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칼럼

[명지원의 명명백백] 희망의 인문학 ‘현대 원주민의 이해’

2023.03.20 조회수 1,130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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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원 교직과 교수]

지난주 토론토교육청은 고교 교육과정에서 4학점 배정 과목인 English course의 1학점 수업인 11학년 English course 과목명을 <현대 원주민의 이해>(Understanding Contemporary First Nations, Métis and Inuit Voices)로 바꾸었다. 셰익스피어와 디킨슨 같은 서양 작가의 작품중심에서 원주민 작가의 작품에 초점을 맞추기로 한 것이다.

원주민 문학이 다루는 원주민 억압과 파괴의 역사 그리고 그 후유증은 현대 사회의 지배문화인 억압과 불평등의 원인과 그 맥을 같이한다. 이번 교과과정 개편은 학생들이 캐나다의 현 이슈에 대한 비판적 사고 능력, 시민이 갖춰야 할 인문적 소양 그리고 문제해결 역량을 기르기 위한 용기 있는 결정이다.

<현대 원주민의 이해> 교과 목표에 적합한 작품으로 Richard Wagamese의 <INDIAN HORSE>(2012)와 Tanya Talaga의 <All OUR RELATIONS : Finding the Path Forward>(2018)가 있다. 영화로도 제작된 <INDIAN HORSE>는 ‘성 제롬의 집’에서 신부와 수녀에 의해서 온갖 학대와 착취를 경험하며 생긴 트라우마를 지니고 살아가는 원주민 청년 Saul의 치유를 위한 처절한 삶의 여정을 그렸다. Tanya Talaga는 <All OUR RELATIONS : Finding the Path Forward>(2018)에서 캐나다 원주민의 구조적인 인종차별주의, 죽음, 청소년 자살 증가에 대한 경고등을 켜며 사회의 관심을 촉발시켰다.

한국을 비롯한 제국주의의 피해를 입은 모든 식민지 국가의 공통점은 관계 자체를 파괴하는 사회적으로 만연한 ‘분리(分離)’ 현상이다. 원주민 문학은 원주민 문화의 메시지인 연대, 진실, 포용의 메시지를 담은 희망의 인문학이다. 자라나는 세대의 교육과정 개편에서 다문화국가 캐나다의 사회통합과 미래의 ‘희망’을 본다.

※ 명지원 교수가 <토론토 중앙일보>에 연재하는 칼럼명 ‘명명백백(明鳴絔𩗀)’은 한자성어 ‘명명백백(明明白白)’의 음가를 차용해 그가 직접 만든 조어다. ‘明(밝을 명)’과 ‘鳴(울릴 명)’, 떨어지거나 해어진 곳을 꿰맨다는 뜻의 ‘絔(깁다 백)’, 동남쪽에서 서북쪽으로 부는 바람을 뜻하는 ‘𩗀(동남풍 백)’을 썼다. 즉, ‘밝게 울려 떨어지거나 해어진 곳을 꿰매어, 동남쪽(우리나라)에서 서쪽(서구 문명)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이다.

토론토 중앙일보 https://www.cktimes.net/opinion/%EB%AA%85%EC%A7%80%EC%9B%90%EC%9D%98-%EB%AA%85%EB%AA%85%EB%B0%B1%EB%B0%B1-%ED%9D%AC%EB%A7%9D%EC%9D%98-%EC%9D%B8%EB%AC%B8%ED%95%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