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나태주 시인 북콘서트 열려
“일상 속 감사와 기쁨이 행복의 씨앗”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 시인’ 나태주 초청 북콘서트가 지난 4일 교내 다목적관에서 학술정보원 주최로 열렸다. ‘시가 사람을 살립니다’를 주제로 마련된 이번 행사에는 재학생, 교수, 직원, 지역주민 등 300여 명이 참석해 깊어가는 가을 오후를 문학의 향기로 가득 채웠다.
무대에 오른 나태주 시인은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언어로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잘 모르고 왔다”는 말로 운을 띄우며, “우리가 세상에 온 것도 초청장을 받고 온 것이 아니지만, 와 보니 참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육대는 처음 와봤는데, 여러분의 눈빛이 초롱초롱하고 참 열정적이다. ‘와 보니 천국이네요’라는 말이 통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결국 천국과 지옥은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세상과 삶을 바라보는 깊은 통찰을 나눴다.

그는 또한 “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큰 선물은 ‘오늘’이고, 그 안의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이라며 “감사가 만족을 낳고, 만족이 기쁨을 만들며, 그 기쁨이 쌓이면 행복이 된다”고 전했다. 행복을 멀리서 찾기보다 일상 속 작은 감사와 기쁨이 행복의 씨앗이라는 점을 거듭 짚었다.
강연은 현대인들이 겪는 불안과 피로에 대한 성찰로 이어졌다. 시인은 “오늘날 사회는 피곤하고 우울하고 불안하다”며, 이 감정들이 후기 근대 사회의 보편적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철학자 한병철의 사유를 인용해 “효율성과 속도를 강조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자기를 착취하고 있다”며, 정신적·육체적 피로가 누적되는 현실을 돌아보게 했다.
그러면서 그는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안과 우울을 피할 수는 없지만, 그 속에서도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며, 결국 희망이 불안을 극복하는 힘이 된다고 전했다. 또 “서로를 이해하고 진심으로 소통하는 것”이 불안 사회를 극복하는 중요한 열쇠임을 짚었다.


질의응답 시간에도 청중들과 소통을 이어갔다. 특히 재학생들이 많이 참석한 만큼 ‘청춘에게 전하고 싶은 말’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시인은 “잘하는 일보다 좋아하는 일을 하라. 그러면 덜 지친다. 잘하는 일을 하면 ‘베스트원’이 되려는 노력이지만, 좋아하는 일은 ‘온리원’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시 창작에 관한 질문에서는 “시는 뺄셈이다. 하고 싶은 말을 다 쓰는 것이 아니라, 끝내 삼켜도 남는 한 줄이 시가 된다”고 말해 깊은 공감을 얻었다. ‘시는 왜 읽어야 하느냐’는 물음에는 “시는 마음을 빨래하는 일”이라며 “정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그저 마음으로 느끼면 된다. 시는 해석이 아니라 감상”이라고 했다.
상실과 그리움에 관한 질문에는 “어머니는 내가 죽을 때에야 비로소 완전히 떠난다”며 “사랑하는 이를 잃었다면 그분은 내 안에 여전히 살아 있다. 서둘러 잊으려 하지 말고, 천천히 슬퍼하며 평생 함께 동행하라”고 답했다. 객석에서는 잔잔한 박수가 이어졌다.

강연을 마친 뒤, 학술정보원 이완희 원장은 학사모를 쓴 ‘수호’ 인형을 시인에게 선물했다. 인형 이름표에는 시인의 이름이 적혀 있었는데, 수호의 얼굴이 시인을 닮아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나 시인은 “어쩐지 나를 닮은 것 같다”며 “문학관에 잘 모시겠다”고 화답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추첨을 통해 나태주 시인의 시집 ‘필사, 어른이 되는 시간’이 증정됐다. 시인은 선정된 20명에게 직접 사인과 시구를 남기며 따뜻한 메시지를 전했다.
이완희 학술정보원장은 “AI와 디지털 기술이 일상의 속도를 높이는 시대일수록, 시는 우리가 잠시 숨을 고르고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쉼표의 역할을 한다”며 “학술정보원은 앞으로도 책과 문화, 그리고 사람을 잇는 다양한 행사를 마련해 지적 성장과 정서적 풍요로움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하홍준 hahj@sy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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