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과 학생팀, ‘정림학생건축상’ 대상·특별상 2관왕
80년대 주택을 공동체 마을로
‘수유리 8-1=1’ 프로젝트

삼육대 건축학과 정현선(21학번), 김세연(21학번), 이건희(20학번) 학생팀(지도교수 사광균)이 국내 메이저 건축 공모전인 ‘2025 정림학생건축상’에서 대상과 특별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우수한 창의성과 설계 역량을 인정받았다.
‘정림학생건축상’은 정림건축문화재단이 주관하는 권위 있는 공모전으로, 2005년부터 매년 우리 사회와 밀접한 주제를 선정해 근미래 한국의 도시와 건축을 상상하고 설계하는 기회를 제공해 왔다.
올해 공모전에는 전국 417개 팀이 지원했다. 이 중 15개 팀이 본선에 진출했으며, 5개 팀은 대상을, 10개 팀은 입선을 수상했다. 이와 별도로 2개 팀은 특별상을 받았다.
이번 공모전 주제는 ‘고고학자와 발명가’였다. 최근 공사비 폭등과 환경 문제로 인해 기존 건축물을 재활용하는 ‘건물 다시 쓰기’ 개념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1980년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계기로 대거 건설된 건물들이 40년이 지나면서, 새로운 용도로의 활용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참가자들은 1980년대 사용승인을 받은 건축물을 대상으로, 고고학자처럼 기존 건물의 사회적·역사적·문화적 맥락을 분석하고, 발명가의 시선으로 새로운 건축적 해법을 제시하는 창의적인 설계를 요구받았다.
삼육대 팀은 ‘수유리 8-1=1’ 프로젝트를 출품했다. 이 작품은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1980년대 주택 8채를 하나의 공동체 마을로 재구성하는 설계안이다. 8채 중 가운데 한 채를 제거해 공동 마당을 조성하고, 나머지 주택을 서로 연결해 주민들이 함께 마을을 가꾸며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주거유형을 제안했다.
심사위원단은 기존 주택을 보존하면서도 공동체 개념을 유지하는 방식이 설득력 있게 제시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발굴 과정에서의 철저한 조사와 분석이 돋보였으며, 공간의 가치를 깊이 있게 탐구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아 대상과 특별상인 발굴상을 함께 수여했다.
삼육대 학생팀은 “이번 공모전을 통해 도시 변화 속에서 80년대 주택이 지닌 가치와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사람들의 행위를 깊이 탐구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도시의 흐름 속에서 공간의 의미를 고민하고, 사람들의 삶과 연결된 건축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 수상소감은.
“팀원들과 밤을 새우며 스터디하고,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짧은 겨울방학 동안 정말 치열하게 준비했다. 그 노력 이상의 보상을 받게 돼 감사할 따름이다. 공모전 진행 과정에서 아낌없는 조언과 열정적인 지도를 해주신 사광균 교수님께도 깊이 감사드린다.
현장 발표에서 같은 주제를 두고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한 여러 팀을 보며 많은 것을 배웠고, 스스로 부족한 점을 깨닫는 값진 경험이었다. 심사위원인 양수인, 이상윤 건축가님께도 존경을 표한다. 언젠가 그 위치에 서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
─ 공모전 주제글과 주제설명회에서 받은 인상은.
“예년보다 현실성 있는 제안을 해야 한다고 느꼈다. 핵심은 1980년대 건물 유형을 선정해 심도 있게 관찰하고, 특수해가 아닌 일반해 즉, ‘여느 건물’에 사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발명품을 제안하는 것이었다. 기존 건물을 직접 사진으로 기록하고, 스케치하며 탐구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됐는데,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건물을 연구하면서 과거 건축의 특징과 현재의 활용 가능성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 주제글에서 제시한 ‘다시 쓰기’는 리모델링인가.
“겉으로 보면 ‘리모델링’과 유사해 보일 수 있지만, 공모전에서 강조한 핵심 개념은 ‘업사이클링’이었다. 단순히 기존 건물을 보수하고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 보존’이라는 개념을 적용해 과거를 바탕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방식을 제안해야 했다. 공간이 가진 잠재력을 끌어내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 기존 공모전과 접근 방식이 어떻게 달랐나.
“대부분의 건축 공모전은 대상지와 설계요강(규모, 프로그램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된다. 하지만 정림학생건축상은 주제만 주어지고, 설계 대상지나 목표를 백지에서부터 직접 설정해야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논리적으로 설계를 구성하고, 설득력 있게 제안해야 했기에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 ‘발굴조사서’와 ‘발명품 제안서’를 제출물로 요청한 점이 독특하다.
“정림학생건축상은 매년 독창적인 콘셉트를 제시한다. 올해 주제는 ‘고고학자와 발명가’였는데, 참가자들이 실제 고고학자처럼 들여다보고, 발명가처럼 제안해야 했다. 건축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두 직업의 능력을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느꼈다.”
─ 고고학자로서 어떤 작업을 했나.
“먼저 우리는 80년대 주택을 단순한 건물이 아닌, 하나의 공간적 현상으로 조명하고자 했다. 당시 주택에는 대문, 담장, 마당, 발코니 등 공간이 많이 생겼는데, 이 공간들은 서로를 ‘연결’하고 ‘매개’하는 역할을 했다. 우리의 첫 번째 발굴 대상은 바로 이 ‘연결과 매개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수유동을 직접 탐험하며 발견한 것은, 이러한 공간들이 이미 주민들의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확장되고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에 우리는 이 ‘활용공간’을 두 번째 발굴 대상으로 삼았다.
결과적으로, 연결과 매개의 공간은 단순한 구조적 요소가 아니라, 언제든지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는 잠재성을 지닌 공간이라는 점을 발견했고, 이를 ‘여지 공간’이라 명명해 연구를 확장해 나갔다.”
─ 발명 단계에서는
“발명의 단계로 넘어가면서, 우리는 ‘여지 공간’을 공공의 영역으로 확장하면 사람들이 함께 활용하고 만들어 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에 8채의 주택을 하나의 공동체 마을로 변화시키는 ‘수유리 8-1=1’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개별적으로 존재하던 8채의 주택 사이에 공공의 여지 공간을 조성함으로써, 사람들이 함께 가꾸고 활용하는 ‘공동체 마을’을 구상했다.”
─ 팀원 간 역할 분담은 어떻게 했나.
“작업량과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예를 들어 ‘발굴조사서’는 입면의 양이 많았기에, 건물마다 번호를 정해 각자 기록하고 관찰하며 쓰임의 형태를 추리했다. 새로운 공동체 주거를 구상하는 과정에서는 공공성을 중심으로 건물을 제거할 것인지, 보존할 것인지, 강화할 것인지에 대해 팀원들과 함께 토론하며 결정을 내렸다.”
─ 작업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80년대 주택에 대한 도면이나 연구자료가 거의 없어서 초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옛 주거 유형에 관한 도서를 여러 권 참고하며 80년대 주택의 평면과 입면 유형, 주요 특징을 분석했다. 또 현장조사를 통해 창문의 위치와 크기를 관찰하며, 이를 바탕으로 안방과 화장실 등의 위치를 추정해 도면을 직접 작성했다.
심사위원이 제안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작업도 어려웠다. 비교적 쉬운 어휘를 사용하고, 슬라이드를 두괄식으로 구성해 핵심 내용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했다.”
─ 대상과 함께 특별상인 ‘발굴상’도 받았는데.
“두 심사위원 모두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상윤 심사위원님은 ‘8-1=1’이라는 개념이 설득력 있었으며, 기존 주택을 보존하면서도 공동체 개념을 유지하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발굴조사서의 시각적 표현이 돋보였고, 단순한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보존하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게 그려졌다고 말씀해 주셨다.
양수인 심사위원님은 탐구 과정과 활용에 대한 고민이 잘 드러난 점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발굴조사서에서 구체적인 묘사와 조사 과정이 프로젝트의 가치를 더욱 높였다고 했다.”
─ 이번 공모전에서 무엇을 배웠나.
”(정현선) 공모전 준비 당시 사광균 교수님께서 덴마크에서 활동하는 박희찬 건축가의 ‘관계도시’라는 책을 추천해 주셨다. 이 책을 통해 덴마크에서는 ‘휘게(hygge)’, 즉 ‘함께 사는 정신’을 기반으로 하는 ‘중정형 집합 주거’ 유형이 매우 보편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러한 해외 사례를 접하지 못했다면, 이번 프로젝트의 출발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책 속에는 인터넷에서 찾을 수 없는 깊이 있는 정보들이 많았다. 같은 주제를 더 깊이 탐구하려면 도서를 통한 학습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건축은 단순한 감각적 접근이 아니라, 깊이 있는 연구와 탐구를 통해 ‘논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
”(김세연) 도시 변화 속에서 80년대 주택이 지닌 가치와 그 안에서 이뤄지는 사람들의 행위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도시의 흐름 속에서 공간이 가지는 의미를 고민하고, 사람들의 삶과 연결된 건축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구체적으로 한국 주택의 가치와 덧대어지고 증축된 변화의 흔적을 해석하는 방법을 더욱 깊이 연구하고 싶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설계 과정에서도 이러한 고민을 반영해, 도시와 사람을 연결하는 건축을 하고 싶다.“
”(이건희) 그간 일상에서 접하는 건물들에 대해 왜 깊이 고민하지 않았는지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또 심사위원분들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앞으로는 신축보다 리모델링이 더욱 중요한 방향이 될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신축 위주의 사고에만 머물러 있었던 것 같다.
이번 공모전을 통해 기존 공간 속에서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 안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건물에 담긴 가치를 깊이 이해하는 건축가로 성장하고 싶다. 어떤 것을 보존하고,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야 할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고민하겠다.“
글 하홍준 hahj@sy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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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https://news.chosun.com/pan/site/data/html_dir/2025/03/14/2025031402471.html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0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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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https://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576332
에듀동아 https://edu.donga.com/news/articleView.html?idxno=83055
대학저널 https://dhnews.co.kr/news/view/1065574440703042
교수신문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132079
베리타스알파 https://www.veritas-a.com/news/articleView.html?idxno=545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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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인뉴스 http://www.withinnews.co.kr/news/view.html?section=1&category=155&item=&no=35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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