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칼럼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생 라자르 역

2019.03.27 조회수 3,295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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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운 교수의 <힐링이 있는 그림 이야기>

모네는 ‘인상, 일출’이란 작품으로 인상주의를 탄생시킨 화가이다. 프랑스에서 그의 유명한 ‘수련 연작’을 보려면 총리를 지낸 그의 오랜 친구 클레망소의 권유로 전시된 오랑주리 미술관에 가야 할 것이다. 모네의 유언대로 자연 채광으로 미술관 1층 전관에 전시되고 있다. 이 ‘수련 연작’은 개인 정원 ‘지베르니’에서 그려 낸 초대형 작품이다. 모네는 특유의 친근한 품성과 인맥, 설득력, 추진력으로 주민들의 심한 반대를 극복하고 센강의 물길 일부를 확보하고 개인 연못을 만들어 많은 수련 작품을 완성한다.

‘생라자르역’은 당시 인상파 화가들이 많이 애용했다. 그때 마침 기차가 발명되어 쉽게 파리 근교에 나가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더구나 튜브형 물감과 그림 도구가 휴대용으로 개발되어 즉흥적 빛을 표현하는 인상파들에게는 ‘바람에 돛 단 격’으로 작품을 창작하게 했다.

모네의 ‘생라자르역’은 유명한 스토리가 있는 세기의 명작이다. 어느 날 모네는 ‘생라자르역’을 그리기 위해 깨끗이 정장을 하고 역장을 찾아가서 도발적으로 말했다. “나는 파리 북역이 좋아서 그곳을 그리려고 했는데 갑자기 ‘생라자르역’이 특색 있고 마음에 들어 그리려고 결심했으니 협조해 주십시오.” 역장은 생뚱맞고 건방지지만, 모네가 다른 역을 그릴 것 같아 이내 돕기로 작정한다. 역장은 즉시 역의 모든 사람을 통제하고 기차들을 플랫폼에 정지시켰다.

▲ 클로드 오스카 모네, 생라자르역(La gare Saint-Lazare), 75.5×104cm, Oil on Canvas, 1877, 오르세 미술관.

그는 열차 기관사에게 실감 나는 증기를 뿜어내기 위해 일시에 석탄을 연소하도록 지시했다. 모네는 마침 역 주변에 살고 있었다. 그는 매일 역에 나와 역장의 도움을 받아 ‘생라자르역’을 여러 점 완성한다. 기실 모네는 어느 비평가가 인상파 그림을 보고 ‘불쌍한 장님 천치들의 작품’이라고 악평을 하자 그에 대한 대응으로 이 ‘생라자르역’을 그리기로 했다. 모네에게 ‘생라자르역’을 그리게 허락한 그 역장은 고인이지만 지금도 명성을 얻고 있다.

‘생라자르역’은 피라미드 형태의 철골 지붕과 기차, 철로를 역동적인 색깔 있는 연기로 연결하였다. 연기는 배경의 하늘과 건물에 섞여 보일 듯 말 듯 모호한 회화미를 유발한다. 이 과정에서 인상파의 빛 이론에 입각한 온갖 색이 난무한다.

모네는 “나는 우주가 내 앞에 펼쳐 보이는 광경을 직접 관찰하고 붓이 그것을 증언하도록 했을 뿐이다.”라고 했다. 그는 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세심한 관찰과 뚝심으로 수련, 성당, 건초 더미, 센강 등 수많은 시리즈 작품을 남겼다. 세잔은 빛의 변화를 시간에 따라 표현하는 모네의 능력에 ‘그는 신의 눈을 가진 유일한 인간’이라고 했다.

그러나 모네는 햇빛에 너무 눈을 노출하여 말년에 백내장으로 고생한다. 그는 거의 실명 상태지만 끝까지 그림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앞이 안 보여 색과 형태가 허물어지고, 그리다가 만 미완성 그림인 ‘거의 낙서 같은 수련 그림’도 많이 남겼다. 거장은 낙서도 작품이던가! 마르모탕 미술관은 이 추상화 같은 모네의 수련 그림들을 보물처럼 여기고 사진 촬영도 엄격히 금지한다.

필자는 모네의 유적을 찾아 그가 말년에 살았던 지베르니, 그가 한때 거주했던 베퇴유 그리고 마르모탕 미술관을 찾아보았다. 모네가 죽기 직전에 그린 끈질긴 집념으로 이루어 낸 작품을 직접 보고, 말로 표현 못할 감동을 느꼈다.


김성운
화가, 삼육대학교 아트앤디자인학과(Art& Design) 교수, 디자인학 박사,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졸업, 개인전 20회(한국, 프랑스, 일본 등) 국내·외 단체전 230회, 파리 퐁데자르·라빌라데자르갤러리 소속 작가, 대한민국현대미술전 심사위원, 한국정보디자인학회 부회장, 재림미술인협회장, 작품 소장 : 미국의회도서관, 프랑스, 일본 콜렉터, 한국산업은행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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