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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인터뷰] “‘멍에’ 함께 나눠 질 때, ‘멍에’는 곧 ‘명예’ 될 것”

2020.04.24 조회수 2,703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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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기대응 본부 ‘ 조직·운영, 실시간 모니터링 학생 건강 최우선
‘4차 산업혁명 시대’ 연계전공 준비, ‘수-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운영
섬기는 마음으로 학교 발전에 최선, 다양한 채널로 투명한 정책 결정

예년 같았으면 새내기 웃음소리와 저마다의 미래를 향해 가는 발걸음으로 가득했을 삼육대학교 교정이었겠지만, 올해는 고즈넉했다. 오랜만에 내리는 봄비가 메마른 교정을 적시고, 빈 강의실의 창문을 두드릴 뿐이었다. ‘코로나19’로 교육 역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강이 이뤄진 가운데, 삼육대는 김일목 총장 시대를 맞이했다.

김 총장은 3월 16일에 온라인 취임식을 열어 대학 구성원들에게 첫인사를 건넸다. 학령인구 감소, 점점 어려워지는 대학 재정 상황, 학생들의 취업난,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혁신 과제, 여기에 팬데믹 상황 대처까지. 김 총장의 어깨에 걸려 있는 ‘멍에’가 한둘이 아닌 상황이다. 하지만 김 총장은 취임사에서 “‘멍에’를 함께 나눠 질 때, ‘멍에’는 곧 ‘명예’가 될 것”이라며 온화한 미소로 자신 있게 말했다. 본지는 김 총장에게 ‘코로나19’ 이후의 대학 교육 변화에 관해 묻고, 총장 재임 기간 동안 삼육대에서 어떤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지 들어봤다.

– 그간 삼육대는 ‘코로나19’에 어떻게 대응해 왔나.
“삼육대는 학생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방역과 전체 학사일정을 조정하는 등 총력을 기울였다. 지난 2월 3일 김남정 부총장을 본부장으로 전 유관부서가 참여하는 ‘코로나19 위기대응 본부’를 조직해 실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구축하고, 캠퍼스 전체 시설에 방역을 했다. 외국인 유학생은 입국 시 공항 픽업부터 교내 특별시설 2주 보호 등 선제적으로 조치했다. 수업 부분에서는 ‘원격수업 TFT(태스크 포스팀)’를 구성해 수업 지원과 서버 증설로 서버 다운로드 사태와 여타 사고들을 대비했다. 지금은 ‘강의 5부제’를 시행 중이다.

이런 방식에 익숙지 않은 교수들을 교육하고 지원하는 데에도 투자했다. 원격 교육 질 관리를 위해 직원과 이러닝 지원 조교들은 e-class에 업로드된 1만여 건의 강의 영상을 전수 모니터링했고, 교수와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교육 만족도를 확인한 뒤 서비스에 반영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 ‘코로나19’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고 한다. 대학 경영자로서 예측하는 ‘대학의 미래’는 어떤가.
“유치원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범 교육계가 ‘코로나19’로 인한 수업결손과 교육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런 혼란과 위기가 그간 답보상태였던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을 빠르게 당겨올 거라는 전망도 쏟아진다. 이런 패러다임 전환을 가능케 하는 온라인 플랫폼이 온라인 교육의 중심축이 될 것이다. 온라인 교육에 제한적이고 소극적이었던 교육 당국의 방침도 이번 사태를 통해 많이 달라질 거라고 본다.

그렇다고 디지털 교육이 현장 교육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한다. 독일의 철학자 마르틴 부버가 자신의 저서 ‘나와 너‘, ‘만남의 교육’ 등에서 말했듯이, 진정한 교육은 나와 너의 인격적인 만남을 통해서 이뤄진다. 우리는 사람을 통해 배우고, 자신과 다른 사고방식과 성장 배경, 관점을 가진 다양한 사람을 만나 관찰하고, 상호학습하면서 자란다. 청각, 시각, 후각 단서들을 교환하고 일대일로 소통할 때 더 깊은 학습이 이뤄졌다. 역사적으로 어떠한 새로운 기술도 대면을 통한 학습을 근본적으로 대체하진 못했다.”

– 그렇다면 온라인 교육은 대안이 못되나?
”대학 현장에서 디지털은 대면 강의의 ‘대체재’라기보다 ‘보완재’다. 삼육대는 2017년부터 ‘MVP 혁신교수법’이라는 교육모형으로 강의를 온라인으로 예습하고, 실제 강의실에는 토론과 프로젝트 방식으로 진행하는 ‘플립드 러닝’(flipped learning)을 운영 중이다. 또한 삼육대 디지털 러닝센터는 국내 최초로 가상현실(VR)을 이용해 물리치료 임상실습을 할 수 있는 교육용 콘텐츠를 제작해 물리치료학과 수업에 적용하고 있다. 애리조나 주립대학교(ASU) 같은 온라인 교육 특화 대학교의 사례를 한국대학신문 기사로 접하기도 하고, UCN 콘퍼런스에 참여하면서 참고했다. 이 사례만 보더라도 대면 접촉을 통해 이뤄지는 교육과 온라인 교육이 결합할 때 가장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 ‘교육혁신’이 대학가 화두다. 임기 중 특별한 방안이 있나.
”앞서 말했듯 삼육대는 지난 2017년부터 ‘플립드 러닝’(flipped learning) 기반으로 ‘MVP 혁신교수법’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운영 중이다. 수업 전-중-후 학습자를 밀착 관리로 학습효과를 극대화한 교육모형이다. 지난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평가원이 실시한 대학기관평가인증에서 ‘우수대학’ 사례로 선정됐다. 지난 학기 기준으로 18개 학과 49명의 교수가 총 69개 교과목에 이를 적용해 운영했다.

아울러 ‘혁신평가 시스템’을 구축해 교육, 연구, 진로지도, 행정, 학과 전공 등 대학의 모든 분야에서 상시평가를 할 계획이다. 대학 경쟁력을 갖추려면 시대 요구와 흐름을 분석·판단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관련 검증 부서도 별도 운영할 계획이다. 이 시스템을 통해 현재 직면한 상황을 보다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시스템은 신입생 역량 분석 및 강화, 학부교육의 질 관리, 졸업생 조사를 통한 학부 교육성과 분석도 가능하다. 즉, 입학에서부터 중도 탈락, 졸업, 취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의 성과분석과 예측이 가능해 학생들이 원하는 맞춤 교육을 완성하고, 교수의 질적 수준 향상을 유도할 수 있다. 삼육대는 이렇게 얻은 분석 결과를 활용해 교육과정 선진화를 꾀하고, 궁극적으로 학생 창업률·취업률이 향상되도록 할 계획이다.”

– 취임사에서 현재를 ‘일모도원(日暮途遠)’에 비유했다. 대학이 마주한 가장 시급한 현안은 무엇이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갈 길은 먼데 날은 저무는 상황’이다. 모든 사안이 급하지만, 재정위기가 가장 심각하다. 학령인구 감소와 12년째 동결된 등록금, 2023년 입학금 전면 폐지까지 각 대학 재정난은 한계치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 대학의 재정은 등록금과 발전기금, 법인전입금, 국고 지원금 등으로 구성되는데, 정부는 등록금을 교육 목적으로만 사용하도록 제한했다. 건축이나 시설 보완 및 기타 사업은 등록금 이외의 자금으로 운영해야 하는데, 등록금 동결과 입학금 감축으로 수입이 줄어들면서 운영비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번 총장 임기 중 ‘발전기금 확충’을 통해 재정적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 취임 직후 실무부서와 긴밀하게 협의해 모금 목표액을 정했고, 기금 유치 및 홍보 전략을 수립했다. 삼육대는 연간 30억원 정도 발전기금이 들어온다고 가정하면 효율적 경영이 가능하다. 이에 향후 4년 임기 동안 120억원을 모금 목표액으로 정했다. 최근 미주에 설립인가를 받은 삼육대 국제재단(가칭) 조직을 정비해 연내 출범하고, 미주지역에서도 기금 유치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최근에도 학교를 사랑하는 전·현직 교수들과 퇴직한 교직원, 유학생들까지 ‘기부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어서 학교로서는 감사한 일이다.“

– 삼육대 발전을 위해 이후 교수와 교직원 역량 강화는 어떻게 할 계획인지.
”재정이 허락하는 한 교수들을 위한 최첨단 교육시설과 최선의 연구 환경을 조성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를 위해 기획처 산하에 국책사업 및 연구사업 유치기획단을 신설해 대형 국책사업 유치에 전력을 다할 생각이다. 대학의 혁신은 ‘대학 사무혁신’에서 시작된다. 이를 위해 직무분석, 목표관리, 인사고과 3대 시스템을 구축하고 적용해나갈 것이다.

– ‘사람을 참되게, 세상을 환하게’라는 슬로건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삼육대는 1906년 평안남도 순안에서 개교한 이래 지난 114년간 지(智)·영(靈)·체(體) 전인교육을 바탕으로 ‘진리와 사랑의 봉사자’를 양성해왔다. 세상을 섬기고, 세상을 환하게 밝히는 참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은 우리 대학의 설립목적이자 존재 이유다.

지난해 본교 학생이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맹학교 졸업생들에게 ‘손으로 보는 졸업사진’을 선물하는 프로젝트를 열어 주목받았다. 차가운 지식과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세상을 따뜻하게 해주는지 보여준 사례다. 우리 대학은 학생 개인이 진행한 이 프로젝트를 지난 학기부터 정규교과목으로 개발·편성해 졸업필수 교과목인 ‘지역 사회공헌’에 ‘3D 프린팅 재능기부’로 개설했다. 이는 삼육대가 지향하는 교육과 목적이 같다.“

– 학교와 학생의 노력과는 별개로 취업난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악조건 속, 대학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대학의 핵심 역할은 탁월한 교육과 연구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고 그것을 가지고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 ‘창업’과 ‘창직’으로 이어가는 것이다. 앨빈 토플러는 생전에 ‘한국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도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낭비한다’라고 말했다. 시대는 극대화된 통합적 사고를 요구하는데, 여전히 문과·이과 칸막이 교육과 주입식 수업이 계속되고, 대학에서도 ‘해답형’이 아닌 ‘정답형’ 인간을 배출하고 있음을 지적한 말이다. MIT는 약 3만 개의 동문 기업이 46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연간 매출이 약 2100조원 규모다(2015년 기준). 또한 스탠퍼드대학은 4만여 개의 동문 기업이 54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이들 기업의 연평균 총매출이 약 3000조 원에 육박한다. 이처럼 대학은 가치 창출의 새로운 시대정신의 구현을 요구받는다.

대학도 지역 사회와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해 지역발전의 어젠다를 제공하고 혁신 역량을 제고하는 싱크탱크가 돼야 한다. 대학의 기술과 연구가 지역의 발전으로, 그리고 지역의 발전이 민족의 발전으로, 나아가 세계의 발전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

–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 대학의 역할은 무엇이고, 삼육대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4차 산업혁명은 이전의 산업혁명이 우리의 삶을 바꿔온 범위와 속도보다 훨씬 빠르고 광범위하게 우리네 삶을 변화시킬 전망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4차 산업혁명이 ICT 같은 특정 산업 분야, 특정 직업, 그리고 특정인을 중심으로만 전개되진 않을 것이다. 모든 대학이 전공과 상관없이, 모든 학생이 4차 산업혁명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대학은 ‘수-이노베이션 아카데미(SU-Innovation Academy)’라는 4차 산업혁명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경영정보학과 컴퓨터공학부, 컴퓨터·메카트로닉스공학부, 아트앤디자인학과를 융합해 신설한 연계전공이다. △ICT 융합 비즈니스 △지능형 빅데이터 처리 △ICT 서비스디자인 △인공지능 등 4개 트랙으로 강의 중이다.

무엇보다 수-이노베이션 아카데미는 특정 학과, 특정 전공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운영하지 않는다. 정보기술 및 인공지능 관련 전공자뿐만 아니라 경영, 인문, 사회과학, 보건의료, 문화예술 등 모든 전공자가 참여할 수 있다. ICT 기술을 능동적으로 습득해 자신의 전공분야에 응용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를 양성을 위해서다. 비전공자를 위한 별도의 프리스쿨(Pre-School) 과정을 마련해 정규과정의 기초 이론을 학습할 수 있도록 해 진입장벽을 낮췄다.

우리 대학은 정보기술 및 인공지능 같은 특정 분야의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본인의 전공 분야에서 정보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사람과 기술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진취적이고도 도전적인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여기에 삼육대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4차 산업혁명 시대 국제적 감각 증진을 위해 유수의 해외대학교와 여러 MOU를 준비하고 있다.“

– 그렇다면 삼육대가 자랑하는 전공분야는 무엇이고, 중점 분야가 있다면?
”삼육대는 전통적으로 보건·의료 분야에 강하다. 약학과, 간호학과, 물리치료학과, 보건관리학과, 상담심리학과가 경쟁력을 갖고 있고, 이 5개 학과가 참여하는 ‘중독 연계전공’을 개설해 중독 전문가를 양성해왔다. 지난 5년간 교육부의 수도권대학특성화(CK-II)사업으로 86억 원의 국고 지원을 받아 관련 교육과정을 고도화할 수 있었다.

앞으로 임기 중에는 미래 사회에 대비한 학과의 융복합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제는 여러 지식과 기술이 전방위로 융합되면서 새로운 삶의 양식이 등장하고 있다. 오래전 만들어진 학과의 칸막이에 갇혀 있어서는 급변하는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 학생들이 여러 학문 분야를 자유로이 넘나들면서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고 융합적인 안목을 기르도록 교육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최근에는 부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학과구조개선 위원회’를 구성해 학과 융복합을 추진하고 있다. 학생들이 소속된 학과를 넘어서 연계·융합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해 졸업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전공과정을 마련할 계획이다.“

– 앞으로 어떤 각오로 임기를 수행할 것인가.
”총장직을 수행하는 동안 구성원의 집단 지성을 존중하며, 섬기는 마음으로 학교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중요한 정책 결정 과정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해 모든 구성원이 대학의 비전에 공감하고 함께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 김일목 총장(오른쪽)과 최용섭 한국대학신문 발행인.

■ 김일목 총장은…
삼육대 신학과를 졸업하고, 삼육대 대학원 신학과와 미국 앤드루스대 대학원에서 각각 석사와 신학박사(조직신학) 학위를 받았다. 김 총장은 1994년 삼육의명대 전임강사로 임용됐으며, 2000년부터 삼육대 신학과 교수로 봉직하고 있다. 그간 교목처장, 신학과장, 생활교육관장, 신학숙관장, 삼육대학교회 담임목사 등을 역임하며 학교 발전을 위해 헌신해왔다. 김 총장의 임기는 2020년 3월 1일부터 4년이다.

<대담=최용섭 발행인 / 사진=한명섭 기자 / 정리=허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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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0.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