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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인터뷰] 처벌로도 끊지 못한 마약 중독⋯ 김나미 센터장의 해법은

2026.01.16 조회수 37 커뮤니케이션팀

김나미 SW중독예방및재활센터장
<아시아타임즈> 인터뷰

“조사만 받고 끝나는 자리인 줄 알았는데, 마음을 털어놓고 위로받는 시간이었어요”

서울시 보호관찰소 상담실은 마약이라는 잘못된 선택을 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이들은 ‘마약이 잘못됐고, 다시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상투적인 질책을 받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곳을 찾았다가, 왜 자신이 그 어두운 구렁텅이에 빠져들었는지에 대해 되돌아보게 된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김나미 삼육대 SW중독예방및재활센터장(대학원 중독과학과장)이 있다. 그는 이곳에서 마약 관련 범죄로 기소유예·집행유예 등의 처분을 받은 이들을 상담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내담자들 모두를 천편일률적으로 범죄자로 규정하지 않는다. 그의 시선에서 이들은 ‘우리와 같은 사람’이고, 다만 특정한 순간에 잘못된 선택을 했을 뿐이다. 이미 삶의 안전망이 무너진 사람들에게 위험성과 처벌을 강조하는 방식은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래서 김 센터장의 상담은 시작부터 질문의 방향이 다르다. “왜 마약을 했느냐”는 질문은 뒤로 미룬다. 대신 언제부터 혼자가 됐다고 느꼈는지, 어떤 순간에 버틸 힘이 사라졌는지를 먼저 묻는다.

김 센터장은 마약 중독은 관계가 끊어진 상태에서 감정을 견디기 위해 선택된 결과에 가깝다고 본다. 경고와 처벌 중심의 예방이 반복돼 왔지만 효과를 내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의 출발점을 잘못 짚어왔기 때문이라는 판단이다. 그래서 그는 마약이라는 결과보다, 그 이전에 무너진 삶의 맥락을 먼저 본다.

김 센터장의 문제의식은 최근 대학가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청년 마약 문제에서 더욱 분명해졌다. 전체 마약 사범 가운데 10~30대 비중은 약 60%에 이른다. 과거 중·장년층 중심이던 필로폰 범죄와 달리, 최근에는 20~30대 청년층이 중심이 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이 현상을 단순한 범죄 양상의 변화로 보지 않는다. 그는 “지금의 젊은 세대는 체계적인 마약 예방 교육을 거의 받지 못한 세대”라며 “온라인을 통해 마약이 훨씬 쉽게 유입되는 환경에서 경고 중심 교육은 사실상 공백에 가깝다”고 말했다.

상담 현장에서 마주한 시작은 대부분 사소했다. ‘한 번쯤은 괜찮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출발했고, 특히 대마초는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을 주기 때문에 위험성이 더 크다고 김 센터장은 설명했다. 그는 “처음에는 조절이 가능하다고 느끼지만,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찾다가 빠져나오기 어려운 상태로 이어진다”며 “첫 선택이 너무 가볍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이런 상황에서 경고를 더 강화하는 방식이 답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신 그가 던진 질문은 하나였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 사람은 어디로 연결되는가.

‘하지 마라’ 대신 ‘어디로 갈 수 있는가’

▲ SW중독예방및재활센터는 지난해 1월 9일 교내 다니엘관 강의실에서 한국어학당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 50여 명을 대상으로 마약류 예방교육 ‘알쓸마법(알아두면 쓸모있는 마약류관리법)’을 마련했다.

이 질문은 김 센터장의 실천 방식으로 이어졌다. 외국인 유학생 대상 마약 예방 교육은 그 문제의식이 가장 먼저 드러난 현장이다. 그는 국가별 법과 문화 차이로 인해 의도치 않은 위반자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현실에 주목했다. (관련기사▷외국인 유학생 마약예방교육 ‘알쓸마법’) 

김 센터장은 한국의 마약류 관리 기준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통로를 함께 안내했다.

김 센터장은 “자국에서는 문제가 없던 행동이 한국에서는 범죄가 되는 경우가 있다”며 “처벌 이전에 보호가 먼저 작동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교육 이후에도 박사과정 학생들이 외국인 유학생들과 추가 상담을 이어가고, 필요할 경우 학교 중독 예방 및 재활 센터로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김 센터장은 이 과정을 ‘예방 교육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지역사회와의 협력 역시 같은 맥락에서 추진됐다. 삼육대 SW중독예방및재활센터가 노원경찰서와 마약류 범죄 예방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김 센터장은 경찰의 역할을 ‘처벌의 끝’에서 ‘연결의 시작’으로 확장하고자 했다. 단속 이후, 다시 사회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상담과 재활 기관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는 “단속과 처벌은 필요하지만, 그 이후를 고려하지 않는 예방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사람이 다시 사회적 관계로 돌아올 수 있는 구조가 없으면 같은 문제는 계속된다”고 말했다.

국제 기준과 맞닿은 ‘연결 중심 예방’

김 센터장이 강조해 온 ‘연결 중심 예방’은 최근 국제적 기준과도 맞닿았다. 삼육대 SW중독예방및재활센터는 국제 중독 전문기구 ISSUP(International Society of Substance Use Professionals)의 한국 챕터 운영기관으로 선정됐다. (관련기사▷국제 중독 전문기구 ‘ISSUP’ 한국 챕터 운영기관 선정)

ISSUP은 중독을 관계 단절과 정서 결핍의 결과로 보고, 예방을 관계 회복과 정서 역량 강화 과정으로 정의한다. 김 센터장이 상담과 교육 현장에서 지속해 온 관점과 일치한다.

김 센터장은 “마약 정보를 나열하는 교육은 오히려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며 “예방은 ‘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아니라, 스스로 삶을 지키고 싶어지게 만드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이 그리고 있는 예방의 방향은 분명하다. 전문가 중심의 개입이 아니라, 또래와 지역사회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구조다. 대학생이 또래를 돕고, 그 경험이 다시 청소년으로 이어지는 방식이다.

그는 “사람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관계가 살아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예방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글 아시아타임즈 양혜랑 기자
사진 하홍준 hahj@syu.ac.kr

아시아타임즈 https://www.asiatime.co.kr/article/20260114500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