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칼럼

[김나미 조명탄] 안반데기의 별 헤는 밤

2021.07.29 조회수 1,627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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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미 삼육대 스미스학부대학 교수]

별이 가득한 밤하늘은 늘 동경하는 풍경이다. 올여름 휴가 중 별 보기의 성지 강원도 강릉의 작은마을 ‘안반데기’의 심야 방문도 또 하나의 동경을 위한 실천이었다. 불빛 하나 없는 깊은 밤, 별로 가득한 밤하늘과의 조우를 한껏 기대하며 구불구불 산길을 힘겹게 올라갔다. 오르막 숲길이 끝없이 이어졌다. ‘과연 이 길 끝에 별로 가득한 하늘이 있기는 할까?’ 불안이 계속 고개를 들었다. ‘깊은 밤 힘든 길을 올라갔는데 텅 빈 밤하늘만 보고 오면 얼마나 억울할까’ 회의도 앞을 가렸다. 불안과 회의를 오가며 산길을 오르다 보니 어느새 고랭지 배추밭과 풍력발전기 사이로 달과 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불안과 회의는 곧 실망으로 이어졌다.

늘 그렇듯 환희를 가져다주기에는 별들은 너무 적고 희미했다. 익숙한 실망이었지만 이번에는 더 억울해서 그냥 돌아갈 수 없었다. 혹시나 하는 덧없는 희망을 품고 불빛 없는 까만 하늘을 찾아 또 다른 오르막을 올랐다. 시간이 지나며 눈이 어둠에 적응돼서일까, 엄숙해진 밤하늘에 더 밝은 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불안과 회의가 반전을 일으켰다. 희망을 발견한 반가움으로 주시한 밤하늘에는 더 영롱한 별이 무리 지어 반짝이며 탄성과 환희를 가져다주었다. 구름을 밀어낸 기특한 바람 덕분에 더 광활한 밤하늘을 가득 채운 빛나는 별들과 감동적인 조우를 이어갈 수 있었다.

‘안반데기의 별 헤는 밤’은 우리의 ‘인생’과 많이 닮았다. 불안과 회의의 연속이다. 실망이 뒤를 잇는다. 내가 걷고 있는 길이 바른길인지 불안하고, 힘들게 갔는데 결국에는 실망으로 이어질 것 같은 회의의 연속이며, 성공보다 실망이 더 익숙한 길이다. 때로는 인생길의 불안과 회의가 우리를 멈추게 한다. 더 가야 할 길을 포기하게 한다. 눈앞에 있는 성공을 놓치게 한다. 이런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은 불안과 회의에 지지 않고, 실낱같은 희망에 의지해, 꿋꿋이 내 길을 끝까지 걷는 용기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마음의 상태를 ‘낙관성’이라고 한다. 낙관성은 낙천성과 다르다. 건강한 낙관성은 부정적인 면을 부인하거나 불리한 정보를 회피하지 않는다. 통제 불능 상황을 통제하려는 무리한 시도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을 인정하고 긍정적인 관점을 유지한다. 부정적인 측면을 무시하지 않으면서 긍정적인 측면을 더 적극적으로 인식하려는 선택을 한다. 그리고 좋은 일은 그냥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일이 일어나도록 계획하고 부단히 노력하며, 역경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믿는다. 이런 낙관성이 인생 성공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어느덧 익숙해진 안반데기의 길을 내려오며, 암울한 역사의 현실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노래했던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을 나지막이 읊조려 보았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의 동경과…’

어두운 숲길의 불안과 회의에 지지 않고, 목적지에서 만난 초라한 결과에 꺾이지 않고, 더 나아가기로 선택한 용기가 길어 올린 ‘안반데기의 별 헤는 밤’도 마음속 액자에 소중히 담았다. ‘동경이 품고 있는 또 다른 이름은 희망’이라는 글귀와 함께!

※ 김나미 스미스학부대학 교수가 <국방일보> 전문가 칼럼 ‘조명탄’ 새 필진으로 합류했습니다. <국방일보>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면서 전 세계가 어두운 터널에서 조금씩 빠져나오고 있다”며 “독자들도 ‘조명탄’을 통해 새 시대를 향한 희망의 빛을 느끼며 공감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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