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칼럼

[시론] 챗GPT 열풍, 어떤 인간상을 추구할 것인가?

2023.08.01 조회수 2,304 커뮤니케이션팀
share

[김성익 신학과 교수]

최근에 전 세계가 함께 고통을 겪은 코로나바이러스 범유행은 다양한 사회적 변화를 가져왔다. 그중 하나는 감염 예방을 위한 개인위생 조치인 비대면 강조로 인해 모든 것을 연결해 주는 사물인터넷 기술에 기초한 비대면 초연결 사회(hyper-connected society)가 정착된 것이다.

필자도 국제적인 회의도 교회 성경 연구 모임도 줌이라는 앱을 통해 비대면으로 했고, 모든 강의도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강의로 진행했다. 사람들은 어디에 있든지 휴대전화기를 통해 끊임없이 서로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주문을 하고, 정보를 검색한다. 이제는 마스크를 벗어 던지게 됐지만 코로나로 인해 성큼 다가온 4차 산업 혁명의 중요 요소인 초연결 사회는 돌이킬 수 없는 일상으로 바뀌어 버렸다.

이런 와중에 4차 산업 혁명의 또 다른 요소인 챗GPT는 가히 혁명적이다. 기존의 다양한 검색엔진을 통해 원하는 주제에 관한 방대한 자료를 찾아보는 것을 넘어선 것이다.

작년 12월 1일 오픈에이아이(Open Al)라는 인공지능 연구재단이 공개한 챗GPT는 인터넷에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의 영역을 대화로 발전시켰다. 요구받은 주제를 스스로 학습하여 사람과 대화할 뿐 아니라 요구받은 질문 사항에 대해 매우 그럴듯한 대답을 하고 심지어 그림을 그려 내기도 한다. 어떤 작가는 여러 상황을 입력한 한국형 막장드라마를 만들어 보라고 한 결과 제법 훌륭한 시나리오를 받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온종일 인터넷을 통한 컴퓨터 화면 혹은 휴대전화기 화면을 바라보면서 하는 새로운 소통의 초연결 시대, 검색의 시대와 더불어 이제는 인공지능과 대화를 통해 정보를 획득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이렇게 급변하는 초연결 시대와 챗GPT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지식이 증가하는 시대

기원전 7세기 인물인 다니엘은 당시 종주국이던 신바빌로니아의 운명을 포함하여 그 이후 페르시아, 그리스, 로마의 흥망사는 물론 예수의 탄생과 죽음 그리고 종말 시대에 관한 예언을 남겼다. 종말 시대에 관한 그의 묘사는 매우 흥미롭다. “많은 사람이 빨리 왕래하며 지식이 더하리라”(단 12:4).

‘많은 사람이 빨리 왕복한다’는 표현은 19세기부터 상용화되기 시작한 철도와 자동차의 발명과 1903년 라이트 형제에 의해 발명된 비행기를 떠오르게 한다. 매년 비행기에 탑승하는 승객이 코로나 대유행 이전에는 47억 명에 달했다. 주말에 고속도로를 가득 채우는 자동차만 보아도 현대인들이 과거와 비교하여 얼마나 빨리 많이 왕래하는지 쉽게 가늠할 수 있다.

‘지식이 더한다’는 표현은 지식의 증가 속도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982년 버크민스터 풀러(Buckminster Fuller)는 그의 책 임계경로 (Critical Path)』에서 인간 지식의 배가에 관해 이야기했다. 서기 1년부터 1500년까지는 한 번 배가되었다. 그 후 속도가 높아져 1750년에 한 번 배가되었고, 1900년에 한 번 더 배가되었다. 1945년 말에는 25년에 한 번 배가되었다. 1983년에는 12~13개월 걸렸다. 2012년 아이비엠 빅 데이터(IBM Big Data) 연구는 미래의 특정 시점이 되면 지식은 12시간마다 배가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는 인터넷 데이터 축적에 따른 결과이다. 이 시기에 청소년들이 학교 수업을 마치고 나오면 온 세상의 지식이 두 배 이상 증가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단순히 과거의 지식을 암기하는 학습은 종말을 고하게 된 것이다.

미래학자이자 구글의 기술개발자인 레이 커츠와일(Ray Kurzweil)은 2005년 그의 책 『특이점이 온다(The Singualrity Is Near)」에서 2020년 말에는 인간지능을 완벽히 모방하고 대화가 가능한 인공지능이 출현할 것이라 내다보았다. 이후 그는 2029년에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 수준을 넘어서리라 예측했다.

10년 전만 해도 판타지 같던 이 같은 예견들이 현실이 되는 것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다니엘은 이런 시대에 사람됨에 주목하고 있다. “지혜 있는 자는 궁창의 빛과 같이 빛날 것이요 많은 사람을 옳은 데로 돌아오게 한 자는 별과 같이 영원토록 비취리라”(단 12:3).

지혜 있는 자가 빛을 발한다

챗GPT는 표절과 저작권 문제, 학문 연구의 저하 문제 등 많은 잠재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챗GPT가 사용하는 인터넷에 쌓인 빅데이터는 진짜와 가짜가 섞여 있다는 점이다. 챗GPT는 가짜 뉴스나 혐오를 유발하기 위해 사진과 영상을 조작할 수 있고, 종종 다수의 오류를 거르지 못하고 이를 옳은 것으로 제시할 수 있다. 이런 한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다니엘이 말한 지혜 있는 자는 히브리어로 ‘분별력이 있는 자’, ‘신중한 자’, ‘통찰력을 가진 자’를 의미한다. 이는 인공지능을 통해 지식을 배가하고 논리적인 지식의 생산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시기에 놓치지 말아야 할 덕목이다.

먼저 챗GPT가 제공하는 정보를 맹신하지 말아야 한다. 더 나아가 개인이나 단체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거나 사회의 화합과 안정을 해 치는 정보는 검중하여 분별하는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옳고 그름에 대한 정확한 잣대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게 무섭게 축적되는 정보를 올바르게 분별할 수 있는 지혜로운 사람이 빛을 발하는 시대가 되었다.

옳은 삶으로 인도하는 사람이 진정한 스타이다

미셸 황이라는 프로그램 개발자는 어린 시절 자신이 쓴 일기를 챗GPT에 학습시킨다음, 자신의 어린 시절 인공지능을 만들어 내어 어린 시절의 자신과 실시간 대화를 나눈 내용을 자신의 트위터에 공개하여 화제가 되었다. 이를 생성형 인공지능이라고 한다. 과거의 챗봇은 입력된 질문을 선택하면 정해진 대답을 하는 방식이었는데 챗GPT는 내가 원하는 인물을 다양하게 설정하면 얼마든지 내가 원하는 자연스런 대화가 가능해진다. 외로운 현대인들은 기술과 기계가 만드는 이런 유사 관계에서 위로받으며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문제는 챗GPT가 올바른 가치관을 전수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공지능이 모방할 수 없는 창의성을 가진 개인이 현안에 대해 제대로 문제화하여 질문하고, 올바 른 지시어를 제시해서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한 세상을 만드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개인을 교육해 내는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또한 초연결 사회는 전통적인 대면 인간관계나 공동체를 무너뜨리고 있다. 하지만 이는 온라인을 통한 새로운 공동체를 출현시키고 있다. 역설적으로 이들은 쉽게 직접 대면하여 만나는 모임으로 변모하곤 한다. 이렇게 새로운 공동체를 통해 공유한 정보는 맹목적인 신뢰성을 가지게 된다. 이렇게 공유된 정보는 가치관을 형성하고 더 나아가 행동하게 만든다.

따라서 과거 어머니 품에서 구전으로 문화와 가치관이 전수되던 시절처럼 새로운 공동체 안에서 올바른 가치관으로 사람들에게 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선한 영향을 미쳐서 올바른 길로 이끄는 개인의 중요성이 두드러지는 시대가 되었다. 다니엘은 이 시대의 진정한 스타는 이처럼 많은 사람 을 옳은 곳으로 이끄는 사람이 될 것이라 예견하고 있다.

월간 <시조>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