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뷰

[방학 뭐하니?] 유리창에 800만 마리 ‘쿵’…야생조류 구하는 ‘버드히어로’ 나선다

2021.07.26 조회수 852 홍보팀
share

동물생명자원학과 동물행동과학연구실 학생들
‘시민과학 풀씨’ 연구지원 사업 선정…‘조류충돌 모니터링’ 연구 수행

교내 다니엘관 강의실. 10cm 크기의 작은 새가 유리창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더니 그대로 창에 부딪혀 바닥으로 뚝 떨어졌다. 1층으로 내려가 봤다. 바닥에 떨어진 새는 숨을 몇 번 헐떡이더니 영영 눈을 뜨지 못했다. 일명 ‘조류충돌’(버드 스트라이크). 최근 고층 건물이나, 외벽이 유리로 된 건물이 늘어나면서 야생조류가 건물에 부딪혀 죽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이렇게 죽어나가는 새가 연간 800만 마리에 달한다. 4초에 한 마리 꼴이다.

삼육대 동물생명자원학과 동물행동과학연구실(지도교수 정훈) 고나영(19학번), 유현주(19학번), 김지수(20학번) 학생이 조류충돌로부터 새들을 구하기 위한 연구 프로젝트에 나섰다. 팀명은 ‘버드히어로’. 이름 그대로 새를 구하는 히어로가 되겠다는 뜻이다.

버드히어로 팀은 지난 4월 재단법인 숲과 나눔, 과학전문 매체 동아사이언스가 공동 주관하는 ‘시민과학풀씨 2기 연구 지원사업’에 최종 선정되면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관련기사▷동물생명자원학과 학생들, 시민과학 성장 이끌 연구자로) 시민과학풀씨는 환경·안전·보건 분야 연구자의 연구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아카데미 사업으로, 연구비 총 지원 규모는 300만원이다.

▲ 버드히어로 팀. 왼쪽부터 고나영 김지수 유현주 학생. 교내 제2과학관 동물행동과학연구실에서 박제된 조류를 들고 있다.

교내 동물행동과학연구실 멤버로 평소 조류에 관심이 많았던 팀원들은 자연스럽게 조류충돌 문제로까지 관심사가 이어지게 됐다. “인공둥지 모니터링을 하고, 생태조사에도 참여하면서 야생동물을 가까이에서 접할 기회가 많았어요. 그 과정에서 야생동물과 인간이 엮여있는 다양한 문제 상황을 인식하게 됐죠. 그중 야생조류 투명구조물 충돌 문제를 알게 됐어요. 매년 조류충돌로 800만 마리나 죽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어요. 이를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연구주제로 다루게 됐습니다.”

버드히어로 팀에 따르면, 야생조류의 충돌은 유리의 투명성과 반사성에 의해 발생한다. 보통 방음벽에선 투명성이, 건물에선 반사성이 문제가 된다. 교내 다니엘관 유리창에 부딪혀 죽은 새는 반사성으로 인한 조류충돌 사례다.

버드히어로 팀은 여름방학을 활용해 구리 갈매, 하남 미사, 고양 원흥, 충북 예산 등 전국 5개 지역 아파트 단지의 방음벽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모니터링 활동을 펼치고 있다. 기본적인 생태정보와 이동시기, 충돌흔, 사체 상태, 종별 충돌 양상 등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특정 종(種)이 어떤 사유로 얼마나 충돌하는지 유추할 수 있다. 고나영 팀장은 “야생조류 충돌 방지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정확하고 많은 양의 모니터링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모니터링에 중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 조사지역 중 한 곳인 구리시 갈매동 지도. 조사 범위를 설정해 기록했다.

시민과학 풀씨 사업은 ‘시민참여를 통한 과학의 대중화’도 중요한 목적이다. 선정 팀은 연구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 교육과 과학탐구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버드히어로 팀은 어린이 과학동아가 선발한 지구사랑탐사대 9기 가족 대원들과 매칭이 됐다. 이들을 대상으로 유튜브와 줌을 통한 강의, 미팅을 진행하고, 현장교육을 통해 함께 모니터링 활동을 하고 있다.

“조류충돌 문제는 특히 일반 시민들의 관심이 중요해요. 저희가 하고 있는 모니터링 활동이 대중화된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일상 속에서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거예요. 나아가 사회적으로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죠.” 팀원들은 “연구결과를 함께 시민들과 도출함으로써 과학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덮친 무더운 여름, 새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히어로들에게 장기적인 플랜을 물었다. “저는 생태가 적성에 잘 맞는 것 같아요. 특히 펭귄을 좋아해서 졸업 후 극지연구소에서 일하고 싶습니다.”(김지수) “야생동물을 위해 직접 현장에서 뛰어다닐 수 있는 국립생태원,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들어가고 싶어요.”(고나영) “오래전부터 환경영향평가원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대학원에도 진학할 생각이에요. 물론 저도 생태가 좋습니다!”(유현주)

[시리즈 연재]
[방학 뭐하니?] 유리창에 800만 마리 ‘쿵’…야생조류 구하는 ‘버드히어로’ 나선다
[방학 뭐하니?] “돌봄 업계 ‘배달의민족’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