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희망의 소리 합창단’ – 김철호 교수 지도

2007.04.25 조회수 5,019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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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토요일, 서울역 인근 e-프라자빌딩 6층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쉼터. 오전 내내 조용하던 곳이 오후 3시쯤 되자 갑자기 시끌벅적해졌다. 하나같이 들뜬 표정의 아이들이 엄마·아빠 손을 잡고 하나 둘 모여들었다. 겉으론 여느 아이들과 별반 다름없는 천진난만한 얼굴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희귀·난치병을 앓고 있는 환아들. 뇌 기능 장애로 엄청난 식탐을 보이는 프래드윌리 증후군, 키가 작은 왜소증, 유전적으로 여성성이 안 나타나는 터너 증후군, 면역 이상으로 전신에 만성 염증이 생기는 루푸스 등 질병 종류도 다양하다. 환아들은 대부분 특별한 치료법이 없어 고통속에 산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이달초 결성된 ‘희망의 소리 합창단’ 첫 연습을 위해서다. 희귀·난치성 질환자들로 합창단이 만들어진 것은 처음이다. 단원이 모이자 음악지도 책임을 맡은 삼육대 음악학과 김철호 교수가 아이들 앞에 섰다.

“여러 친구들과 함께 노래를 부를 수 있어 기쁩니다. 모두들 각자 다른 마음을 갖고 있지만 똑같은 생각으로 한 곳을 바라보면 희망찬 미래를 열 수 있을 겁니다. 용기를 가지세요.”

이어지는 노래 연습. 목청을 가다듬기 위해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 발성 연습으로 시작했다. 벌써 친해진 몇몇은 옆의 친구들과 장난을 치기도 했다. 걱정스럽게 지켜보던 부모들도 의외로 잘 따라 하는 아이들을 보고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가 삼성에버랜드 후원으로 어린이 합창단을 결성키로 하고, 3월초 단원 모집 공고를 내자 반응은 뜨거웠다. 다양한 질환을 가진 환아 70여명이 오디션에 참가했고, 이 중 외모나 언어 장애 등이 심한 환아를 제외한 25명이 선발됐다.

심사를 맡은 김 교수는 “외모나 언어 장애가 심한 아이들까지 끌어안고 싶었지만 자칫 동정심을 사 환자와 가족들에게 오히려 상처를 줄 것 같았다”면서 “네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양처럼 희귀병 아이들도 소리만큼은 정상인 못지 않게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루푸스 환아 손주향(15)양은 합창연습에 참여하기 위해 경남 고성에서 올라왔다. 손양의 아버지 손판식(49)씨는 “차로 왕복 10시간 걸리는 거리지만 딸이 좋아하니 매주 빠지지 않고 올라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프래드윌리 증후군을 앓는 장주희(11)양의 어머니 이은영(41·경기도 여주)씨는 “주희가 합창단원이 되려고 새벽같이 일어나 음악을 틀어놓고 가사 적은 종이를 보며 몇 날 며칠을 연습했다”면서 “매번 아파하고 힘들어 하는 모습만 보다가 밝은 모습을 보니 너무 기쁘다”고 했다.

합창단은 다음달 27일 정식으로 발대식을 갖고, 오는 9월과 12월 에버랜드 야외무대에서 일반인들을 상대로 공연을 할 계획이다.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신현민 회장은 “아이들이 자신이 부른 노래로 박수를 받을 때, 병마를 이길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