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칼럼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창문을 통해 본 파리

2019.02.11 조회수 4,495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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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운 교수의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프랑스는 화가들의 블랙홀이다.

자국의 화가도 많은데, 세계 각국에서 화가들이 몰려와서 창작 활동을 왕성하게 펼치고 프랑스에서 묻힌다. 그들은 이름만 들어도 가슴 벅찬 거장들인 고흐, 피카소, 모딜리아니, 샤갈, 이응로 등이다. 그들이 주로 거주했던 파리에서의 생활은 매우 어렵고 고통 속에 이루어졌지만, 한결같이 파리를 찬양한다. 어느 철학자는 “살아서는 파리에, 죽어서는 천국에”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필자도 파리에서 1년간 힘들게 살아 봤지만 파리는 ‘모든 것이 용서되는’ 도시이다.

러시아가 고향인 샤갈은 “나의 모든 것은 러시아에서 가져왔고, 파리는 그것들에 빛을 비춰 주었다.”라고 고백할 정도로 파리를 찬양했다. 그는 러시아에서 부친이 지어 준 ‘모이슈 세갈’이라는 이름도 프랑스 스타일의 ‘마르크 샤갈’로 개명했다.

‘창문을 통해 본 파리’는 샤갈이 파리에 처음 왔을 때 강한 인상과 감동을 받은 에펠 탑이 메인 비주얼이다. 마침 에펠 탑 꼭대기에서 낙하산 타고 내려오는 사람을 목격하고 재빨리 그려 넣었다.

▲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창문을 통해 본 파리

파리의 아틀리에에서 창밖을 내다보면서 그린 광경은 보나르의 앵티미즘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색채의 마술사’라고 하는 샤갈은 창틀에 다양한 색상을 적용하여 보나르와는 전혀 다른 아우라를 펼친다. 샤갈은 “나는 단지 창문만 열었는데 푸른 공기, 사랑, 꽃들이 그녀와 함께 마구 들어왔다.”라는 시처럼 감성적인 말을 남겼다.

그의 파리 찬가는 하늘의 프랑스 삼색 국기, 뒤집혀 가는 기차, 동화 같은 건물, 의자 등받이에서 피어나는 꽃 등으로 나타냈다. 이는 초현실주의, 표현주의풍이다. 중력을 무시하고 하늘을 부유하는 연인은 화가 자신과 지극히 사랑하는 아내 벨라이다. 창틀의 고양이와 손바닥의 하트 표시를 한 전면의 인물은 입체주의 스타일로 표현했다. 이는 그의 조국 러시아와 제2의 고향 프랑스에서의 자신의 변신을 알레고리(Allegory) 기법으로 치환하고 있다.

샤갈은 작품의 소재로 에펠 탑을 많이 그렸는데 ‘에펠 탑의 신랑·신부’라는 작품은 장콕도의 시 제목을 보고 사랑스럽게 제작한 그림이다. 샤갈은 아내 벨라와의 ‘사랑’을 평생 주제로 삼았고, 그의 작품 80%가 ‘사랑’이 테마이다. 그는 “인생과 예술을 나타내는 유일한 색은 사랑이라는 색밖에 없다.”고 했을 정도이다.

‘창문을 통해 본 파리’는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필자는 이 작품을 1988년에 직접 접했다. 당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설계한 달팽이처럼 생긴 독특한 건축물인 구겐하임 미술관의 외관도 기억에 남는다.

샤갈의 작품은 남프랑스 니스에 소재한 샤갈 미술관에 성서의 내용을 중심으로 한 450여 점이 소장되어 있다. 필자는 그의 작품이 파리의 퐁피두센터에도 많이 소장되어 있어 여러 번 감상했다.

샤갈은 고향의 암소, 수탉, 꽃, 목장, 서커스 곡예사, 파리 풍경 등 자신만의 색채와 세계를 노래하며 우리에게 다양한 감동과 힐링을 준다.

샤갈은 “나의 고향은 암소의 얼굴로 상징된다.”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필자도 기법과 내용은 다르지만 ‘고향과 암소’를 작품 소재로 한다. 그래서인지 샤갈이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


김성운
화가 삼육대학교 아트앤디자인학과(Art& Design) 교수, 디자인학 박사,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졸업, 개인전 20회(한국, 프랑스, 일본 등) 국내·외 단체전 230회, 파리 퐁데자르·라빌라데자르갤러리 소속 작가, 대한민국현대미술전 심사위원, 한국정보디자인학회 부회장, 재림미술인협회장, 작품 소장 : 미국의회도서관, 프랑스, 일본 콜렉터, 한국산업은행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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