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칼럼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치백위계(治白爲桂)

2020.06.26 조회수 1,940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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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운 교수의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세속을 떠난 관조, 진솔함으로 힐링 하다

조선 후기의 천재 화가 오원 장승업은 워낙 기인이라 그에 대한 에피소드가 많다. 그가 그린 ‘풍진삼협(風塵三俠 : 어지러운 세상의 세 협객)’에는 말을 탄 두 협객만 그려져 있었다. 궁금한 제자가 “스승님! 제목은 세 협객인데 왜 두 협객만 그렸습니까?”라고 물었다. 오원은 너무나 태연스레 “한 협객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네. 저 산 뒤에 오고 있어.”라고 말했다.

운재( 韻 齋 ) 이승우의 그림에 “달을 왜 이렇게 크게 그렸을까?”를 묻기 전에 오원의 현답을 생각해야 한다. 예자이언 불가전(藝者以言不可傳), 예술은 언어로써만 소통되지 않는다. 그림은 모호함을 즐기며 상징을 동반하여 이성이나 과학으로 접근하면 어리석을 뿐이다. 수묵화의 소재는 매우 간략하며 그 안에 내재된 고도의 정신성을 강조하는 회화이다.

‘치백위계(治白爲桂 : 흰 곳을 다스려 계수나무를 있게 하다.)’는 이백의 월하독작(月下獨酌)에 나오는 시구로 달빛을 즐기며 애잔한 풍류를 즐기는 내용이다. 이 작품은 테두리가 없는 몰골법으로 그림을 그리고, 먹의 진하고 옅음으로 농담을 조절하는 파묵법으로 문자를 썼다. 한시의 서체는 ‘금문’으로 갑골문 이후 철기 시대로 오면서 나타난 서체다. 한자는 기하학적 추상적 상징과 기호를 사용하여 독특한 조형미를 발산한다. 이 작품의 부제는 ‘세상에서 가장 큰 달’이며 평화, 관조, 그리움, 행복, 힐링 등 정서적 요소의 의미 생성을 서(書), 화(畫) 모두에서 촉발시킨다.

운재 이승우는 항상 천진난만한 웃음으로 사람을 대한다. 그의 작품에는 군자의 품성이 묻어난다. 운재의 남다른 순수성은 세속의 걱정을 훌훌 털어 버린다.

미술평론가 권상호는 “그의 그림에는 그리움이 있어 자연에 내재된 본질의 문제까지 관조하듯 담담히 들려주고 있다. 운재는 걸음이 대문 안에 있어도 마음은 늘 강호에 노닐고, 고향 삼림에 깃들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헛된 것에 집착하는 치우(癡㺅) 즉 ‘물 속 달을 잡으려는 어리석은 원숭이’가 되지 말고 운재의 서화처럼 맑고 순수한 정신 세계를 공유함으로써 인격 도야, 자아 성찰의 진솔한 힐링을 느끼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글 
김성운
화가, 삼육대학교 아트앤디자인학과 교수, 디자인학 박사,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졸업, 개인전 20회(한국, 프랑스, 일본 등) 국내·외 단체전 230회, 파리 퐁데자르·라빌라데자르갤러리 소속 작가, 대한민국현대미술전 심사위원, 한국정보디자인학회 부회장, 재림미술인협회장, 작품 소장 : 미국의회도서관, 프랑스, 일본 콜렉터, 한국산업은행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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