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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뭐하니?] “돌봄 업계 ‘배달의민족’이 되겠습니다”

2021.08.19 조회수 3,257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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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플랫폼’으로 창업 뛰어든 곽다빈 학생
5천만원 규모 정부지원 사업비 유치

“배달 주문을 할 때 별점을 보며 선택하는 게 일상인 시대에요. 아이스크림을 먹어도 골라먹습니다. 하지만 노인과 장애인에게는 활동보조인이 일방적으로 배정되고 있어요. 돌봄대상자도 자신의 상황에 맞는 활동보조인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싶었습니다.”

최근 산업화와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돌봄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2019년 지역사회 돌봄을 기조로 한 ‘커뮤니티 케어’를 선언하고, 돌봄경제를 활성화하여 사회서비스 분야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통계청은 2017년 국내 가사·서비스 시장규모를 7조 5천억원으로 추산했다. 업계는 이보다 큰 12조원으로 보고 있다.

곽다빈(컴퓨터학부 11학번) 학생은 이 같은 돌봄시장에 새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창업에 뛰어들었다. 아이템은 노인, 장애인 등 돌봄대상자와 활동지원사를 연결해주는 ‘노인·장애인 돌봄 플랫폼’이다.

“현재 정부에서 ‘독거노인생활지원사’나 ‘장애인활동지원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노인과 장애인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해 자립생활을 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어요. 하지만 이 제도는 중간지원기관에서 돌봄 제공자를 일방적으로 배정하는 방식입니다. 도입 취지와는 달리, 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죠.”

올해 초 ‘심금’이라는 이름의 창업 팀을 꾸린 그는 지난 6월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이 주관하는 ‘2021년 예비창업패키지 사업 소셜벤처 분야’에 선정돼 사업비 약 5천만원을 유치하면서 사업을 본격화하게 됐다. (관련기사▷소셜벤처 창업팀, 5천만원 규모 정부지원 사업비 유치)

곽 대표는 “돌봄 대상자마다 각자의 불편함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 있는 반면 팔이 불편한 사람이 있고, 치매를 앓거나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있다. 대상자에 따른 맞춤 활동보조인이 필요한 이유다.

“이 플랫폼을 활용하면, 활동보조인의 경력을 확인해 원하는 보조인의 배정을 요청할 수 있어요.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한 보조인에게는 평점도 남길 수 있고요. 이를 통해 수요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것은 물론, 보조인 간의 건전한 경쟁을 유도해 서비스의 전문성 또한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곽 대표는 한 마디로 “돌봄시장의 배달의민족”이라고 설명했다. “이전에는 배달음식을 시켜먹을 때 일일이 전화번호부를 찾아보거나 포털에 검색해야 했어요. 별점도 없었고요. 하지만 지금은 여러 배달 플랫폼이 생기면서 소비자들이 훨씬 더 편리해졌죠. 돌봄 영역에서는 아직도 기존의 전통적인 방식의 서비스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배달의민족이 배달·외식 업계에 혁신을 가져왔듯, 제가 만든 플랫폼을 통해 돌봄시장을 혁신하고, 건강한 자극을 줌으로써 수요자에게 좀 더 편리한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으리란 기대입니다.”

플랫폼에는 단순 매칭 기능뿐만 아니라, 소양·전문교육 콘텐츠도 탑재된다. 곽 대표는 이를 통해 플랫폼을 통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곽 대표가 본격적으로 창업을 구상한 것은 지난해 초. ‘글로컬 리더십’이라는 사회공헌 교과목을 수강한 것이 계기였다. 수업을 들으며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해 생각했고,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는 “취업을 통해 변화를 만들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면서 “사회적 기업을 창업해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을 직접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창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교내 스타트업지원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창업 입문자를 대상으로 한 ‘창업캠프’를 시작으로 정부지원과제 및 외부경진대회 대비 과정인 ‘야 너두! 창업정부지원금 받을 수 있어!’ 등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교내 학생창업보육센터 입주기업으로도 선정돼 창업공간도 무상으로 제공받았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기업 창업의 뜻을 품고 있는 김서희(상담심리학과 17), 이소현(경영학과 18) 등 재능 있는 학우들을 만나 팀원으로 영입했다.

곽 대표는 “스타트업지원센터로부터 창업 역량강화 교육과 밀착형 멘토링을 지원받으며 아이디어 수준의 발상을 구체적인 창업 아이템으로 고도화시킬 수 있었다”며 “해당 분야 전문가 선생님들께서 열과 성을 다해 도와주신 덕분에 5천만원의 정부지원금도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심금 팀에게 이번 여름방학은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 이들은 ‘린 스타트업(Lean Startup)’ 기법을 사업 모델로 하고 있다. 아이디어를 빠르게 최소요건 제품으로 제조한 뒤 시장의 반응을 통해 다음 제품 개선에 반영하는 전략으로, 당장 이번 방학 안에 프로토타입을 론칭할 계획이다.

곽 대표는 “MVP(최소기능제품, Minimum Viable Product) 모델을 만들기 위해 제안요청서(RFP) 요구사항을 정리하고 있다”면서 “돌봄기관, 돌봄제공자, 돌봄당사자 등 여러 이해관계자가 있기에, 그들을 만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지원금으로 단순히 생존하는 것이 아닌, 반드시 성장해야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도 말했다.

곽 대표는 창업에 관심이 있는 학우들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시작하는 게 굉장히 어려웠어요. 아이디어가 있고 하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잘 될까 걱정이 되고, 취업을 해야 하나 창업을 해야 하나 같은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기도 했고요. 그런데 저는 그냥 시작했어요. 아무것도 아닌데 일단 시작했어요. 시작하는 것 자체에 너무 고민하면서 시간 보내지 말고 조금이라도 더 어리고 가능성이 있을 때 시작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학교 스타트업지원센터를 찾아가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저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도와드릴게요. 우리 함께 꼭 성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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