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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체홍 ‘그들이 왔을 때’, 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2025.10.01 조회수 425 커뮤니케이션팀

한국사회 갈등·혐오 예리하게 포착

▲ 영화 ‘그들이 왔을 때’ 스틸

아트앤디자인학과 박체홍(19학번) 학우의 단편영화 ‘그들이 왔을 때(When They Came)’가 ‘제17회 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SESIFF 2025)’ 단편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는 2009년 국내 최초의 초단편영화제로 출범해, 매년 전 세계 신진 감독들의 실험적 시도와 새로운 시선을 발굴해왔다. 올해에는 69개국에서 총 2707편이 출품됐으며, 이 가운데 100편이 본선 무대에 올랐다. 영화제는 오는 24일부터 29일까지 6일간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리며, 본선 진출작은 극장과 온라인 상영관을 통해 관객과 만난다.

박 학우의 출품작 ‘그들이 왔을 때’는 스릴러적 긴장감과 실험적 연출이 결합된 독창적인 작품이다. 밥상 위에 매달려 차례로 죽음을 맞는 인물들과 이를 태연히 지켜보며 식사를 이어가는 사람들을 통해, 한국 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계층·세대 갈등과 집단의 배타성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박 학우는 “이 이미지가 곧 한국 사회를 담아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우리가 얼마나 쉽게 범주화와 혐오를 학습하고 동조하는지, 또 한민족을 강조할 정도로 가족 같던 공동체가 점차 분열되어 가는 모습을 무대 위에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 박체홍 학우

작품은 대사나 전통적인 플롯 없이, 반복적 이미지와 변주로만 전개된다. “대사 없이도 몰입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그의 실험적 시도는 치밀한 기술적 고민과 준비 과정을 필요로 했다.

촬영은 교내 총장 공관 정원에서 진행됐다. 당초 경기도 일대 폐가와 재개발 단지를 찾아다니며 서울주택도시공사와 산림청까지 수소문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그러던 중 학과 교수들의 조언으로 교내 총장 공관을 알게 됐다. 조건에 딱 맞는 장소였다. 제해종 총장이 흔쾌히 허락하고, 부속실 직원들도 세심히 지원해 촬영을 원만히 마칠 수 있었다.

제작비 마련도 큰 도전이었다. 최대 30명에 이르는 스태프와 배우가 참여한 대규모 현장이었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받은 보험금이 초기 자금이 됐고, 이후 펀딩과 가족·지인의 도움으로 제작비를 충당했다.

부족한 제작비 탓에 촬영은 단 하루 해가 떠 있는 시간 안에 모두 마쳐야 했다. 예보에 없던 비가 쏟아졌을 땐 절망하기도 했으나, 기적처럼 비가 곧 그쳤다. 현장 스태프들의 격려와 협력 덕분에 완성을 이룰 수 있었다.

▲ 촬영 현장에서 디렉팅하는 박체홍 학우의 모습. 특수장비까지 동원된 고난도 촬영이었다.

박 학우는 지난해 단편영화 ‘여행길’로 ‘제16회 대단한단편영화제’ 단편초청 부문에 선정된 바 있다. (관련기사▷[삼육人] 아디과 박체홍 作 ‘여행길’, 단편영화제 공식 상영작 선정) 그는 “늘 주변 사람들의 도움만 받아 미안했지만, 동시에 연대와 용기를 배울 수 있었다”며 “앞으로는 더 단단해져 관객과 진심으로 소통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올해 졸업을 앞둔 그는 졸업전시회에서 이번 작품과 함께 신작 ‘너의 종말’을 상영할 예정이다. 갑작스레 닥친 이별을 세상의 종말처럼 받아들이는 한 남자의 처절한 구애를 다룬 이야기다. 차기작으로는 본격적인 좀비 장르물을 기획하며, 스토리보드 작업을 진행 중이다. 내년 촬영이 목표다.

박 학우는 “그저 흥미롭게 봐주셔도 감사하겠지만,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혐오를 행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서로를 덜 상처 입히는 따뜻한 사회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촬영과 제작 과정 전반에 도움을 준 학교와 교수진에 대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한 분 한 분 그 따뜻한 마음을 오래도록 기억하겠습니다”

글 하홍준 hahj@sy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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