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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육人] 나 ‘삼육의 왕’인데 팔씨름 한번 붙어볼래?

2025.06.30 조회수 3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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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씨름 공인 아마추어급
화학생명과학과 김남일 학우
닉네임 ‘삼육의왕’으로 활약

▲ ‘삼육의왕’ 김남일(화학생명과학과 23학번) 학우가 팔씨름 대회에서 수상한 메달을 목에 걸고 힘차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레디, 고!”

심판의 외침과 함께 두 팔이 맞붙는다. 손목이 꺾이고, 어깨와 허리에 긴장이 번진다. 짧다면 짧은 이 몇 초 안에 모든 것이 결정된다. 상대 손등이 테이블 패드에 닿는 순간, 승패가 갈린다. 단순해 보여도 결코 단순하지 않은 싸움이다. 팔의 힘은 물론이고, 손목 각도와 악력, 순간적인 기술 전환이 교묘히 얽힌다.

누구나 한 번쯤은 장난처럼 해봤을 팔씨름. 그러나 이 단순한 놀이에 인생을 건 청년이 있다. 우리 대학 화학생명과학과 김남일(23학번) 학우. 팔씨름계에서는 ‘삼육의 왕’이라는 닉네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중학생 시절 교실 책상 위에서 연거푸 지며 키운 승부욕이 어느새 전국대회 금메달로 이어졌다. 대회 활동을 시작한 지 1년 6개월 만에 이룬 성과다.

팔씨름은 그에게 단순한 취미가 아니다. 손목을 꺾고 상대를 끌어오는 ‘훅(hook)’을 연마하며 체육관과 대회장을 오가는 날들이 이어진다.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손사래를 치면서도 눈빛은 단단하다. ‘삼육의 왕’ 김남일 학우를 만나 팔씨름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첫 대회, 첫 패배

─ 팔씨름은 언제 처음 시작했나요?

“중학생 때 쉬는 시간마다 친구들이랑 팔씨름을 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계속 지더라고요. 오기가 생겼습니다. 힘부터 세져야겠다 싶어서 아령 들고 손목 까딱까딱하는 운동을 했어요. 그게 제 첫 훈련이었죠.”

─ 본격적으로 대회에 나간 건 언제부터였나요?

“2023년 초 대학에 들어와서요. 영등포에 있는 팔씨름 체육관에서 열린 작은 대회였어요. 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거든요.”

─ 결과는?

“다시 떠올리고 싶진 않은데… 한 번 이기고 두 번 져서 탈락했어요. 첫 대회였고, 기술과 힘이 많이 부족했죠. 아쉽고 속상했는데 그게 오히려 자극이 됐어요. ‘다음엔 더 잘하자’는 마음으로 계속 연습했습니다.”

— 주로 어떤 훈련을 합니까?

“손목 힘이 중요해서 덤벨로 손목 운동을 제일 많이 해요. 상체 전반의 넘기는 힘도 필요해서 케이블 머신으로도 훈련하고요. 한 부위만 키운다고 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부위의 운동을 반복하는 게 중요해요. 철저히 루틴 정해놓고 하는 분들도 많은데, 저는 컨디션에 따라 유연하게 하는 편이에요.”

▲ 전완근이 유독 크고 단단했다. 반복된 훈련의 결과다.

‘삼육의 왕’ 탄생

우리나라 팔씨름계에서 공인받는 협회는 ‘대한팔씨름연맹(KAF)’이 꼽힌다. 연맹은 국가대표 선발전을 비롯해 1년에 6회 정도 대회를 연다. 전국의 동호인과 선수 200~300명이 출전한다.

대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체급은 보통 왼팔과 오른팔 각각 여섯 가지로 나뉜다. △-63kg △-70kg △-78kg △-86kg △-95kg △무제한급(+95kg) 등이다. 또 각 체급은 비기너→하비(hobby·취미)→노비스(novice·초심자)→아마추어→세미프로→프로 단계로 구분된다. 보통 하비 또는 노비스부터 시작해 승리를 통해 포인트를 쌓고, 100포인트를 쌓으면 다음 단계로 승급하는 방식이다.

김남일 학우는 꾸준히 대회에 출전하며 폼을 끌어올리고 있다. 오른팔은 하비와 노비스를 거쳐 이미 아마추어 선수로 활동 중이다. 왼팔은 얼마 전 출전한 하비 승급전 무제한 체급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 ‘삼육의 왕’이라는 닉네임은 어떻게 붙었나요?

“대회 활동하는 분 중에 ‘백석의 왕’이라는 닉네임 쓰는 분이 있었어요. 일산 백석고에서 1등이라는 뜻인데, 멋있어 보여서 저도 ‘학교 안에서라도 1등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따라 지었습니다.”

— 팔씨름은 힘 싸움입니까, 기술 싸움입니까?

“물론 기술도 중요하지만, 힘이 센 사람이 무조건 유리한 건 확실합니다. 비율로 따지면 힘이 8, 기술이 2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일단 힘이 세야 기술도 먹혀요. 처음부터 힘이 강했던 사람이 기술을 약간만 알면 더 강해지고요.”

▲ ‘삼육의왕’ 김남일 학우(오른쪽)가 상대와 치열한 팔씨름 승부를 펼치고 있다. 사진=옥상파워 제공

— 어떤 힘이 가장 중요한가요?

“사람마다 다르지만 저는 손목을 꺾는 힘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보통 손목에서 결판이 나요.”

— 경기 시작하면 손목부터 꺾고 힘을 주는 건가요?

“그렇진 않아요. 손목을 먼저 꺾고 그다음에 힘을 주면 상대가 대응할 시간이 생겨요. 거의 동시에 이뤄져야 합니다. 손목을 꺾으면서 동시에 넘기는 거죠.”

— 주로 어떤 기술을 쓰나요?

“훅(hook)을 가장 많이 써요. 상대 손목을 안으로 꺾고 내 몸쪽으로 끌어당기면서 넘기는 기술이죠. 손목이 핵심이라 제 스타일에 잘 맞아요. 탑롤(toproll)은 엄지를 중심으로 상대 손목을 바깥으로 비트는 기술이에요. 프레스(press)는 어깨를 집어넣고 삼두와 팔꿈치 힘으로 팔을 눌러버리는 기술인데, 팔꿈치 부상 위험이 커서 잘 쓰진 않습니다.”

— 단순히 힘으로만 되는 건 아니군요.

“손을 잡는 순간, 상대의 자세만 봐도 힘이 어디로 들어오는지 대략 느낌이 와요. 잘하는 사람은 그 짧은 순간 머릿속에서 계산이 돌아갑니다. 상대 약점을 찾아서 기술과 힘쓰는 방향을 전환하는 게 중요합니다.”

— 일반인이 단기간에 실력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팔씨름 테이블에서 손을 많이 잡아보는 게 가장 좋아요. 감을 잡아야 해요.”

— 조금 더 빠른 길은요?

“손목 꺾는 연습이요. 검지가 내 몸을 바라보게 하면서 힘을 쓰는 겁니다.”

팔씨름의 세계

— 팔씨름은 부상이 잦은 스포츠인가요?

“지키라는 것만 잘 지키면 크게 다칠 일은 없습니다. 무리해서 힘만 쓰다가 다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입문 초기에는 자세가 잘 안 잡히니까 특히 그렇고요. 쉬는 시간 충분히 갖고 정확한 자세로 하면 부상을 피하면서 강해질 수 있어요.”

— 경기 방식은.

“간단해요. 상대 손등이 터치패드에 먼저 닿으면 이기는 겁니다.”

─ 반칙도 있나요?

“팔꿈치를 놓는 정사각형 패드가 있는데, 그 밖으로 팔꿈치가 나가면 파울입니다. 두 번 파울이면 이기고 있어도 패배 처리되고요. 또 비어 있는 손으로 잡고 있는 막대에서 손이 떨어져도 반칙입니다. 닿기만 하면 되는데, 떨어지면 안 돼요.”

─ 국내 팔씨름 동호인은 얼마나 됩니까?

“대한팔씨름연맹이 운영하는 ‘그립보드’라는 커뮤니티(다음 카페)가 있어요. 회원이 1만 6천명 정도 됩니다. 정기적으로 대회에 출전하는 활동 인구는 500명 안팎이고요.”

─ 선수 수명은 긴 편인가요?

“되게 길어요. 20대 후반부터 전성기로 보고 70대에 현역으로 뛰는 선수들도 있고요. 지금도 아버지를 한 번도 못 이겼습니다.”

─ ‘근수저’군요. 아버지도 선수셨나요?

“아뇨. 농사를 지으셔서 그런지, 그냥 원래 세신 것 같습니다.”

▲ ‘삼육의왕’ 김남일 학우(가운데 팔씨름 테이블 왼쪽)가 팔씨름 동호인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다양한 연령대와 체급의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사진=옥상파워 제공

내 인생의 가장 큰 지분

—팔씨름의 가장 큰 매력은 뭔가요?

“매번 지던 상대에게 처음 이겼을 때 느끼는 성취감. 그게 제일 큽니다.”

—팔씨름이 가르쳐준 게 있다면.

“겸손이요. 조금 이겼다고 자만하면 안 돼요. 세상에 센 사람은 정말 많거든요.”

—화학생명과학과인데, 진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가장 큰 고민입니다. 과학에 흥미가 있는데, 구체적인 직무는 아직 못 정했어요. 좀 더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아요.”

— 팔씨름으로 어디까지 해보고 싶나요?

“아마추어 부문 우승까지는 꼭 해보고 싶어요. 그 이후는 그때 가서 생각하려고요.”

▲ ‘삼육의왕’ 김남일 학우가 수상한 상장과 메달들. 오른쪽에는 다양한 대회에서 획득한 메달이 그간의 도전과 성취를 증명하고 있다. 왼쪽 위에 보이는 빨간색 운동기구는 손과 손목 강화를 위해 평소 가장 자주 사용하는 ‘탑롤 디펜스 그립’이다. 케이블에 연결해 쓴다.

—팔씨름은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제 끈기와 의지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인 것 같아요. 오래 살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가장 열심히 한 분야입니다. 제일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어요.”

— ‘삼육의 왕’ 타이틀은 계속 지키고 있나요?

“네. 학교에서는 아직 한 번도 진 적 없습니다.”

— 인터뷰 나가면 도전자가 몰릴 텐데.

“닉네임이 ‘삼육의 왕’인데. 다 받아줘야죠.” (웃음)

 

글 하홍준 hahj@syu.ac.kr
촬영 유다혜 youda602@syu.ac.kr
편집 김신영 newyoungk@syu.ac.kr

ⓒ 삼육대학교 브랜드전략본부 커뮤니케이션팀 supr@sy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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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25.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