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발로 뛰는 김상래 삼육대 총장 “인성 최고 대학 만들겠다” … 중남미학 대표 학과로 차별화

2014.07.16 조회수 3,451 홍보팀
share


‘학생취업·기금모금’ 염원 담아 마라톤 풀코스 두차례 완주
“글로벌화에도 차별화 필요 … 중남미 공략 교육과정 마련”

<대담 최인한 한경닷컴 뉴스국장>

김상래 삼육대 총장(56·사진)은 ‘발로 뛰는 총장’이다. 2012년 취임 직후 마라톤 완주를 공약했고 풀코스를 뛰었다. 현역 대학 총장으로는 유일하다. 졸업생 취업, 우수인재 양성, 발전기금 모금 등의 염원을 담아 42.195km를 완주했다.

“삼육대를 한국에서 학생들의 인성이 가장 좋은 대학으로 만들겠습니다. 지식과 정보가 넘치는 시대잖아요. 역설적으로 인성이 곧 경쟁력입니다. 흔히 리더십을 강조하지만 팔로어가 있어야 리더도 있는 겁니다. 배려와 존중, 양보와 나눔 같은 인성의 덕목을 갖춘 팔로어를 키우겠습니다.”

15일 집무실에서 만난 ‘마라톤 총장’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마라톤 첫 도전에 성공했듯 총장으로서도 학교 발전의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김 총장의 대학발전 전략 핵심은 차별화와 특성화. ‘국내 최고의 인성 대표 대학’ 토대 위에 중남미 진출에 특화된 타깃형 국제화를 좌표로 설정했다.

김 총장은 “글로벌화에도 차별화가 필요하다. 중남미대륙 전공 신설을 준비하고 있다” 며 “중남미 지역 20여 개 대학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이 지역 출신 교수도 많이 영입했다. 삼육대 하면 ‘중남미 진출 맞춤형 대학’이란 브랜드를 만들 계획”이라고 힘줘 말했다.

총장 취임 후 학과 간 전과를 전면 허용한 것도 눈에 띈다. 그는 “진로나 적성보다 성적에 맞춰 대학 학과에 진학하는 게 현실 아니냐. 그렇다면 학과 간 이동의 제한을 없애 학생들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향이 맞다” 며 “전과 허용으로 인해 학과들끼리 선의의 경쟁이 벌어지고, 학교 전체적으로는 동반 발전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총장 임기 절반을 넘어섰습니다. 어땠나요.

“대학 총장이란 자리는 ‘명예로운 짐’이라고 생각합니다. 취임사에서 이 명예를 ‘멍에’로 알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해보니 정말 멍에와 같구나 싶어요. (웃음) 총장이 된 뒤 2년 반 동안 한 순간도 마음 편히 학교 일을 내려놓은 적이 없습니다. 구성원들과 함께 어려운 순간들을 돌파하면서 보람도 많이 느꼈습니다.”

– 학교가 문을 연 지 100년이 넘었습니다. 상당히 오랜 역사를 갖고 있더군요.

“삼육대의 오랜 역사를 상징하는 사진이 있습니다. 6·15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나는 사진이에요. 양측 정상이 만나는 사진 속 장소가 평양순환국제비행장입니다. 원래 삼육대의 터예요. 분단 50여 년 만에 양측 정상이 만나는 역사적 장면을 삼육인들은 망향의 회한을 갖고 봤죠. 국내에 이만한 역사의 대학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 기업 못지않게 대학도 생존경쟁이 치열합니다.

“신음소리를 내기도 하고, 새로운 방법도 찾아보고… 대학사회가 치열한 전쟁 중이죠. 제가 58년 개띠, 베이비붐 세대입니다. 베이비붐 세대에게 힘든 시기인 것처럼 1990년 대 대학 설립 준칙주의 도입 후 크게 늘어난 대학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뿐 아니라 다른 대학들을 봐도 ‘구성원들의 위기의식 공유’가 필요한 상황이에요.”

– 대학경영에서 가장 어려운 게 뭡니까.

“구미 쪽에선 대학 총장의 역할로 프레지던트(president)보다 펀드레이저(fundraiser)가 강조되고 있습니다. 총장이 직접 뛰면서 학교의 재정을 확보해야 하고, 교육의 질을 인정받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대학들은 정보공시나 평가를 통해 끊임없이 경쟁하고 있습니다. 반면 대학에 입학할 학생 수는 줄어들고 등록금 인하 요구도 거세지요. 기대 요건과 처해 있는 상황이 반비례하고 있죠. 국내 명문대라고 해서 다르지 않습니다. 국제적으로 위상이 비교 받고 있으니까요. 안주한다면 그게 비정상적인 겁니다.”

– 마라톤 완주로 화제가 됐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총장 취임하면서 낸 아이디어인데요. 우리 대학 구성원들과 사회에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기존에 삼육 하면 브랜드 이미지가 정직함, 소박함, 선(善)함, 이런 것들 같아요. 좀 더 도전적인 이미지를 어필할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번 한다면 나 자신을 던져서라도 반드시 해낸다’ 이런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아이템으로 마라톤이 떠오른 거죠.

역대 대한민국 대학총장들이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은 뭘까 하고 고민했어요. 현직 대학총장의 마라톤 완주는 없더군요. 그래서 취임식 때 마라톤에 도전한다고 발표했죠. ‘우수인재 양성이나 발전기금 모금 등의 프로젝트는 마라톤만큼 어렵다, 하지만 마라톤을 완주하면 이런 프로젝트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메시지를 주고 싶었지요.”

– 마라톤 완주는 마음처럼 쉽지 않은 일인데요.

“사실 제가 평소 운동을 하는 편도 아닙니다. 군 입대 전까지 50kg을 넘긴 적 없는 약골이었어요. (웃음) 1년 내내 틈날 때마다 준비했죠. 그렇게 해도 50대가 첫 풀코스 도전에 완주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더군요. 뛰면서 속으로 계속 자기암시를 했습니다. 내가 한 발 더 내딛으면 졸업생 한 명이 더 취업할 수 있다, 이렇게요. 그렇게 생각하니 그만둘 수 없었습니다.”

– 취임 첫 해뿐 아니라 2년 연속 뛰었다면서요.

“취임 첫 해는 손기정 탄생 100주년이라 기념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그런데 다음해 총학생회장이 와서 올해는 안 뛰냐고 하는 겁니다. 학생회장이 같이 완주하면 다시 뛰겠다고 조건을 걸었죠. 마라톤 대회 참가를 준비하면서 학교 구성원들이 1년 내내 같이 뛰는 거예요. 교수, 학생, 직원 할 것 없이 한 마음으로 결집하는 데 좋은 아이템이 됐습니다.”

– 기회가 된다면 또 뛸 생각입니까.

“그렇게 알려지고 나니 미국에 가서 마라톤 하자는 제의가 왔어요. 내년 2월 열리는 ‘헌팅턴비치 국제마라톤’에 미주 지역 동문들과 함께 단체 참가를 신청했어요. 그 자리에서 대대적으로 삼육정신을 홍보할 계획입니다. 요즘 더 열심히 연습하고 있죠. 꾸준히 준비하다 보니 건강도 좋아졌어요. 제가 건강해야 학교 업무를 할 때도 맑은 정신으로 너그럽게 대처할 수 있으니 긍정적 효과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 학생들로부터 인기가 많겠습니다.

“그럼요. 총학생이 총장에게 파이팅 외쳐주는 대학이 많지 않을 겁니다. (웃음) 학생들과 직접 만나다 보니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저를 불러서 인사하곤 해요. 마라톤을 통해 우리 구성원들이 ‘하면 되는구나’ 하는 자신감을 얻게 됐죠. 실제로 발전기금 100억 원 모금을 목표로 잡았는데 총장 임기 절반을 조금 넘은 시점에서 목표치의 80~90%를 달성했습니다.”

– 말씀처럼 인성이 중요합니다. 삼육대만의 특별한 교육 프로그램이 있나요.

“지식과 정보 자체보다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인성이 중요하죠. 지금의 대학교육이 ‘똑똑한 이기주의자’를 만드는 것 아닌가 하는 고민이 있어요. 삼육대는 배려 존중 양보 나눔 같은 가치들을 가르치려고 노력합니다. 대학마다 글로벌 리더를 만든다고 하는데, 팔로어가 있어야 리더도 있거든요. 인성의 가치를 배운 팔로어도 필요합니다.

입학 전과 재학 중, 졸업 후로 나눠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MVP(미션·비전·패션) 교육’, ‘비전드림(Vision Dream) 캠프’ 등으로 명명했습니다. 모든 학생을 학과 단위로 주말마다 캠퍼스에 입소시켜 같이 생활하게 하고, 부모님도 초청해 함께하는 자리로 만듭니다. 부모와의 관계, 스승과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 모두 달라지는 게 눈에 보이죠.”

– 총장님이 강조하는 비전은 ‘인성교육 잘하는 대학’이군요.

“삼육대를 ‘한국 최고의 인성 대표 대학’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삼육대 졸업생이라면 무조건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도록 말이죠.”

– 화제를 바꿔볼까요. 대학 간 생존경쟁이 치열한데 승부수가 있다면.

“우선 삼육대는 100년 이상 대학교육을 하면서 기여한 부분이 분명히 있어요. 하지만 대학을 평가할 땐 이런 점이 감안되지 않습니다. 현 정부는 지방대를 살리기 위해 지원을 많이 해주고 있어요. 수도권 소규모 대학은 ‘샌드위치’ 상황입니다. 정부 지원도 많이 못 받고 대학 규모에서도 밀리죠. 마지막으로 인성교육 부분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역사와 규모, 교육의 내용 같은 부분을 세심하게 배려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삼육대는 인성교육의 토대 위에 중남미 특성화를 방향으로 잡았습니다. 영어는 이미 보편 언어가 됐고 영어권 대상의 글로벌화 역시 이젠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어요. 그렇다면 다른 타깃을 잡아야죠. 중남미 지역과 연계를 강화하고 있고, 앞으로 이 지역에 특화된 글로벌화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 차별화가 될 것 같은데요. 구체적 계획이 있습니까.

“스페인어과 같은 어학 전공을 넘어 중남미 대륙 전공을 만들 복안을 갖고 있습니다. 중남미 20여 개 대학과 MOU를 맺었고, 중남미에서 나고 자란 교수들도 많이 데려왔죠. 예컨대 국내에서 기초과학을 배운 뒤 중남미 자매대학 의대에 진학하는 코스를 만들 수도 있고요. ‘중남미에 진출하려면 삼육대에 가야겠다’는 인식을 만들겠습니다.”

– 사실 국내 취업에만 목 매달 필요가 없죠.

“맞습니다. 눈을 돌리고 시야를 넓히면 길이 보입니다. 국내 학생들의 어학 실력과 IT 능력이라면 얼마든지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제가 학생들에게 매번 강조하는 게 영어 외의 다른 언어를 배워서 경쟁력을 갖추라는 겁니다. 요약하면 국내에선 인성 대표 대학, 해외로는 중남미 특화 대학, 이 두 가지가 저의 비전입니다.”

– 학과 간 전과를 전면 허용했습니다. 문·이과 통합 흐름과도 맞는 것 같습니다.

“2012년 취임 때부터 컨설팅을 시작해 나온 결과물입니다. 인위적으로 문·이과를 구분하는 시대는 끝났어요. 학생들 입장에서 생각해 봅시다. 현실적으로 학생들은 점수에 맞춰 학과를 택하거든요. 그런데 학과 울타리를 쳐 놓고 거기에만 가둬두는 게 옳은 방향은 아니죠. 학생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스스로 학과를 찾아가는 것이 맞습니다.”

– 일부 학과의 반발도 있었겠습니다.

“핵심은 선의의 경쟁과 이를 통한 전체 경쟁력 강화입니다. 학과장 허락 없이 학생들이 전과할 수 있도록 했으니 학과 학생들이 모두 사라질 수도 있는 겁니다. 그만큼 학과 입장에선 긴장할 수밖에 없어요. 따라서 학과 간 경쟁이 촉발되고 학교 전체적으로 보면 긍정적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죠. 올해 처음 시행했는데 생각보다 전과가 많지는 않았어요. 학과는 노력하고 학생은 선택권을 보장받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합니다.”

– 현장에서 보는 대학 구조조정 방향은 어떻습니까.

“어차피 앞으로 학생 수는 줄어들고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어요. 다만 어떤 방식을 택하느냐는 생각할 필요가 있죠. 이번 교육부의 ‘특성화 사업’에 탈락한 대학은 상당히 타격을 입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정부가 하위 15%의 딱지를 붙이는 ‘재정지원 제한대학’을 또 선정하거든요. 시장 상황에 따른 평가가 진행되는데 관(官)이 주도하는 구조조정을 강제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요.”

– 굳이 부실대학을 지정해 퇴출시키기보다 시장에서 평가하란 거군요.

“대학이 정부에 기대하는 것은 특성화 사업 선정이 정말 그 대학의 존재 이유를 명확히 드러낼 수 있도록 공인하고 힘을 보태주는 것이거든요. 기왕 선정했으니 확실히 관리하고 지원해주는 역할을 정부가 충실히 해줬으면 합니다.”

– 삼육대의 특성화 사업 방향은 뭔가요.

“이번에 ‘건강과학 특성화’ 사업단이 선정됐습니다. 약학, 간호학, 물리치료학, 보건관리학, 상담심리학 등의 학과가 사업단에 참여합니다. 게임이나 도박, 알코올, 마약 중독 등 다양한 중독문제를 예방하는 중독치료 전문가를 길러냅니다. 사업단 참여 학과들의 융합 커리큘럼인 ‘중독심리전공’과 ‘중독재활전공’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 해당 학과들이 삼육대의 대표 학과가 되겠군요.

“그렇죠. 제가 쭉 강조한 게 인성교육, 건강과학 특성화, 그리고 이와 연계한 도시농업·청정농업을 통한 신뢰할 수 있는 먹을거리, 이런 것들입니다. 삼육대가 전국 대학 최초로 노원구와 함께 에코팜 센터를 만들었습니다. 학생들에게 흙의 가치를 알려주자는 의미도 담겼어요.”

–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삼육대 자랑을 해주시죠.

“학생들에게 김연아가 ‘아사다 마오를 절대 넘을 수 없다’고 인터뷰한 영상을 보여주곤 합니다. 그러나 4년 뒤 금메달은 김연아가 차지했죠. 마찬가지입니다. 대학도 똑같이 4년이 있습니다. 소위 알아주는 대학에 못 갔다고 해서 넘을 수 없는 벽이 생기는 건 아닙니다. 4년간 노력하면 얼마든지 제2의 무대가 열립니다.

삼육대는 그런 제2의 무대를 열 수 있는 대학입니다. 세계를 향해 무한한 선택의 기회가 열려있는 곳입니다. 학부모들이 정말 자녀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대학이란 점을 말해주고 싶습니다.”

◆ 김상래 총장은…
삼육대 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신학석사와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아내와 자녀 모두 삼육대 동문이다. 영국 셰필드대(University of Sheffield)에서 성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1994년 삼육대 신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교목실장 중앙도서관장 신학과장 신학연구소장 등의 학내 보직을 역임했다. 2012년 3월 삼육대 제13대 총장에 취임했다. 현재 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 이사 등을 맡고 있다.

한국경제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407166972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