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리뷰]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이 올린 ‘청춘의 무대 위, 나’

2025.07.08 조회수 275 커뮤니케이션팀

창작극 ‘어제의 나에게 내일의 너에게’
자유전공학부 ‘인사이드 스토리’ 프로젝트

※ 아래 기사는 ‘아시아타임즈’에 6월 28일자로 게재된 리뷰 기사입니다. 본교 출입기자인 양혜랑 기자가 해당 창작극을 직접 관람한 후 작성하였습니다.

삼육대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무대에 올린 창작극 ‘어제의 나에게 내일의 너에게’는 단순한 연극이 아니다. 그것은 무대 위에서 배우가 연기한 허구의 캐릭터가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자신의 이야기였다. 공연은 학과 수업의 연장선에서 시작됐지만, 그 어떤 강의보다도 진지하게 삶을 마주한 시간이다.

이 연극을 처음 알게 된 건 삼육대 게시판에 붙은 한 장의 포스터 때문이었다. ‘어제의 나에게, 내일의 너에게’라는 제목, 그리고 ‘넘어진 나에게 필요한 건 누군가의 손이 아니라 내가 나를 다시 일으키는 순간이야’라는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인터뷰 취재차 삼육대를 찾았던 날이었다. 당시엔 단순히 한 편의 창작극이라 생각했지만, 자유전공학부 교수와의 대화 속에서 이 연극이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이 직접 만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학생들의 이야기로 만든 무대라면, 이건 꼭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두에 발이 까져서 절룩이던 그날 저녁, 기자는 연극장으로 향했다. 관객석에 앉은 순간, 아픈 발 같은 건 금세 잊었다. 조명이 켜지고 무대 위에 선 학생들은 단순한 배우가 아니었다. 한 명 한 명이 자신이었고, 자기 이야기를 말하는 사람이었다. 연극이라는 형식을 빌렸지만, 그것은 그들 삶의 일부였다. 무대를 보는 내내, 대학로 소극장에 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만큼 삼육대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은 진심이었다.

무대 위에서 나를 만난 날, 그리고 불안한 청년들

“보고서가 이게 뭡니까. 또래보다 늦게 입사했으면 기본은 해야 할 거 아니야.”

연극은 이렇게 시작됐다. 사무실에 울려 퍼진 호통. 주인공은 신입사원을 향해 냉정하게 말한다. 그리고 늦은 밤, 옥상에서 들려온 신입의 통화. 신입은 “요즘 자꾸 뒤처지는 것 같다”며, “엄마, 나 잘하고 있는 거 맞지?”라고 토로했다.

그 순간, 주인공의 눈빛이 흔들린다. 무언가를 꾹꾹 눌러 담은 채 살아오던 사람에게 떠오른 기억. 대학 시절 연극 동아리에 들어갔던 어느 봄날이다.

그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이제 진짜 인생을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연극을 시작했다. 동아리에서 대사를 외우고, 무대를 준비하며 자신을 표현하는 기쁨을 처음 알게 됐던 시간. 하지만 현실은 그 기쁨을 오래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밤마다 아르바이트를 했고, 아버지는 등록금을 벌어야 한다며 장학금을 요구했고, 친구들은 “넌 주인공이잖아, 빠지면 안 돼”라며 부담을 더했다. 동아리도, 수업도, 집안도 그에겐 어느 하나 쉬운 구석이 없었다.

새벽까지 대사를 외운 뒤 강의실로 향하고, 다시 알바 복장을 입은 채 식당으로 향했다. 그렇게 이어진 날들 끝에, 그는 결국 병원으로 실려 가게 된다.

주인공이 과로로 병원에 실려 가기 전, 연극 동아리 회장과 격하게 부딪친다. 대사를 외우지 못한 것에 대한 갈등이었지만, 그 안엔 서로 다른 책임감과 버거운 일상이 얽혀 있었다. 병원에 입원한 뒤 그는 회장을 다시 만난다. 주인공은 그제야 처음으로 “내 삶이 무너지고 있는 것 같다”고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회장은 묵묵히 그의 이야기를 듣는다. 말싸움은 끝났고, 두 사람은 조용히 화해한다. 공연 당일, 그는 주인공으로서 무대에 섰고 끝내 연극을 무사히 마치며 마무리된다.

그 장면을 지켜보며, 기자 역시 오래된 과거와 마주했다. 연극 도입부에서 주인공에게 혼나던 신입사원은, 회사에서 ‘쓸모없음’이라는 말을 삼키며 버텼던 기자였다. 등록금을 벌기 위해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던 그는, 매일 야간 편의점에서 일하고 졸린 눈으로 학교에 갔던 기자이기도 했다. 밤새 대사를 외우던 연극부 주인공은, 졸업작품을 만들기 위해 작업실에서 울다시피 버티던 기자였다. 그의 대사는 곧 기자의 속마음이었고, 무대 위 그의 침묵은 지난 시간이었다.

그래서 이 연극이 담고 있는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의 고민과 불안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전공 없이 대학에 들어와 방향을 고민하는 불안, ‘나만 늦은 거 아닐까’라는 두려움,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야 하는 막막함. 요즘 청년들은 빠르게 달려야만 살아남는다는 압박 속에 산다. 남들보다 한 걸음만 느려도 ‘실패’라는 딱지가 따라붙고, 계획된 경로를 벗어나면 금세 좌절감을 안게 된다.

이 연극은 그런 감정들을 감추거나 외면하지 않았다. 무대 위 배우들은 그저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연기하고 있었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관객은 장면 하나하나에 깊이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극은 관객에게 조용히 묻고 있었다. ‘너도 불안했니?’라는 질문에, 객석은 말없이 답하고 있었다.

무대 위에서 학생들은 마지막 장면에서 관객에게 인사를 한 뒤 공연을 마무리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관객석에서는 박수가 오랫동안 이어졌다. 그 박수는 단순한 격려를 넘어, 그들의 이야기가 진심이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반응이었다. 학생들은 무대를 끝까지 완주했고, 관객은 그 사실을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글 아시아타임즈 양혜랑 기자

아시아타임즈 https://www.asiatime.co.kr/article/20250627500184

[관련기사]
[언론 인터뷰]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의 ‘미래를 위한 1년’
[리뷰]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이 올린 ‘청춘의 무대 위,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