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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육人] 몽골인 1호 신학박사 탄생

2022.08.19 조회수 4,244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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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먼바야르 “몽골 대학생 선교에 헌신할 것”

삼육대에서 몽골인 최초 재림교회 신학박사가 탄생했다. 올해가 몽골 선교 30주년을 맞은 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철먼바야르(Enkhtaivan Tsolmonbayar, 이하 처머) 박사는 지난 6월 삼육대 박사학위 심사를 통과하고 19일 학위기를 받으며, ‘몽골인 1호 재림교회 신학박사(Ph.D)’ 타이틀을 얻게 됐다.

학위논문 제목은 ‘몽골 세계관의 기독교 세계관으로의 변혁 연구’(지도교수 김성익). 성서적 기독교 세계관과 몽골의 역사와 문화, 전통적인 가치관에 관한 연구 및 자료를 검토하고 취합하는 문헌연구를 기초로 한 목회선교학 논문이다.

1990년 소련이 몰락하면서 공산주의 체제에서 민주주의 국가로 변모한 몽골에 종교자유가 회복되고 다양한 국가에서 기독교 선교사가 들어와 선교활동을 펼쳤다. 지난 30여 년간 선교사들의 헌신 아래 몽골에 기독교가 자리 잡고 발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외국인 선교사를 통해 기독교가 전파되는 과정에서 몽골에 맞지 않는 선교사 본국의 기독교 형식과 문화도 유입됐다. 몽골의 문화와 세계관을 고려한 복음전파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그 결과 몽골에서 기독교는 전통을 배척하고 외국문화를 숭상하는 외래 종교로 각인되었고 양적·질적 성장이 정체되는 결과를 낳았다.

처머 박사는 논문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관 차원에서 복음의 상황화가 시급함을 진술했다. 선교사 본국의 문화 혹은 세계관이나, 몽골의 기존 종교에서 온 것들을 무조건 흡수하거나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의 기준에 따라 구분해서 몽골인들이 친숙하게 느낄 수 있으면서도 가장 성경적인 문화와 세계관으로 변혁해야 앞으로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박사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처머 박사가 한국에 온 것은 8년 전인 2014년.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의 한 대학(The Institute of International Studies)에서 정치외교학을 공부하던 그는 고모를 통해 재림신앙을 받아들였다. 이후 하나님의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던 중 몽골로 술람미 공연을 온 지금의 아내 주은혜(신학과 2009년 졸, 신대원 수료) 사모를 만나 결혼하고, 함께 한국으로 들어와 2014년 9월 삼육대 신학대학원에 입학했다.

처음에는 석사(M.Div.)까지만 마치고 몽골에 돌아가 목회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도교수인 김성익 교수가 박사과정을 ‘강권’했다. “기회는 의무”라는 말이 무겁게 와닿았다. 박사과정을 할 수 있는 환경적 시간적 기회가 모든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기에, 공부할 기회가 있다는 것은 몽골 재림교회를 위해 학위를 따야 할 의무가 있는 것도 된다는 의미였다.

외국어(한국어)로 공부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는 “MBTI가 ‘ENFP(재기발랄한 활동가)’라서 그런지 체질적으로 온종일 가만히 앉아서 공부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며 “어쩔 수 없이 참고 앉아서 하다 보니 나중에는 12시간씩도 할만하게 적응이 되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 처머 박사(오른쪽)와 주은혜 사모(왼쪽), 두 딸

삼육동에서 지내는 동안 가족도 늘었다. 첫째 딸은 석사과정 입학 직후, 둘째 딸은 박사과정에 입학하면서 낳았다. 아이들에게는 삼육대 캠퍼스가 평생을 살아온 고향인 셈. 2015년에는 교내에 몽골인을 위한 새생명몽골교회를 개척해 지금까지 이끌어오고 있다.

처머 박사는 지난 8년간의 유학 생활을 돌아보며 “천사 같은 분들께 많은 사랑의 빚을 졌다”고 말했다. 그는 “어려운 여건이었지만, 엘리야에게 까마귀를 보내시듯 많은 분들이 저를 계속 먹이고 살리고 도와주시고 따뜻한 손길을 보내주셨다. 특히 지도교수님이신 김성익 교수님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학업을 마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외국인임에도 거리낌 없이 대해주고 동생처럼 챙겨준 원우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무엇보다 하나님의 인도와 지혜, 돌보심 없이는 이 어려운 학업을 마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연구 기간 동안 하나님께서 한 걸음 한 걸음마다, 한 글자 한 글자마다 함께하셨음을 고백한다”고 덧붙였다.

목사·교수·사감까지 ‘1인 3역’

몽골합회 목회자로 부름을 받은 처머 박사는 학위기를 받은 지 불과 이틀 뒤인 21일 곧장 출국길에 오른다. 몽골에 도착하자마자 몽골 선교 30주년 기념 전도회를 주관하고, 이후 울란바토르에 있는 바양헤르교회를 섬기게 된다. 또 몽골에서 새롭게 시작되는 신학교 학부과정 강의를 맡아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울란바토르 재림교인 대학생을 위한 기숙사 사감으로도 수고하는 등 눈코 뜰 새 없는 일상을 보낼 예정이다.

처머 박사는 “박사과정 공부를 하며 깨달은 것은 이제 겨우 무한한 지식의 시작 부분에 서 있구나 하는 것이었다. 다 배워서 졸업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알아야 할 많은 것을 어떻게 스스로 공부할지를 배우고 졸업하는 것 같다. 지금까지 배운 모든 것을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그리스도인으로서 선한 영향을 끼치기 위해 사용하겠다”고 다짐했다.

끝으로 그는 “특별히 몽골 대학생 선교에 집중하려 한다”면서 “칭기즈칸이 세계를 정복했던 것처럼 몽골 청년들을 영적인 세계 정복을 위한 훌륭한 군사로 훈련하는 일에 쓰임 받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육대 세계선교센터는 처머 박사와 주은혜 사모를 ‘SU-헤럴드(HERALD)’로 위임하고 장학금을 전달했다. SU-헤럴드는 삼육대에서 학업을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유학생을 선교사로 위임하는 제도다. 김일목 총장은 “삼육대 외국인 동문으로서 명예로운 사역을 이어가고, 지속적인 선교 네트워크 기지가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 처머 박사(왼쪽) 가족이 김일목 총장(오른쪽)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