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인터뷰]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의 ‘미래를 위한 1년’
[아시아타임즈] 자유전공학부 학생·교수 인터뷰
하고 싶은 일이 많고, 좋아하는 일을 찾고

대학마다 자유전공학부가 있다. 신입생 때는 자유롭게 공부하다 학년이 오르면서 자신의 전공을 고를 수 있는 시스템으로, 사실 고등학교의 이과, 문과 선택과 비슷하다. 어떻게 보면 학생들에게 ‘미래의 선택권’을 준다는 점에서 자유롭게 학문을 공부하는 캠퍼스의 낭만과도 맞닿는다.
삼육대 자유전공학부는 이러한 ‘미래 선택’에 좀 더 포지티브하게 접근한다. 한 해에 4학기를 운영하는 Q학기제와 프로젝트 기반 활동을 통해 학생의 선택을 돕는다.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는 교수들은 수업 구조를 직접 설계하고 관련된 타 학과 교수와 외부 전문가를 연결해 ‘자유로운 공부’를 실현한다.
이런 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생각은 어떨까.
윤리 교사를 꿈꿨던 윤성빈 학생은 다양한 분야에 대한 흥미를 좇아 자유전공학부에 진학했다. 여러 학과의 수업과 강연을 들으며 자신의 가치관과 맞는 보건관리학과를 전공으로 선택하려고 마음먹었다.
이수민 학생은 사실 단순히 성적에 맞춰 대학을 골랐다. 아마 수험생 대부분 그와 비슷한 결심으로 대학에 왔을 터. 그러나 자유전공학부는 그런 그에게 ‘미래 선택’이 어떤 의미인지를 깨닫게 했다. 사람들과 소통하며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표현하는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며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확실히 알게 됐다.
이런 학생들의 성장에는 교수들의 노력도 한몫하고 있다.
김향일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현재 ‘그린빈 카페’와 ‘인사이드 스토리’라는 두 개의 프로젝트 수업을 맡고 있다. 김 교수의 전공은 영어교육학이지만, 프로젝트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기획부터 실행까지 해보는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전공보다는 ‘교육 설계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타임머신이 있다면 미래로 가고 싶어요”
대학은 결국 미래를 위한 설계다.
그래서 단순한 상상 너머, 현재의 학습 경험이 미래에 어떤 의미로 이어질 수 있는지 궁금해 “타임머신이 있다면 언제로 가고 싶을까?”라는 엉뚱한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우문현답이었다. 학생들은 당연하게도 “미래”를 택했다. 그들은 자유전공학부에서 사람과의 소통, 다양한 분야의 탐색, 실제 프로젝트 경험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점차 구체화 해가고 있었다.
윤성빈 학생은 “자유전공학부의 장점이자 단점은 하고 싶은 게 많아진다는 것”이라며, 다양한 선택지 속에서 자신의 가치관과 맞는 보건관리학과를 전공으로 선택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 학생은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 입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로 간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철학 콘텐츠를 제작해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그 속에서 행복을 주고받는 일을 하고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철학과 보건이라는 분야는 달라도, 사람과의 연결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서 그는 일관된 가치를 추구하고 있었다.
이수민 학생은 “미래에 갑자기 뚝 떨어진다면 자유전공학부에서 배운 것처럼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그것을 표현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이 학생은 관광경영 수업에서 여행 기획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아이디어가 현실로 구체화 되는 과정에 큰 재미를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친구들과 아이디어를 던지고 박수를 치며 함께 브레인스토밍하는 과정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확신했다”고 말했다.
경험으로 전공을 발견하다
이수민 학생은 관광경영 프로젝트 중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경주 여행 상품을 기획하는 팀에 참여했다.
시니어층은 은퇴 후에도 체력과 자산, 시간을 갖고 있는 집단으로, 이를 고려해 크루즈 중심의 편안한 여행 루트를 설계했다. 그는 수업 중 실제 어르신들과 인터뷰할 기회를 가졌고, “식당은 1층이 편하다”, “편안한 여행이 좋다”는 의견을 들으며 자신들의 기획 방향이 올바르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윤성빈 학생은 과학 프로젝트 ‘사이언스크루’에 참여했다. 과학에 익숙하지 않았던 그는 실험복을 입고 실험 수업에 참여하면서 처음에는 긴장했지만, 마지막에는 초등학교에서 실험 수업을 직접 진행하는 기회를 가졌다. 그는 “누군가를 가르쳐 본 적이 없어 선생님이 될 수 있을지 걱정됐는데, 아이들이 집중하고 ‘선생님이 너무 좋다’고 해줘서 감동이었다”고 전했다. 과학을 배우는 것도 좋았지만, 그보다 더 보람 있는 일은 자신이 배운 지식을 아이들과 나누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김향일 교수는 현재 ‘그린빈 카페’와 ‘인사이드 스토리’라는 두 개의 프로젝트 수업을 맡고 있다. 김 교수의 전공은 영어교육학이지만, 프로젝트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기획부터 실행까지 해보는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전공보다는 ‘교육 설계자’의 역할을 한다.
자유전공학부의 수업은 이론 중심이 아니다. 실제 시장을 모델로 한 프로젝트가 중심이다. 김 교수는 대표 사례로 ‘그린빈 카페 프로젝트’를 꼽는다. 이 프로젝트의 브랜드 기획은 경영학과, 메뉴 개발은 식품영양학과, 로고 디자인은 환경디자인원예학과, 마케팅은 인공지능응용학부와 연계됐다.
학생들은 10명씩 팀을 이루어 실제 카페를 하루 동안 운영한다. 브랜드명 기획부터 로고, 메뉴판, 가격 설정, 마진율, 사업계획서 작성까지 모두 학생이 이론을 배우고 직접 진행한다. 김 교수는 “수익율도 역시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학생들이 기획에서 실행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지며 현실을 배우는데 중요점이 있기 때문이다.
‘인사이드 스토리’ 프로젝트는 수강신청 마감이 제일 늦게 됐고, 40명 정원 중 23명밖에 신청하지 않아 선호도가 낮은 프로젝트였다. 김 교수는 “오히려 그런 학생들, 학교에 애착이 없거나 정보가 부족해서 뒤늦게 수강신청한 친구들이 연극이라는 매개를 통해 달라지는 모습을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자기 성찰 노트를 쓰고, 감정과 불안을 대사로 표현했다. ‘내가 잘해낼 수 있을까’, ‘나는 왜 이렇게 불안할까’ 이런 질문을 스스로 다뤄보는 시간이었다. 결과적으로는 학생들 스스로가 기획하고, 각자 역할을 맡아 한 편의 극을 완성했다.
연극 프로젝트는 실제 무대에서 공연을 올려 200명 넘는 학생들 앞에서 발표하고, 연극 경험이 전무한 친구들이 떨면서도 결국 해냈다. 김 교수는 “이 모든 경험이 말 그대로 ‘배운 것을 세상에 드러내는 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진로 탐색과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교수들
자유전공학부의 또 다른 강점은 교수진의 촘촘한 코칭 시스템이다. 윤성빈 학생은 교내 대학일자리본부와의 상담을 통해 원하는 직종의 역량을 분석하고, 실제 채용 공고를 함께 살펴보며 구체적인 진로 계획을 세웠다. 이수민 학생은 자신이 직접 작성한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교수와 상담했고, “이대로 사세요”라는 농담섞인 교수의 긍정적인 피드백이 큰 동기부여가 됐다고 전한다.
윤성빈 학생은 자유전공학부 과대표로도 활동 중이다. 다양한 전과 가능성과 정보 전달을 위해 수프림센터와 활발히 소통하며, 자유전공학부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
삼육대 자유전공학부의 1학기에는 ‘인생설계와 진로’라는 수업에서 8~12명 단위로 밀도 있게 수업하고, 그 뒤로는 개별 상담을 진행한다. 또 ‘전공탐색과 미래설계’라는 15주차 수업에서는 15개 학과 교수들이 매주 돌아가며 학과에 관련된 강의를 진행한다.
김 교수는 “학생들이 경영, 인공지능처럼 익숙한 전공만 보다가 보건관리학과처럼 생소한 전공에도 눈을 돌리게 되는 계기가 된다”며, “실제로 수업 듣고 나서 전공 바꾼 친구들이 꽤 많다”고 말했다.

교육의 본질은 결국 ‘사람’
대학이 점점 실용성과 경쟁력 중심으로 흐르고 있지만, 교육의 본질은 사람이 성장하는 것에 있다.
김 교수는 자유전공학부의 교육이 단순한 진로 탐색을 넘어서 있다고 강조한다. 목표 없는 방황처럼 보일 수 있는 탐색 과정을 통해 학생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를 발견하게 된다. 김 교수는 이 과정을 돕는 역할을 스스로 ‘교육 설계자이자 투자자’라고 정의한다.
또한 그는 자유전공학부를 ‘배움의 백지 상태에서 출발하는 곳’이라고 표현한다. 진로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 시간 동안 자기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는 경험이, 향후 전공을 선택하고 인생을 설계하는 데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된다고 믿는다.
김 교수는 “자유는 방임이 아닌 방향을 모를 때 허락된 진짜 실험의 시간”이라며, “그 시간을 진지하게 보낸 학생은 전공 선택에서 후회하지 않고 교수는 그 과정을 함께 설계하고, 옆에서 지켜보며 응원하는 존재”라고 말했다.
그래서 자유전공학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학부에 열의가 없던 학생들이 무대에 서서 “나는 불안을 딛고 나아가겠다”고 말하는 장면으로 꼽는다.
그는 “그 대사는 단순히 외운 대사가 아닌 학생 스스로의 삶을 통과하며 만들어 낸 언어였다”며, “그 순간 ‘이 학생은 분명히 성장했구나’라는 확신이 들었고, 이 교육이 의미가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글 아시아타임즈 양혜랑 기자
아시아타임즈 https://www.asiatime.co.kr/article/2025061850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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