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칼럼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모란

2020.03.12 조회수 58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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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운 교수의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한국의 모네, 꽃으로 힐링 하다

좋은 그림은 작가 ‘고유’의 정신과 구도, 선, 색, 마티에르로 판단한다.

훌륭한 화가는 이것들을 용광로처럼 녹여 자신만의 독특한 아우라와 아이덴티티를 발현시킨다. 미술 단체 임원으로 활동하며 필자와 인연을 나눈 정우범 화백은 ‘중후한 수채화’라는 ‘고유한’ 화법으로 유명해진 블루칩(Blue chip) 작가다. 그는 자연을 깊이 주시하고 한동안 명상한 뒤, 그만의 독특한 미적 감흥과 터치로 마치 추상화 같은 아름답고 품격 높은 수채화를 그려 낸다. 마치 꿈속의 아련한 기억의 편린을 종이에 스며들게 하여 감(感)상자를 촉촉하게 치유하는 듯하다.

일찍이 광주에서 20년간 미술 교사를 하다가 본격적인 창작의 길로 들어선 그의 순수함과 치열한 작가 정신이 화폭에서 고스란히 향기로 다가온다. “수채화는 맑아야 한다.”는 기존 관념을 거부한 그의 입체적 수채화 기법은 독보적이다. 그는 유화 붓으로 ‘특수한 종이(cotten)’에 물을 뿌려 그리거나, 스펀지, 화장지로 흡착하는 과정을 통해 번짐, 밀착, 응축으로 유화보 다 더 깊은 독창적인 ‘정우범 스타일’을 완성하였다.

▲ 정우범, <모란>, 100X100cm, Arches Watercolor, 2000.

이 화법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따뜻하고 신비로운 감성을 일으켜 관조와 여유와 품격을 선사하여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정우범 작품의 구도는 지극히 단순하지만 지루하지 않고, 보면 볼수록 묘하고 풍부한 미감을 느끼게 한다. 프랑스의 미술 비평가 마틸드 끄라레(Mathilde Claret)는 “모네 의 후예 정우범! 그는 서양의 감성을 가장 잘 이해하고 가장 동양적으로 풀어낸 화가”라고 극찬한다. 이어서 “자연 이 몸소 화폭 위로 다가왔고 자연 스스로가 하늘과 땅과 포옹하기를 원한다.”라고 평했다.

정화백은 현재 ‘환타지아(Fantasia)’라는 테마로 ‘흐드러진 꽃 그림’에 천착하고 있다. 그는 하나님이 창조한 자연의 집약체인 ‘꽃’으로 세상을 치유하려고 하는 것일까? ‘모란’은 그의 따뜻한 내면 세계가 스민 ‘힐링 꽃 그림’이다. 화면을 가득 채운 자주색은 강렬한 에너지와 생명력을 준다. ‘모란’의 자주색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여 인정받고, 위로받고 싶어 하는 의미가 있다.

물감과 물감이 서로 퍼지고 어우러져 나타나는 미묘함은 온화하고 사랑스러운 빛으로 다가와 평안을 갖게 한다. ‘모란’은 순진무구한, 수줍은 소녀의 발그레한 볼 같다. 이 그림은 단순 하고 소박한 미니멀리즘(Minimalism)과 다양하고 다층적인 감동을 전달하려는 맥시멀리즘(Maximalism)이 융화되는 복합적 미학이 은폐되어 있다.

‘모란’의 아름다운 물감의 어우러짐에서 수많은 힐링 이야기가 들려오는 듯하다. 피카 소는 “예술은 먼지에 찌든 영혼을 맑게 해준다.”라고 했던가. 결코 시들지 않는 이 ‘모란’ 한 송이를, 치유가 필요한 메마른 현대인의 영혼에 기도하는 마음으로 바친다.

김성운 
화가, 삼육대학교 아트앤디자인학과(Art& Design) 교수, 디자인학 박사,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졸업, 개인전 20회(한국, 프랑스, 일본 등) 국내·외 단체전 230회, 파리 퐁데자르·라빌라데자르갤러리 소속 작가, 대한민국현대미술전 심사위원, 한국정보디자인학회 부회장, 재림미술인협회장, 작품 소장 : 미국의회도서관, 프랑스, 일본 콜렉터, 한국산업은행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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