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칼럼

[기고] 다둥이 가정의 행복

2021.08.30 조회수 1,433 커뮤니케이션팀
share

[서경현 삼육대 상담심리학과 교수]

사회성 기술과 문제 해결 능력은 어린 시절 가정에서 습득한다. 부모와의 관계는 물론 형제자매와의 관계에서 서로 협력하고 힘을 합하여 문제를 해결하면서 대인 관계 능력을 학습하는 것이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고 옛말에 가정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는 표현이 있다. 다시 말해 가정이 화목하고 가족 간에 협력하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유명한 개그맨이었고 사업으로도 성공한 연예인이 200평 정도 되는 펜트하우스 집을 잘 꾸며 살고 있지만 결혼하지 않아 함께 사는 가족이 없으니 행복하지 않다며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후배들에게 결혼하여 가정을 꾸릴 것으로 권고하는 내용이 얼마 전 방송을 탔다. 경험에서 나온 그의 조언은 듣는 후배들뿐 아니라 방송을 보는 시청자도 가족이 행복의 조건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그런데 가족은 행복의 근원 혹은 조건이 되기도 하지만 사회에 적응하거나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데에도 필수 조건이다.

성공이나 행복에 대한 관념의 변화

그런데 벌써 오래전부터 자녀를 한 명만 낳는 것이 유행처럼 되어 버렸다. 자녀를 적게 낳는 이유를 물으면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예전에는 낳아 놓으면 그냥 컸지만 지금 자녀를 제대로 키우려면 너무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예전에 한국의 경제 사정이 더 나았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만이 자녀를 적게 낳는 이유라고 보기 힘들다.

자녀를 적게 낳는 이유를 더 정확히 말하면 경제적 상황의 변화나 자녀 양육 비용의 증가 때문이라기보다 성공이나 행복에 대한 관념의 변화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명의 자녀를 키우는 데 들이는 노력이나 비용을 한 명에게 집중하면 자녀가 성공할 가능성이 크고 더 행복해질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또 어떤 사람들은 한 자녀만 양육하면 여러 명의 자녀를 키우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 자신들의 삶이 더 윤택해지고 행복해질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착각일 수 있다.

사회성 기술과 문제 해결 능력 습득

많은 사람이 비싼 과외를 하거나 좋은 학원에 다니게 하여 더 나은 대학에 들어가게 하면 자녀가 성공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비싼 과외나 학원이 성적을 조금 올려 주기는 하지만, 타고난 지능과 형제자매와 상호 작용하며 얻을 수 있는 지식과 문제 해결 능력에 의한 효과를 능가하지는 못한다. 사회에서 성공하는 것은 학교의 명성이나 가지고 있는 지식보다 문제를 해결하고 관계에 대처하는 능력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회성 기술과 문제 해결 능력은 어린 시절 가정에서 습득한다. 부모와의 관계는 물론 형제자매와의 관계에서 서로 협력하고 힘을 합하여 문제를 해결하면서 대인 관계 능력을 학습하는 것이다. 현대 심리학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아들러(Adler)라는 학자는 성공과 행복의 관건이 사회적 관심(social interest)에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것이 어린 시절 가정 내에서 형성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사회적 관심을 사람의 행동 방향과 강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동기 요인으로 보았는데, 그것이 부모의 양육 방식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지만, 무엇보다도 형제자매와의 관계 속에서 발달한다고 설명한다.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아야 함을 깨닫고 그런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게 하는 데에는 가족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성공과 행복, 사회 공헌은 타인과 협동해야

사회에서의 성공과 행복은 이기적인 태도를 가지고는 결코 이루어 낼 수 없고, 타인에게 이익이 되고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것을 추구할 때 보장된다. 사회에 대한 공헌은 타인과 협동하면서 이루어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형제자매와 힘을 합하여 문제를 해결하면서 그런 방식을 배우게 된다.

그런데 외동일 경우 그런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적다. 사촌이나 이웃 친구들과 친밀한 접촉을 가지며 그런 기회를 얻을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제한적이다. 그래서 아들러는 외동인 아이는 경쟁하고 협동할 형제가 없어 응석받이가 되고 의존하는 성향과 자기중심적 태도가 강할 수밖에 없음을 강조하였다.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부족할 수 있다.

사회에서의 성공이 반드시 행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외동일 경우 행복의 기회도 적다. 물론 그런 환경을 극복하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외동이면 여러 상황이 외로움을 겪게 하는 것을 넘어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일례로 외동인 경우 부모상을 당하면 형제자매가 있을 때보다 정신적으로 더 힘들어질 수 있다.

반대로 결속력에 문제가 없는 가정에서는 한 사람이 사회에 적응하는 데 형제자매들이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형제가 많으면 중년기에 들어서 한 형제가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거나 사고를 당해 위기에 빠지면 동기들 간에 힘을 합쳐 어려움을 당한 형제가 회복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우리는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물론 중년기나 노년기가 되어 형제자매 간에 사이가 안 좋은 사람들도 있다. 서로의 얼굴을 보기 싫을 정도로 원수처럼 여기고 형제자매가 없는 것처럼 살아가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자신이 외동이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생각할 수 있다. 사실 동기간끼리 사이가 안 좋은 사람 치고 가족 외의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원만한 사람을 찾기 힘들다.

가정에서 동기간의 유대감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 사회성이 좋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들러의 관점에서 보면 동기간에 화합하고 서로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삶은 의미가 없는 인생이다. 형제자매에게 유익이 될 수 없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유익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동기간끼리 사이가 안 좋은 사람들은 여러 이유에서 정신적으로 힘들어 하므로 삶의 질도 낮다.

자녀를 많이 낳아 잘 양육한 사람이 유복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고 옛말에 가정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는 표현이 있다. 다시 말해 가정이 화목하고 가족 간에 협력하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 말은 앞서 설명한 내용을 대변한다. 성공의 조건이 가정에 있는데, 그런 성공의 경험을 가족과 나눌 수 있을 때 비로소 인생의 목적을 성취한 것이고 자아실현을 이룬 것이다.

가정을 내팽개치고 물불을 안 가리고 무언가를 획득하였다고 해도 일시적인 쾌감 외에 궁극적인 차원에서의 행복은 경험할 수 없다. 가족들과 함께 나눌 수 없는 성취는 개인의 삶에 있어서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가족과 좋은 관계에서 협력의 힘에 의한 성공의 비결을 몰라 실패한 사람들이 가정에서 가족 간의 협력의 모본을 보이지 못한 결과로 자녀들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여 힘들게 할 때 ‘무자식이 상팔자’라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한다. 실제로 자녀를 많이 낳아 잘 양육한 사람이 유복하다.

위드인뉴스 http://www.withinnews.co.kr/news/view.html?smode=&skey=%BC%AD%B0%E6%C7%F6&x=24&y=3&section=1&category=153&no=25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