는 특성 중 하나인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학구열이 호기심과 관련이 크다고 말한다. 호기심이 먼저 생겨야 공부하게 되고, 지식이나 기술을 배우면서 호기심이 충족되면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새롭고 다양한 것에 흥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 호기심이라면, 그중 한 가지 주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탐구하는 것이 학구열이라고 할 수 있다. 호기심과 학구열의 선순환을 경험한 사람은 어려움과 난관이 있더라도 배움을 놓지 않으며 가시적인 성과가 빨리 나오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배우려고 노력하게 된다. 심리학자들은 배움의 즐거움이야말로 어떤 이유가 필요 없으며 그 자체로 행복을 주는 덕목이라고 평가한다.

학구열은 어떤 동기로 학습에 임하느냐와 관련되어 있다. 학습 동기는 크게 두 가지다. 다른 사람의 칭찬이나 상같이 외적인 보상을 얻기 위해 행동할 때 작동하는 외재적 동기가 있고, 보상과 무관하게 배움 자체를 즐기는 내재적 동기가 있다. 외재적 동기보다는 내재적 동기를 가져야 장기적으로 배움을 추구하게 되고 배움을 통한 행복을 경험하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

학구열을 좌우하고 행복에 영향을 끼치는 내재적 동기는 어떻게 강화될 수 있을까? 심리학자들은 세 가지 요소가 내재적 동기를 이룬다고 말한다. 스스로 배움의 목표를 정하고 공부 방식을 정할 수 있는 자율성이 보장되고, 학습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지해 주는 사람과의 관계성이 존재하며, 학습 성과에 대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서 유능성을 가질 때 내재적 동기가 강해진다. 목표를 강요하거나 완성 시간을 정해 주거나 벌을 주거나 평가하겠다는 스트레스를 주면 내재적 동기는 약화되고 만다.

무언가에 흠뻑 빠져 있는 심리적 상태를 가리키는 몰입(flow)도 학구열과 깊은 관계가 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서 현재 하는 것에 강렬하게 집중하는 상태가 몰입인데, 평가나 성과나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스스로 즐기면서 할 때 몰입을 경험할 수 있다. 적극적이고 내재적 동기가 강하며 끈기 있는 사람이 몰입을 잘한다. 또한 과제가 분명하고 단기적인 목표가 있어 자주 성취감을 맛볼 수 있고, 수행에 대해 즉각적인 피드백이 주어져서 보완할 점을 알게 되며, 개인의 기술 수준보다 약간 어려운 과제일 때 몰입이 촉진된다.

학구열을 통해 배움에 대한 긍정 정서를 갖게 되고, 배움의 과정 속에서 인내하며 자기 조절을 익히게 되며, 자율감과 도전을 즐기게 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는 유익을 경험하게 된다.

학구열 증진 방법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학구열은 공부에 관한 자율성을 보장받고, 믿어 주고 지지해 주는 사람과 친밀하게 지내며, 성과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며 자신감을 경험할 때 자연스럽게 증가하게 된다. 학구열은 개인 특성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학구열을 높이고 싶다면 특정 분야에 대해 긍정적인 관심을 가지고 그 영역에 대한 지식을 탐구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탐구 과제를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며, 과제 수행에 도움이 되는 자신의 강점을 찾아내고 활용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현재의 기분에 좌우되지 않고, 과거의 경험에 묶여 있지 않으며, 잘못된 믿음이나 고정관념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가정의 양육 방식과 학교의 교육 방식도 학구열에 큰 영향을 끼친다. 부모와 교사의 따뜻한 애정과 지지, 흥미와 탐구를 유발하는 교수법, 흥미와 수준에 맞는 교육 내용, 자기 주도 학습 장려, 재능 발견의 기회 제공 등이 학구열 발달에 중요하다. 또한 교실에서 질문을 장려하고 학생들끼리 활발한 토의와 협동 학습을 하도록 지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일상생활에서 학구열을 실천하고 싶다면, 관심 있는 분야의 추천 도서를 읽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그 분야의 지식을 꾸준히 탐색하거나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보는 것도 좋고, 관련된 지식이 모여 있는 박물관이나 전시장을 방문하거나 그러한 지식을 깊이 있게 다루는 학술 세미나에 참석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한 이러한 관심사에 대해서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거나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과 동호회를 조직하는 것도 좋다.

‘배우다’라는 동사는 ‘배다’라는 동사에 사역 동사 어간 ‘우’가 결합된 것이다. ‘배다’에는 ‘알을 배다’나 ‘아이를 배다’처럼 생명을 품는다는 의미와 ‘물이 옷에 배다’처럼 스며든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즉 배움은 생명과 지식이 인격체 안에 잉태되고 스며드는 것이다. 공자가 논어(論語)에서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고 말했듯이, 생명과 지식을 품게 되는 배움을 평생 즐긴다면 우리의 인생 여정이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정성진 상담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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