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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론’과 ‘인간실격’… 24년 도서관 대출 1·2위

2025.01.21 조회수 303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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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학술정보원 도서 대출순위 분석
톱10 중 소설 8권… 노벨문학상 효과로 한국문학 약진
전체 대출 건수 32% ↑

[SU-Creator 뉴스팀 김민하 기자]

2024년 삼육대 학술정보원(중앙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대출된 책은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밖에 대출 순위 상위 10권 중 8권이 소설로 나타나 삼육대 학생들의 문학에 대한 높은 관심이 드러났다.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촉발된 ‘한강 신드롬’의 여파도 순위에서 뚜렷하게 확인됐다.

SU-Creator 뉴스팀은 학술정보원으로부터 지난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의 대출 도서 현황 자료를 입수해 분석했다. 동일 도서가 여러 권 있는 경우(복권) 합산해 집계했으며, 시리즈물은 소수의 이용자가 순차적으로 대출할 때 과대 집계될 가능성을 고려해 제외했다.

분석 결과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이 총 27회 대출돼 1위를 차지했다. 이 책은 1936년 초판이 나온 이후 전 세계에서 6000만부 넘게 팔린 ‘베스트·스테디 셀러’이다. ‘친구를 만들고 사람을 설득하는 법’이라는 초판 제목처럼,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친구를 만들고 적을 만들지 않는 방법을 단순하고 실용적으로 풀어냈다.

2위는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적 소설 『인간 실격』(26회)이 이름을 올렸다. 인간관계와 인간 실체에 대한 통찰과 회의가 담긴 책으로, 2차 세계대전 패전 직후 혼란스러운 일본 사회를 그린다.

교양교육원 이관호 선임연구원(철학자)은 SU-Creator 뉴스팀과의 인터뷰에서 삶에 대한 긍정적인 의지가 담긴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과 삶이 무너지는 과정을 그린 『인간 실격』이 나란히 1, 2위에 오른 것에 주목했다. 그는 “학생들이 인간관계 문제로 고민하면서 동시에 자아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코멘트했다.

노동욱 창의융합자유전공학부 교수도 “팬데믹을 거치고 지속적인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로 사람 간 대면 활동이 줄어드는 추세 속에서 현대인들이 대인 관계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자연스럽게 ‘인간관계론’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3위는 구병모 작가의 소설 『파과』(23회)가 차지했다. 40년 동안 냉혹한 킬러로 살아온 60대 여성 주인공이 예기치 않은 관계를 맺으며 변화하는 모습을 그린다. 이 책을 원작으로 한 민규동 감독의 동명 영화가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구병모 작가의 또 다른 소설인 『아가미』(16회)도 10위에 랭크됐다. 죽음의 문턱에서 아가미를 갖게 된 소년 ‘곤’과 주변 인물 사이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다.

구병모 작가는 2009년 『위저드 베이커리』로 데뷔했다. 독창적인 상상력과 문학적 감수성이 돋보이는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 왔으며, 판타지와 현실을 넘나드는 섬세한 서사로 청소년과 성인 독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한강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말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한국 문학 붐을 일으킨 한강의 대표작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는 각각 4위(21회), 7위(17회)에 올랐다.

노동욱 교수는 “올해 대출 순위 톱10 중 무려 8권이 소설인데, 이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시작된 한국소설 붐과 무관치 않다”고 분석했다. 이관호 연구원도 “노벨문학상이 연초에 발표되었다면 한강의 더 많은 책이 목록에 있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채식주의자』는 어느 날부터 육식을 거부하며 가족들과 갈등을 빚기 시작하는 ‘영혜’를 중심인물로 한 장편소설이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 있었던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철저한 고증과 취재를 바탕으로 한강 특유의 정교하고 밀도 있는 문장으로 그려낸다.

노동욱 교수는 “원망스러울 만큼 정확한 표현으로 읽는 이를 고통스럽게 한다”는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평론을 인용하며 “한강은 타인의 고통에 이입하고 공감케 하는 문학의 기능을 그 누구보다도 탁월하게 성취해 냈다”고 평가했다.

이밖에 5위(20회)는 양귀자의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공동 7위(17회)는 정해연의 『홍학의 자리』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가 차지했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은 젊은 여성이 인기 남자배우를 납치해 감금하고 조종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92년 초판 출간 당시 매우 공격적인 방식으로 성 불평등 문제를 제기해 페미니즘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최근 페미니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며 ‘역주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홍학의 자리』는 고등학교 교사와 학생 사이의 비밀스러운 관계에서 비롯된 연쇄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스릴러 소설이다. 『1Q84』는 일본 문학의 거장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으로 현실과 비현실이 뒤섞인 도쿄에서 두 인물이 얽히며 펼쳐지는 사랑과 자아에 대한 탐구를 그린다.

▲ 삼육대 학술정보원 2층 자료실

2023년 집계에서 1위에 올랐던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6위(18회)에 위치하며 여전히 높은 관심을 받고 있었다. (관련기사▷삼육인이 가장 많이 빌려본 책…’정의란 무엇인가’) 2010년 우리나라에 처음 출간된 책으로 한국 사회에 ‘정의’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구제금융, 모병제, 대리출산, 동성결혼, 과거사 공개사과 등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흔히 부딪히는 문제를 통해 무엇이 정의로운가에 대한 해답을 탐구한다.

한편 2024년 학술정보원의 전체 대출 건수는 1만 3981건이었다. 전년도(2023년) 1만 565건 대비 32.3% 증가했다. 앞선 2022년은 1만 2274건, 2021년은 1만 1797건으로, 최근 몇 년간 가장 많은 대출 건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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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25.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