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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더미 위에서 피어난 연대… ‘산불 피해’ 지역에 대규모 봉사대 파견

2025.05.14 조회수 29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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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교수·직원 128명
안동 일직면서 4박 5일간 복구 활동 펼쳐

지난 4월 29일 오후, 경북 안동시 일직면. 봉사대를 실은 버스가 마을 초입의 좁은 길로 접어들자 창밖 풍경이 달라졌다. 산 능선을 따라 얽혀 있는 까맣게 그을린 나뭇가지들, 골조만 남은 비닐하우스, 들판 위로 흩어진 녹아내린 스티로폼과 뒤엉킨 잔해. 철제 폐기물은 한쪽에 산처럼 쌓여 있었다. 화마가 할퀴고 간 봄의 들녘이었다.

버스 안은 차분했다. 간간이 오가던 대화도 잦아들었다. 도착과 동시에 학생들은 말없이 장갑을 꼈다. 눈앞의 참상은 말보다 먼저 마음을 움직였다.

이곳 일직면은 지난 3월, 영남권을 덮친 초대형 산불의 핵심 피해지다. 초속 20m 강풍을 타고 의성에서 번져온 불길은 20여 분 만에 마을 전체를 집어삼켰다. 일직면 내 20개 마을 대부분이 피해를 입었고, 1400여 세대가 주택과 비닐하우스, 농기구를 포함한 생계 기반을 잃었다.

“뒤돌아볼 겨를도 없었습니다. 불이 앞으로 오는 게 아니라, 사방에서 몰려왔어요.” 화훼농가를 운영하던 김정규 씨는 산불 당시 상황을 담담히 전했다. 그는 주택과 비닐하우스 9동, 창고 3동, 차량, 농기구 등 전 재산을 잃었다고 했다. 김 씨 개인의 피해 규모만 30억원에 달한다. 그의 가족은 현재 인근 교회 사택과 안동시 대피소에 흩어져 지내고 있다.

삼육대는 4월 28일부터 5월 2일까지 4박 5일간 총 128명의 대규모 봉사대를 일직면에 파견했다. 교직원 46명, 학생 82명으로 구성된 봉사대는 피해 지역 곳곳에서 화재 잔해 철거, 농기구 및 작물 정리, 파종 지원 등 복구 작업에 투입됐다.

첫날에는 교직원 선발대가 통행로 확보, 위험 구조물 해체, 비닐하우스 철골 제거 등을 맡았다. 다음 날부터 학생 봉사대가 5개 조로 나뉘어 분갈이, 잔해 수거, 파종 보조 등 복구 활동을 이어갔다.

녹아내린 화분 속 흙은 그냥 버릴 수 없었다. 학생들은 흙을 조심스럽게 들어 새 화분으로 옮겼다. 밑에는 부직포를 정성껏 깔아 흙이 새지 않도록 했다. 3인 1조가 호흡을 맞춰 들고 붓기를 반복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입을 다문 채 땀만 흘리는 이들이 많았다.

봉사대의 숙소는 일정하지 않았다. 지역 교회와 민가, 숙박업소에 분산돼 지냈고, 세면은 대중목욕탕을 단체로 이용했다. 식사는 교회 성도들이 자원봉사로 마련해 줬다. 낮에는 흙먼지와 재를 뒤집어쓰고, 밤에는 좁은 방에 나란히 누워 잠을 청했다. 그러나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다. 서로를 배려하며 지낸 4박 5일은 협력과 연대의 가치를 실천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사회복지학과 권혁민(23학번) 학우는 “서류가 아닌 사람의 삶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교수님 말씀이 떠올랐다”며 “이곳에서의 경험은 왜 이 학문을 공부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했다”고 말했다. 아트앤디자인학과 문현민(22학번) 학우는 “처음엔 봉사 시간을 채우기 위해 왔지만, 지금은 의미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해외 유학생들의 참여도 눈길을 끌었다. 인도 출신 유학생 조셉 자누(신학과 박사과정)는 “한국에서 받은 도움에 보답하고 싶었다”며 “현장에서 함께할 수 있어 감사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출신 시모노바 나탈리아(영어영문학과 23학)는 “뉴스로만 보던 재난 현장을 직접 마주하니 감정이 복잡했다. 미약하지만 도움이 될 수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봉사 현장을 찾은 제해종 총장도 작업복을 입고 장갑을 꼈다. 그는 “봉사대원들의 표정에서 단순한 경험이 아닌 진심으로 돕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졌다”며 “대부분의 사람이 자기만을 위해 살아가지만, 우리 학생들은 남을 위해 줄 수 있는 삶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여러분의 모습에서 삼육대가 추구하는 인성교육과 ‘세상을 변화시키는 실천적 가치’가 느껴져 자랑스럽다”고 격려했다.

김정옥 일직면장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와준 삼육대 봉사대의 헌신에 큰 위로가 됐다”며 “주저앉고 싶었던 마음에 용기를 얻었다. 여러분의 봉사에 힘입어 마을도 예전처럼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복구 중인 농가 한편, 타버린 화분 속에서 연초록 새싹 하나가 돋아나고 있었다.

글/사진 하홍준 hahj@syu.ac.kr
영상 김신영 newyoungk@sy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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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https://news.chosun.com/pan/site/data/html_dir/2025/05/08/202505080312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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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타스알파 https://www.veritas-a.com/news/articleView.html?idxno=552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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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134245
위드인뉴스 http://www.withinnews.co.kr/news/view.html?section=1&category=155&item=&no=36227
비욘드포스트 https://www.beyondpost.co.kr/view.php?ud=202505090852418093d2326fc69c_30
뉴데일리 https://biz.newdaily.co.kr/site/data/html/2025/05/09/2025050900009.html
팝콘뉴스 https://www.popcorn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79745
중앙이코노미뉴스 https://www.joongang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20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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