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교훈

본문보기

주제제목없음

62 씨 뿌리는 자의 비유는 적지 않은 의혹을 일으켰다. 청중 가운데는 그리스도께서 지상의 왕국을 건설하지 않으신다는 것을 알고 많은 사람이 기이히 여기며 당황했다. 그리스도께서는 그들이 당황하는 것을 보시고 다른 비유를 가지고 그들의 생각을 세상 왕국에 대한 기대로부터 심령 속에서 역사하는 하나님의 은혜의 사업으로 돌이키시고자 계속 노력하셨다.

“또 가라사대 하나님의 나라는 사람이 씨를 땅에 뿌림과 같으니 저가 밤낮 자고 깨고 하는 중에 씨가 나서 자라되 그 어떻게 된 것을 알지 못하느니라 땅이 스스로 열매를 맺되 처음에는 싹이요 다음에는 이삭이요 그 다음에는 이삭에 충실한 곡식이라 열매가 익으면 곧 낫을 대나니 이는 추수 때가 이르렀음이니라.”

“추수 때”에 “낫을 대”는 농부는 곧 그리스도시다. 마지막 큰 날에 땅의 곡식을 거두실 이는 바로 그리스도시다. 63 그러나 씨를 뿌리는 자는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일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씨가 나서 자라되 그 어떻게 된 것을 알지 못하느니라”고 한 것으로 보아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를 가리킴이 아니라는 것을 똑똑히 알 수 있다. 그리스도께서는 결코 자기 임무를 등한히 여기고 조는 분이 아니다. 그는 밤낮으로 그것을 지키시는 분으로 씨가 어떻게 자라는지를 알지 못하실 리가 없다.

씨의 비유는 하나님께서 천연계 속에 역사하고 계심을 나타낸다. 씨는 그 자체 안에 발아소(發芽素)를 갖고 있다. 이 요소는 하나님께서 친히 넣어 주신 것이다. 그러나 씨를 그대로 버려두면 싹을 내지 못한다. 씨를 발아시키기 위해서는 농부가 해야 할 일이 있다. 먼저 땅을 일구고 비옥하게 만든 다음에 씨를 뿌리지 않으면 안 된다. 농부는 밭을 갈아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할지라도 오히려 인력(人力)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이 있다. 사람의 지혜와 능력으로는 작은 씨에서 살아 있는 식물이 나오도록 할 수 없다. 사람은 자기의 최대의 노력을 다한 후에 파종에서 수확기까지 그의 전능하신 능력으로 기이한 역사를 이어가시는 하나님을 계속 의존해야 한다.

씨에는 생명이 있고 땅에는 능력이 있다. 그러나 무한하신 능력이 밤낮으로 역사하지 아니하면 씨는 아무런 수확도 내지 못한다. 바싹 마른 밭에 수분을 주기 위하여 비가 내려야 하고, 태양이 온기를 보내 주어야 하고, 땅에 묻힌 씨에는 전기가 전달되어야 한다. 창조주께서 넣어 주신 생명은 오직 창조주만이 불러낼 수 있다. 모든 씨가 싹이 트고 모든 식물이 자라는 것은 하나님의 능력으로 말미암아 되는 것이다.

“땅이 싹을 내며 동산이 거기 뿌린 것을 움돋게 함같이 여호와께서 의와 찬송을 열방 앞에 발생하게 하시리라”(사 61:11). 천연계에서와 마찬가지로 영적 파종에 있어서도 진리를 가르치는 교사는 마음의 밭을 잘 일구어야 한다. 그는 씨를 뿌려야 한다. 그러나 생명을 발생시키는 유일한 힘은 하나님께로부터 온다. 64 인간의 노력이 미칠 수 없는 한계가 있어서 그것을 넘으면 인력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우리는 말씀을 전파해야 하지만 영혼을 소생시키고 의와 찬양을 솟아나게 할 능력을 나누어 줄 수 없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일에도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어떤 능력이 작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나님의 성령을 통해서만 말씀이 영혼들을 소생시켜 영생에 이르게 하는 살아 있고 능력 있는 말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그리스도께서는 제자들의 마음에 새겨 주고자 하셨다. 그분께서는 그들의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는 것이 저희 자신에게는 전혀 없고, 오직 그분의 말씀을 효험 있게 만드는 하나님의 기적을 행하시는 능력이라는 사실을 가르쳐 주셨다.

씨를 뿌리는 일은 일종의 신앙 행위이다. 씨가 발아해서 성장하는 신비를 씨를 뿌리는 자가 이해할 수 없으나 그는 초목을 무성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을 확신한다. 농부가 씨를 땅에 뿌릴 때에는 마치 자기 가족들이 먹고 살 귀중한 곡식을 던져 버리는 것같이 보인다. 그러나 그는 단지 더 많은 것을 수확하기 위하여 현재의 좋은 씨를 던져 버리는 것이다. 65 그는 여러 갑절의 수확을 바라면서 씨를 뿌린다. 그와 같이 그리스도의 종들도 저희가 뿌린 씨로부터 수확을 기대하면서 일하여야 한다.

좋은 씨도 얼마 동안은 냉담하고 이기적이고 세속적인 마음속에 들어가 전혀 눈에 띄지 않게 떨어져 있을 수 있다. 그 씨는 그것이 뿌리를 내렸다는 증거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얼마 후에 하나님의 영이 그의 마음속에 생기를 불어넣으면 묻혀 있던 씨는 싹이 나서 마침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열매를 맺는다. 우리가 하는 필생의 사업을 통해 어느 것이 잘 될는지를 알지 못한다. 이것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다 한 후에 그 결과는 하나님께 맡겨야 된다. “너는 아침에 씨를 뿌리고 저녁에도 손을 거두지 말라”(전 11:6). 또한 하나님의 크신 언약은 “땅이 있을 동안에는 심음과 거둠…이 쉬지 아니하리라”(창 8:22)고 선언한다. 이와 같은 언약을 믿고 농부들은 밭을 갈고 씨를 뿌린다. 영적인 파종에 있어서도 이에 못지않은 확신이 있어야 한다. “내 입에서 나가는 말도 헛되이 내게로 돌아오지 아니하고 나의 뜻을 이루며 나의 명하여 보낸 일에 형통하리라”(사 55:11),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정녕 기쁨으로 그 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로다”(시 126:6)라는 약속들을 믿고 일해야 한다.

씨가 발아하는 것은 영적 생활의 시작을 나타내고 곡식이 자라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성장에 대한 아름다운 표상이다. 천연계에서와 마찬가지로 영적 세계에 있어서도 자라남이 없이는 생명이 있을 수 없다. 식물은 자라나지 않으면 죽는다. 식물이 자라는 소리도 없고 눈에 띄지도 않으나 끊임없이 계속하여 자라는 것처럼 그리스도인 생애의 발전도 그와 같다. 발전의 단계마다 우리의 생애가 완전하게 될 수 있다. 또한 우리에 대한 하나님의 목적이 성취되면 계속적인 발전이 있게 될 것이다. 66 성화는 일생을 통해 이루어야 할 사업이다. 우리가 기회를 많이 가질수록 우리의 경험은 넓어지고 우리의 지식도 증가한다. 우리는 책임을 질 만큼 강해지고 특권에 비례해서 더욱 성숙해질 것이다.

식물은 하나님께서 그 생명을 유지하기 위하여 마련하신 것들을 섭취함으로 자라난다. 식물은 그 뿌리를 땅속에 뻗고 위로는 햇빛과 이슬과 비를 흡수하며 공기 속에서는 생명소를 흡수한다. 이와 같이 그리스도인도 하나님의 능력과 협력함으로 자라난다. 67 우리는 우리 자신의 무가치함을 인식하고 보다 넓은 경험을 얻도록 우리에게 주어지는 모든 기회들을 잘 이용하여야 한다. 식물이 뿌리를 땅속에 내리는 것처럼 우리도 그리스도 안에 깊이 뿌리를 내려야 한다. 식물이 햇빛과 이슬과 비를 받는 것처럼 우리도 성령을 받기 위하여 우리의 마음 문을 열어야 한다. 주의 사업은 만군의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힘으로 되지 아니하며 능으로 되지 아니하고 오직 나의 신으로 되느니라”(슥 4:6). 우리가 마음을 그리스도께 온전히 바치면 그는 “비와 같이 땅을 적시는 늦은비와 같이 우리에게 임하”(호 6:3)실 것이다. 그는 의의 태양으로서 “치료하는 광선”(말 4:2)을 발하며 우리 위에 떠오를 것이다. 우리는 “백합화같이”(호 14:5) 필 것이요 “곡식같이 소생할 것이며 포도나무같이 꽃이 필 것이”(호 14:7)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개인의 구주로 끊임없이 의뢰함으로써 범사에 우리의 머리가 되신 그분에게까지 자라나게 될 것이다.

밀은 “처음에는 싹이요 다음에는 이삭이요 그 다음에는 이삭에 충실한 곡식”으로 자라난다. 농부가 씨를 뿌리고 곡식을 가꾸는 목적은 열매를 얻기 위함이다. 그들은 굶주림을 채울 양식을 바라고 후일에 거둘 추수를 위하여 씨를 뿌린다. 이와 같이 하늘의 농부께서도 당신의 수고와 희생에 대한 보수로서 수확할 곡식을 찾으신다. 그리스도께서는 사람의 마음속에 당신 자신을 재현시키고자 하신다. 그는 이 일을 당신을 믿는 자들을 통하여 하신다. 그리스도인 생애의 목적은 열매 맺는 일이다. 곧 믿는 사람의 마음속에 그리스도의 품성을 재현시키고 또 다른 사람에게서도 그 품성이 재현되도록 하는 것이 그리스도인 생애의 목적이다.

곡식은 자기 자신을 위하여 싹을 내고 자라나고 열매를 맺는 것이 아니라 “파종하는 자에게 종자를 주며 먹는 자에게 양식을”(사 55:10) 주기 위해서이다. 이와 같이 누구든지 자신만을 위해 살지 말아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다른 사람을 구원하기 위한 그리스도의 대표자로 이 땅에 있는 것이다.

자신을 중심으로 하는 생애에는 자라나는 일도 없고 열매 맺는 일도 있을 수 없다. 만일 그대가 그리스도를 개인의 구주로 받아들였다면 그대는 자신을 잊어버리고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68 그리스도의 사랑을 말해 주고 그분의 인자하심을 이야기해주라. 그대에게 주어지는 모든 의무를 다하라. 마음속에 영혼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동원하여 잃어버린 자를 구원하는 일을 힘써 행하라. 그대가 그리스도의 정신 곧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기심 없는 사랑의 정신과 그들을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는 정신을 받아들일 때 그대는 자라나게 되고 열매를 맺게 될 것이다. 성령의 열매가 그대의 품성에 무르익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그대의 믿음이 더욱 굳어지고 그대의 신념이 더욱 확고해져서 그대의 사랑이 온전하게 될 것이다. 순결하고 고상하고 사랑스러운 모든 것 가운데서 그대는 점점 그리스도의 형상을 더욱 많이 반사하게 될 것이다.

“성령의 열매는 사랑과 희락과 화평과 오래 참음과 자비와 양선과 충성과 온유의 절제”(갈 5:22, 23)이다. 69 이 열매는 결코 없어지지 아니하고 종류대로 수확을 내어 영생에 이르게 될 것이다.

“열매가 익으면 곧 낫을 대나니 이는 추수 때가 이르렀음이니라.”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교회 안에 당신을 나타내 보이기를 간절히 바라신다. 그리스도의 품성이 그분의 백성들 속에 완전하게 재현될 때에 그분은 당신의 것을 찾으시려고 이 땅에 강림하실 것이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을 바랄 뿐 아니라 그것을 촉진시키는 것이 모든 그리스도인의 특권이다(벧후 3:12). 그의 이름을 믿노라고 하는 자들이 그분께 영광을 돌릴 수 있는 열매를 맺는다면 온 세상에는 얼마나 빨리 복음의 씨가 뿌려질 것인가! 최후의 큰 수확을 위해 곡식은 속히 익을 것이며, 그리스도께서는 귀한 곡식을 거두기 위해 강림하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