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교소식

캄보디아 따게오학교

2023.05.09 조회수 660 suw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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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우리의 나이가 그 정도로 나이가 많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두 딸아이 모두 집을 떠났습니다.
자신의 꿈을 따라 스스로 선택하고 나아가는 길에
부모로써 해 줄수 있는 것은 오직
마음을 다해 응원하는 것과 기도하는 것과 울타리가 되어주는 일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두 아이가 떠나고
집은 어찌나 조용한지 한동안 마음이 참 허전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인지 스물 여섯이나 먹은 큰 딸 “반니”가
(캄보디아 아이로 고아이고 정식입양은 아니지만 한 가족이 된지 십년이 되었습니다)
자신의 방은 그냥 두고 저희 집 빈방으로 들어와 밤마다 잠을 자기 시작했습니다.
와서 자라고 한것도 아닌데 마치 이 엄마의 비어버린 마음을 읽은 양
옷을 갈아입으러 제 집으로 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항상 제 옆에서 또 남편의 옆에서 딸 노릇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손님이 오시면 함께 식사를 준비하고
바쁜 저희를 위해 집을 안팎으로 돌보고
학교의 학생들을 제 동생들마냥 돌보기도 합니다.
하루종일 일을 하다 집으로 돌아가는 늦은 밤엔
항상 그 아이가 저희를 맞이합니다.
저와 함께 빵공장에서 빵을 만들고
조깅을 하는 아빠 옆에서 자전거를 타고 따라가기도 하고
울적한 날엔 제 옆에서 수다쟁이가 되어 이런저런 대화들로 저를 웃게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방에 사는 스무 살 아들은 ( 고아이고 이 아이도 가족이 된지 십년이 되었습니다.)
예비 며느리가 될 여자친구를 종종 데리고 와서
마치 매일이 명절인 것 처럼 집안을 시끌벅적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렇게 언젠가부터 배 아파서 낳은 아이들의 빈자리를
마음으로 낳은 아이들이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도 없이, 어쩌면 외로울 수도 있는 외국에서의 삶을
빛나고, 풍성하고, 또 따뜻하게 하는 것은
우리를 부모로 마음에 들여준 이 아이들 덕분입니다.
이 아이들 또한 언젠가 자신들의 가정을 꾸리고 또 그렇게 떠날 아이들이지만,
오늘, 이 순간에 한 공간에서 가족이란 이름으로 사는 것에 그저 감사합니다.
누군가는 우리에게 어려운 아이들을 돕고 돌보는 일이 훌륭하다 말하지만,
사실은 그 아이들이 이제 중년에 접어들고 노년으로 가는 우리의 삶에
따스한 온기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순간에 이 곳에 이 아이들과 함께 있음에 또 감사합니다.
그렇게 따스한 아이들의 사랑을 담아 캄보디아에서 백 여섯번째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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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3.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