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칼럼

[김나미 조명탄] 다른 세상의 달, 12월

2021.12.29 조회수 2,104 커뮤니케이션팀
share

[김나미 삼육대 스미스학부대학 교수]

2021년이라 쓰는 것이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마지막 달 12월도 열흘이 채 남지 않았다. 유독 성급히 다가온 듯한 송년의 순간이 당혹스럽다.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과 새해를 맞는 기대가 잔잔했던 일상에 돌이 되어 마음을 두드린다. 아메리칸 인디언 체로키족은 12월을 ‘다른 세상의 달’이라 부른다. 마지막과 시작을 돌아보는 특별한 시간, 일상에 묻혀 있던 마음이 삶의 본질로 향하게 되는 각별함을 잘 표현한 말인 것 같다. 이 순간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오늘의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2021년 5월은 인생의 숙제인 책, 『행복한 사람은 이렇게 삽니다』를 통해 작가가 되고, 국방일보와의 만남을 통해 칼럼니스트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한 시간이었다. 내 마음과 생각을 열어 누군가와 나누는 일들이 무척 어려우면서도 신기했다. 글쓰기를 통해 나를 들여다보고, 내 말을 공유할 준비를 하는 경험은 인고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글로 남기지 않았다면 전혀 해보지 못할 생각의 결실을 만나는 일, 누군가가 나를 읽어 나가는 일, 전달된 내 마음에 반응한 새로운 생각을 돌아보는 일, 낯선 사람들과 공유하는 생각의 화학작용을 통해 ‘또 다른 나’로 성장하는 시간은 참 신비하고 흥분되는 경험이었다.

이 특별한 경험을 통해 우리는 읽히기를 기다리는 책과 같은 존재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모두는 내 인생이라는 책의 저자이자 주인공이다. 주어진 시간과 조건, 환경 안에서 나만의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그 결과로 내 삶은 한 권의 책으로 엮어지고 누군가에게 읽혀지고 여운을 남기게 된다. 어떤 인생이 참다운 인생이고 뜻있는 삶인가는 누구도 결정할 수 없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어떻게 시작해서 어떤 결말을 끌어낼 것인가 하는 것은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 지금 이 순간도 우리는 작가가 돼 그 책의 한 챕터를 써내려가고 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상담자와 교수로 살아오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한 문장이다. 지난 20여 년간 수많은 학생, 다양한 내담자들과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함께 찾아온 결실들이 내 책의 핵심이었다. 매 순간 새로운 나를 만나기 위해 읽고 생각하고 쓰고 나누는 일을 지금까지 꾸준히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시간의 연장선 위에서 삶의 양면성과 아이러니인 나 자신에게 향했던 생각의 시간만큼 나를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의 결실에 이르렀다. 건강하고 행복한 내가 되기 위해서는 나를 넘어서 누군가를 향하고, 의미 있는 어떤 것을 향해야 한다는 깨달음이었다.

최근에 읽고 있는 책 『당신의 삶은 충분히 의미 있다』에서 이런 나의 생각에 꼭 맞는 한 인용문을 만났다.

“강물은 제 물을 마시지 않습니다. 나무는 제가 맺은 과일을 먹지 않습니다. 태양은 제게로 빛을 비추지 않고 꽃은 자신을 향해 향기를 뿌리지 않아요. 타인을 위해 사는 것, 이것이 우주의 법칙입니다. 우리는 서로 도우며 살도록 태어났어요. 그렇게 하는 게 비록 어렵다 해도 말이지요. 우리가 행복하면 삶은 멋지죠. 그러나 다른 이들이 당신으로 인해 행복해지면 삶은 더 멋질 겁니다.”

이 글을 쓰며 2021년 다른 세상의 달, 12월, 이 순간이 유난히 더 의미 있게 다가온 이유를 알게 됐다. 나의 부족한 생각을 나누는 용기를 낸 한 해가 버겁고 힘들기도 했지만 뜻하지 않은 새로운 행복을 경험한 시간이었다. 세상을 향한 창을 여는 글쓰기가 기쁨이었고, 마지막 칼럼을 쓰며 그 창을 닫는 일이 연인과 헤어지듯 아련함으로 다가온 이유이기도 하다. 나에게 새로운 기쁨을 선물해 준 국방일보와 그 독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펜을 내려놓는다.

국방일보 https://kookbang.dema.mil.kr/newsWeb/20211224/1/BBSMSTR_000000100134/view.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