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치백위계(治白爲桂)

김성운 교수의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세속을 떠난 관조, 진솔함으로 힐링 하다

조선 후기의 천재 화가 오원 장승업은 워낙 기인이라 그에 대한 에피소드가 많다. 그가 그린 ‘풍진삼협(風塵三俠 : 어지러운 세상의 세 협객)’에는 말을 탄 두 협객만 그려져 있었다. 궁금한 제자가 “스승님! 제목은 세 협객인데 왜 두 협객만 그렸습니까?”라고 물었다. 오원은 너무나 태연스레 “한 협객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네. 저 산 뒤에 오고 있어.”라고 말했다.

운재( 韻 齋 ) 이승우의 그림에 “달을 왜 이렇게 크게 그렸을까?”를 묻기 전에 오원의 현답을 생각해야 한다. 예자이언 불가전(藝者以言不可傳), 예술은 언어로써만 소통되지 않는다. 그림은 모호함을 즐기며 상징을 동반하여 이성이나 과학으로 접근하면 어리석을 뿐이다. 수묵화의 소재는 매우 간략하며 그 안에 내재된 고도의 정신성을 강조하는 회화이다.

‘치백위계(治白爲桂 : 흰 곳을 다스려 계수나무를 있게 하다.)’는 이백의 월하독작(月下獨酌)에 나오는 시구로 달빛을 즐기며 애잔한 풍류를 즐기는 내용이다. 이 작품은 테두리가 없는 몰골법으로 그림을 그리고, 먹의 진하고 옅음으로 농담을 조절하는 파묵법으로 문자를 썼다. 한시의 서체는 ‘금문’으로 갑골문 이후 철기 시대로 오면서 나타난 서체다. 한자는 기하학적 추상적 상징과 기호를 사용하여 독특한 조형미를 발산한다. 이 작품의 부제는 ‘세상에서 가장 큰 달’이며 평화, 관조, 그리움, 행복, 힐링 등 정서적 요소의 의미 생성을 서(書), 화(畫) 모두에서 촉발시킨다.

운재 이승우는 항상 천진난만한 웃음으로 사람을 대한다. 그의 작품에는 군자의 품성이 묻어난다. 운재의 남다른 순수성은 세속의 걱정을 훌훌 털어 버린다.

미술평론가 권상호는 “그의 그림에는 그리움이 있어 자연에 내재된 본질의 문제까지 관조하듯 담담히 들려주고 있다. 운재는 걸음이 대문 안에 있어도 마음은 늘 강호에 노닐고, 고향 삼림에 깃들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헛된 것에 집착하는 치우(癡㺅) 즉 ‘물 속 달을 잡으려는 어리석은 원숭이’가 되지 말고 운재의 서화처럼 맑고 순수한 정신 세계를 공유함으로써 인격 도야, 자아 성찰의 진솔한 힐링을 느끼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글 
김성운
화가, 삼육대학교 아트앤디자인학과 교수, 디자인학 박사,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졸업, 개인전 20회(한국, 프랑스, 일본 등) 국내·외 단체전 230회, 파리 퐁데자르·라빌라데자르갤러리 소속 작가, 대한민국현대미술전 심사위원, 한국정보디자인학회 부회장, 재림미술인협회장, 작품 소장 : 미국의회도서관, 프랑스, 일본 콜렉터, 한국산업은행 등

위드인뉴스 http://www.withinnews.co.kr/news/view.html?smode=&skey=%C8%FA%B8%B5%C0%CC+%C0%D6%B4%C2&x=0&y=0&section=1&category=5&no=22277

[대학정론] 뉴 노멀 시대, 고등교육의 현실

[이국헌 삼육대 신학과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지역감염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가는 기말고사 시즌을 맞이했다. 학기 초의 기대와 달리 대부분의 강의가 온라인으로 마쳐지게 되었고, 기말시험마저 온라인으로 치러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과정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학기 초에는 온라인 강의의 질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고, 오프라인 강의가 요원해지자 등록금 반환 요구도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기말시험을 앞두고 부정행위 방지와 공정성 문제가 공론화되고 있다. 모든 상황이 처음 경험하는 것이어서 대응 자체가 미래를 여는 하나의 방향이 되고 있다. 바야흐로 대학가는 지속가능한 고등교육을 실시하기 위한 뉴노멀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19로 인한 환경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을 영역 중에 교육이 포함된다고 진단한다. 이번 사태로 인해서 교육계는 “온라인 개학”이라는 사상 초유의 상황에 따른 대 혼란을 겪었다. 초중등교육기관은 현실적인 필요에 의해서 늦게나마 오프라인 출석으로 전환했지만, 대학들은 전체 학기를 온라인 강의로 마쳐가고 있다. 온라인 교육의 일상화에 따라 대학가는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고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에 몰두했다. 아울러 감염 확산에 대비한 긴급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이런 변화가 일시적인 것을 넘어 상시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면 대학의 존속을 위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전 지구적으로 코로나 19의 확산이 성공적으로 억제되어 올 상반기 중으로 사태가 해결된다면 다른 영역에서와 마찬가지로 교육 영역에서도 일상으로의 전환이 가능할 것이다. 오프라인 개강이 가능할 것이고, 대면수업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비대면 상황에서 추진되었던 새로운 교육 방식이 교육혁신 방안에 적용될 것이며, 학생들의 자기주도 학습 기회도 확대될 것이다. 아울러 온라인 강의에 따른 여러 문제점들에 대한 개선이 이루어질 것이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 마련될 것이다.

그 이유는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뉴노멀로 제시되고 있는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를 실제적으로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강의의 활성화를 위해 디지털 문해 교육이 강화될 것이고, 디지털 격차 완화를 위한 다양한 대책들이 마련될 것이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이런 정도의 변화에는 충분히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 19로 인한 세계적 대유행이 억제되지 않거나, 설사 일부 억제되었다 하더라도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것처럼 제2차 대유행이 일어나 지금보다 더 큰 피해를 주게 된다면 대학가는 급진적으로 변화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전 세계가 비대면 사회로 전환되면서 온라인 교육이 일상화 될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가 더 거세질 것이고, 사립대학들은 재정 위기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교수들은 온라인 강좌 및 비대면 교육 스킬을 강화해야 한다. 그들의 비대면 의사소통 능력이 교육의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교수들에 대한 대우나 교수 평가가 성과 위주로 이루어져서 연령차와 서열차에 따른 위계 구조가 바뀌게 될 것이다. 학생들은 학습과 여가가 분리되지 않을 것이므로 자기주도성이 핵심 역량으로 부각될 것이다. 아울러 학생들도 교수와의 비대면 의사소통 능력을 키워야만 성공적인 대학 생활을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

1학기를 마무리하는 상황에서 코로나 19 사태의 지역감염이 심상치 않은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일일 확진자 수와 감염 경로 불명 비율이 통제가능 수준을 벗어나고 있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또 다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학가는 벌써 다음 학기의 개강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온라인 강의를 선언한 케임브리지 대학의 사례가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 대학과 교수 사회는 보다 더 혁신적일 필요가 있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전망하면서, 고등교육은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사회를 이끌고, 새로운 트랜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스킬을 갖추는 방향으로 혁신해야 한다. 이것이 뉴노멀 시대를 마주하고 있는 고등교육이 처한 엄중한 현실이다.

교수신문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52960

[칼럼] 언택트 시대에 대비하는 스마트 교육

[김기석 삼육대 교육혁신단 디지털러닝센터 과장 / 콘텐츠학 박사]

최근 불거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리의 소중한 일상뿐만 아니라 교육 현장에도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바이러스 확산 속도를 늦추기 위해 정부에서 시행한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 재택근무, 온라인 개학 등은 기존의 형태와 다른 언택트 방식으로 생활의 변화를 꾀했다. 이는 전통적으로 ‘학교’라는 공공장소에서 교육을 받던 교육계에도 큰 변혁의 씨앗이 됐다. 학생들의 건강을 염려한 교육부는 개학을 수차례 연기했으나 이조차도 부족한 처사였다. 이미 걷잡을 수 없이 퍼져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과 사이버 수업 시대를 열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언택트’ 교육의 개막

스마트 시대에 대비해 비대면 교육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이렇게 언택트 시대가 빨리 올 줄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현재의 온라인 수업 방식은 어색하고 불편하게만 느껴질 뿐이다. 유네스코 조사에 따르면, 3월 25일 기준 코로나19로 인해 교육받지 못하는 학생은 165개국에서 약 15억명이 넘는다. 유치원, 초중고 및 대학과 대학원을 포함한 전 세계 교육기관에 등록한 학생 중 87% 이상이 넘는 학생들이 코로나 때문에 학교 수업을 못 받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개강일을 2~4주 연기하고, 개강 후 첫 2~4주차 강의를 온라인으로 대체하는 모습을 보였다. 교수와 학생을 위한 온라인 강의 가이드를 만들고, 개인별 사이버 강의로 수업이 진행되며, 언택트 시대의 교육에 관한 공식적 시도가 이뤄진 셈이다. 충분한 준비 없이 시작된 사이버 강의는 학생과 학부모, 교수자 모두에게 혼란을 야기했다. 양질의 교육보다 급조된 환경에서 진행된 수업이었기에 등록비, 수업비가 아깝다는 학생도 늘어났다.

덩달아 가상현실, 증강현실, 혼합현실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실재적인 학습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주입식 강의나 수업보다 학습자끼리 자유롭게 토론하고 의견을 주고받는 수업이 이뤄지고, 경쟁을 부추기는 상대평가보다 개인의 수준을 고려해 평가하는 절대평가가 등장하고 있다.

온라인 개학, 사이버 강의로 인한 부작용

사이버 강의와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자, 전국의 대학생 및 학부모는 학습권 침해를 이유로 등록금, 수업료 감면 또는 반환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대학마다 추가예산을 편성하고 등록금 반환을 권고해달라는 요청이었지만, 교육부는 등록금 책정 및 인하는 고등교육법 등에 근거해 총장이 정하는 사항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교육부 1차 추경인 2872억원 중 온라인 강의지원금은 18억원에 불과하고, 2차 추경예산조차 전무한 상황이기에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응할 방안이 부족한 셈이다. 교육부 나름대로 예측할 수 없었던 상황이기에 적절한 대응이 어려웠지만, 향후 또 다른 비상사태를 두고 미리 상비 교육지원금을 마련해야 하며 그 가이드라인과 기준을 명확히 규정해둬야 할 것이다. 교육부 자체만의 재정으로 부족할 경우 지자체,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행정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온라인 수업 등 미래 교육 환경의 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필요한 재정적 지원 규모와 기준점을 마련해야 한다.

전통적 교육의 붕괴로 인한 새로운 변화

코로나19 사태가 아니더라도, 언젠가 전통적인 교육은 시대적 요구에 따라 변화했을 것이다. 이미 IT기기를 활용한 스마트 교육이 선진국에 도입됐으며, 학습자 개인의 가치를 존중하고 이를 고려한 새로운 교육의 패러다임이 생겨났다. 학교에서도 집단 중심의 다대다 수업보다 개인의 창의성, 역량, 수준을 고려하는 수업이 진행된다. 우리나라의 교육은 유교 문화, 일제의 영향을 받아 수직적이며 위계적인 부분이 강했다. 교사와 학생의 수직적인 관계, 다수의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식 수업, 개인의 생각을 표현하기보다 공통된 정답을 골라야 하는 시험 방식 등이 학생의 개인과 자율성, 잠재력을 억압할 수 있고, 이것은 곧 새로운 교육적 변화를 야기했다.

교사에게 필요한 ‘서번트 리더십’

코로나19 사태로 불거진 교육 현장의 변화에는 학습자뿐만이 아닌, 교수자에게도 해당된다. 교사나 교수들은 이제 더 이상 학생 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비대면으로 학생들을 마주할 수 있음을 자각해야 하고, 학습자 개인의 잠재력과 역량을 꼼꼼히 파악하는 조력자로 다가가야 한다.

최근 교육현장에서 학생과 교사의 대립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전통적인 한국 사회에서 교육이란 신성시되는 일이었고, 교사는 권위적인 형태로 학생들을 지도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21세기, 교육의 패러다임과 요구되는 교사의 교육리더십도 변화했다. 그만큼 학생의 인권, 학습권 존중이 화두가 되고, 교사의 교육리더십에 관한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그렇다면 교사가 갖춰야 할 교육리더십은 무엇일까?

교사에게 필요한 교육리더십의 하나는 ‘소통’을 통해 개인의 잠재력, 역량을 인정해주는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이다. 현대 사회는 다원화된 만큼 개인의 개성과 역량이 제각각 다르다. 이러한 사회 현상은 창의성과 독창성을 중시하는 트렌드로 변화했고, 인간 역시 개인의 성장 잠재력과 가치를 존중하는 형태로 발전해왔다. 따라서 기존 전통 사회에서 요구되는 군림형 리더십은 필요하지 않다. 바람직한 교육리더십은 수평적이고 양방향적인 의사소통이 전제돼야 하며 과감한 결단과 목표 달성을 위한 모범적인 태도가 우선돼야 한다. 교사의 경우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 이외에도 수십 명, 수백 명의 학생을 상대하고 소통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엄격하고 권위적인 모습보다 대화를 통해 학생의 역량과 꿈을 발굴해주는 서번트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된다.

특히 교육계에서 이러한 ‘서번트 리더십’은 학생 개인의 끼와 재능, 잠재력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데 탁월한 기지를 발휘한다. 학생 개인의 성장을 도모하면서 함께 목표를 만들어가고, 학생과 교사 사이의 신뢰를 돈독하게 만들어주는 서번트 리더십이야말로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효율적인 관계를 이뤄낼 수 있는 방법인 셈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전통적인 한국 교육의 패러다임과 교육현장의 모습, 분위기까지도 바꿔놓은 계기가 됐다. 미래 사회에 필요한 교육시스템과 방식, 행정 제도적 특성을 인식하고 변화에 당당히 마주해야만 한다. 코로나19가 만들어낸 교육적 변화는 단순한 움직임이 아니라, 기존 한국 교육의 문제들을 개선하고자 하는 열망의 결과물이다. 도태되는 교육이란 곧 ‘생각하지 않는 교육’이다. 우리가 당면한 현대 사회의 교육적 과제에 집중하고, 그것을 효율적으로 유연하게 다뤄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http://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230773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교외 가는 길

김성운 교수의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존재, 비존재의 다양한 행복 인자 감성 충전으로 힐링하다

야수파의 창시자 마티스는 “예술은 삶의 기쁨이다.”라고 말했다.

“어린아이의 눈으로 삶을 보라.”고 한 ‘색의 마술사’ 마티스는 노후에 병환으로 붓을 들 수 없게 되자, 색종이를 오려 작품을 제작하는 저력을 보인다. 그는 고정 관념을 깨고 먼저 색을 고려하고 나중에 그릴 대상의 형태를 표현한다. 그는 색채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린이의 순수한 시각으로, 각자가 느끼고 상상하는 대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비구상 즉 추상화의 작동 원리가 되었다.

박상윤은 마티스의 교훈대로 어린이처럼 순수한, 맑은 정신에서 그림을 그리는 거장이다. 그는 원숙하고 익숙한 붓과 나이프 작업을 통해 화면을 풍요롭고 깊게 색칠하고 있다.

‘해체’라는 말은 무엇을 파괴하는 부정적 사유가 아니다. 오히려 어떤 요소들을 반복해서 바라보고 느끼는 차이를 ‘새롭게’ 시도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이다. 박상윤의 작업은 형태를 머릿속에 입력하여 재조립하고 일탈하려는 해체적 의미를 생성한다. 그래서 그의 회화에서는 다양한 상상 인자가 표출되고 있다.

‘교외 가는 길’은 회색 빛 도시의 견고함을 해체하여 온화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 낸 반구상화이다. 이 작품은 도시의 비정하고 쓸쓸한 현실로부터 벗어나게 하여, 행복과 희망, 힐링으로 가는 길을 모색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은닉 되어 있다. ‘교외 가는 길’은 무채색 위주의 어둡고 탁한 톤이지만 조형의 사이사이마다 원색의 유채색이 조화롭게 터치되어 희망과 생동감을 발현시킨다. 박상윤은 무질서하게 중첩되는 색, 서로 이어지는 선과 면을 통해 자신을 담금 질하고 사랑, 행복에 대한 무언의 미학을 창출한다.

미술평론가 장인태는 “그의 회화는 도시 생활에 중독된 우리 가슴속에 잠재된 색채를 찾아,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의 희노애락을 조화롭게 우려낸 것으로 그가 우리에게 전하는 농축된 미감이다.”라고 했다. 박상윤의 섬세하고 인간애 넘치는 회화는 우리를 깊은 성찰과 사색으로 인도한다. 필자는 여러분에게 그의 작품 테마처럼 정신적 노스탤지 어인 ‘교외’로 나가서 감성 충전하기를 권한다.

김성운 
화가, 삼육대학교 아트앤디자인학과(Art& Design) 교수, 디자인학 박사,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졸업, 개인전 20회(한국, 프랑스, 일본 등) 국내·외 단체전 230회, 파리 퐁데자르·라빌라데자르갤러리 소속 작가, 대한민국현대미술전 심사위원, 한국정보디자인학회 부회장, 재림미술인협회장, 작품 소장 : 미국의회도서관, 프랑스, 일본 콜렉터, 한국산업은행 등

위드인뉴스 http://withinnews.co.kr/news/view.html?section=1&category=5&no=21944

[대학정론] 대학 재정에 관한 진실 담론

코로나 19 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대학들의 오프라인 개강 일정이 계속 연기되고 있다. 일부 대학들은 1학기 전체를 온라인 강의로 운영한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그 외의 대학들은 4월 말에서 5월 초까지 온라인 강의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학생과 학부모들은 온라인 강의의 질을 포함해 교육 서비스의 부족 문제를 제기하면서 지속적으로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홍콩 등 국외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교육 수요자들의 요구는 합리적이며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이 그 합리적 요구를 쉽게 수용하지 못하는 것 또한 합리성에 기초한 것이다. 따라서 교육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의 합리적인 대화를 위해 대학 재정에 관한 진실 담론이 필요해 보인다.

대학의 운영 예산에서 학생들의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난 해 전국의 사립대 평균 교육비 환원율은 213.8%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대학이 등록금의 2배 이상을 교육비에 사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2018년에 실시한 2주기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교육비 환원율(156.305%) 항목에 만점을 받은 대학들은 94.4%에 이르고 있으며, 지난해도 교육비 환원율이 170% 이상인 대학들은 100여 개에 이른다. 이 지표는 재정적 측면에서 등록금만으로는 대학 운영이 불가능한 구조임을 보여 준다. 현재 대학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교육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부족한 등록금 외에 추가 재정을 투입해서 교육비 환원율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

대학 재정에서, 학생들의 등록금은 대부분 인건비와 장학금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등록금 동결에 따른 각 대학들의 등록금 대비 인건비율은 70%를 넘어서고 있다. 여기에 2주기 대학기관평가인증을 위해 장학금 지원율이 20%(2주기 평가에서 장학금 지급률의 절대값은 18.991%였음)에 이르고 있다. 이는 등록금의 90% 이상이 교원 및 직원들의 인건비와 학생들을 위한 자체 장학금(국가장학금 제외)으로 지급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 준다. 나머지 10%로는 대학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각 대학들은 발전기금 모금, 비즈니스 모델 개발, 산학협력사업 수주 확대, 재정지원 사업 수주 등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교육부의 재정지원에 대한 문제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등록금 동결 정책 이후 각 대학들은 부족한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재정지원을 지속적으로 요구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등교육의 재정구조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올해 고등교육을 위한 예산은 약 10조 8천3백억으로, 전체 교육부 예산의 14% 정도에 불과하다. 이 중 대학혁신지원 사업비 8천35억 원을 포함해 대학에 지원되는 사업비는 1조7천6백억 원 정도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국가장학금(4조18억 원), 국립대학 운영비 등으로 사용된다. 대학 전체의 67.5%에 이르는 사립대학들이 국가 재정지원 사업비로 수령할 수 있는 금액은 중소규모 대학의 경우 전체 교육비의 3% 미만에 불과하다. 이처럼 현재 국가의 재정지원은 대학 운영에 많은 도움이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사총협에서 정부를 상대로 교부금법 등 대학 지원사업비 책정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사립대의 등록금이 비싸다는 인식과 관련해서도 진실 담론이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등록금이 비싼 나라들은 사립대의 비율이 높다. 미국, 일본, 호주, 한국 등이 대표적인데, 그 중에서도 사립대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한국(77.6%)이다. 이에 비해 등록금 수준은 미국, 일본, 호주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 지원 비율(20.7%)이 OECD 평균(69.1%)보다 낮아 사립대의 재정 상황은 열악한 형편이다. 반면에 학생들의 경우, 정부의 국가장학금 확대로 인해 반값 등록금이 어느 정도 실현되고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작금의 등록금 인하 논의는 진실 담론의 범주로 다뤄져야 한다.

온라인 개강과 그로 인한 교육 서비스의 질 문제, 그리고 등록금 반환 요구 등은 코로나 19와 연관된 미증유의 사태로 인한 불가항력적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다. 대학 폐쇄와 온라인 개강은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사회적 합의 아래 취해진 조치였다. 이로 인해 교육 서비스의 질이 저하된 것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적응할 시간의 부족이 원인이었다. 이제 어느 정도 적응해가고 있고, 또 위기 상황도 안정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지금은 이 위기를 완전히 극복하기 위해 공동체의 관용과 연합의 정신이 필요하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 대학 재정에 관한 진실 담론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이국헌 삼육대 신학과 교수]

교수신문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50123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평화 마을

김성운 교수의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행복한 화가. 행복화(幸福畵)로 힐링하다

화가 들라크루아는 한때 프랑스의 100프랑 지폐에 새겨질 만큼 존경의 대상이었다.

그의 자유로운 화풍은 세잔, 드가, 고흐, 모네 등 인상파에서부터 쇠라, 시냐크 등 점묘파에 이르기까지 큰 영향을 주었다. 당시의 화가들은 그의 작품을 모사하여 연구하는 것을 통과 의례로 생각할 만큼 개혁적인 스승이었다.청계 양태석은 1세대 서양화가인 양달석을 들라크루아의 경우처럼 자신의 멘토로 삼았고 자연스럽게 그의 작풍에도 영향을 받게 된다.

▲ 양태석, <평화 마을>, 45.5X33.5cm, Mixed Media, 2013

양태석은 어느 날 여러 번민과 고통으로 슬럼프에 빠졌을 때 소와 어린이들이 들판에 노니는, 양달석의 목가적이고 평화로운 그림을 보고 행복을 느꼈고 위로를 받게 되었다. 그는 “양달석의 그림을 본 순간 인간의 본성을 발견하고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느끼면서 도저히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빠져들었다.”라고 고백한다.

그 후 그는 대가의 경지에 오른 수묵화 대신 양달석적인 사유를 기반으로 한 고유한 화풍의 새로운 ‘행복 회화’를 탄생시켰다. 그의 작품 주제는 항상 행복, 평화, 건강, 기(氣), 장수 등 힐링 키워드이다.  ‘평화 마을’은 그와 같은 고뇌의 결과로 탄생한 힐링 회화이다.

그림 속 날씨는 따뜻하고 눈부신 봄날이다. 벚꽃, 개나리, 산수유, 진달래, 복숭아꽃 등이 온통 꽃 대궐을 이룬다. 새소리, 꽃향기, 풀 향기, 흙냄새, 거름 냄새 속에 앞서가는 밝은 원색 차림의 부자(父子), 뒤따르는 모녀의 사랑이 봄꽃처럼 정겹고, 평화롭다. 흙을 뚫고 나온 새싹은 건강하고 푸르다.

부드러운 파스텔 톤의 색동 색은 기름기 있는 서양 그림과 구별되는 토종 우리 그림이다. 작가는 원형 혹은 은행잎 형태의 구도를 통해 ‘평화와 행복의 울타리’를 치고 감상자를 치유하고 있다. 시인 이성진이 “이 세상으로 와서 그대와 함께 동행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라고 했던가! 우리는 그의 힐링 그림이 있어 참 행복하다.

“앞으로도 항상 행복화(幸福畵)를 그리면서 행복의 바다를 항해할 것이다.”라고 다짐하는 양태석은 행복과 미술 치료에 관한 글과 저서도 많이 썼다. 고흐가 가난했지만 일본 판화 400점을 사 모은 것처럼 필자도 20년 전 당시 거금(?)으로 구입한 작가의 소품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행복한 화가의 행복 그림으로 지금껏 행복하게 힐링 받고 있다.

김성운 
화가, 삼육대학교 아트앤디자인학과(Art& Design) 교수, 디자인학 박사,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졸업, 개인전 20회(한국, 프랑스, 일본 등) 국내·외 단체전 230회, 파리 퐁데자르·라빌라데자르갤러리 소속 작가, 대한민국현대미술전 심사위원, 한국정보디자인학회 부회장, 재림미술인협회장, 작품 소장 : 미국의회도서관, 프랑스, 일본 콜렉터, 한국산업은행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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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샤투 섬의 봄

김성운 교수의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르누아르가 살던 곳, 봄 그림으로 힐링하다

1980년대 중반, 가난한 인상파 화가들은 몽마르트르에서 파리 근교로 이주했다. 높은 집값을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중에 시슬리, 피사로, 모네, 르누아르 등은 파리 근교인 부지발, 말메종, 루브시엔으로 거처를 옮겼다. 특히 이곳은 센 강과 아름다운 언덕이 있어 풍경화를 그리기에 적격이었다. 파리의 귀족들도 증기 기차를 타고 이 지방의 유원지로 피크닉을 왔다. 가난한 화가들은 그들의 유희 일상을 그림으로 많이 남겨 오늘날 명화로 길이 남아 있다.

▲ <샤투 섬의 봄>, 김성운 作 52 X33cm, Acrylic on canvas, 2015.

몇 해 전 연구년을 맞은 필자는 우연히 루브시엔에 거처를 마련했다. 그런데 숙소 주변 곳곳에서 당시 인상 파 화가들이 이젤을 놓고 그림을 그린 현장과 그들과 가족이 살았던 집 20여 곳을 발견했다. 르누아르는 그의 어머니가 이곳에 계속 머물렀고, 그의 애인 화실, 모델, 누나의 집이 근처에 있었다.

‘샤튜 섬의 봄’은 필자가 산책했던 센 강가를 테마로 그린 작품이다. 이곳은 고급 식당 겸 미술관인 ‘메종 푸 르네즈’가 있고, 르누아르가 이곳에서 부르주아의 뱃놀이 그림인 명화 ‘보트 파티에서의 오찬’을 그린 곳이다. 또한 르누아르와 모네가 우정을 나누며 각각 ‘라 그르누에르’를 그린 곳이 사튜 섬이다.

이 그림의 수양버들과 수목은 봄을 머금어 싱싱하고, 강은 그것들을 더 건강하게 반사시킨다. 물 위에 반짝 이는 효과와 잔영은 인상파 화가들의 주요 탐구 대상이었다. 그림 바탕에 프랑스어인 ‘NOSTALGIE’를 3자씩 3단으로 배치하여 ‘향수’를 나타냈다. 빗살 같은 선은 ‘빛’이며, 필자의 캐릭터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과 공기, 움직임, 흔적들은 동양화 붓으로 가늘게 그었다. 수양버들은 약효가 있는 나무이기도 하다.

르누아르는 먼 곳이 안 보이는 원시에, 말년에는 류마티스가 발병하여 붓을 손가락에 묶어서 그림을 그렸다. 필자도 한때 실명 위기를 겪었다. 이 그림을 그리면서 많은 질병을 극복하고 아름다운 예술혼을 남긴 그의 집념에 무한한 애정을 느꼈다.

김성운 
화가, 삼육대학교 아트앤디자인학과(Art& Design) 교수, 디자인학 박사,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졸업, 개인전 20회(한국, 프랑스, 일본 등) 국내·외 단체전 230회, 파리 퐁데자르·라빌라데자르갤러리 소속 작가, 대한민국현대미술전 심사위원, 한국정보디자인학회 부회장, 재림미술인협회장, 작품 소장 : 미국의회도서관, 프랑스, 일본 콜렉터, 한국산업은행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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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교육혁신의 기회

대학 교수이자 올해 대학을 입학한 학생을 둔 학부형인 나에게도 2020학년도 1학기는 당혹스러움의 연속이다. 학기는 시작되었지만, “코로나 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폐쇄된 캠퍼스의 텅 빈 강의실은 개강을 실감할 수 없게 만든다. 오프라인 강의 대신에 온라인 강의를 준비하고 LMS를 통해서 수업을 관리하는 일은 교수들에게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 신입생이 된 아들의 경우, 캠퍼스에서 대학 문화를 체험하지도 못한 채 오리엔테이션과 강의를 집에서 온라인으로 참여해야만 하는 상황이 난감하다. 가정에서 아들과 온라인 강의의 실효성을 위한 피드백을 나누면서 이 상황이 신속히 종료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공유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위기 상황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지금까지 인류는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곤 했다. 14세기 유럽의 흑사병은 전 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져 유럽에서만 약 1억 명이 사망하였다. 이 참혹한 재앙으로 유럽은 위기를 맞았지만, 그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기술이 발전하여 근세의 시대를 열었다. 가깝게는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의 위기 이후에 진단검사 체계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활용하여 이번 “코로나 19” 사태에서 우수한 진단 능력을 발휘하였다. 이처럼 위기를 기회로 만든 역사적 교훈을 고려할 때, 이번 “코로나 19”의 위기가 대학교육 현장에 가져다 줄 기회의 요인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교육혁신의 기회일 것이다.

모든 대학이 오프라인 강의를 늦추면서 한 달 이상을 온라인 강의와 원격 강의로 수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 각 학교마다 I-Class, e-Class 등 기존의 LMS에 온라인 수업을 강화한 학습시스템을 확대하고 있다. 그리고 학생들의 접속 폭주에 대비해 서버를 확장하는 등 시스템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온라인 학습 환경 구축은 교육혁신의 핵심 과제 중 하나였다. 그 동안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을 받지 못하던 대학들은 이런 환경구축을 위한 재원 마련이 쉽지 않아서 교육선진화 체계 구축에 미온적이었다. 그러나 이제 온라인 학습 환경을 구축하지 않으면 대학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 도래하면서 서둘러 이 분야에 재정을 집중 투입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대학의 교육혁신은 좀 더 앞당겨질 것이다. 이번 기회에 정부가 프로그램 개발과 재정 지원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교수는 온라인 강의와 원격 강의에 도전함으로써 스스로 교육 혁신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있다. 그동안 교수들은 PBL, 액티브러닝 등 교수법 혁신을 위해 많은 요구를 받아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대학 강의 방식을 고수한 채 혁신교수법에 도전하지 않은 교수들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교수가 혁신교수법에 참여해야만 하는 상황이 도래했다. 교수는 자신의 강의를 촬영하여 온라인 수업 시스템에서 관리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Webex, Zoom, Black board 등과 같은 원격 강의 시스템을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아울러 영상제작, 실시간 강의 스트리밍, 유튜브 활용법 등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 동안 선택사항이었던 혁신교수법이 필수로 요구되는 만큼 혁신교수법 역량이 강화될 기회가 왔다.

학생은 창의적 사고와 자기주도 학습역량을 강화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21세기 인재상에서 빠지지 않은 핵심역량이 바로 창의적 사고와 자기주도역량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대학들은 이런 역량을 갖춘 인재를 교육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학생들은 교수들의 일반적 강의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자기주도적 참여가 낮은 교육 방식에 익숙했었다. 하지만 온라인 강의가 확대되고, 원격 강의가 보편화되면서 학습에 대한 학생들의 자기참여가 필연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이런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학생들의 학습 주도권이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기주도성 아래서 창의적 사고를 가진 미래 인재를 길러낼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될 것이다.

지금 상황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 교육 당사자들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여러 시행착오와 부작용이 있겠지만 이 상황을 교육혁신의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코로나 19”의 위기를 극복하고 있듯이, 교육혁신으로 대학교육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기를 바란다.

[이국헌 삼육대 신학과 교수]

교수신문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49557

[대학정론] 고등교육 정책의 정치화?

코로나19가 몰고 온 바이러스의 공포로 일상이 마비된 지 한 달이 넘었다. 이 문제가 개강을 앞둔 대학가 끼친 영향을 이루 말할 수 없다. 거의 전 대학이 개강을 2주 이상 미루고, 개강 후에도 이번 달 말까지는 온라인 강의로 대체하는 초유의 상황이 여러 대학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쯤 되면 미증유의 위기란 표현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의 팬데믹을 앞두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분야에서 국가적 재난 수준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총체적인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기에 교육 정책에 대한 이슈를 논한다는 게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국민들이 예방에 최선을 다하면서 삶을 이어가듯, 교육의 주체들은 교육 정책에 대한 시사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달 25일에 교육부는 ‘고교 교육 기여대학 지원 사업’ 개편안을 발표하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대부분의 재정 지원 사업 계획이 미뤄지는 상황에서 이 사업만큼은 예정대로 발표되었다. 이 개편안에는 지난해 11월에 발표된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반영하기 위해 수능 위주 전형 비율 확대, 지역 균형 발전 관련 전형 운영 등을 포함시켰다. 이 개편안에 따라서 대학들은 2022년 입시에서 수능 위주 전형을 30% 이상(수도권 대학, 지방대학은 학생부 교과전형)으로 확대하고, 대입 정원의 10%(기존 적용 대학은 20%)를 지역 균형 발전 관련 전형으로 선발해야만 지원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이번 지원 사업 개편 방향이 대입 공정성 강화 정책과 맞물려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 정책에 담긴 몇 가지 논쟁적 이슈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이번 지원 사업 개편안은 또다시 교육 정책의 정치화 문제를 야기했다. 지난해 대입 공정성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었을 때, 교육 현장에서는 일방적 정책 수립이 아닌 집단지성적 합의 도출을 요구했다. 그러나 3개월 만에 수립된 이번 개편안에는 그런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지는 못한 채 발표되었다. 정부는 이번 지원 사업의 재정 규모를 확대하여 대학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대학들은 입시 정책 추진을 위한 재정 확보 차원에서 지원 사업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고, 그 과정에서 이런 합의되지 않은 정책들을 수용해야만 한다. 이처럼 재정 지원 사업을 통한 정책의 정치화는 이제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할 대입 전형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정부의 대학교육 정책 간의 부조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개편안은 2022년 입시에 적용된다. 따라서 수능 전형 확대 및 지역 균형 발전 관련 전형을 2022년부터 적용하게 될 경우 대입 사전예고제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 입시 정책은 중등교육 정책에 밀접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고교 교육의 안정화를 위해서 고등교육법에 명시된 입시예고제는 잘 지켜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편안은 당장 내년에 적용할 입시정책을 바꾸게 함으로써 수험생들의 대입전형 예측 가능성을 무너트릴 수밖에 없다. 이런 정책 간의 부조화 문제가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편안이 재정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또 하나의 이슈는 이번 개편안이 고교 교육 정상화의 취지와 부합하느냐 하는 것이다. 지난 2014년부터 시행되어 온 고교 교육 지원 사업의 근본 취지가 고교 교육 정상화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취지를 살리기 위해 학생부 전형 위주의 모집 확대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수시전형의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자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능 위주의 정시 확대 방향이 다시 논의되었다. 이는 곧바로 고교 교육 정상화에 대한 문제를 야기했다. 정시 위주의 입시가 낳은 대표적인 폐해가 바로 고교 교육의 황폐화였던 점을 감안할 때 수능 위주의 정시 확대는 좀 더 신중한 논의와 접근이 필요한 사안임을 교육 현장은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수능 위주 전형 비율 확대를 지원 사업 선정 지표에 포함시킨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아울러 지역 균형 발전 관련 전형의 경우 수도권 수험생들의 역차별 문제와 지방대학의 지역 인재 선발 전형과의 충돌 문제를 안고 있다.

한편으로는 고등교육의 자율성을 강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교육 정책의 정치화가 지속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물론 지금은 코로나19 사태의 종식을 위해 올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 정책의 방향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도 지속되어야 한다. 두 마리의 토끼를 쫓기 위해 전문집단의 역량이 좀 더 집중되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국헌 삼육대 신학과 교수]

교수신문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48899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모란

김성운 교수의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한국의 모네, 꽃으로 힐링 하다

좋은 그림은 작가 ‘고유’의 정신과 구도, 선, 색, 마티에르로 판단한다.

훌륭한 화가는 이것들을 용광로처럼 녹여 자신만의 독특한 아우라와 아이덴티티를 발현시킨다. 미술 단체 임원으로 활동하며 필자와 인연을 나눈 정우범 화백은 ‘중후한 수채화’라는 ‘고유한’ 화법으로 유명해진 블루칩(Blue chip) 작가다. 그는 자연을 깊이 주시하고 한동안 명상한 뒤, 그만의 독특한 미적 감흥과 터치로 마치 추상화 같은 아름답고 품격 높은 수채화를 그려 낸다. 마치 꿈속의 아련한 기억의 편린을 종이에 스며들게 하여 감(感)상자를 촉촉하게 치유하는 듯하다.

일찍이 광주에서 20년간 미술 교사를 하다가 본격적인 창작의 길로 들어선 그의 순수함과 치열한 작가 정신이 화폭에서 고스란히 향기로 다가온다. “수채화는 맑아야 한다.”는 기존 관념을 거부한 그의 입체적 수채화 기법은 독보적이다. 그는 유화 붓으로 ‘특수한 종이(cotten)’에 물을 뿌려 그리거나, 스펀지, 화장지로 흡착하는 과정을 통해 번짐, 밀착, 응축으로 유화보 다 더 깊은 독창적인 ‘정우범 스타일’을 완성하였다.

▲ 정우범, <모란>, 100X100cm, Arches Watercolor, 2000.

이 화법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따뜻하고 신비로운 감성을 일으켜 관조와 여유와 품격을 선사하여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정우범 작품의 구도는 지극히 단순하지만 지루하지 않고, 보면 볼수록 묘하고 풍부한 미감을 느끼게 한다. 프랑스의 미술 비평가 마틸드 끄라레(Mathilde Claret)는 “모네 의 후예 정우범! 그는 서양의 감성을 가장 잘 이해하고 가장 동양적으로 풀어낸 화가”라고 극찬한다. 이어서 “자연 이 몸소 화폭 위로 다가왔고 자연 스스로가 하늘과 땅과 포옹하기를 원한다.”라고 평했다.

정화백은 현재 ‘환타지아(Fantasia)’라는 테마로 ‘흐드러진 꽃 그림’에 천착하고 있다. 그는 하나님이 창조한 자연의 집약체인 ‘꽃’으로 세상을 치유하려고 하는 것일까? ‘모란’은 그의 따뜻한 내면 세계가 스민 ‘힐링 꽃 그림’이다. 화면을 가득 채운 자주색은 강렬한 에너지와 생명력을 준다. ‘모란’의 자주색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여 인정받고, 위로받고 싶어 하는 의미가 있다.

물감과 물감이 서로 퍼지고 어우러져 나타나는 미묘함은 온화하고 사랑스러운 빛으로 다가와 평안을 갖게 한다. ‘모란’은 순진무구한, 수줍은 소녀의 발그레한 볼 같다. 이 그림은 단순 하고 소박한 미니멀리즘(Minimalism)과 다양하고 다층적인 감동을 전달하려는 맥시멀리즘(Maximalism)이 융화되는 복합적 미학이 은폐되어 있다.

‘모란’의 아름다운 물감의 어우러짐에서 수많은 힐링 이야기가 들려오는 듯하다. 피카 소는 “예술은 먼지에 찌든 영혼을 맑게 해준다.”라고 했던가. 결코 시들지 않는 이 ‘모란’ 한 송이를, 치유가 필요한 메마른 현대인의 영혼에 기도하는 마음으로 바친다.

김성운 
화가, 삼육대학교 아트앤디자인학과(Art& Design) 교수, 디자인학 박사,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졸업, 개인전 20회(한국, 프랑스, 일본 등) 국내·외 단체전 230회, 파리 퐁데자르·라빌라데자르갤러리 소속 작가, 대한민국현대미술전 심사위원, 한국정보디자인학회 부회장, 재림미술인협회장, 작품 소장 : 미국의회도서관, 프랑스, 일본 콜렉터, 한국산업은행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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