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중앙일보]서로에게 귀와 다리되는 두 장애우

2007.04.16 조회수 5,148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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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힘을 쓸테니 넌 필기해` [조인스]
서로에게 귀와 다리되는 두 장애우  



“난 필기하고 있는데 옆에서 효원이 형은 계속 잠만 자요.”
“영휘야, 난 힘을 쓰니까 피곤하잖아.”




지난 12일 서울 노원구 삼육대학교 장애인지원센터에선 청각장애 1급인 김효원(22.컴퓨터학부 2년)씨와 지체장애 1급인 이영휘(21.컴퓨터학부 2년)씨가 오후 수업을 앞두고 티격태격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정 싸움’ 쯤으로 해두자.










 

지난 12일 삼육대학교 장애인지원센터 앞. 청각장애1급인 김효원(좌)씨와 지체장애 1급인 이영휘(우)씨가 오후 수업을 들으러 강당으로 향하기 전 우정을 과시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효원씨는 생후 두 달, 원인을 알 수 없는 증상으로 두 귀가 멀어 수업시간 필기를 영휘씨에게 부탁하고 있다. 영휘씨는 생후 8개월, 교통사고로 척추손상을 입어 학교 곳곳을 다니는데 효원씨의 힘을 빌리고 있다. 그러니 수업시간의 애정 어린 다툼은 항상 있는 일.


효원씨는 또다시 변을 늘어 놓는다. “귀가 들리지 않으니까 수업시간이 무척 지루해요, 집중력이 떨어지니 잠이 오는 게 당연하죠.”


영휘씨 역시 때를 놓치지 않는다. “그래도 수업시간인데 코골고 졸면 안 되잖아요, 그땐 제가 주먹으로 막 때려서 겨우 깨워요.”


같은 컴퓨터 학부에 재학중인 두 학생은 지난달부터 ‘짝꿍’이 돼 대부분의 수업을 같이 듣게 됐다. 서로 ‘귀’와 ‘다리’ 역할을 나눠가진 셈이다. 특수차로 통학하는 영휘씨가 학교에 도착할 시간이면 효원씨가 주차장에서 기다린다. 영휘씨가 휠체어에 앉는 걸 도와줘야 하기 때문이다. 수업이 있을 때면 효원씨는 영휘씨를 찾아 나선다. 수업시간 필기를 부탁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난지 한 달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서먹하진 않다. 상처가 있는 만큼 서로를 이해하는 데는 충분한 시간이 됐다. 학교에서 대부분 시간을 함께 하는 이들은 서로의 수족이 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이용’해 용돈벌이까지 한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최근 전국 대학(전문대 포함)에 재학중인 장애학생 가운데 1439명의 신청을 받아 ‘1대1 도우미'를 지원하기로 했다. 보통은 일반인이 도우미로 지원하지만 효원씨와 영휘씨는 서로에게 도우미가 되기로 했다. 지원비는 1년에 200만원. 방학을 제외하고 학기 중 8개월 동안 월 25만 원씩 봉사에 대한 대가를 받는다.


“내가 노력해 돈을 번 건 처음이에요, 이 돈 모아 노트북을 살까 생각 중이에요.” 평소 눈여겨봤던 노트북을 장만하겠다는 영휘씨.


“부모님이 매번 챙겨주시는 등록금, 이번엔 제 손으로 내고 싶어요.” 이제껏 부모님께만 손 내민 등록금을 제손으로 내겠다는 효원씨다.


오는 20일은 제 26회 장애인의 날. 갖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은 효원씨와 영휘씨는 “우린 꿈이 똑같다”며 “장애의 벽이 별로 없는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몸이 불편한 친구들이 우리처럼 서로 도우면 이해도 쉽고 용돈도 벌 수 있어 일석이조가 될 겁니다.”



이지은 기자
 

[jelee@joongang.co.kr]   
 
2007.04.16 14:37 입력 / 2007.04.16 14:45 수정
* 기사원문 : http://news.joins.com/article/aid/2007/04/16/291124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