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보건대와 통합하고 의대 신설 추진… 학교 브랜드 가치 높일 것”
제해종 신임 총장 <동아일보> 인터뷰
내년 통합정원제로 235명 선발 예정… 전공 없는 인문-자연계열 학부 신설
수능성적 100% 반영해 정시로 모집… 인공지능-반도체 등 첨단학과 개편
삼육보건대와 통합 땐 건강과학 특화… 숙원 사업인 ‘의대 신설’ 추진은 계속
“1906년 의명학교 시절부터 따지면 삼육대 역사가 120년 가까이 되는데 브랜드 가치가 높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삼육보건대와의 통합, 의대 신설 등을 통해 삼육대의 진가를 보여주겠습니다.”
제해종 삼육대 총장(57)은 지난달 28일 동아일보와의 취임 인터뷰에서 앞으로 4년간의 임기를 학령인구 급감에 따른 대학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삼육대의 브랜드 가치를 탄탄하게 구축하는 골든타임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삼육대 신학과를 졸업하고 삼육대에서 교목처장, 생활교육원장, 신학과장 등을 거친 제 총장은 지난달 1일 임기를 시작했다.
― 내년도 입시에서 무전공(전공 자율 선택제)으로 얼마나 뽑나.
“삼육대는 2025학년도에 전체 모집인원의 20.3%(정원 내 기준 235명)를 통합정원제(무전공)로 선발한다. 이를 위해 창의융합자유전공학부(인문계열)와 미래융합자유전공학부(자연계열)를 신설한다. 이들 학부에 입학한 경우 2학년에 올라갈 때 계열 구분 없이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창의융합자유전공학부에 입학했어도 자연계열 전공을 택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사범계열인 유아교육과와 보건계열인 간호학과, 약학과, 물리치료학과는 선택할 수 없다.”
― 무전공 선발 방법이 궁금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 100%를 반영해 정시모집으로만 선발한다. 창의융합자유전공학부는 수능에서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한 경우 취득 점수의 3%를 가산점으로 부여한다. 무전공 선발을 정시에서만 하는 건 수시모집의 경우 지원자의 전공 적합성을 우선해 뽑기 때문이다. 진로를 명확하게 정한 수험생은 기존처럼 학과나 학부별로 모집하는 수시에 지원하면 된다.”
― 무전공 입학생의 진로탐색을 어떻게 지원하나
“전공을 특정하지 않고 대학에 입학하면 어떤 수업을 듣고 어떻게 진로를 탐색해야 할지 몰라 방황할 수 있다. 그래서 삼육대는 전담교수 및 전문상담사 제도를 운영하려 한다. 1학년 2학기 중 전문상담사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전공능력진단을 실시하고 전담교수를 배정할 예정이다. 학과 소속의 전담교수가 학생과 상담해 커리큘럼을 짤 수 있도록 돕는다.”
― 무전공 선발을 부담스러워하는 대학도 많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는 단순한 정보 축적을 넘어 창조적인 융·복합 역량을 가져야 한다. 전공과 학과의 벽으로 경직된 체계를 벗어나지 못하면 미래 사회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무전공 선발은 대학이 당연히 가야 할 방향이다. 인기 학과로의 쏠림 현상이 예상되지만 제도 취지대로 학생의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려 한다. 신설한 창의융합교육 운영위원회를 통해 제도를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
― 학생 선택권 확대를 계속 추진해 왔다고 들었다.
“전과 자율제를 2013년부터 시행해 희망 학과·학부 모집정원 100% 내에서 학과장 승인 없이 전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12학점을 들으면 인정하는 마이크로전공 제도를 도입해 여러 학문을 익히고 융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현재 데이터사이언스, 반도체, 바이오의학, 항공서비스 등 10개 과정을 운영 중이다.”
― 의대 신설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2017년 서남대 폐교가 가시화됐을 때 삼육대가 인수를 추진하며 서남대 정상화 계획서를 교육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의대 신설은 삼육대의 숙원 사업이다. 삼육대는 약학과, 간호학과 등을 통해 보건의료 전문인을 양성 중이고 재단에서 운영하는 여러 병원이 있다. 특히 삼육서울병원과 삼육부산병원은 병상을 대폭 늘리는 중이다. 정부의 의료개혁에 발맞춰 충남 내포신도시에 50명 정원의 의대 캠퍼스 설립을 추진했다. 올해는 의대 신설이 허가되지 않았지만 언제든 기회가 온다면 의대 설립을 통해 의료 발전에 기여할 각오가 돼 있다.”
― 삼육보건대와의 통합은 잘되고 있나.
“정부의 글로컬대 사업에서 볼 수 있듯이 대학 간 통합은 시대 정신인 만큼 잘 진행하려 한다. 삼육보건대와의 통합이 잘 마무리될 경우 지금의 삼육대 노원 캠퍼스는 첨단학과 중심으로 특화하고, 삼육보건대 동대문 캠퍼스는 건강과학 캠퍼스로 특화하겠다.”
― 최근 학과 개편도 많이 했다고 들었다.
“아침에 생산된 지식이 저녁이면 부패하는 시대다. 삼육대는 학과구조개선위원회를 통해 산업 구조와 사회 수요에 맞춘 학과 신설 및 융·복합을 추진 중이다. 빅데이터클라우드공학과를 신설해 올해 첫 신입생 30명을 받았다. 2021년 인공지능융합학부를 신설해 인공지능공학, 경영정보시스템, 지능형반도체 등 세 전공을 운영 중이다. 인공지능융합학부는 교육부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주관하는 ‘반도체 소부장 엔지니어 양성 과정’도 운영한다.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출신 교수진이 반도체 8대 공정, 소자 특성 등을 강의하는 식이다. 역시 2021년 신설한 항공관광외국어학부는 서울 4년제 대학에서 최초로 설립한 항공서비스 학과다. 외국어 능력과 동아시아 문화지식을 갖춘 융합인재 양성을 위해 중국어학과와 일본어학과를 통합하기도 했다.”
―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학과도 신설한다고 들었다.
“글로벌문화예술융합학부를 신설해 올 2학기에 150여 명이 입학할 예정이다. 삼육대에는 현재 미국 중국 일본 브라질 등 29개국 559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재학 중이다. 임기 내 1000명까지 유학생 규모를 늘리려 한다. 현재 167명인 어학당 학생은 500명 이상으로 늘리고 학부와 대학원에도 진학시키겠다. 자매대학과 공유대학 설립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16개국, 18개 대학과 컨소시엄도 구성했다. 미네르바대처럼 각국 대학에 체류하며 기업 인턴십과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교육과정도 운영할 계획이다.”
동아일보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40417/12453280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