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과 ‘한국문학’이 휩쓴 25년 도서관 대출 순위
한강 작품 나란히 1·2위… 톱10 중 한국소설 8권
2025년 학술정보원 도서 대출순위 분석

2025년 우리 대학 학술정보원(중앙도서관) 대출 순위는 한강 작가의 작품들이 상위권에 다수 포진한 가운데, 한국소설 중심의 독서 흐름을 선명하게 보여줬다.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가 나란히 1·2위에 오른 데 이어 『작별하지 않는다』와 『흰』도 공동 6위에 이름을 올리며, 톱10 가운데 네 권이 한강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아울러 상위 10권 가운데 9권이 소설이었고, 이 중 8권이 한국소설로 집계되며 최근 한국소설을 중심으로 한 독서 흐름이 더욱 뚜렷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브랜드전략본부 커뮤니케이션팀은 학술정보원으로부터 지난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의 대출 도서 현황 자료를 입수해 분석했다. 동일 도서가 여러 권 있는 경우(복권)는 합산 집계했으며, 시리즈물은 소수의 이용자가 순차적으로 대출할 때 과대 집계될 가능성을 고려해 제외했다. ‘독서골든벨’ 과제 도서도 분석 대상에서 빠졌다.
분석 결과 한강의 『소년이 온다』가 총 34회 대출돼 가장 많이 읽힌 책으로 집계됐다. 이어 『채식주의자』가 33회로 2위를 차지했고,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30회), 데일 카네기의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25회), 정대건의 『급류』(23회)가 뒤를 이었다.

한강 작품 강세… 노벨문학상 이후 이어진 독서 열기
올해 대출 순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은 한강 작가의 작품들이 상위권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가 나란히 1·2위에 오른 데 이어 『작별하지 않는다』와 『흰』이 공동 6위에 이름을 올리며, 총 네 권이 톱10에 포함됐다.
글로벌한국학과 음영철 교수는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상징적 사건이 학생들의 관심을 크게 끌어올린 결과”라며 “이는 국내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교양교육원 교직교육과 명지원 교수는 이를 ‘집중적인 독서 현상’으로 해석했다. 명 교수는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작가의 문학 세계 전체를 두루 섭렵하며 깊이 있게 들여다보려는 학생들의 진지한 태도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와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역사적 고통과 인간의 존엄을 정면으로 응시한 작품이다. 『채식주의자』는 육식을 거부하는 여성 ‘영혜’를 중심으로 개인과 사회에 내재한 폭력의 구조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사건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낸 소설이다. 『흰』은 강보와 배내옷, 소금, 눈, 달, 쌀, 파도 등 세상의 ‘흰 것들’을 소재로 한 65편의 짧은 이야기를 엮은 실험적 형식의 작품으로,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명지원 교수는 이들 네 작품을 관통하는 공통된 메시지로 “사회적·근원적 폭력에 직면한 연약한 개인이 고통 속에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존엄성’과 ‘지극한 사랑’에 대한 탐구”라고 꼽았다.
명 교수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개인의 성취를 넘어, 그의 작품들이 우리 사회의 아물지 않은 상처를 꾸준히 직시해 왔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며 “학생들이 이러한 무거운 주제들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이 대출 데이터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창의융합자유전공학부 노동욱 교수도 “결코 가볍게 읽히는 소설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출 순위 상위권을 기록한 점이 인상적”이라며 “이는 소설을 통해 단순한 재미나 위안을 찾기보다, 개인적·사회적 고통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서사에 끌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학생들의 독서 문화가 상당히 성숙한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지점”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소설 톱10 가운데 8권 차지
도서 대출 순위 톱10 가운데 한국소설이 무려 8권이나 포함된 점도 눈길을 끈다. 한강의 네 작품 외에도 정대건의 『급류』(23회) 5위, 구병모의 『파과』(21회) 8위, 최진영의 『구의 증명』(20회) 9위, 정해연의 『홍학의 자리』(16회) 10위에 오르며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상위권을 대거 차지했다.
정대건의 『급류』는 저수지와 계곡이 유명한 지방도시 ‘진평’을 배경으로 열일곱 살 동갑내기인 ‘도담’과 ‘해솔’의 만남과 사랑을 그린 소설이다. 구병모의 『파과』는 40년 동안 냉혹한 킬러로 살아온 60대 여성 주인공이 예기치 않은 관계를 맺으며 변화하는 과정을 담아냈다. 지난해 민규동 감독의 동명 영화가 개봉하며 더욱 주목을 받았다.
최진영의 『구의 증명』은 사랑하는 연인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겪게 되는 상실과 애도의 과정을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되묻는 작품이다. 정해연의 『홍학의 자리』는 고등학교 교사와 학생 사이의 비밀스러운 관계에서 비롯된 연쇄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스릴러 소설이다.

명지원 교수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점으로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며 “한국소설의 압도적인 강세는 동시대 한국인의 정서와 시공간을 공유하는 서사에서 더 큰 울림을 얻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어 “케이팝의 세계적 성공으로 확인된 우리 문화의 주체성과 역량에 대한 자부심이 바탕이 되어, 한국적 서사를 가장 세련된 위로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심리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동욱 교수는 “한국소설은 우리 사회의 정서와 현실을 가장 빠르고 민감하게 포착하는 장르”라며 “특히 최근 작품들은 청년 세대의 불안과 상실, 고립 같은 문제를 절제된 방식으로 정면에서 다루는 데 강점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생들이 자기 삶과 정서적으로 밀착된 이야기를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소설로 관심이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음영철 교수는 한국소설의 장르적 다양성에도 주목했다. 음 교수는 “한국소설은 장르가 다양하고 무엇보다 재미있다”며 “독자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매력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특히 최진영, 정대건, 정해연 등 새로운 작가들의 작품이 다수 포함된 점과 관련해 “문학의 세대교체라는 측면에서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며 “앞으로는 웹소설 작가들이 독자들과 소통하며 더욱 다양한 개성을 지닌 작가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전히 사랑받는 『인간관계론』과 『인간실격』

지난해 대출 순위 1·2위를 차지했던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과 『인간실격』은 올해도 나란히 4위와 3위에 오르며 꾸준한 인기를 이어갔다. (관련기사▷‘인간관계론’과 ‘인간실격’… 24년 도서관 대출 1·2위)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은 1936년 초판이 나온 이후 전 세계에서 6000만부 넘게 판매된 베스트·스테디셀러다.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갈등을 줄이고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을 실용적으로 풀어낸 책이다.
『인간실격』은 인간 존재의 불안과 소외를 그린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으로, 2차 세계대전 패전 직후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의 내면을 깊이 있게 조명한다.
음영철 교수는 “개인주의 시대가 낳은 고립과 단절 속에서 학생들이 관계 맺기와 처세에 더욱 관심을 갖는 현상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노동욱 교수는 “관계를 잘 맺고 싶어 하면서도(인간관계론) 동시에 관계 속에서 흔들리는 자아를 인식하는(인간실격) 학생들의 복합적인 정서가 두 책의 지속적인 인기에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글 하홍준 hahj@sy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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