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크랩] 김동건 교수, 하루살이 막는 ‘신박한 퇴치법’ 화제
인간과 곤충의 ‘공간 분리’
조명으로 하루 100만 마리 차단
매년 여름이면 도심을 습격하는 불청객, 하루살이. 지하철역, 식당, 야구장 등 불빛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몰려드는 이 곤충은 보기만 해도 불쾌하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 미운 손님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공존’의 방식으로 해결한 기술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6월 18일 KBS 보도국 유튜브 채널 ‘크랩(KLAB)’은 「”와 이건 생각도 못했다” 하루살이 해결할 신박한 퇴치법 등장이요!」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김동건 삼육대 환경생태연구소장 겸 교양교육원 교수의 연구과제인 하루살이 유입 억제 조명 장치를 집중 소개했다.
해당 영상은 7월 11일 기준 조회수 약 49만회, 댓글 570여 개를 기록하며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상보기▷”와 이건 생각도 못했다” 하루살이 해결할 신박한 퇴치법 등장이요!)
이 장치의 원리는 간단하다. 강 한가운데 고출력 LED 조명을 설치해 하루살이가 본래 서식지인 하천 중앙에 머물도록 유인하는 방식이다. 강한 불빛에 이끌린 하루살이들은 도심을 향해 날아가지 않고 해당 지점에 몰려들며, 일부는 자연스럽게 수면에 떨어져 어류나 조류의 먹이로 순환된다.
김 교수는 영상에서 “곤충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곤충의 ‘공간을 분리’하는 방식”이라고 강조하며, 곤충 개체군을 억제하면서도 생태계를 해치지 않는 지속가능한 방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장치는 남양주시 한강변에 10대가량 설치돼 하루 평균 100만 마리 이상의 하루살이 유입을 억제하고 있다. 시민 불편 해소는 물론 생태계 안정성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하루살이는 불쾌하고 성가신 존재지만, 생태학자 김 교수의 시선은 다르다. 영상에서 그는 하루살이를 “나비보다 더 예쁘게 보일 때가 있다”면서 이 곤충의 생태적 가치를 짚었다.
하루살이는 성충이 된 이후 입이 퇴화돼 사람을 물지 않으며, 질병을 전파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애벌레 시절에는 하천 바닥의 유기물을 먹으며 자연정화 작용을 하는 대표적인 익충이다. 하루살이가 많은 지역은 수질이 양호하다는 생태적 지표로도 해석된다.
김 교수는 “무분별한 퇴치는 곤충 생태계를 무너뜨려 오히려 해충 밀도만 높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하루살이 같은 생물은 없애야 할 존재가 아니라, 공존을 위한 대상으로 봐야 한다”고 짚었다.
하루살이 대발생은 단지 여름철 계절성 문제가 아니다. 김 교수는 그 배경에 기후변화가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장마, 태풍 등으로 강바닥이 뒤집히며 하루살이 애벌레의 개체수가 자연스럽게 조절됐지만, 최근 몇 년간 강수량이 불규칙해지며 개체수가 비정상적으로 누적되고 있다.
실제로 기후변화는 하루살이뿐 아니라 대벌레, 메뚜기 등 다양한 곤충의 대량 번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온도와 습도에 민감한 곤충들은 환경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 일시에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생태계와 도시환경에 복합적인 영향을 끼친다.
김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살충제나 대량 방제는 오히려 생태계 교란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개체군을 안정화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 하홍준 hahj@sy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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