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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소자에 일본어 강의 민병진교수 – 교수님의 참교육이 제 인생 180도 바꿔

2008.07.13 조회수 3,507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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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진(51·동양어학부) 삼육대 교수는 목요일마다 학교 아닌 의정부 교도소로 간다. 오전 9시, 무거운 철문 3개를 열고 교도소 안으로 들어가면 푸른 죄수복을 입은 재소자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1년 과정의 일본어 특별반 학생들이다.

“벌써 10년째네요. 목사님 소개로 첫 강의를 할 때만 해도 호기심 반, 걱정 반이었어요. 철문 3개를 여는 게 두렵기도 했죠. 수업 중 맨 뒤에 교도관이 앉아있는데 처음에는 의지가 됐어요. 지금은 (교도관이) 나갔으면 좋겠지만요. 이제는 거기 안 가면 1주일이 시작되질 않아요.”

의정부 교도소 내 외국어 특별반은 1999년 생겼다. 법무부가 재소자들의 사회 적응 능력을 키우자는 취지로 만들었다. 지금까지 400명이 이 과정을 마쳤다. 현재 전국 교도소에서 외국어시험을 쳐 선발된 재소자들이 영어반에서 30명, 일본어반에서 18명 공부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어반에서는 일본어 능력시험 JPT에서 최고 955점, 평균 660점을 받았다.

“눈빛들이 정말 진지해요. 학기 시작 때마다 제가 꼭 하는 말이 있어요. 여기 있는 동안은 수형생활의 괴로움을 잊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해보자, 여기서 배운 사람들은 절대로 다시 교도소 오면 안 된다. 이것 두 가지는 약속하자고 해요.”

그는 “NHK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뉴스를 보면서 따라 읽고 1주일간 예습해 와 한 사람씩 앞으로 나와서 읽게 한다”고 했다. “유튜브 동영상에서 다운받아서 일본 노래도 틀어주고 일본 역사나 문화 얘기도 하고 좋은 시를 많이 읽어줍니다. 윤동주 시인에 대한 특집 다큐멘터리를 보여주고 나서 ‘서시’를 일본어로 써보기도 하고요.”

그는 “봉사하러 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에너지를 받아온다”며 “1년이 지나면 또 새 학생들로 바뀌니까 매번 새롭고 매년 10월 새 학기가 시작할 때마다 설렌다”고 했다.

학생 중에는 살인범도 있고 강도·강간범도 있다. 그는 “개개인이 무슨 죄를 짓고 왔는지도 모르고 알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선입견이 생길까봐 그러지요. 분명한 건 그들도 언젠가 사회로 돌아와 우리와 같이 살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는 “그래서 강의 틈틈이 세상 돌아가는 얘기도 해준다”고 말했다.

“그들도 결국 작은 데 감동하고 감정 여린 똑같은 사람이에요. 학교에 단풍이 떨어져 있는 게 예뻐 학생들 숫자대로 주워서 나눠줬더니 그렇게 좋아하더라고요. 저는 크리스마스 때도 제일 빨간 카드를 골라서 보냅니다. 무조건 곱고 예쁜 걸로요.”

그의 연구실에는 교도소 제자들이 보내온 편지 500여 통이 쌓여있다. “교수님, 성탄절 특사로 출소합니다. 세상 물정이 어떨지 몰라 생각대로 잘할 수 있을지 두려움이 앞서지만 최선을 다해 살아서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교수님의 참교육은 제 인생과 가치관을 180도 바꾸어주었습니다.” “교수님, 답장은 안 하셔도 됩니다. 교수님께서 2기 교육생이었던 저희들에게 주셨던 열의를 지금의 교육생들에게 주시면 저는 그걸로 만족합니다.”….

특별한 제자가 많지만 1기 정모씨와는 지금도 편지를 주고받는다. “맨 앞자리에서 열심히 필기하며 수업 듣던 분이었는데 JPT 950점을 받았어요. 4년제 대학 졸업해도 받기 힘든 성적이죠.” 그는 “예전에는 교도소에서 목공 기술을 배우게 했지만 이렇게 외국어를 공부하면서 자부심도 키우고 사회에 나갈 마음가짐도 다지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고교 일본어 교사로 시작한 교직 경력이 23년째. 그는 “살면서 제대로 길게 한 일이 없는데 10년 동안 꾸준히 뭔가를 한 건 이 일이 처음”이라며 “교수 퇴임하고 난 다음에도 거기서 오지 말라고 할 때까지 이 일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입력 : 2008.07.12 02:50 / 수정 : 2008.07.12 21:08 / 원본기사보기


* 조선일보 2008.7.12.