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공지

제16회 전종범展 – 6월 4일~9일, 인사동 가나인사아트센터

2014.05.21 조회수 3,241 삼육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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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적 휴머니즘에서 비롯된 한국미의 조형

장 준석(미술평론가, 한국미술비평연구소 소장)


 작가 전종범의 작품은 현대 회화이면서도 한국적이므로 우리의 정서에 부합되며, 기법 면에서 독특하고 서정적일 뿐만 아니라 미적 성향이 매우 높고 아름답다. 이러한 작업은 시간을 아껴가며 연구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밀도 높고 창의적인 것이다. 대학에서 후학들을 길러내는 교육자이므로 창작에 전념하고 몰두하기가 쉽지 않아 보일 수도 있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창작 환경을 만들어 창의적인 작업을 구상하고 표현해낸다. 또한 학생들의 작품 하나하나를 열정적으로 지도해가면서 이를 자신의 창작에 연계하므로 밀도 있고 예술성 있는 작업이 되고 있다.

  작가는 새벽부터 자정까지 쉼 없이 성실하고 열정적인 자세로 창작했으며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선을 무수히 긋는 등 자신만의 형상을 꾸준히 모색해왔다. 그리고 독특한 형상력이 느껴지는 미적에너지의 창출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였다. 여기에서 발생되는 심도 있는 예술성은 밀도와 객관력을 확보한 작품으로 이어졌다. 따라서 박수근의 그림처럼 매우 탄탄하고 깊이 있는 그림이라는 생각을 갖도록 해준다. 

  이처럼 내면으로부터의 열정을 토대로 거침없이 표현되고 그려지는 다양한 형태의 그림들은 하나같이 보는 사람들을 압도할 만큼 조형적으로 독특하며 미적으로 뛰어나다. 이 아름다움은 우연의 일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며, 미술적인 재능과 많은 시간과 노력에 의한 것이다. 작가는 원하는 조형을 위해 화면을 날카로운 송곳 등으로 수만 번 이상 스크래치(scratch) 한다. 이러한 흥미로운 과정의 조형성은 신기하게도 붓을 사용한 것보다 더 온화하며 한국인의 감성을 움직이는 독특한 미적 요소를 내재하고 있다. 따라서 작품 스타일이 특별하며 작품을 볼 때 금방 지나칠 수는 없게 만든다. 

  작가는 상아탑 안의 자신만의 공간 속에서 조형적 고뇌와 사색을 즐기며, 진지하고 독창적인 묘법으로 한국적이면서도 휴머니즘과 자연성이 농후한 구상적인 조형에 몰두하였다. 이 조형들은 작가의 미적 감성과 심성만큼이나 은은한 감흥에서 조성된 것으로서, 날카로운 송곳으로 긁은 형태이면서도 휴머니즘에서 비롯된 허정담아(虛靜淡雅)한 작품들이다. 작가는 한국적인 것과 자연성 및 인간적 순수성에서 그림의 미감을 추출하려 노력해왔고, 이런 모티브들과 진솔하게 조응‧관조하면서 순수하고 정직하게 그림을 그려왔다. 따라서 그림에 한국인의 감성을 움직일만한 미적 감흥이 흐르며,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조형적 에너지가 축약되어 있다. 

  자작나무나 우거진 숲 등 자연의 풍광을 한국의 전통미에 의해 현대적으로 모색하거나 자신만의 정서와 감흥으로 표현하는 작가의 일련의 작업들은 내면에 흐르는 형상과 형태의 본질을 더욱 한국적으로 승화시키며 새롭게 보여주는 장점을 지녔다. 새롭게 미적으로 승화된 친근한 한국의 호랑이와 우리 강산 그리고 매화의 형상미, 한국인의 정서가 느껴지는 푸근한 새의 몸놀림과 표정 등이 바로 그러하다. 여기에는 한국인의 미의식과 본성을 담아내는 힘이 있는데, 이 힘은 우리의 정서 및 삶과 무관하지 않다. 또한 전통을 바탕으로 한국의 숲과 논밭 그리고 산하가 주는 담대함과 아름다움 및 생명력 등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이처럼 작가의 그림은 거짓이 없고 순수하며, 한국의 이미지와 결합된 특유의 조형적인 힘을 지녔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한다. 

  전종범의 작업은 새롭게 착안한 재료와 송곳 등의 날카로운 도구로 무수히 많은 선을 긋는 독창적인 기법으로 한국의 자연 및 시간과 공간의 이미지를 스크래치에 의하여 절제된 미와 조형적인 균제로 아름답게 형상화하여 한국의 우수한 미적 전통성을 환기시켰을 뿐만 아니라 한국미의 새로운 현대적 아이덴티티를 구축하였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오랜 시간 동안 공을 들여온, 높은 계곡에서 떨어지는 모습이 장관인 <폭포> 그림이다. 이 일련의 작품들은 작가가 사계(四季)의 웅장한 폭포의 모습을 자신만의 독특한 칼라 조절과 묘법 그리고 형태의 변형을 통해서 일구어낸 작품들로서, 보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감흥을 느끼게 한다. 이와 같은 감흥은 아마도 작품 표현에 대한 애정과 열의에서 비롯되었다. 숲이나 바위산 등이 표현된 산과 폭포는 우리 조선의 산악 그림 같은 빼어난 힘과 자신만의 조형 언어로 완벽하게 처리한 독특한 형태미가 흐른다. 이 독특함은 대상에 대한 조응을 바탕으로 한 은근하고 담아(淡雅)한 색상과 심도 있는 형상력에서 비롯된 산형(山形)과 준(峻)을 연상시키는 세세하면서도 힘찬 한국인의 미감이 흐르는 독특한 선묘들에 의한 것이다. 특히 각 그림들은, 마치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듯한 황토빛 색감이나 푸른빛이 신비스럽게 감싸는 준령(峻嶺)과 녹청색 계통의 색, 은근한 옅은 하늘 빛 톤의 색상들이 폭포를 기점으로 변화무쌍함을 보여주며 신비스러운 색 층을 이루어 아름답고도 깊은 이미지로 형상화된 것이다.  

  조선시대 매화의 이미지를 담은 <매화> 그림은 오랜 시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작품임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해준다. 현대 문명과 과학의 산물인 송곳 등을 사용하였지만 일반적인 서양화의 도구나 재료를 사용하여 그린 그림보다 더 한국적이면서도 소담하다. 이 매화 그림은 마치 초봄의 은은한 향기가 우리의 가슴을 파고드는 듯하다. 이처럼 작가의 그림은 한국인의 정서와 부합되는 힘을 지니고 있어서 우리들의 마음을 위로해준다. 이는 아마도 한국의 정서와 정신 그리고 전통적 미의식과 한국인의 인성 등의 소중함을 자각한 때문인 듯하다. 

  작가는 일반적인 서양 현대 미술의 패턴을 지양하고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보편성을 확보하는 데도 많은 노력을 해왔다. 이런 연유로 작가의 독특한 작품에서는 한국인의 깊은 조형적인 감수성과 감성이 자연스럽게 혹은 인위적 기법을 통하여 서양의 일반적인 구상보다 더 아름다운 한국미의 흔적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이처럼 작가 전종범의 그림은 우리 시대 한국인들의 미의식과 삶을, 우리의 전통과 자연에 의해 자신 있게 조형적으로 압축시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